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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월페이퍼



* 2009년 02월 20일 20시 00분
*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영화 <약속>, '김정은', '이서진' 주연의 드라마 <연인>으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이만희' 님의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를 보고 왔습니다.
  보기 전부터 워낙에 평이 좋은 작품이라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유오성'의 선굵은 연기를 연극을 통해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고, '송선미'는 너무나 좋아라 하던 배우였는데, 아무래도 연기력으로 검증받지는 못한 듯한 세간의 분위기 속에서 약간은 걱정을 하면서 보러가게 되었습니다.
  '공상두' 역의 '유오성'은 단독캐스팅이고, '채희주' 역은 '송선미''진경'이라는 분이 더블 캐스팅으로 되어 있더군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아무래도 연극인지라, 연극을 주로 하신 '진경'님의 출연을 보러갈까 하다가, '송선미'씨를 직접보고 싶다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 결국 '송선미'캐스팅으로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일단,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은 대학로 극장 중에서도 시설이 꽤 깔끔한 곳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건물 전층에 걸쳐 네모, 세모, 동그라미 극장으로 나뉘어져 3개관을 갖추고 있고, 몇몇 작은 편의시설도 갖추어져있습니다. 무대 설치와 조명도 깨끗하고 좌석도 나름 고급스럽더군요. 하지만 딱딱한 의자 바닥은 소극장의 특성상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역시나 200석 규모의 작은 소극장이었는데요. 이번에는 미리 일찍부터 예매를 한터라 앞에서 네번째 줄, 정가운데 좌석으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객석과 무대는 정말 바로 한치 앞이더군요. 그래서 배우들의 표정하나하나, 눈물이 흐르는 모습 하나하나도 다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 스토리는 익히 알고계시는 바와 같습니다.

  젊은 인턴 의사였던 '채희주'는 자신의 첫 환자로 한 조직의 오야붕을 치료하게 됩니다.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그 사내의 이름은 '공상두'. 그렇게 우연처럼 만난 두 사람은, 젊은 의사와 조폭 두목이라는 어색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어버리게 됩니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것을 목숨보다도 소중히 생각하는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불행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을 직감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여자의 이야기인 거죠.
  결국, 무식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꼭 실천하고야마는 도저히 건달일 수 없는 순정파 사나이 '공상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되고, 2년 여간의 도피 생활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채희주'를 찾아와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다가 경찰에 자수하러 가게 됩니다. 그리고 또 3년 후, 사형언도를 받고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는 '공상두'와 수녀가 되어서 그를 면회하러 오게된 '채희주'. 어쩌면 그들의 만남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릅니다...

  대충 이러한 스토리 인데요.
  연극에서는 이와 같은 스토리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단 교도소 면회 장면이 먼저 보여진 다음에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식이지요.
  때문에,
  극이 시작하고 나서부터 그들의 과연 어떤 관계였을까 궁금해지면서 바로 몰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스토리는 대강 다 아는 거지만, 연극과 영화와 드라마는 조금씩 다를테니까요.
  그렇게 몰입을 하다가 교도소 장면인 1막이 끝날 때쯤이 되니, 여기 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만큼 두 배우의 연기는 뛰어났고, 사실 저는 어떻게 된 연극이 시작할 때부터 울리고 시작하는가, 어떻게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가 걱정이 조금 됐었습니다.

  이윽고, 3년 전 오랜 칩거생활 뒤 '채희주' 앞에 나타난 '공상두'와 그의 갑작스런 출현에 당황하고, 불안한 예감을 들면서도 애써 감추고 행복의 나날들을, 그리고 한 사랑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채희주'의 2막.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멋있는 두 배우의 모습에 연극이 끝나고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기대가 되었던 장면은 3막의 약식 결혼장면.
  영화에서도 최고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성당 결혼' 씬이 바로 그 장면인데요. 연극에서는 '성당'은 아니고 그냥 둘이 서서 주례사를 대신해서 서로를 이야기 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두 배우가 얼마나 몰입을 하던지,
  관객석으로 가까이 다가와 환한 조명아래에서 대사를 하는데 두 배우의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하염없는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솔직히 영화의 장면이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사로만 본다면 연극이 훨씬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배우들의 실제연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원작이 왜 원작인지를 말해주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극이 모두 끝나고, 두 배우가 서로의 소개를 마친 뒤에 커튼 콜 형식을 짤막하게 보여주었던 탱고도 좋았습니다.

  '유오성'이야 워낙에 연극을 열심히 하던 배우여서 신뢰가 되었고요. '송선미'도 성량이 조금 부족한 듯 하기는 했으나 그 부분을 충분히 커버할 만큼의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가 둘 뿐이라 더이상 설명할 것도 없네요.
  아, 무대장치와 음악의 조화도 멋있더군요. 군데 군데 신경쓴 티가 역력히 났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상당히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시던데요. 항상 재미있는 연극, 뮤지컬만 봐서 그런지 몰라도, 제가 본 연극 중에서는 가장 슬프고 가슴찡한 연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간 나시면 보러가세요. 3월 8일까지 한답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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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09/02/22 17: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재미있을것같군요.
    영화도 드라마도 보지 않았지만 연극은 보고 싶은데요!^^

    급 궁금증하나.
    혹시 MOT좋아하시나요? 모르시려나...;;

  2. 실버제로 2009/02/24 03: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ㅋㅋ 아니긴 뭘 아닙니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