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 겉표지

이미지 출처 - Yes24



* 연민
* 슈테판 츠바이크, 이은화 역, 지식의 숲

  <발자크 평전>, <광기와 우연의 역사>로 유명한 '슈테판 츠바이크'연민입니다.
  '츠바이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여 더이상 설명 드릴 수는 없지만, 다수의 전기소설들과 중단편들로 유럽에서는 굉장히 유명했던 사람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뒤에 옮긴이의 말에 '그를 보려고 몰려드는 팬들 때문에 글쓰는 작업에 방해를 받아 잘츠부르크 그의 집 앞에 바리케이트를 쳐야 할 정도 였다'라고 하는 것을 보니 그 인기가 가히 하늘을 찌를 듯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츠바이크'는 당대의 유명인사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었는데, 그 중 '프로이트'의 친구이기도 했다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소설의 시작은 '1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었던 '호프밀러'를 우연히 빈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게 된 작가에게 '호프밀러'가 자신의 지난날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련의 사건들을 고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액자소설입니다. 누구나 빠지기 쉬운 젊은 날의 감상적 감정에서 시작된 사건이 점점 그 깊이를 알 수 없게 진행되고 그 안에서 올바르게 행동하고자 끊임없이 자아를 성찰하는 주인공이 결국 운명이라는 힘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연속에서 좌절을 겪게 되는 '자아와 세계'와의 대결을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은 치밀한 심리묘사와 상황 전개로 인해 시작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400페이지가 넘은 꽤 많은 분량을 지루해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의 중심을 관통하는 중요한 사건인 '호프밀러'의 실수라는 것은,
  우연히 초대된 '케케스팔바' 저택의 파티에서 실수로 다리가 장애인 소녀에게 춤을 신청한 것이었는데, '케케스팔바'의 외동딸이었던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마음에 그녀를 찾아 방문하게 되면서 자신의 감정과 그녀에게 생겨난 감정의 깊이를 착각하는 데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평소 같았으면 쉽게 거부하고 말았을 그 연민의 감정이 주변의 여러 상황과 함께 '연민'인지, '동정'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을 혼란에 빠져들어 결국에는 피하지 못할 비극적 상황에까지 이르는 동안 '호프밀러'의 감정 변화와 사고의 파고를 작가는 치밀하고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엉뚱하게도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시절,
  '정말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장애를 가진 것 쯤은 문제가 되지 않아'라고 생각하던 제 자신이었습니다. 그 때도 어렴풋이 그 상황의 내 감정이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생각이었지만,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거치는 사이 사랑한다는 감정에는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있음을 알게 되고 그런 내 다짐이 헛된 것임을 알게되었습니다.
  멀쩡한 정신과 멀쩡한 육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순수하게 교류되기 힘든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인데, 어떤 한 요소가 결핍되어 있다는 것, 그것이 결코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것이 확정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성인과 같은 이타심을 가지지도 못한 내가 그 상황을 극복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인거죠.

  여튼,
  장애라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사랑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연민'이라는데에는 별 다른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가만히 제 자신을 돌이켜 봤을 때, 누군가를 '연민'의 감정으로 사랑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연민'으로 사랑받아 본 적은 있었던 것 같고, 그 끝은 처참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연민'이라는 감정 자체에 상대에 대한 깊은 배려심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사랑'에 필요한 '이해심'과 혼동될 여지는 많은 것이겠지요.
  한 때는 저도, 상대방이 가진 결핍된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무언가 뒤틀어져보이는 그 부분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부분을 제가 가진 능력으로 채워가면서 상대방이 좀더 아름다운 모습이 될때, 그 옆에 있는 보람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런 부분이 다 채워지고 나면 제 스스로 흥미(?)를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지금은, 그냥 단순이 눈이 높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여튼,
  순간적인 '연민'으로 이루어진 사랑은 결국은 대상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일방적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사랑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저는 '호프밀러'의 감정보다 '케케스팔바'의 외동딸, 연민의 소녀 '에디트'의 감정이나 행동에 더 집중이 되었는데요.
  10대 소녀인 그녀, 장애에서 비롯된 왜곡과 과장의 감정이 이룰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감정이라는 것을 십분이해하면서, 그런 상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호프밀러'의 착하고 바보스러운 생각에 '연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요소요소에 배치된 필연적 사건들의 관계가 꽤나 밀도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의 다른 소설들인 <발자크 평전>, <광기와 우연의 역사>등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서술자는 이 이야기가 거의 실화라고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제가 그런 상황을 맞이한다고 해도 별 다를 것이 없지않을까...
  인간이 가진 '측은지심'이라는 것이 때로는 저런 결과도 가져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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