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다음

<티스> 메인 포스터



* 2009년 1월 22일 17시 00분
* 허리우드 극장 (종로)
(★★★)

  2007년도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되어 많은 반응을 이끌어 냈던 호러 애로 영화 <티스(Teeth)>입니다.
  매번 말씀드리는 거지만, '선댄스 영화제'는 작품성과 대중성 양면에서 신뢰할만한 영화제이므로 이 영화를 그냥 넘어갈 이유는 없었지요.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여러 사이트들을 헤맨 결과 영화 <티스>'버지니아 덴타나:Vagina Dentata'라고 하는 이빨이 달린 여성성기에 대한 고대 신화에서 그 내용을 차용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 제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막연한 거부감이나 공포심이 아닌, 익숙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낯익은 느낌.
  여튼,
  자칫하다가는 B급 애로 코메디 영화가 될 수도 있는 이러한 소재를 영화로 만들어 평단의 호평을 받고, 주인공 '제스 웨이슬러''심사위원 특별상'까지 받았다고 하니, 어떤 영화일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우리 나라 영화심의제도가 많이 엷어졌다고는 하나, 이러한 소재가 어떻게 개봉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했는데요. 찾아보니 '무삭제'로 개봉이 확정되었다더군요. 그래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하지만, <티스>를 상영하고 있는 곳은 '낙원상가4층' <허리우드 클래식> 한 곳이었습니다. 차를 가져가는 것도 여의치 않은 곳이라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서야 겨우 볼 수 있었지요.

이미지 출처 - 다음

'여성은 소중한 존재이니까요.' 자신의 여성관을 펼치는 '던' <티스> 스틸 컷

  주인공 '던(제스 웨이슬러:Jess Weixler)'은 결혼하기 전까지는 순결을 지키고 살아가겠다는 '순결서약'운동을 하는 건전한 사고의 학생입니다. 확고한 신념아래, 주변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 쯤은 무시하고 자신이 생각한대로 잘 살아가고 있었죠. 그녀는 어렸을 적 부모님의 재혼으로 의붓오빠 '브레드(존 헨슬리:John Hensley)'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오빠란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 건지, 하드 코어 음악만 하루종일 틀어놓고, 비디오 게임이나 하고, 여자 친구를 불러다가 대낮부터 섹스나 하는 등, 구제불능의 문제아 였지요. 그리고 오래전부터 '던'을 사랑해왔다면서 추근덕댑니다.
  여튼 그런 오빠와는 달리 너무나 바른 생각으로 잘 커준 '던'은 집안의 귀염둥이였지요. 그러다가 '순결서약'운동에서 만난 반 친구 '토비(헤일 애플맨:Hale Appleman)'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그전까지는 누구를 만나도 잘 지킬 수 있었던 순결한 마음이 이상하게 자꾸 음흉한 쪽으로만 상상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지요. 드디어 '던'이 첫사랑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녀석, '토비'는 정신적으로만 순결한 녀석이었던 겁니다. 여튼, 불안함을 느낀 '던'은 '토비'에게 연락을 해서 더이상 만나선 안되겠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몰래 만나서 수영하면서 놀다가 섹스를 하곤 한다는 숲 속 폭포연못에서 만난 둘은 서양아이들 답게 훌훌 벗어던지고 연못에서 수영도 하고, 키스도 하고 하다가 추위를 피하려 폭포 안 동굴로 오르게 되는데요. 늑대가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싫다고 하는 '던'을 강제로 제압하고 드디어 '토비'는 원하던 것을 얻으려 하는데, 그만...

  이미 위에서 다 이야기를 한 것이긴 하지만, 아이들도 볼 수 있는 블로그인지라.. 자세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붉은 반지를 생각해' 순결을 상징하는 반지를 낀 둘의 위험한 장난 <티스> 스틸 컷

  저는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갔기 때문에 과연 이 말도안되는 엉뚱한 상황에 대해 주인공이 어떻게 대처를 하는지, 또,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결론적으로 무엇일지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 문란해져만 가는 현대 사회의 성범죄와 순결의 소중함... 이런 것을 언급하려고 하나.. 동양적으루다가... 생각했는데요.
  마치 겉으로는 청교도적인 순결과 순수한 삶을 옹호하는 듯한 처음 장면에서부터, 감독의 의중에는 그런 순결의 소중함과 같은 거창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말았습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가 공익영화가 아니라 상업영화 더구나 독립영화로 제작되었다는 것으로 봤을 때, 감독이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순결주의'가 더더욱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혹시 완전히 자극적인 소재를 취해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려고 하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요. 어느 정도 처음 구상은 이와 같은 자극적인 면에 기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전히 흥미와 말초적 자극을 주기 위해 극도의 사실적인 표현(잘려진 손가락, 잘려진 남근)이 필요했다고 보기에는 영화의 전체적 이미지가 너무 밝습니다.
  그렇다고, 마지막 장면의 의미심장한 '던'의 웃음과 함께 생각하여서 한 여인이 자신의 내부에 가지고 있는 참된 여성성을 발견한다.. 뭐 이렇게까지 심오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보기에는 그녀가 앞으로 자신의 무기를 사용해서 뭔가 대단한 일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그렇게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산다면... 성 범죄 예방에는 좋을지 몰라도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 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반대로, 남성들이 사고로 병원에 가는 일이 빈번해질 것 같기도 하구요.. (술 취한 아내와 잠자리를 하다가.. 라던가. 바람피다 걸려서..라던가..)

이미지 출처 - 다음

결국 그녀는 복수의 화신인건가? <티스> 스틸 컷

  그래서, 결국 내린 결론은, 재기발랄한 감독의 참신한 발상의 상상력을 마음 껏 펼쳐본 영화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받아 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제가 봤던 영화관에 연인이 두 커플 있었는데요. 그들은 상당히 공포스럽게 본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과연 재기발랄하다고만 볼 수 있을런지 그건 좀 의문이긴 합니다.

  영화가 무삭제 원본으로 상영이 되다 보니, 좀 끔찍한 부분들도 나와서(특히 맨 마지막 '브래드'가 키우던 개의 소름끼치는 연기...) 연인들께 권유드리긴 좀 그렇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전체적으로 밝은 이미지이기도 하고, 정신적 육체적 순결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볼 여지도 조금 있으니까.. 손붙잡고 오순도순 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여튼,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2월 5일)은 이미 상영이 끝났던데요.. 어디선가 다시 소리소문 없이 개봉 할지도 모르니까. 흥미로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은 '미셸 리히텐슈타인' 이라는 분인데요. '이안' 감독의 출세작 <결혼피로연>에 출연하기도 했었던 배우이고, 그 유명한 <행복한 눈물>의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아들이라네요..
  그리고 주인공 '던' 역의 '제이 웨이슬러'는 참 예쁘기도 하고, 연기도 잘했습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 영화가 그렇게 관심을 얻었을까 싶을 정도로요..



Trackback Address >> http://cha2.co.kr/trackback/199

  1. Subject: [티스] 그녀를 자유롭게 만든 ‘이빨’

    Tracked from DAYDREAM NATION 2009/02/06 02:26  delete

    티스 (Teeth) 미첼 리히텐슈타인 감독, 2007년 자극적인 소재, 현실적인 이야기 이빨 달린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버지니아 덴타타(vagina dentata)를 소재로 한 <티스>에 대한 일차적인 관심은 아무래도 자극적인 소재에 있을 것이다. 인간의 가장 은밀한 부위이며 가장 본질적인 욕망의 상징인 성기를 소재로 한 것도 자극적인데,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빨이 달린 여성의 성기라니. 어떤 영화일지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인생의별 2009/02/06 02: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꽤 웃으면서 봤던 기억이 있네요 하하-_-;
    아무튼 정식개봉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졌던 영화였어요. 메시지가 좀 더 명확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자극적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도덕적이지도 않아서 그럭저럭 괜찮게 봤습니다.

    • 차이와결여 2009/02/06 09:20  address  modify / delete

      ㅋㅋ
      저도 대부분은 웃으면서 봤는데요. 옆의 커플들이 하도 기겁을 하고 놀래서..ㅎㅎ
      그래도, 마지막 그 시커먼 강아지는 정말이지..
      저도 '브레드' 처럼 안돼~~를 외쳤다니까요..ㅎㅎ

      그장면을 보면서 남성들의 집착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도덕적이지 않아서 괜찮았다는데 적극 동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