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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티> 공식 포스터



* 2009년 1월 28일 20시00분
* 씨네큐브 (광화문)
(?????)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의 씨네아스트 '지아장커'의 신작 <24시티>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화를 보고 온지가 벌써 4일이나 지났는데요. 아직까지도 영화가 머리 속으로 쏘옥 들어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지아장커' 감독의 전작들을 제대로 갖춰보지 못해서 그이의 영화적 문법에 익숙치 않기 때문이겠고,
  영화가 끝나고 '김영진', '허문영' 두 분의 '씨네토크'를 듣고 난 뒤에 너무 많은 정보를 알게되어서 일대 혼란이 일어난 때문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기도 하고, 허구적 설정이 가미된 다큐멘터리라 내용을 자세하게 훑어보면서 여러분의 이해를 도울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스포일러 다량 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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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의 생활 터전 '청두 그룹' <24시티> 스틸 컷

  영화의 시작은 중국의 내륙도시 '청두''청두그룹' 이라는 국영기업체에 사람들이 출근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 국영기업체는 당시 사회주의체제가 지배하고 있던 중국의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비행기와 관련된 부품을 제조하는 공장으로 일명 '420 공장'이라고 불리웠고 중국의 각지역에서 정책적으로 이주된 사람들에 의해서 운영되던 공장이었습니다. 국영기업이라는 점에, 당시에는 선진 기술이었던 전투기 제조와 관련된 중요산업이다 보니, 대우도 좋았고, 지역사람들이면 누구나 입사하고 싶었던 그런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공장도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화하면서 사양산업이 되어버려 어려움을 겪게되고 여러 활로를 모색하던 중, 중국 당국의 정책의 변화로 '24시티'라는 아파트 주거지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금은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는 이 '420공장'에 관계된 8명의 인터뷰를 통해서 '420공장'의 과거와 현재적 의미, 나아가 중국과 중국민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일단 다큐멘터리의 외형은 이러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인터뷰로 진행이 되지요. 당연히 그렇겠지만 사람들은 참 다양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좋든 싫든 '420공장'에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요.
  '선양' 출신으로 이주하다가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도 있고, 가난한 삶이 싫어서 도망치듯 이주해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420공장'에서 일을 하셔서 그 곳에서 태어나 당연하다는 듯 다시 공장에 취직해서 살아온 사람도 있고, 부모님의 노동자로서의 삶이 싫어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여튼 그들은 모두 '420공장'의 흥망성쇠와 함께 자신의 운명도 흥망성쇠를 겪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감독은 그들의 이야기들을 담담한 카메라 시선을 통하여 담아내고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들은 인물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장면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물들의 인터뷰 앞 뒤에 마치 '앞으로 인터뷰할 사람이 이 사람'이라는 듯 인물의 초상화를 그리는 듯이 정적인 자세로 오랫동안 잡아내는 장면들이 있었는데요. 그들의 조그마한 움직임과 긴장된 시선들이 그 사람의 성격을, 혹은 삶의 굴곡들을 나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고 난 뒤에 빈 공간을 찬찬히 훑듯이 지나가는 장면들.. 그런 정적인 장면들에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감독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주의깊게 보게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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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에서 이주하다 아이를 잃게 되는 '여러 평' <24시티> 스틸 컷

 또하나,
 아마도 이 부분이 이 다큐멘터리를 해석하는데 키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요.
  이 다큐멘터리에는 실제 노동자가 아닌 연기자가 4명 등장합니다. 4명의 연기자가 마치 연기자가 아닌 것 처럼 자신과 '420공장'에 관한 추억들을 이야기하는데요. 그들의 인터뷰라는 것이 다른 일반 사람들의 인터뷰와는 다르게 어딘가 꾸며진 듯한 느낌이 들게 끔 촬영되어 있어서 감독은 의도적으로 이 사람들의 인터뷰는 연기라는 것을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그렇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찍은 의도, 연기자로 그 이야기를 대신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항상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기억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들을 삭제하려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또한 감정이라는 부분이 더해지면서 왜곡되고 사건과 사건 사이에 그럴듯한 허구적 요소들을 부연해 넣는 다고 봤을 때, 저는 감독이 이렇게 일관성이 부족한 이야기들 사이의 간극을 연기자들의 연기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다큐멘터리라는 외피를 통해서 만들어낸 극사실주의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었는데요.
  나중에 '허문영' 평론가 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제 생각과는 정반대의 말씀을 해주셔서 뜨악 했었습니다.

  말씀의 요점을 간추리자면,
  이제까지 '지아장커' 영화의 진행방향을 지켜봤을 때, 현재 '지아장커'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하여 얼마나 현재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기록자'와 같은 역할이라고 본다면, 우리가 영화, 혹은 드라마, 혹은 다큐멘터리 라는 작가의 관점에 의해 많은 부분들이 생략되고 곡해된 매체들에 대한 무한적 신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바라보기, 혹은 바라보면서 각자 생각하기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일부러 연기자들을 투입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본다면 영화라는 매체의 불완전한 점을 들어내기 위해서 '연기'가 필요했다는 것이 되겠지요.

  아.. 어렵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제가 어려운데, 읽으시는 분들은 얼마나 어려우실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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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싫어서 자원해서 이주해 온 '조안 첸' <24시티> 스틸 컷

  여튼,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는 그것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 자체에는 감동적이거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그다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묵묵히 사람들의 인터뷰를 바라보고 기록할 뿐이지요.
  하지만, 영화를 보시면서 어느 것이 연기인지, 그 연기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를 생각하시면서 본다면 나름 흥미로운영화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참고가 될만한 어느 관객분의 질문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영화가 모두 끝나고 '씨네 토크' 시간 말미 쯤, 한 여성분이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는 평론가께서 말씀하신 가장 허구적 이야기의 티가 난다는 마지막 사연이 가장 공감이 되었는데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기에 대한 '허문영'님의 답변은
  영화를 본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공감이 달라진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꼭 평론가들의 생각과 같지 않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감상에 대한 아주 원론적인 질문과 답변이었는데요.
  이 영화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다큐멘터리, 영화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해준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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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감동적인 이야기의 주인공 '자오 타오' <24시티>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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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24 시티 _ 타인은 거론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 2009/02/04 12:40  delete

    24 시티 (24 city, 2008) 타인은 거론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 <스틸 라이프>를 연출했던 지아장커의 신작 <24 시티>는 사실 보기 전부터 조금 겁을(?)먹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다름이 아니라 기존 그의 작품들과 비교해봐도 더 건조할지도 모르겠다는 이미 본 지인의 말 때문이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명절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첫날 저녁에 이루어진 시사회라 잠깐 졸긴 했지만, 영화가 끝난 뒤 진행되었던 허문영, 김영진 평론가의 씨네토크 덕..

  2. Subject: &lt;24시티&gt;로 돌아온 진정한 시네아스트, 지아장커

    Tracked from DAYDREAM NATION 2009/02/05 02:25  delete

    지아장커는 중국 6세대 감독의 선두주자이자 현재 전세계로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 감독이다. 첸 카이거 감독의 <황토지>에 영향을 받아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며 베이징 영화학교에 입학한 지아장커 감독은 1997년 게릴라 방식으로 완성한 첫 장편 <소무>로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플랫폼>(2000)과 <임소요>(2002)를 발표하며 중국 독립영화계인 지하전영(地下電影)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2004년에는 중국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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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쉬타카 2009/02/04 12: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확실히 이 영화, 영화 문법상으로 상당히 기존 영화들과 달랐던 영화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

    • 차이와결여 2009/02/04 13:44  address  modify / delete

      네 ㅠㅠ.

      마치, 알아 맞출테면 알아맞춰보라는 식으로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보여주고 말아버리니, 뭔가 속은 기분이랄 까요...

      단순히 봐버릴지, 좀더 심도있게 파고들어갈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리뷰였습니다..ㅎㅎㅎ

  2. 인생의별 2009/02/05 02: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나름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보긴 봤는데, 막상 사람들에게 설명하려고 하니 쉽지가 않더라고요; 저도 허문영, 김영진 선생님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참 아쉬웠습니다.

    • 차이와결여 2009/02/05 09:38  address  modify / delete

      저는 과연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드네요.^^

      아무래도 전작들을 꺼꾸로 훑어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