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학교는 모르겠으나,
  우리학교는 개학 하루 전날 선생님들이 모두 출근하여 한 두 시간을 떼우고 돌아와야만 하는 '전직원 출근 데이'라는게 있다...
  뭐 그 의도야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사실 이거 시간 낭비다.
  하지만 어쩌랴, 개학 하루 전날 출근하여서 방학이 모두 끝났음을,
  또 다시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하는 날들이 적어도 7월 말까지는 펼쳐져있음을,
  수많은 야자와 보충수업과 다람쥐 쳇바퀴돌듯 흘러갈 수많은 시간들이 눈 앞에 당도하였음을 확인하고 돌아와야만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처코롬 이렇게 이쁜 달력이 만들어져서 2월이 1일을 일요일로 시작하여 28일을 토요일로 깔끔히 마무리해버린 덕에, 방학이자 휴일인 3월1일 삼일절을 일요일에게 빼앗겨버린 것도 서러운데, 28일은 또 놀토라, '전직원 출근 데이'가 27일로 당겨져 버렸다.
  내 참.. 그럼 그 비참한 기분을 3일이나 먼저 느껴야 한다는 말이야?
  참으로 억울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일이 안왔으면 싶고, 잠을 안자면 내일이 안 올까 싶고, 막을 수 없어 내일이 오더라도 그 다음날은 28일, 그다음 날은 다시 2월 1일, 2월 2일... 이렇게 흘러갔으면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한 달만,
  딱 한달만, 2월 1일, 2월 2일.. 이렇게 되면 안될까요? 신님?

  여튼,
  남들과 달리 이제야 비로소 신년 모드로 들어가게 되는 나.


  요샌, 누구를 만날 때마다 인사처럼 물어오는 말이 이거다.

  '제가 좋은 사람 아는데 소개해드릴까요?'

  아.. 과장이 아니다. 진짜다.
  열에 못해도 아홉은 이야기 도중에 꼭 저말을 한다.
  나름 관심있음을, 신경쓰고 있음을 표현하려 하는 말일텐데, 듣기 싫다고 무턱대고 짜증을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해보라는 식으로 가볍게 말하는데, 사양하기도 참으로 민망하다. 아니, 그럼 혹시 내가 없는 티를 내고 다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또 그건 결코 아니다.
  없다고 죽는 소리도 하지 않았고, 아쉬운 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친한 사이일 경우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참으로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든다.

  '괜히 튕긴다는 소리 듣지 말고 해주는 족족 다 만나버려?', '아주 소개팅계를 휩쓸어버릴까?', ' 주말마다 두 탕씩은 뛰어도 3달은 걸리겠는데?'

  그리고는 혼자 베시시 웃고는 한다.

  소개팅이 들어오는 경로도 참으로 다양하다.
  뭐, 아는 후배, 친구, 가까운 직장 동료.. 이런 사람들이야 지나가는 말로 하는 것이니까 특별할 것도 없고,
  예를 들면, 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병영 체험'을 갔던 선생님께서 파견나오신 '여군 장교'님을 낚아와서(표현이 과격했다면 죄송요..) 소개해준다고 한참을 실랑이 한다거나,
  졸업하고 알바를 하고 있는 학생이 있는 파리바케트에 커피를 마시러 갔더니, 그 곳 커피 담당 기사님이 아는 누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연락을 취해 온다 거나,
  아님, 2학년 때 우리 반이었던 졸업생의 어머님께서 아는 누구를 소개해주시겠다고 하시거나,
  아님 학생이 이모나 고모를 소개해주겠다고 전화를 걸어오거나,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참으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제안들이 들어오는 터라, 사실 짐작하고 대비할 수도 없어 당황하느라 제대로 사양의 의사를 밝힌 건지 알 수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개학을 하고 나면 어차피 안 듣게 될 소리들이지만,
  그래도 뭐랄까...나쁘지 않았다고나 할까??
  왠지. 혼자 있는게 불쌍해 보여서 누군가 붙여줄라고... 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ㅎㅎ

  여튼,
  이런 상황을 겪다 보니,
  갑자기 연애가 아닌 결혼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결혼을 하면 이런 당황스런 이야기를 더이상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추측이 더해진 결과이겠지만,
그냥 다~~ 모른 척하고 결혼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
  '연애하고 결혼할려다가 매번 어긋나버리는 거니까, 미리 묶어 놓고 이쁘게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뭐..'
  라는 여지껏 안해봤던 생각이 갑자기 완벽하게 느껴지는 이 조화~ ㅎㅎ

  공상에 빠져 말도 안되는 이유를 끌어대며 내식으로 좋게 생각해버린 탓이지만, 뭐 어때, 만날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는 거잖아..
  그런 의미에서 잠시나마 생각하고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준 많은 뚜쟁이들에 감사효.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연애가 더 좋아, 연애 지상주의자야..

  솔직히 말하면,
  어제 막 잠들려는 순간 누군가와의 첫 키스 때가 생각나서 가슴이 설렜어.
  그걸 어떻게 다른 것과 비교해..


  따뜻한 봄날, 반짝반짝하는 봄날이 곧 오면 다시 연애를 시작해야지.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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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이와결여 2009/02/26 20:5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룰루랄라.. 하고 끝냈는데, 밑에 달리는 올블로그 추천글이 너무 심각한 거 아닙니까?? ㅎㅎㅎㅎ

    • j 2009/02/26 21:44  address  modify / delete

      간만에 와서 많은 글 읽고 갑니다..ㅋㅋ
      오빠덕에 많이 웃고 갑니다 ㅋㅋㅋ
      좋은 소식 주세요~~

  2. 차이와결여 2009/02/26 22: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얼마 전부터 '속삭속삭'이 비공개 블로그가 된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듭니다.
    방명록에 가보면 비밀 댓글만 주르르륵...

    뭐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왠지 비밀스러운건 나와 맞지 않는데 말이죠..

    당신 'j'!
    'j'는 솔직히 너무 많잖아.. ㅠㅠ

    궁금하다구.. 설마 그 'j'야?? ㅋㅋㅋㅋ

    오랜만의 방문을 감사, 종종 들러주삼. ^^

  3. 실버제로 2009/02/28 02: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러셨군요.ㅋ 너무 부담가지지 마시고, 그냥...^^
    저의 경험에서 미루어보자면,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이 솔로로 있는것이 안타까워서
    소개팅 주선을 많이 하게 되던데...
    여튼 올봄엔 이쁜사랑하세요!^^

    • 차이와결여 2009/02/28 12:07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 맞다. '실버제로'님의 제안도 있었군요..ㅋㅋ
      괜히, 또 민망해지네요. 들으시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 아시죠 제맘?

      저는 주변머리가 없어놔서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솔로이면 제가 사귀고 싶어져요.. ㅎㅎ 그래서 주선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죠.

      올봄엔 과연 할 수 있을까요?? 저도 기대됨..ㅋㅋ

  4. 옥선~^^ 2009/02/28 04: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지막 부분 최고요~^^

    • 차이와결여 2009/02/28 12:10  address  modify / delete

      ㅋㅋㅋ
      아.. 저 마지막 부분을 읽고 짜릿하다면 당신도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거야 ㅋㅋ

      아~~ 그리고 그 후배님과 인사 나눴어. 왠지 낯익더라, 같이 수업을 듣거나 자주 본 것 같진 않았지만, 왠지...
      자리도 가까워 그리고 같은 학년이야. 잘됐지 모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