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참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창피하기도 하고 또 아닌 것도 같고 요상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말이 없다.

요는 이렇다.
지난 단상(斷想) 12월 28일자 제목 '창피하네요'에서 밝혔듯이,
나는 지난해 대학원 시험에 응시를 했고, 낙방을 했다.
그래도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각종 학교 시험 및 선발시험, 자격증 시험에 운전면허 시험까지...
우수한 성적들은 아니었지만, 낙방해봤던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임용고시라는,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는 시험에서 몇 차례 낙방의 경험을 해본 다음부터 좀 과장하자면, 꼴찌들의 서러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1등이 있으면 꼴등도 있고, 합격자가 있으면 탈락자도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세상의 이치를 몸소 체험할 수가 있었다.
당연한 것을 뭘 새삼스럽게 호들갑이냐고 하시는 분들,
분명히 한 번도 경험해보지도 못했으면서, 겨우 그깟거 떨어지냐고, 우쭐한 마음에 동정표를 보내시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한 번도 안 떨어져봤으면 이야기를 하지말어.(달인 버전으로...)

여튼, 자랑할만한 것은 못되지만,
어엿한 직장인이 학교를 다닌 다는 것이 스케쥴상 겹쳐지는 부분들이 발생하는 일이므로, 모시고 있는 윗 분들에게 참고하시라고 미리 밑밥까지 다 깔아놨었는데, 똑 떨어져버려 참으로 민망하게도 다시 낙방의 사실을 묻지 않아도 알려드려야 하는 그런 굴욕적 상황을 치러야만 했었다.

직속 부장 선생님께는 떨어진 담날 이야기를 했고, 교감 선생님한테는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던 도중, 보충 수업 중에 친히 교실로 방문하시어 당락여부를 묻고 가시는 자상하신(?) 교장선생님께 이야기를 해버린터라, 건너 뛰기로 마음 먹고 다 끝난 일이라고 덮어두려 했었다.


그런데, 어제 뜬금없는 부재중 전화가 두통.
041로 시작하는 지역번호에 뭔가 낯익은 듯한 앞자리 전화번호..

'041 이면... 충남이 맞는 것 같은데....'

전화를 걸어봤으나, 통화중이었다. 마침 점심을 먹고 있던 터라, 몇 숟갈을 떠 넣은 후 다시 SEND 버튼을 눌렀으나, 역시 통화중.
아쉬우면 그 쪽에서 하겠거니.. 하면서 밥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역시 예상대로, 모교였다.
추가합격, 입학금을 입금하란다.
아... 대학원도 추가합격이라는 것이 있구나.
처음 알았다.

요새, 우리 고3녀석들 입시가 막바지라,

'선생님 저 XX대 추가합격했어요.', '아, 샘. 합격자 대기번호 50번이 넘어요. ㅠㅠ'

만날 이런 문자들만 받다보니, 추가합격은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애들한테만 소용되는 일인 줄 알았다.

전화를 끊고 났지만,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나는, 입에 젓가락을 물고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동안 내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생각...

'대학원에 합격했으면 학비가 들겠네... 우~~ DSLR은 날아가는 건가... 아직 여행도 안다녀왔는데.... 한달에 얼마씩이나 아껴서 살아야하지.... 블로그는 뭔수로 한다냐... 3학년 담임 안되길 천만 다행이네... 아, 그런데 추가합격됐다고 또 이야기하고 다녀야돼? 아~ 쪽팔려~~~ 올해도 연애는 물건너 갔군...'

이미 마음을 접어버려던 뒤라, 합격의 기쁨보다는 틀어진 계획에 대한 걱정거리가 먼저 떠올랐다. 그래도 탈락을 제일먼저 통보하였던 오샘에게 문자를 한통 날렸다.

'대학원도 추가합격이 있다네? 등록금 넣으래~~'

축하한다며 바로 걸려오는 전화,
그 전화를 받고나서야 겨우 정신이 들어 살짝 기뻤다.

뭐 어쨌거나, 합격은 합격 아닌 건가... 그리고 대학원이라는 틀 안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게되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혼자 궁상맞게 하는 것보다야 자극도 되고 어쨌든, 좋은 일인 것일게다.
열심히 계획을 잡아왔던 일들이 틀어진다는 단점이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뭐 다시 적당하게 수정해나가면 되지않을까 한다.

여튼,
우여곡절이 좀 있긴 했지만,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니까.
일부러 문닫고 들어오라고 하늘이 정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들어올 때는 문닫고 들어왔으니, 나갈 때에는 제일 먼저 열고 나가라는 의미에서 열심히 하도록 배려해주신 것이겠지.

역시, 올해는 시작부터 무언가 계획대로 잘 진행되어가는 기분좋은 한 해다.
아..
이럴때면 꼭 방정맞게 생각나는 격언. '첫 끝발이 개끝발'
부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첫 끝발이 왕끝발'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지...

여튼, 하늘님.. 생유베리감사..
그리고, 여러분 저 축하 받을 준비됐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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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쉬타카 2009/02/08 11: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축하드려요~ 앞으로 블로깅에 여유는 조금 부족하실지 모르겠지만
    원하시던 공부를 더 하실 수 있다니 더 잘된것 같아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 차이와결여 2009/02/08 11:22  address  modify / delete

      백수아닌 백수였다가 자리를 잡으시고도 꾸준히 양질의 포스팅을 해주시는 '아쉬타카'님의 모습을 잘 본받아서,

      저도 열심히 노력해야죠.
      머리에 쌓이는 것이 생기는 만큼, 좀더 깊이 있는 포스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

      정말 감사합니다. _(__)_

  2. 실버제로 2009/02/08 19: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축하드립니다!^^
    무엇인가 완벽한 상태에서 시작해야겠다는 것은 환상같은게 아닌가 싶어요.
    사람이니까 불완전하지만,
    어떻게든 시작을 하고 좋은 생각들을 가지다 보면 분명 좋은 길 위에 있으실 겁니다!

    • 차이와결여 2009/02/08 23:35  address  modify / delete

      와..

      마음에 쏙드는 말이에요.
      힘이 되는 걸요?

      어떻게든 시작을 하고 좋은 생각을 가지면 분명 좋은 길위에 있을거다...

      좋은 말입니다.

      감사드려요 ^^

  3. 최성* 2009/02/08 22: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참! 축하한다는 말부터 했어야 했는데
    왜 나는 오빠의 애정전선이 먼저 걱정이 됐을까??? ㅎㅎ
    내가 이렇게 어리버리하다니까...

    늦었지만 축하해!!!

  4. nary 2009/02/10 23: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좋은 소식이 있었네요. 축하드려요...
    공부하며, 가르치며... 그런 생활이 되시겠네요...

    • 차이와결여 2009/02/11 07:57  address  modify / delete

      ^^
      감사해요 'nary'님...
      아.. 왠지 쑥스럽네요..ㅋㅋㅋ

      공부하며, 가르치고, 공부하고, 배우고.. 그런 생활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