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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공식 포스터



* 2008년 12월 21일 16시 20분
* 롯데시네마 (일산)
(★★★★)

  본래 진작에 볼려고 맘 먹었던 영화였으나, 먹고 살기에 바쁜 소시민인지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먼 일산까지 가서 보게 된 영화 <더 폴>입니다.
  아직까지, '중앙시네마''씨네시티'에서 상영이 되는 걸로 알고 있기는 한데, 왠지 '중앙시네마'는 땡기지 않았고(앞으로도 갈 일이 많이 있을테니깐요.) '씨네시티'에서 보고 오신 분이 올린 리뷰에, 화질상태가 불량해서 좀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봐버렸기 때문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드라이브도 할겸 다녀온 일산입니다.
  저는 서울시민도, 파주, 일산 시민도 아니면서 나름 자유로를 자주 달려보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왠일인지 '일산 호수공원'은 아직 가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롯데시네마'가 호수공원 근처더군요. 그래서 거기도 좀 들러볼까.. 하고 생각했더랬는데, 막상 영화관에 빠듯하게 도착하여 이번에도 호수공원은 그냥 지나치고 말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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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이 입고 있는 매력적인 의상 <더 폴> 스틸 컷

  여튼,
  '타셈 싱' 감독의 전작인 <더 셀>을 보지 않아서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여러 편의 광고와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분이라고 알려져 있는 감독이라고 합니다. 광고계에서 데뷔한 감독이 으레 그러하듯 '타셈 싱'도 비쥬얼적인 요소로 강하게 어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 영화 <더 폴> 역시 그러한 감독의 능력이 충만하게 표현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일단 영화에 대해 알려져 있는 기본적인 정보들을 말씀을 드리자면 이 영화는 어른과 아이가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는 내용의 불가리아 영화 <YO HO HO>를 기본 바탕으로 하여 무대를 미국으로 옮기고, 세계 곳곳의 명소들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한 영화입니다.
  때문에 영화의 구상에만 1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처음 영화를 촬영한지 4년 만에 완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환상적인 공간들은 거의 대부분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해서 촬영되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지요.

  영화의 아날로그적 비쥬얼을 위해 감독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가 바로 '오디어스'가 살고 있는 성을 둘러쌓고 있는 도시 입니다.
  실제로는 하얀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건물들이 빼곡한 도시 위로 황토색 흙벽의 성이 우뚝 솟아 있는데, 이 공간을 좀더 환상적으로 만들고자 감독과 스텝들은 일일이 푸른색 페인트를 나눠주고 사람들이 각자의 집을 스스로 칠하게 했다네요. 컴퓨터 그래픽이었으면 간단할 작업을 일일이 고생들여 수작업하는 감독의 의지가 매우 놀라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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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그 도시! 놀랍죠? <더 폴> 스틸 컷


  일단 놀라움은 이정도로 해두고, 영화의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아주 오래전, 아직은 무성영화가 상영되고 있을 무렵, 로스엔젤레스 한 병원에 영화 촬영을 하다가 철교위에서 말과 함께 뛰어내려버린 한 남자('로이')가 입원해 있습니다. 다리가 부러졌던 거지요. 그러나 실제로 그 남자는 사랑하던 여배우의 변심에 상심하여 자살을 시도했던 것입니다. 삶의 의미를 잃고 회복하기 어려운 부상을 입은 '로이(리 페이스)'는 더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때, 그 병원에 입원해 있던 '알렉산드리아'라는 꼬마 아이가 나타납니다.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는 오렌지를 따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져 있었지요.
  우연히 마주하게된 '알렉산드리아'에게 '로이'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며 꼬마아이를 이야기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그것은 바로 '스페인'의 악독한 왕이 었던 '오디어스'와 그에게 복수를 하려하는 여섯 용사에 관한 이야기 였습니다.
  처음에는 '로이'가 두려웠던 '알렉산드리아'도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면서 매일 같이 '로이'를 찾아오게 되는데, 그런 '알렉산드리아'에게 '로이는' 'MORPHINE'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영화는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벌이는 바깥이야기와 '오디어스''여섯 명의 용사'들이 벌이는 안쪽 이야기로 나눠져있습니다.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비쥬얼적인 요소들은 바로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함께 만들어가는 '용사들의 이야기'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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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복수에 나서는 '여섯 명의 용사들' <더 폴> 스틸 컷


  영화를 보기 전에, 몇 몇 리뷰들을 보았는데요. 대체적인 평들이 '비쥬얼은 좋지만, 스토리가 약하다', 혹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는데, 저는 영화를 보면서 전혀 그런 것들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영화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알렉산드리아'의 자유로운 다리를 이용하고자 했던(물론 처음에 그런것이지만요.) '로이'와 끊임없이 이야기에 끼어드는 '알렉산드리아'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하루하루 생각나는 것에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전개이기 때문에 다소 엉성한 면이 있는 것은 어쩜 자연스러운 결과일 거라는 생각을 한거죠. 그래서 보는 것이 그리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여섯용사'들의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이 실제로 바깥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로이'이거나, '의사' 이거나, '에블린'이라는 것이 아이의 순진무구한 상상력을 생각하게 해주면서, 나 조차도 꾸밈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해주었다고나 할까요.

  너무 긍정적인 방향의 설명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영화 밖의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관계, 결국 '알렉산드리아'에게 이야기를 해준 것이 발단이 되어 '로이'가 삶의 의지를 되찾게 된다는 해피엔딩도 동화적 설정 그대로여서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에필로그 처럼 이어지는 '알렉산드리아'의 독백 장면과 무성영화의 스턴트 장면들은 '아쉬타카'님이 이야기 해주셨듯, 마치 <씨네마 천국>에서 '토토'가 바라보는 영화의 키스장면들 처럼 가슴 뭉클함을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아쉬타카 님의 글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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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볼거리가 가득한 영화 인데요. 많은 분들이 보지 못하고 금방 내려가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운 영화.
<더 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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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르페 디엠 2008/12/24 12: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더 셀'의 충격적이고 매혹적인 영상을 어찌 잊을까요
    꽤 오래전에 본 영화임에도 몇몇 영상이 뚜렷이 남아있습니다
    이 영화 dvd도 구하기 힘드니 다른 경로라도 볼 수 있으면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어디서 돌 날라오는 소리~퍽)
    저번 주 '더 폴'을 볼 때만 해도 좌석이 많이 찼었는데..벌써 내려간다니 아깝네요
    어떤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셨어요?
    전 사원 안에서 춤추던 그 수피댄스 장면이예요. 오래전 우연찮게 수피댄스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요란한 음악과 함께한 다소 '쇼'스러운 수피댄스였던지라 바스락 바스락 옷자락 스치는 소리만 들리는 영화속 수피댄스의
    정적인 아름다움이 신과 접속하려는 수피댄스 본연의 목적과 잘 부합되더군요
    파란색 페인트칠 부분을 읽고 감독이 진정 영화를 즐기며 찍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런 '미'적인 영화 너무 좋아요~~

    • 차이와결여 2008/12/24 16:59  address  modify / delete

      역시 보셨군요 '카르페 디엠'님 ^^

      <더 셀>도 꼭 보고 싶은데요. 언젠가 기회가 되겠지요. 안되면... 어둠의 경로라도..ㅎㅎㅎ

      저는 <더 폴>의 거의 모든 장면이 다 좋아서 딱히 어떤 장면이라고 고르기는 힘들 것 같아요.
      '에블린'의 옷도 너무 예뻤구요. '블랙 벤티드'가 죽은 동생의 시신을 뉘어놓고 복수를 다짐하던 장면에 나오던 하늘로 치솟은 붉은 천도 좋았구요. 하여간 장면 장면이 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답니다.
      '수피 댄스' 장면도 멋졌습니다.

      음악이 좋은 영화도 감동적입니다만,
      말씀대로 이런 '미'적인 영화도 너무 감동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ㅋㅋ 그리고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