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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클라우즈> 미국 포스터




* 2009년 1월 2일 16시 25분
* CGV 오리
(★★★☆)

  1월 1일을 집에서 뒹굴면서 지낸 뒤에 올 영화의 스타트는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보충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선택한 영화 <러브 인 클라우드>. 원제는 <Head in the Clouds>

  여기 저기의 작품평들을 읽어보니 대략 그 평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몬스터>로 아카데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샤를리즈 테론'<귀향>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페넬로페 크루즈'가 그들의 연기력이 하양세를 걷게 되는 시발점이 된 영화라는 말들과 함께, 아주 저조한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여서 2004년에 제작된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우리 나라에 소개된 다는 것은 순전히 두 여배우의 이름값 때문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혼자서 영화를 보러갔었는데요. 본래 가운데 넓은 줄의 왼쪽 끝자리를 선호하는 저이지만 이미 예약이 되어 있던 관계로, 어쩔수 없이 완전 중앙의 좌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양 옆으로 혼자 오신 여성 분들이 차례로 와 앉으면서 조금은 긴장을 해버린 탓에(영화의 처음부분에 노출이 좀 심했거든요.) 좀더 집중해서 본 탓에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이제사 해보게 됩니다.

(줄거리에는 많은 스포일러가 숨어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최대한 간단하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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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 젖은 채로 불쑥 '가이'의 방에 들오온 도발적인 '길다' <러브 인 클라우즈> 스틸 컷


  영화는 1920년대 파리의 허름한 시장골목을 흑백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그 시장거리를 발랄해보이는 10대의 '길다(샤를리즈 테론)'가 친구들과 함께 지나가고 있지요. 그들은 점성술사의 집을 찾고 있습니다. 이윽고 들어가는 소녀들, '길다'는 손을 내밀어 점쟁이에게 손금을 보여주지만 그 점쟁이는 점보기를 거부합니다. 이상하다 여긴 친구들이 모두들 빠져나간 뒤 혼자 찾아와 점쟁이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물어보는 '길다'

  '34살의 네 모습을 보았어'

  그렇게 장면이 바뀌면서 1933년의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넘어갑니다. '가이(스튜어트 타운센트)'는 에블린에서 유학을 온 모범생 청년이었죠.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그의 기숙사방으로 대학 내의 인기 스타인 '길다'가 들어옵니다. '길다'는 젊은 대학 교수인 '쥴리앙'과 사귀고 있었지요. 그녀는 애인을 만나러왔다가 수위에게 쫓기어 허둥지둥 그의 방으로 숨어들어왔던 거였습니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두 사람. 별다른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유분방해 보이는 그녀의 매력에 '가이'는 조금씩 빠져들게 됩니다. 결국 '쥴리앙'이 보는 앞에서 벌거벗은 모습을 들키게 되는 두 사람. 허둥지둥 당황하는 '가이'와 달리, '쥴리앙'도 '길다'도 별로 게으치않는 모습을 보면서 '가이'는 두 사람 모두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럴수록 끌리는 마음 또한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상속녀였던 '길다'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충격으로 홀연히 영국을 떠나겠다는 '길다'를 보면서 마음을 달랠 수 밖에 없는 '가이'.

  몇년 후, '가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길다'로 부터 편지를 받게 됩니다. 파리에서 사진작가가 되어 있는 그녀. 모든 것을 팽개치고 이번만은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파리로 날아가는 '가이'.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자유분방하게 사는 '길다'는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파리에서 사진작가 활동을 해가며 클럽에서 일하는 '미아(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기묘한 세 사람의 동거가 그 때부터 시작하게 되는 데 셋은 누구도 부럽지 않을 사랑과 우정을 쌓아가며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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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 그윽한 눈빛의 '가이' <러브 인 클라우즈> 스틸 컷

  그러던 중, 스페인에서 일어난 내전이 점차 확대 양상을 보이자,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는 '미아'와 그곳에서 파시즘에 반대해 공화파에 가담하고자 하는 '가이'는 스페인으로 떠날 것을 '길다'에게 알리게 되는데, 자유주의자인 '길다'는 혹시라도 그들을 잃게 될까봐 두렵지만 그들을 사랑하기에 막을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미아'와 '가이'는 스페인으로 떠나고, '길다'는 혼자 파리에 남게 되는데....


  줄거리를 상당히 장황하게 이야기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윗 부분의 줄거리가 3분의 2쯤 되는 스토리 인 것 같습니다만, 대강의 스토리를 알아야 영화를 이해하는 것도, 또, 보러 가고 싶은 마음도 드실 거라는 생각에 구구절절히 이야기하고 말았네요.

  영화는 이렇듯, 사랑과 우정에 걸쳐진 세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데 주안점을 두고있는 한편, 현재에 충실한 인생을 살아가는 열정적인 여인 '길다'와 보다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참된 삶의 모습을 생각하는, 그래서 남의 나라의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총을 들고 뛰어드는 '가이', 그리고 조국을 사랑한 여인 '미아'의 모습을 통해 세계 2차대전 때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그 안에서의 개인의 삶의 모습을 상당히 리드미컬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인공도 세명이지만, 영화도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는데요.
  '가이'와 '길다'가 처음 만나는 케임브릿지 대학에서의 내용이 첫 번째,
   떠났던 '길다'와 '가이'가 파리에서 만나 '미아'와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 두 번째,
   그리고 스페인으로 떠난 뒤, '가이'와 '길다'가 다시 재회하게 되는 내용이 세 번째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여인 '길다'에게 빠져들어가는 범생이 '가이'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으로 표현되어있고,
   두 번째 부분에서는 '미아'의 등장과 함께, 미묘한 감정이 흐르는 세 인물의 관계가 중점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부분에서는 이야기의 결론과 함께 실질적인 극의 주인공인 '길다'에게 중심이 맞춰져 표현되어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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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해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미아', 공화파로 총을 들고 싸우는 '가이' 오랜만의 해후 <러브 인 클라우즈> 스틸 컷


  결국, 여러가지 장황한 이야기들을 곁다리로 걸고 있긴 하지만, 이 영화는 '길다'의 영화라고 볼 수가 있겠는데요.
  세 번째 부분에서 '길다'가 '가이'에게 남기는 편지의 내용을 인용하면 대강의 큰 이야기 틀이 이해되실 거라 생각해서 인용해봅니다.

"내 사랑, 난 지금 열심히 생각 중이야.
과거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인생은 자신에게 충실하며 옹골지게 살면 된다고 믿어왔는데
그 믿음이 흔들렸어.
모든 일은 예정된 걸지도 모른다고…
시간이 별로 없어.
인생을 허둥지둥 살아온 거 같아.
돌아보니 우정 외에 이룬 게 없더군.
당신과 나 그리고 미아의 우정"

  사실 저는 전쟁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해서, 독일군이 나오고 그에 대항하는 연합군이나, 레지스탕스 들이 나오는 영화는 더욱 싫어하는 편이라.
   <쉰들러 리스트>와 같은 영화도 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쉰들러 리스트>가 전쟁영화라고 볼 순 없겠죠.
   인간적인 면이 극도로 부정되는 '전쟁'이라는 상황, 그 속에서 발휘되는 휴머니즘, 그리고 영웅적인 인물의 모습.
   너무나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이야기의 틀이라 좀 따분해하는 감이 없지 않은데,
   때로는 그런 틀 속에서도 <타인의 삶>, <인생은 아름다워>와 같은 멋진 영화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안 볼 수가 없긴합니다.

  이 영화도 후반부에 갈수록 그런 전형적인 패턴에 닮아가게 됩니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분들께서 '이도저도 아닌 영화'라고 평을 하거나, 얼마 전 개봉했던 <블랙북>과 같은 영화라고 분류하시고 박한 평점을 주시는 것 같은데,
저는 조금 달리 보아서 이 영화는 '사랑''우정'에 대한 이야기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 '길다'가 편지에서 이야기하는 것 처럼 갑작스럽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장면이 쉽게 납득할 수 있을만큼 설득력이 있진 않습니다만,
   원래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또 인생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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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 '가이', '미아' 그들의 아름다운 한 때. <러브 인 클라우즈> 스틸 컷


  제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가장 커다란 이유는
  등장인물 세 명의 선택과 그들의 삶에 저는 모두 공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유로웠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가질 수 없었던
   결혼을 하게 되면 더이상 노력하지 않게 될 것이므로 결혼은 싫다고 말하던 '길다'
   그토록 '길다'를 원하였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스페인으로 가는,
   그리고는 결국 자신의 신념이 옳지 않을 수도 있음을 직접 체험하고 나서야 돌아서는 '가이'
   사랑하는 사람이 또다른 사람과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 그 모두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나중에는 그 또다른 사람과도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미아'
   이런 그들의 삶에 모두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아마도 제가 이영화를 남들보다 인상깊게 보게 되었던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샤를리즈 테론'은 매력있는 자유주의자 '길다'를 어색하지 않도록 잘 표현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생긴 것도 바르게 생긴, '스튜어트 타운센트'는 또 나름의 바른생활 사나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 해주었구요. 더군다나 실제로 연인사이였던 둘은 뜨거운 베드신을 여러 번이나 연출하여서 혼자 보러온 저를 여러 번이나 민망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이 영화가 어째서 15세 인건지... 이제 중학생들은 그 정도 노출도 적정하다고 심의위원회가 판단 한 건지요...)
  '페넬로페 크루즈'는 다른 두 명에 비해서 비중이 적고, 나오는 장면도 적었지만, 나름 노메이크업에 희생적인 간호사로 나왔던 장면이 그 전의 화려했던 의상을 입었던 씬보다 훨씬 아름답게 느껴져서, 이제까지 머리 속에 들어있던 '섹시함'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요새 딱히 볼 영화가 없든데요...
   <쌍화점>도 별로라는 소리가 많구, 다른 것들은 대개가 다 본 것들이구요.
   마땅히 볼 영화가 없으신 분들은,
   친한 친구와 삼삼오오 영화관을 찾으셔서 봐도 괜찮을 듯 싶은 영화입니다.

  1930년대를 재현한 세트도 멋있고, 두 명의 여배우가 '랄프 로렌', '샤넬'의 모델이라 그들이 입고 나오는 멋진 옷도 볼거리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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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하(初夏) 2009/01/05 09: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영화광이신 것 같아요... :)
    저는 위블의 추천을 받아 리뷰로는 처음 쓴 "지구가 멈추는 날"이란 영화 때문에 검색따라 들러갑니다.
    시간 때문에 많은 영화를 보지 않는 편이지만, 자세한 설명으로 영화 한 편을 본 듯 합니다.

    • 차이와결여 2009/01/05 12:38  address  modify / delete

      아이고, 과찬의 말씀이셔요.^^
      그냥 시간이 많아서 영화를 자주보게 되는 것일 뿐이지요~

      자주 자주 뵙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방문, 댓글 모두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