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김훈'의 <바다의 기별>에 나와있는 첫 구절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이라고 불리워지는 것들과 '이별'이란 것을 하고 난 뒤에 나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다. 닿을 수 없는 것들, 이별해야만 아는 것들, 그제서야 '사랑'이라고 불리우는 것들,
간절히 원하면 원할 수록 내것이 아닌 것들, 그제서야 '사랑'이 되어 오는 것들.

결핍되어서야 비로소 그 자리를 인식하게 되는 모든 것들은 언제나, 기어이, 기어코 그 자리에 생채기를 만들고, 그 생채기가 아물 때쯤이 되어서야 가슴 한 자리에 오롯히 담기고는 했다.

더이상 부를 수 없는 이름들,
더이상 내 것이 아닌 그 열망들을 가슴 속에 담는 훈련을 부단히도 해왔었지만,
처음엔 그것이 사람에게만 속하는 것인 줄만 알았고,
다음엔 그것이 나에게서반 비롯하는 일인 줄만 알았고,
그 다음엔 체념으로서만 벗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것은 바다처럼 밀려갔다 밀려오는 것,
다만 그 바다에 앉아서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는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그이의 깨달음은 그래서 전적으로 옳다.

여전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나,
갈수록 낮아져만 가는,
밀려오고
밀려와서 부서지고,
밀려가고
밀려가서 아득해지는 파고를

그저 묵묵히 쫓고 있는 것은 그것에 다름아니다.

여전히 부를 수 없는 이름을 부르고 있는 나,
그 앞에서 메아리를 기다리는 나,
'사랑'이라 부르기 위해 기다리는 나의 모습.
다가오지 않는 '너'
숙인 '너'의 머리 위로 드러나던 반듯한 가름마.
그리고 '너'의 '정맥'

아직은 다 알지 못하는 그이의 글.



'김훈' 이 다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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