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 - 김연수

* 여행할 권리
* 김연수, 창작과비평사


  소설가 김연수 또한, 애써 외면하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었다.
  작년 제작년 쯤,
  생활과 삶과 일에 대한 무기력증으로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뭐 재밌는 거 없을까?" 를 입에 달고 살던 몇 달이 있었다.
  그런 무기력증은 사실, 하루에도 몇 번씩, 한 해에도 수십번씩 지나쳐가는 일과와도 같은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국면을 전환할 어떤 계기를 다만 찾기 싫어하고 있었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 쯤에, 지인이 읽어보라고 추천해준 사람이 바로 "김연수"

  "아마 니 스타일에 맞을 거다. 글 잘쓰고, 탐구적이고, 약간 머리 아프고."

  그 이야기를 듣고 몇 번이나 읽어보려고 이 책, 저 책을 들춰봤지만, 사실 머리에 들어오는 책은 없었다. 그리고 왠지 잘 맞을 것 같다니까.. 아니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래서, 돌아서 다가가고자 구입한 책. "여행할 권리"
  요새 여행기 엄청나게 나오고 또 팔리는 것 같던데, 김연수도 별 수 없군.. 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들었는데. 보기보다 촉감이 탄탄하게 느껴진다.. 출판사를 봤더니.. 창비.. 그럼 그렇지..

  쉽게 읽을 책은 아닐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역시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외형상 여행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김연수의 문학과 무관하지 않다.
  구성상 1, 2부가 나눠져있진 않으나,
  앞 부분의 몇 번의 여행기가 그 여행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나 자신이 여행을 오게 된 이유등에 포인트를 주고 신변잡기적으로 풀어나가는 가벼운 에세이라면,
  뒷 부분의 여행기들은 그야말로, 자신이 평소 궁금해 하거나 소설을 쓰고자 관심을 가졌던 곳을 답사하며 소설 속 인물을 정리하고 구상해나가는 과정이라 상당히 어렵고,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래서 앞 부분의 반 정도를 읽을 땐, 혼자서 키득키득 웃느라 정신 없었던 적도 있었고, 작가 특유의 신경질적(?)인, 좋게 말해 섬세한 기지 속에 묻어나는 어설픔 때문에 인간적 애정을 느꼈지만, 뒷 부분의 반을 읽을 땐, 아..뭔가를 쓰기 위해서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은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할만큼 김연수의 치열한 작가정신을 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산문집을 관통하고 있는 커다란 단어 한 가지는 "국경", 혹은 "접경"으로 표현되고 있는 물리적, 심리적 경계인데,
  그러한 경계가 한 사람의 인간성, 혹은 정체성, 혹은 문학적 성취력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끊임없이 그 경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김연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누구나가 그렇듯,
  자신이 그어 놓은 자신만의 울타리를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건너가지 못하는 한
  언제나 그 안에 머무면서 그 밖의 세상을 보지 못하는 그런 삶.
  그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나 "국경", "경계"의 밖으로 "여행할 권리"가 주어져 있고,
  그 "여행할 권리"를 누리고 나를 초월하느냐,
  아니면 그냥 나에 안주하느냐.. 하는 것은 선택이라고 김연수는 말하고 있다.
  김연수의 소설들에 대해서 대충은 알 것 같은 느낌....

  앞 부분은 즐겁게 읽어서 "오~ 재미없단 말 구라잖아?" 하고 읽다가
  뒷 부분을 머리 싸매고 읽어서 쉽게 추천은 못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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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어느 국경을 넘고자 했던 이의 여행기 - 김연수, <여행할 권리>, 2008

    Tracked from Fly, Hendrix, Fly 2009/01/06 12:38  delete

    여행할 권리 - 김연수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여행을 꿈꾼다는 거 생각해보니, 대한민국, 한반도의 남쪽에 사는 이에게 국경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나 배를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거나, 혹은 북한을 돌아서 가지 않은 이상에야 다른 나라 땅을, 즉 국경을 넘었다는 표식을 만날 수가 없다. 영화를 보면서, 범죄자가 탈주를 위해서 국경을 몰래 빠져나가는 일들을 보아왔지만, 남의 일처럼 느껴지면서도 그것에 대해서 갈구해 본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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