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래를 한 곡 걸어 놓고 시작할까 합니다.
  언젠가도 소개해드렸던 Keith Jarrett이란 뮤지션의 음악인데요. 야심한 이밤에 제 마음을 뒤흔어놓고 있는 음악입니다.
  앨범의 제목이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입니다.
  70년대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키스자렛'은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만성적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특이한 병으로 고생을 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데요. 때문에, 대외활동은 전혀 할 수 없었고 거의 집 안에서 그의 아내와 함께 생활을 하게되었다 합니다. 당연히 헌신적인 아내의 도움을 받게되었구요.
  그런 아내에게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직도 자신이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아내의 헌신적인 노력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자신의 집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반이 바로 <The Melody at night, with you>입니다.
  그 중 <Be my love>이라는 트랙을 지금 듣고 계시는 거죠.

  왠지 이 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인데, 화창한 봄날에, 그것도 낮에 들으신다면 졸릴지도 모르겠네요 ^^

  암튼,
  음반 뒤에 담겨진 이야기도 아름답고, 노래도 잔잔하여서 오늘의 제 기분을 잘 달래주는 노래입니다.

  저는,
  그다지 오지랖이 넓은 편은 못되는데요.
  다분히, 개인주의적이고, 아시다시피 왕자병을 가장한 나르시즘도 있구요. 또, 개인주의적 성향까지... 사실 대인관계가 그리 원만할 수 없는 성격인데, 잔머리가 좋아서 욕먹지 않을 정도로 처신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교사'라는 직업에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편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 '교사'라는 이유로 주변의 많은 삶들과 고민들을 마주하게 되지요.
  대부분의 일들은 그저그런 일들이라 그냥 넘겨버리고 말지만, 때로는 남의 고민이 제 고민처럼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물론, 어차피 그 사람의 고민은 그 사람이 짊어지고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어차피 저의 의견이나 생각은 참고 대상이 될 뿐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 도움이 될 말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 고민들이 제 삶에 얹혀져 있는 경우도 가끔 있구요.

  아.. 이렇게 이야기 하니까, 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 같아 민망한데, 그냥 쉽게 말해 부득이 남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해줬다는 겁니다.

  요 근래에는 이러저러한 연애 상담을 많이 해줬네요.
  물론, 제가 그런 상담을 해주고 있을 입장이 아니긴 하나, 단순한 명제의 비교.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이러저러한 조언을 해주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오지랖이 열 두폭' 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리곤, 오늘 점심 때에는 부모님께 유언(有言)의 압력도 받았지요.

  "니가 지금은 그렇게 니가 옳은 것처럼 생각되지만, 몇 년만 지나봐라. 후회하게 될거다."

  무슨 예언 같은 아버님의 말씀.
  점심을 먹다가 어머님과 맞선 주선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라', '안 하겠다' 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시던 아버지의 주술과도 같은 한 마디였습니다.

  평소, 어른들의 말씀은 삶의 경험이 묻어있는 대부분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저에게는 정말 그렇게 될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말이 정말 현실이 될 것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아버지의 말 속에 묻어나는 서운함이었습니다.

  머리도 다 큰놈의 자식이니 하라고 해서 될 것도 아니고, 고집도 있는 놈이니 더더욱 안될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서운 한 마음....

  그렇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불효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긴 합니다만, 언제나 갈등의 최전선은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과  내 인생'의 사이 그 어딘가 쯤...

  무엇이 옳은 것일까요. 무엇이 현명한 것일까요. 어떻게 해야 후회를 적게 할까요. 제가 여전히 철이 덜 들은 걸까요?

  십 수년 전부터 해결하려 했지만, 여태까지 짊어지고 올 수밖에 없었던 이 문제의 답을 언제쯤 찾을 수 있게 될까요.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허무하게,
  생각만 많아지는 밤입니다.

  저는 비록, 물음표를 한 바가지 머리에 넣고 시작하지만,

  월요일입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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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이와결여 2009/04/20 10: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고단한 잠을 자고,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찌뿌린 하늘에서

    하나,


    빗방울 떨어지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촉촉합니다.

    노래가 너무 좋네요.

    오늘 하루는 낮게, 낮게 살아야겠습니다.

  2. 실버제로 2009/04/21 13: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평생을 가는 질문이 아닐까요?

    너무 심각한 글에 뭐라 써야할지 모르겠군요.
    그냥 하루하루를 최선을 살아내는 것이 인생의 핵심이 아닐까요?
    너무 많은 질문은, 고민은 건강에 해로워요~~^^; 그냥 푸욱 주무세요!^^

    • 차이와결여 2009/04/21 19:19  address  modify / delete

      뭐 그닥, 심각하진 않았어요..^^

      말씀대로 평생을 달고 가야 하는 질문이겠지요.

      그렇게 심각하게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다시 읽어보니 제가 생각해도 좀 저 답지 않게 진지하네요..ㅎㅎㅎ

      벌써 모든 걸 다 잊고 스마일 스마일이랍니다~~

      생각이 많은 게 병이얌..ㅋㅋㅋ

  3. herenow 2009/04/22 18: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문득 친구 생각이 나네요.
    제 친구도 선생님인데 가끔은 학생들 고민들에 버거워하기도 하더라구요.

    차이와결여님, 음악 참 좋네요.
    지금쯤은 마음도 좀 가벼워지셨길 바래요. ^^

    • 차이와결여 2009/04/23 08:53  address  modify / delete

      아. 오랜만이에요. 'herenow'님.
      잘 지내시죠?? ^^

      이곳은 갑자기 서늘해진 날씨로, 여름이 오려는지 겨울이 오려는지 헤깔리고 있답니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ㅋㅋ
      괜히 호들갑을 떤 것 같아서 민망하네요 후후..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하세요..

      맘 같아서는, 떡볶이랑, 김치랑, 순대랑, 오뎅이랑 마구 포장해서 보내드리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