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뜬금없는 전화가 한통...

"띠리리리링"
"응. 왠일이냐~"
"오.. 재덕군.. 뭐하고 있었나?"
"뭐 그냥 쉬고 있었지..."
"어, 그래.바쁜 일은 없구?"
"바쁜 일이 뭐가 있겠어..하하하"
"아, 그래. 나 목요일날 웨딩촬영있는데, 와서 사진 좀 찍어줘라."
"어, 그래?"


그렇게 해서 오늘은 친구녀석 웨딩촬영하는 곳에 다녀왔다.
사람들한테 농담처럼 말하는 것이,
여태껏, 부조한 돈이랑, 축의금 낸 돈만 다 합쳐도 왠만한 소형차 하나는 뽑는다는 것이었는데,
나이가 나이다 보니 결코 과장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허나,
그렇게 많은 결혼식에 참석하면서도 웨딩촬영을 따라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

나름 좀 긴장도 되고, 재미있을 것도 같고, 설레는 마음으로 압구정동 스튜디오로 찾아갔다.
이것 저것 일을 좀 보고 가느라 점심도 못먹고 도착하였는데, 마침 촬영이 막시작되고 있어서 서둘러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셔터를 눌러댔다.
익히 이야기를 들어온 바대로 웨딩촬영이라는게, 머리바꾸고 찍고, 옷갈아 입고 찍고, 요 포즈로 또 찍고, 앉아서 찍고, 서서 찍고 4시간 동안 쫄쫄 굶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도우미라는 것이 사진만 찍으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신부에게 농담 날려주랴, 굳어가는 신랑 표정 살리려고 재롱떨어주랴 연신 신경을 쓰다보니,
이건 친구가 장가를 가는 건지, 내가 장가를 가는 건지.
뭐 여튼 열심히 찍다 보니, 스튜디오 사장님께는 '2번 카메라'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렇게 한복 촬영까지 모두 마치고, 카메라 배터리도 다 되어서 좀 쉬고 있으려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그들의 행복한 앞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나름 만족하게 되었다.

신부는 참으로 고왔고, 신랑은 수줍은 듯 듬직했다.
처음 둘이 만나는 것을 알고, 같이 놀러를 다니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아온 바, 내가 아는 어느 사람들보다 행복하게 잘 살거라는 생각이 든다.

신부의 한 마디.

"자꾸 이런걸 보여줘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든데요. 그래서 불렀어요~"

미안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말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씨..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함께하고, 드디어 복된 결실을 맞이하게 된 두 사람,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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