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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공식 포스터



* 2009년 1월 7일 18시 00분
* CGV 오리
(★★★)

  감독부터 남녀주연배우까지 모두 호주 출신들이 의기 투합하여 만들었다는 영화 <오스트레일리아>.
  그 전까지 '호주' 출신의 배우나 감독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새삼스레 무슨 애국영화를 만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두 배우가 출연을 한다기에 관람을 결정했습니다.

  '호주', '호주' 하니까 제가 좋아하는 많은 배우들이 생각나는데요. 좀 된 배우로는 '멜 깁슨'으로부터 해서, <다크나이트>라는 명작을 남기고 명을 달리한 '히스 레저'도 호주 출신배우이고요. 가수로 더 유명하지만, <그리스> 와 같은 영화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올리비아 뉴튼 존'을 빼놓을 수가 없네요. 그 밖에도 '나오미 왓츠', '러셀 크로우', '케이트 블란쳇','에릭바나'...배우로는 너무나 많고요, 제가 알지 못할 많은 영화 관계자라거나, 엔터테이먼트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제까지는 모두 헐리우드 시스템에 속하여 헐리우드 방식에 충실한 활동을 보여주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 <오스트레일리아>도 헐리우스 시스템에서 벗어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 싶지만, 그래도 호주 출신 영화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조국에 바치는 찬가 정도가 아닐까 하는데요...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니콜 키드먼'도, '휴 잭맨'도 아닌 '오스트레일리아'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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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 잡히기만 해봐!' 다윈에 도착하는 이기적인 기럭지의 '새라' <오스트레일리아> 스틸 컷

  영화의 시작은 '새라 애슐리(니콜 키드먼)'가 도무지 영국으로 돌아올 줄 모르는 남편을 찾아서 '오스트레일리아''다윈'으로 떠나면서 시작합니다. 남편은 '다윈'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호주 북부의 평원지대에서 큰 목장 '페어웨이 다운즈'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키우는 소들을 군대에 납품하고 목장을 새롭게 일으키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라'는 그런 남편이 원주민 여성에 빠져서 바람을 피우느라 오지 않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남편을 찾아 나선 것이었죠. 하지만 목장에 도착한 '새라'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남편의 죽음 소식이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새라'에게 그날 밤 속칭 '잃어버린 세대'라고 일컫어지는 원주민과 백인사이에서 태어난 '눌라'라는 이름의 아이가 나타나 목장의 비밀에 대해서 알려주게 됩니다. 그 목장에서 몇 대에 걸쳐 일을 해왔던 한 가문의 일꾼 '플레쳐(데이빗 윈헴)'가 목장을 자신의 손에 넣고자 당시 호주의 최대의 목장주였던 '킹 카니'와 손을 잡고 부정한 짓을 했었던 것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남편의 하고자 했던 일을 알게 된 '새라'는 남아있는 1,500마리의 소떼들을 이끌고 호주 북부를 가로지르는 모험을 감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죠. 이 때, 자신을 '다윈'시에서 데려다주었던 '소 몰이꾼(휴 잭맨)'이 나타납니다. 그녀에게 사정하는 '새라', 하지만 소를 몰 인원도 부족하고,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일을 한 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몰이꾼'은 '영국산 순종 암말'을 주겠다는 '새라'에 말에 결국 그녀를 도와 소를 몰고 '다윈'시를 향하여 출발하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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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난 페어웨이 다운즈 <오스트레일리아> 스틸 컷

  시대적 배경은 진주만 폭격이 있었기 얼마 전입니다.
  일본과 독일이 손을 잡고, 세계 각국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게 되는 암울한 상황이지요. '오스트레일리아'는 워낙에 전장에서 떨어져 있는 곳이라 아직까지 전쟁의 화마가 미치진 않았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었기에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면서 본국을 지원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던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영화의 후반부에는 진주만을 폭격했던 일본 비행기들이 다윈시에까지 폭격을 감행하게 되고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되는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것 같지만, 영화에서는 그 이상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다만 전쟁의 한 축을 사용하여 두 남녀의 사랑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지고 있다고 보면 될 듯 합니다. 그러므로 전쟁영화라고 보는 것은 좀 무리가 있겠고, <진주만>과 같은 영화와 비교할 순 없는 영화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여튼,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는데요.
  전반부는 광활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연과 풍경, 그리고 1,500마리의 소를 이끌고 사막을 횡단하는 여정을 통해 전형적인 자연과 인간의 대결, 그리고 여러 가지의 고난을 헤쳐나가고 결국 승리를 쟁취하고야 마는 의지의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중간 중간 그들을 막고자하는 '플레쳐'의 증오가 한데 섞이면서 성격이 조금 애매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까지 양념처럼 첨가되어야 했으니까요...

  영화의 후반부는
  천상 여자 였던 '새라'와 끝까지 자유롭고자했던 '몰이꾼'의 두 가지 감정이 '눌와'에 대한 애정의 두 모습으로 갈등을 일으키면서 파탄으로 치달을 듯 하지만, '다윈'의 폭격이라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서로에 대한 오해의 벽을 허물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구조로, 역시나 전형적인 전쟁멜로물의 이야기구조를 따라가고 있기에 후반부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새라'와 '몰이꾼'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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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이별이에요 미세스 보스' <오스트레일리아> 스틸 컷

  여기에 영화의 시작부터 등장하는 '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설정, 즉 전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순혈주의를 고집했던 나라 중 하나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원주민'들의 고유성에 대해 말하려는 듯한 혼혈아 '눌와'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 그리고 원주민의 할아버지 정도로 설정된 '킹 조지'로 대변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신비성이 한데 어울려 있는데,
  사실, 설정만 그들을 위한다는 식으로 되어있을 뿐, 영화에 등장하는 원주민들은 역시 모두 무식하고,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본능에 의해 움직이려하고, 주술성에 의존하는 듯한, 바로 오리엔타리즘에 입각한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은 몹시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아이를 갖을 수 없었던 '새라'가 그토록 모성본능을 발휘하여 '눌와'를 지켜내려 애쓰지만 정해진 바에 따라 '킹 조지'를 따라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설정, 그리고 안타까운 모습으로 그것을 인정하고 바라보는 '새라'의 모습을 통해 백인들의 원주민 정책이 원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나 결국엔 원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자기보호적 변명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의 마지막은 좀 씁쓸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그리 길지 않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 중 가장 드라마틱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을 떼어내어 수많은 돈으로 치장하여 꾸며낸 호주판 '용비어천가'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 '호주의, 호주에 의한, 호주를 위한'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영화이지만, 결국 그 '호주'라는 말에는 '백인'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버리고 만 영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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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리, 이 하모니카 소리가 안들려요?' 눌와에게 달려가는 새라 <오스트레일리아> 스틸 컷

  영화의 장면 장면들은 당연히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연 풍광과 함께 장엄하고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지만, '호주 관광청'이 지원한 영화 치고 호주의 구석구석을 소개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는 듯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고, 뒷부분의 전쟁 장면은 단기간에 끝나버리고 말았던 폭격의 특성상 전쟁의 비참함을 드러내기에는 좀 적은 분량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1억 2천만 달러라는 투자액이 말해주듯이 장면의 완성도는 나름 뛰어난 편이며 세트의 사실적인 모습들은 볼만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주연 배우, '니콜 키드먼''휴 잭맨'은 다른 영화에서 보다 인간적인 면을 좀더 많이 보여주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어쩜 그것은 제가 영화를 볼 때부터, 그들을 좀 애국자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콜 키드먼'의 초반 악센트 강한 영국식 발음은 훌륭했으며, 과연 그 당시 도도한 영국 귀족부인이 근본도 모르는 '소 몰이꾼' 정도에 그렇게 쉽게 마음을 빼앗길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도 없진 않았지만, 그건 영화적 설정이니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휴 잭맨'도 평소 젠틀한 이미지의 우람한 근육질 신사에서 좀 까탈스럽고 방정맞기도 한 자유주의자 '몰이꾼'의 모습을 매력 넘치게 연기해주었다고 생각은 됩니다만, 온몸에 나 있는 체모들은.. 왠지.. '울버린'을 자꾸만 생각나게 하더군요.. ^^

  여튼,
  2시간 40분이 넘는 시간을 앉아서 영화를 보는 동안 처음에는 누구의 말 처럼 소떼만 나와서 황당했고, 후반부에는 뜬금없는 마무리로 어이가 없었지만, 지루하게 봤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2시간 정도로 마무리를 하였어도 괜찮을 듯 싶었는데, 아마도 감독의 의지가 스펙터클, 버라이어티, 대하 드라마 였던 것인지, 길고 긴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느덧 영화가 개봉한지도 한 달이 넘어서 슬슬 극장에서 내려가고 있는 추세던데요. 아마도 다음 주 정도면 다시 보기 어렵겠지요..

  그나저나,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니콜 키드먼'이 은퇴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진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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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로맨스인 영화 <오스트레일리아>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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