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학기가 시작합니다.
  이미 늦은 나이에 교사가 된지도 어언 6년이 지났고, 담임을 하는 것도 4년 째라, 처음과 같은 설렘은 덜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새끼들과 한 해동안 지지고 볶고, 또 울고 울리고, 웃고 떠들고 하면서 1년을 보낼 생각을 하니 한 편으로는 걱정이, 또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는 복잡 미묘한 심정입니다.

  저는, 다른 것은 잘 모르겠고,
  입학식 날에 참 많은 신경을 씁니다.
  아마도, 제 기억 속에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담임선생님과의 첫 만남의 느낌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왠지, 내일 만큼은 아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옷도 최대한 깔끔하고 멋있게 보이는 옷으로 입고 싶고, 첫 인사도 인상에 깊게 남을 수 있는 한 마디를 해주고 싶어서 고민을 한답니다.
  좀 전에는 급히 나가서 새로 셔츠도 사가지고 왔어요. ^^;;

  아마도 사립 고등학교에 있다보니 얻는 혜택이겠지만,
  우리 학교에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남자 선생님들이고 (70명중 60명이 남자) 또, 전근이 거의 없는 관계로 연세도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제 나이가 방년 34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어린, 막내를 막 벗어난 신참 축에 속합니다. 게다가 아직 미혼인 관계로 나름의 주목을 받으면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지요.(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요.)
  그래서 더더욱, 우리반 아이들에게

'아~ 우리 담임이 젤 멋지네', '우리 담임 만난 것이 다행이네'

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합니다. 물론 쓰잘데기 없는 생각인 걸 알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잖아요. 기왕이면 요..

  여튼, 아이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제 만족으로 나름의 신경을 쓰는 것인데요.
  내일은 착하게 보이는 회색 정장을 위아래로 맞춰 입고 갈지, 좀 더 스타일리쉬한 감색 벨벳자켓에 검은색 정장 하의를 맞춰 입고 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결국 결정은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게 되겠지요.

  올해는 담임 업무 말고도 여러가지 학교 업무 중 나름 중요하다는 연구부에 배정을 받았으니, 아무래도 학기 초에는 할 일이 많아서 당분간은 잡무를 처리하러 늦게까지 남아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2주가 될지 한 달이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역시 피할 수 없으니 즐길 수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주말에는 대학원으로 지방행.. 휴, 영화나 보고 살 수 있을까요? 책이나 읽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한동안은 포스트 올라오는 것이 더듬더듬 더디기만 할지도 모르겠네요.
  얼마 되지도 않는 고정 방문자들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그래도,
  신학기를 맞이하여 어제 드디어 DSLR을 질렀답니다.
  Nikon D80으로 할까 D90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기왕에 지르는 거 크게 가자 싶어서 Fuji Finepix S5Pro라는 중급기종으로 질러버렸지요.
  아마도 내일 쯤 학교에 도착할 것 같은데, 막상 질러 놓고 보니 마음은 편합니다. 정말 사고 싶었던 기종이고, 여러 가지 사정상 재정상태가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제나 일은 저질러야 해결이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그간 제대로 구실을 못하던 '외눈박이 물고기' 카테고리도 활성화 시킬 수 있을테고, 또 취미활동이 하나 늘어날 테니까 삶을 좀더 즐길 수 있을테고, 우리 새끼들 수련회가면 사진을 찍어줄 수도 있을테고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침에 눈을 뜨면서 부터, 내일은 개학이니까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방학 동안 한참이나 늘어지게 생활을 해왔던 터라 잠은 쉽게 오지를 않습니다.
  그래도 잠을 청해봐야겠지요.

  다들 좋은 꿈을 꾸시길 바랍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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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renow 2009/03/02 10: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오늘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하셨을지 궁금한데요.
    회색 정장을 입으셨든 감색 벨벳 자켓에 검은색 하의를 입으셨든
    학생들에게 멋진 첫인상을 심어주셨을 것 같네요. ^^
    전 그런 멋쟁이 담임 선생님을 만나 본 적 없는 것 같네요. 히히.

    음...생각해보면 3월 개학식날 담임 선생님들도
    학생들만큼 상기된 표정이었던 것 같아요. ^^

    오...후지군요.
    멋진 사진을 찍어주는 담임 선생님이라...
    학생들이 좋아하겠어요.

    학생들, 많이 이뻐해주면서
    지지고 볶는 학교 생활 하시길 바래요~

    • 차이와결여 2009/03/02 11:47  address  modify / delete

      히히..

      왠지 추울 것 같아서 감색 벨벳 자켓에 검은색 하의를 택했어요.. ㅎㅎ

      뭐 애들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듯 하지만, 괜히 내가 좋은 거 있잖아요.. 아실까나?? ㅎ

      학기 초라 정신이 없습니다. ^^

  2. 에코 2009/03/17 01: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래서 개학식 첫날의 풍경은 어떠했는지 궁금한걸요?^^

    • 차이와결여 2009/03/17 13:22  address  modify / delete

      반가워요 '에코님'

      개학식날 좋은 소리 들었죠. 애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엿들었는데.
      '우리 담임이 젤 젊어보인다.'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어요..ㅎㅎ

      근데, 뭐.. 워낙에 노령한 학년담임선생님들이라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였는지도. ^^

      그래도 기분은 참말로 좋았답니다. ㅎㅎㅎ

  3. 미도리 2009/03/19 19: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에코님 여기까지 ㅋㅋ 방가~
    선생님이시군요...담임선생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