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후후,
꾸준히 내 블로그에 들락날락 하신 분들이면 아시겠지만,
메인 사진을 교체했다.

우연히 오고 갔던, 몇 개의 글들을 통하여, 여자로 변신한 내 모습을 궁금해하셨던 바, '카르페 디엠' 님께서 수고스럽게 작업을 해주시고는 메일로 카드 형태의 이미지를 보내주셨던 것이었다.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아무리 제 모습이라도 여자로 변신한 제모습은 부담스럽군요..ㅎㅎㅎ) 나름 이쁘고 귀엽게 꾸며주셔서 기쁜마음을 담아 메인 이미지를 교체하였다.

어떻게들 봐주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아름다운 사연이 담긴 이미지임을 생각해주시고 봐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기만 할 뿐이다. (어찌 보면 '강마에' 비슷하지 않습니까??? )

한 해 동안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올 해 나름 의미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전시회를 다니고, 공연을 관람하면서, 그때 그때, 그냥 잊기엔 아쉬운 느낌들과 생각들을 글로 남기고, 글로 남기면서 생각을 하고, 그러면서 나의 부족함도 알게 되고, 좀더 논리적인 내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뿌듯하기만 한데, 다만 나의 이런 주절거림들이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께도 소소한 '속삭임'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분명히, 제가 이렇게 심심하지 않게 블로그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도, 내 스스로 만족을 느끼는 것이 크기는 하겠지만, 블로그를 방문하시고,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많은 분들의 조그만한 몸짓들이 모여서 커다란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항상 고마움과 말로 할 수 없는 감사함을 '결이'는 여러분께 드립니다.
(고마워요 '카르페 디엠'님 ^^)

따라서, 여러분들의 기대에 100% 부응하지는 못하더라도 항상 이렇게 소소하게 읊조리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결이'가 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내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흐흐흐...

2.
어제도 영화를 보러갔었는데, 어제 영화는 리뷰 캠페인에 당첨이 되어서 관람하였던 것이라, 타의에 의해 좌석을 두 매 예매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오샘'이 시간이 될 듯하여 미리 얘기를 나누고 같이 보려고 했었는데, 결혼한 사람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함께 할 수 없었다.
뭐,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이 낯선 것도 아니고, 매일같이 혼자 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보려고 했다가 바람을 맞으니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극장에 가서 발권을 하고, 자리를 찾아보니 중앙열에, 왼쪽에서 두 번째, 세 번째 자리였다.(왜 세 번째, 네 번째가 아닌 건지 알 수 없었지만. ) 여유롭게 보겠구나 싶어서 한 쪽자리는 비워두고 세 번째 자리에 앉아서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두 분의 여성분이 오더니 내 옆 첫번째 자리와 두 번째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아마도 자리가 여유있는 편이라 대충 아무 곳이나 찾아와서 앉았던 것 같은데, 분명히 두 번째 자리의 예매권은 나의 손에 쥐어져있었고, 나는 그 두 번째 자리의 임시소유자임이 분명했다.

'자리 있다고 말할까?', '에이 그냥 내비둘까?'

순간 갈등이 생겼다.
예전 같으면, 혹시 모를 극장에서의 로맨스를 생각하며 두 근 반 세 근 반 가슴이 콩닥콩닥하면서, 옆 사람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 건지 신경 쓰였을 것이 분명했을텐데, 이젠 나이가 든 건지, 아니면 그런 로맨스가 흔치 않은 일임을 깨달은 건지, 그냥 내버려두고 영화만 잘 보고 나왔다.

이런 나의 초연함(?)도 나름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전에는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갈 때면, 아주 늦게 들어가거나, 미리 들어가 앉아서 뒤는 절대 돌아보지 않고 스크린만 응시하다가 불이 켜지자마자 나오곤 했었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혼자 영화보기'의 추억은,
7년 전, 여의도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던 무렵의 일이다.
그 때도 싱글이었던 나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토요일을 맞이하여 후배의 주선으로 소개팅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약속장소는 '신림역', 시간은 7시.
회사는 1시면 끝나는 거였고, 대충일을 하다 나간다고 해도 3시를 넘기기 어려웠다.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을 하다가 마침 보고 싶었던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보기로 결심을 했다.
극장은 신림역과 가까운 총신대 입구 역의 어떤 영화관.
예매를 하고 시간에 맞춰 극장을 찾았다.

역시 그때까지는 아직 어색하기만 하던 '혼자 영화보기' 여서 커피 한 잔을 테이크 아웃하여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작은 영화관 이어서 관람석은 중앙열 밖에 없었고, 양쪽으로 통로가 있는 형태였다.
자리를 찾아보니 사람이 얼마 없어서인지, 중간쯤의 왼쪽 끝자리였다. 그렇게 자리를 확인하고 내 자리를 찾아갔는데, 이런, 왠 커플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였다. 순간 갈등.

'비켜달라고 할까?', '에이... 괜히 꼬장피는 것 같지 않아?', ' 자리도 넉넉한데 잘먹고 잘살으라고 하지 뭐. 퉤!'

하필 커플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는 것이 아니꼽기는 했지만, 싱글이라는 괜한 자괴감으로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영화가 막 시작하려고 할 무렵,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우루르 몰려 들어오는 것이었다.
대학생 특유의 화기애애함을 풍기면서 남자, 여자들이 몰려와 자리를 찾기 시작하는데, 아뿔사.
그들이 내가 앉아 있는 라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었다.

졸지에, 그들로부터 정해진 자리에도 앉지 않는 '몰지각한 인간'으로 몰릴 위기에 처한 나, 더군다나 그들은 10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어... 비켜야 되는 거야?, 미리 일어나야 되는 건가?'

내 자리가 아닌 좌석에 앉아 있던 나의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런 영화를 혼자 보러 온 것도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를 보는 눈빛들이 이상해~ 우~'

딱히 죄지은 것도 없으면서, 더군다나 아니꼽긴 했지만, 선의로 행동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괴로워해야 한다는 것이 억울했다.

다행히,
그들이 예약한 자리가 내 옆옆 자리까지여서 내가 일어날 필요까진 없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야한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옆의 대학생들을 곁눈질로 눈치 보면서 움추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자, 일어서는 커플과 대학생들,
그들은 분명히 아무런 생각없이 나를 바라봤을 터였지만, 나에게는 그들의 눈빛이 평범하게 느껴지진 않았고,
내 자리를 빼았았던 커플들에겐 증오의 눈빛을 날려주었던 기억..
그들이 거의 빠져나가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나왔던 소심했던 기억이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그런 경험들을 거치면서 나는 점점더 낯두꺼운 사람이 되어갔고,
이제는 그런 시선들 쯤은 아무렇지 않게 '뭘 보니? 영화 보러 온 사람 첨보니?' 정도의 멘트를 날릴 정도가 되었다.(물론 속으로...)

혼자 영화보기 두려운 분들...
저또한 전엔 그랬답니다.

하지만, 뭐 별스러운 건가요.. 어차피 영화보러 온 사람들은 주위에 누가 왔는지, 혼자 왔는지, 둘이 왔는지, 신경쓰지 않는답니다.

용기를 내서 영화를 보러 다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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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ilverzero 2008/12/25 17: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Sorry! But I am happy. This picture is like my Christmas card.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p.s Sorry, I can´t write in Koreanish.

    • 차이와결여 2008/12/25 19:32  address  modify / delete

      ㅋㅋㅋ 즐거우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카르페 디엠'님이 보내주셔서 메인에 올려보았어요. 잘어울리나요?? 후후..

      '실버제로'님에게도 올 한 해 너무 감사드려요.
      비록 먼 곳이지만 '실버제로'님도 행복한 연말연시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런데, 어딜 가셨길래. 한글입력도 안되는 것일까나... '크리스마스'를 맞아 어디 놀러가신거죠? 왕 부럽...^^

  2. 카르페 디엠 2008/12/26 11: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이고..이걸 진짜 올리시면 어쩌나요..혼사길 막히십니다^^
    아마도 실버제로님도 너무 놀래 한글 자판 입력을 잊어버리신 듯 합니다~~
    클스마스도 끝나고 했으니 얼렁 내리세요~~언제까지 혼자 영화 보시려구요
    아침에 나가는 남편 붙잡고 블로그 메인을 보여줬더니, 하는 말,
    '저 여자 머리 상태가 왜 저래?'
    음하하하!!!!

    • 차이와결여 2008/12/26 11:42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설마 막힐려구요.. ^^

      내년이 올 때까진 걸어 놓으려구 했는데... ㅋ 내렸습니다.

      '남편'분의 말씀을 들으니 정말 제가 이쁘장한 건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못하다간 정체성에 문제가 생기겠어요.. ㅋㅋㅋ

  3. 비밀방문자 2008/12/29 18: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차이와결여 2008/12/29 20:52  address  modify / delete

      그럼 그럼,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놀다가 가~~
      뭐 남들은 좀 부럽게 보이는 내 생활일지 몰라도,

      즐기기까지는 못하고 그냥 혼자 열심히 노는 거지..^^
      크리스마스 같은 날은 남들과 반대로 놀기.. 뭐 이런거 하고 놀아 ㅋㅋ

      언젠가는 이 생활도 끝나는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 열심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