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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 2008년 10월 19일 18시 50분
Where : 프리머스시네마 (오산)
(★★★)


  워낙에 평단의 평가가 뛰어난 영화여서,
  7000원을 내고 영화를 보고 나온 한 사람의 관객의 입장에서 약간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하려니 매우 조심스런 마음이 들긴 하지만,  한 번 시작해보겠습니다.

  <미스 홍당무>는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바와 같이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블랙코미디 영화입니다.
  소재가 '안면홍조증'을 가진 삽질의 귀재'양미숙(공효진)'이 동료교사이자 고3담임선생이었던 '서종철(이종혁)'을 짝사랑하는 내용이다 보니, 로맨틱 코미디로 생각하기가 쉽겠지만, 예고편을 보신 분들은 그런 영화가 아님을 쉽게 짐작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양미숙'선생을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영화이며,
  간혹 오버페이스하는 부분들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외려 그런 부분들은 캐릭터의 성격을 설명하거나, 장면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면들로 여겨져서 메시지가 담겨있는 블랙 코미디 특유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잘 알려져있다 시피,
  영화는 러시아어 교사 '양미숙'선생이 같은 학교의 동료교사이자 10년전 담임선생이었던 국어교사 '서종철'을 짝사랑하지만, 이미 같은과 교사인 '이유리(황우슬혜)'와 연인사이라는 것을 알게된 뒤 그녀와 '서종철'을 떼어뜨리기 위해 '서종철'의 딸 '서종희(서우)'와 함께 좌충우돌 부딪혀가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알려진 줄거리만큼 이야기가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아버지는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시고 어머니 마저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셔서 고아로 자라난 '양미숙'은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온 소녀였습니다. 그때부터 더욱 심해진 안면홍조증은 그런 '양미숙'을 더욱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지요. 때문에 마음 깊은 곳에 컴플렉스를 안고 살아가는 '양미숙'은 모든 행동들이 도발적이거나, 도전적이거나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들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건데, 사람들은 그걸 오해하거나 잘못 이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돌발적 행동 특징은 평소, '모자란 사람일수록 배로 열심히 살아야한다.' 라는 억척스러움과 합쳐져 '양미숙'의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해주게 됩니다. 그런'양미숙'에게 최대의 적은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는 '이유리'선생과 같은 사람일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감독은 그런 '이유리'마저 그냥 평범한 캐릭터로 만들기를 거부합니다. '이유리'에게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쉽게 외면화 할 수 없는 성적 환타지에 대한 발산의 의무를 부여해 놓은 것 같은 데요. 겉으로 볼 땐, 청순 가련하기만 한 것 같은 '이유리' 선생에게는 밤만 되면 달라지는 모습은 우리들의 터부시하지만 숨겨진 내면의 참모습이라는 또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튼, 그래서 '양미숙'은 '이유리' 선생과 아버지의 외도를 알고 '이유리'선생을 미워하는 '서종희'와 연합전선을 결성하게 되는데요. 이 '서종희'는 자기애가 너무 강하여 전교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서종휘'는 10대 소녀 답게 '양미숙'을 압도하는 EQ를 발산하면서 '이유리' 선생 죽이기 작전에 들어가는데 '이유리' 선생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시작한 작전은 꼬일대로 꼬여버리게 되고, 그런 뒤엉킴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마치 고대 그리스의 '에우리피데스'의 희극에서 나오는, <디워> 논쟁 때, 진중권님이 그토록 말씀하셨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나타납니다.
  바로 '서종철'의 아내 '성은교(방은진)'.
  발리댄스 강사이기도 하면서 '서종철'보다 나이도 8살이나 많은 이 현자의 출현으로 그들은 즉석에서 '어학연습실'을 법정으로 변화시켜 교통정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영화는 그간의 내용들을 정리하게 되는 거지요.

  물론,
  영화는 이제까지의 관객의 기대대로 꼬이기만 했던 내용들을 풀어나가지만, 그토록 마음 깊은 곳에 간직했던 '양미숙'의 컴플렉스가 단 10분간의 명상으로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은 아무리 코미디라는 장르적 요소를 생각한다고해도 너무 급작스러운 해결이 아닌가 합니다.
  더군다나 그 해결의 방법이라는 것도 '양미숙' 스스로의 깨달음이나 성장이 아니라, 유예된 시간 속에서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상황 속에서의 선택이었을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서종철'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에 대해 스스로 대답하면서 내린 결정은,
  자신의 컴플렉스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집착을 포기한 것, 패배를 인정한 것과 같은 느낌 받은 건 저만의 생각이었는지요.

  그렇게 납득되지 않았던 사건의 결말을 뒤로한 채 영화는 급작스럽게 희망적 결말을 향해 진행되는데요.
  감독이 끝까지 애정을 놓지 않았던 '양미숙'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확인 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영화가 풀어놓은 많은 갈등들,
  '서종철'을 비롯한 '성은교'와 '서종희'의 가족간의 갈등,
  '이유리' 선생의 타고난 색기,
  '양미숙'의 자신감 결여,
  어느 것 하나 시원스럽게 결론은 나지 않고 모든 것을 '너는 이쪽으로, 너는 저쪽으로 가라~'는 식의 결말이 저는 못마땅했습니다.

  한 마디로 개연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모든 캐릭터들이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훌륭히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스토리 중심으로 볼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스토리를 끌고 간다고 볼 수도 있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실험적이랄 수도 있는 캐릭터의 힘 만으로 100분의 시간을 끌고 가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닐런지요.
  그러다보니 꼬여만 가는 스토리의 해결을  현자의 등장이라는 방법으로 모두 이해하고 넘어간다 라는 식으로 끝맺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요.
  그러다보니,
  캐릭터는 살아 있고, 웃음 속에 메시지들은 난무하나, 메시지들의 구심점이 없어서 결론적으로 던져주는 의미는 흐려진게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60분 정도의 분량으로 이야기를 압축시켜 놓는 다면, 훨씬 짜임새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가 훌륭합니다.
  '공효진'은 말할 것도 없이 그녀 아니면 다른 배우는 전혀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양미숙'을 살려주었고,
  '황우슬혜' 또한 가만히 있으면 청순 가련에 남자들이 끊이지 않는 매력녀에서 백치미를 가진 밤의 요부의 모습까지 매우 훌륭하게 소화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명의 훌륭한 배우는 '서종희'역의 '서우'라는 배우입니다.
  '공효진'옆에서 시종일관 함께하며 '공효진' 못지 않는 연기와 포스로 연기대결을 펼쳐서 '공효진'못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비중은 적지만, '이종혁'과 '방은진'도 연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신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헌신적 연기는 훌륭했으나 영화의 구성력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이만큼 훌륭하게 캐릭터를 살려낸 영화를 만들어낸 '이경미'라는 감독의 발견이라는 의미 또한 커다랗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경미'감독님의 다음 영화가 더 기다려지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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