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선'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
  여러 모로, 핑계를 만들었던 자리이긴 하지만,
  이왕 나가기로 했으면서 너무 무신경한 것 아닌가.. 하는 소심함으로  나름 챙겨 입고 출근을 했지요.
  그러고는 또 하루 일과가 너무 바빠서 다 잊고 있었는데, 날도 참 좋고요, 더군다나 오늘은 보충 수업이 없고 야자가 없는 관계로 5시에 칼퇴근을 할 수 있는 즐거운 날이었답니다.

  그래서 좋아라 하고 있었는데,
  반 녀석들이 자그마한 사고를 저질러버려서 막판에 꼬장을 부리고 말았네요.
  아... 세상이 내 마음대로 돌아가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으니까, 우리 아이들이 조금만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또 한참이나 들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니까, 그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서두요....

  여튼, 그렇게 열불내며 학교를 나와버린 덕에, 만사가 다 귀찮았더랬습니다.
  그래도 시간 맞춰서 약속장소로 나갔지요.

  자리에 나오신분은 정말 좋으신 분이었습니다.
  성격도 좋으시고, 말씀도 잘하시고, 잘 웃으시고, 예쁘시고, 딱히 어디 흠잡을 데가 없더군요.
  조금은 어색할까봐 걱정했었더랬는데,
  역시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자리 자체도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도 편안한 자리를 만들려고 많이 애쓰시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거의 처음 나가보다시피 한 탓으로 원래 '선'자리가 그런지 어떤지 잘 모르지만,
  고리타분하게 호구조사 같은 거는 하지도 않았고, 그냥 각자 자신의 직장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수긍하고 그에 맞는 이야기 하는 정도...
  그래도 할 이야기는 많아서 어찌어찌하다보니 저녁먹을 시간도 넘겨버리고 9시가 다 되어서야 저녁을 먹으러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지요.
  그렇게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데려다 드렸습니다.

  바로 걸려오는 친구녀석의 전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잠시 고민스러웠지만, 이내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 당장은 안 좋을지 몰라도, 나중을 위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답했습니다.

  그러고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시기가 안좋은 건가', '어디가 딱히 맘에 안드는 면이 있었나', '나는 사람의 어떤 면에 끌리는 건가', '내가 원하는 건 무얼까'... 등등등...

  그리곤, 앞으로는 이런 자리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구요.
  문제는 다른 곳이 아닌 내 안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무언지 모르겠는데,
  '눈이 높은 거야'라고 해도 별로 할 말이 없고, '니가 아직도 꿈 속에 사는 구나'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정도가 내가 듣고 싶은 말인데요...
  34이라는 나이가 때가 아니면, 도대체 언제가 때인가.. 너무 늦는 거 아닌가.. 나중에 후회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려고 해서,
  그냥 아무생각 안하는 쪽으로 결론 짓기로 했습니다.. ㅎㅎ

  참 이상합니다.
  남들은 잘만도 하는데, 저는 이유가 뭘까요? ^^

  정확히 말로도 표현 할 수 없는 내 마음....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상실의 시대>에 적절한 구절이 있어서 인용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분명, 저보다 몇 배는 괜찮은 분을 만나시겠죠.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했어요. 나에 대해 일년 내내 백 퍼센트 생각하고 사랑해 줄 사람을 내 힘으로 찾아내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초등학교 5학년이던가 6학년 때에 그렇게 결심했죠."
"대단하군!"
하고 나는 감탄해서 말했다.
"그래서 성과는 있었어?"
"어려운 일이지요."
하고 미도리는 말했다. 그리고 연기를 바라보면서 얼마 동안 생각하는 듯 했다.
"아마 너무나 오래 기다린 탓일지도 몰라요. 난 굉장히 완벽한 것을 원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거예요."
"완벽한 사랑을?"
"아니, 아무리 내가 욕심쟁이라곤 하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아요.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에요.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 것...."

사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내 마음." 이라는 생각입니다.
어딘가 있겠죠.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알게 해줄 사람이요..
밤이 늦었네요.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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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09/05/01 08: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야 말로 밤늦은 시간에 글을 씁니다. 여기는 금요일이 휴일이거든요. 지금은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이랍니다.
    웬만하면 아침형인간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네요.

    아는언니가 그러더라고요, 남녀사이의 한방이랄까, 밀고당기는것이랄까 그런게 저한테 없다고요.
    저는 오랜시간동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아니 그냥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많았거든요.
    근데 그게 연애를 하고나니 또 다르더군요.
    그냥 좋은 사람으로서는 연애를 할수가 없는거더라고요. 싸우기도 하고, 풀기도 하고... 그래야하는건데.
    전 마음이 뒤틀리면 사람을 제가 원하는 시간만큼 안봐야하는 성격이라...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웬만하면 중간정도의 위치에 두고 너무 좋아하지도 너무 싫어하지도 않는것 같아요.

    저역시 제안의 문제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답니다.



    내마음대로 하는것.
    그것도 중요하겠지만 사랑은 지켜내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것또한 오늘 들은 얘기인데...
    정말 사랑은 끝까지 가는것 아닐까요?^^

    • 차이와결여 2009/05/02 23:52  address  modify / delete

      오늘은 5월 2일 토요일이면서 석가탄신일이었어요.

      어제는 'May Day', 노동절이라 쉬는 회사들이 많아서 인지, 어제, 오늘, 내일 그리고 월요일 다음날은 어린이날..
      황금 연휴라 연차내고 놀러 가시는 분들이 많은지 고속도로가 계속 막히더라구요..

      저는 그 와중에 감기에 걸려서 하루 종일 잠만 잤답니다. ㅋㅋ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어요. 사람도, 사랑도..

      허긴, 저 하나도 모르겠는데, 누구를 알 수가 있겠습니까마는... 어렸을 적부터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있지요.

      누구를 만나든 진솔할 것.

      뭐 여튼....
      약기운에 횡설수설 하는 듯 하지만,

      저는 그렇다구요. ^^

      긴 댓글 감사드립니당.

  2. rainforest 2009/05/01 23: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랜만에 댓글남기네요.
    그동안 짬짬히 들어와서 보긴했는데, 댓글 남길 여유가 없었다고해야하나...

    인용해놓으신 미도리의 말이 너무 와닿아 한 줄 남깁니다.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것이라....항상 그것때문에 문제가 되었고, 항상 그것때문에 헤어졌던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드네요.
    완벽한 사람을 원하는게 아니라..단지 완벽한 사랑을 원하는것인데...
    어딘가 있겠죠...나와 완벽한 사랑을 할 나만큼 완벽하지 않은 사람.....

    • 차이와결여 2009/05/02 23:56  address  modify / delete

      어디 갔다가 오신 거에요? 참내.. ^^

      한동안 심심했더랬잖아요.
      그래도 댓글 남길 여유가 없을 만큼 바쁘셨다니, 좋은 일로 바쁘셨길 바랍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말이지만,

      저는 저 말 속에서 "내가 나일 수 있는 상태" 정도의 의미를 찾았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나도 완벽할 수 없고, 누군가도 완벽할 수 없지만, 그대로를 인정받고 싶은...
      그래서 나의 존재가치랄까를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그런 맘이 아닐까 합니다..

      역시 말로 하기가 참 어렵군요..
      암튼, 너무 반가웠어요. 'rainforest'님. 종종 댓글 부탁드려요..

      저는 아직도 추천해주셨던 영화가 언제 개봉하게 될른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후훗.

  3. rainforest 2009/05/05 17:0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내가 나일 수 있는 상태...바로 그거에요.
    어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로부터...'너 원래 특이하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지금보니 근본적으로 이상해. 정상인이 아니야...왠만한 사람이랑 연애하기 힘들겠어...'라는 얘기를 듣고, 과연 이런 나를 있는그대로 받아들여줄 사람이 있을까?라고 짧게 생각했었더랬는데...

    참, 그 영화 프랑스에서는 디비디로 이미 나온거 같던데, 한국에서 개봉할 지 모르겠네요.

    • 차이와결여 2009/05/06 15:16  address  modify / delete

      언젠가, '미도리' 같다는 말씀도 자주 들으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다른 분인가? ^^

      얼마나 특이하신 분이길래, 친구들이 그렇게 말할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그런 말들은 저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친구들에게 듣는 이야기인 걸요. 잘은 몰라도 별스러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보세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저도 있잖아요. 몰라서 그렇지 주위에 아마 많을지도 몰라요. ^^

      같이 열심히 찾아보자구요.ㅎㅎ

      아. 'The Class'라는 이름으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상영했었던 것 같은데, 정식 개봉할 계획은 없나봐요.. 꼭 보고 싶은데 말이죠... 기다리는 수밖에요. ㅜㅜ

  4. herenow 2009/05/06 01: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선 보신 얘기가 꼭 짧은 장편같아요.
    댓글까지도요.

    쉽지 않은 얘기들이네요, 사랑에 관한. ^^

    곧 학생들이랑 소풍도 가시겠네요?
    아, 제가 괜히 설레이네요.

    • 차이와결여 2009/05/06 15:19  address  modify / delete

      후후후...

      '내가... 살아 온 걸 소설로 쓰면, 10권도 넘어~~' 라고 말씀하시는 시골 할머니들의 말씀 같아요..ㅋㅋ

      반응이 꽤 좋아서, 선을 더 봐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좀 하게 되었답니다.. 후후...

      아~ 우린 소풍을 좀 일찍 가요.. 벌써 다녀왔답니다..
      그리고 남은 건, 5월 말의 체육대회에요.

      우리반 녀석들, 운동엔 젬병인 것 같아서, 왠지 이번에는 '우리끼리 놀기'만 열심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5. rainforest 2009/05/12 00: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미도리 ^^
    안그래도 고등학교때 워낙 날림으로 읽은 책이라..왜 그런 얘기를 듣게되었을까도 볼겸 다시 읽어볼까 생각중이에요.
    뭐 행동이 기이하다거나 그런건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을 반문하거나, 남들은 생각만 하는걸 너무도 과감히 행동에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나봐요. 좋게말해주면 순수한건데, 니나이에 그러는건 생각없는거다....라고 하더라구요-.-;;

    참, 그 영화 디비디는 프랑스에는 출시되었으니 아마 프랑스 문화원에 가면 빌려볼수 있지 않을까요.

  6. rainforest 2009/05/14 01: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가시기 전에 꼭 전화하고 가보세요.
    디비디로 나왔다고 꼭 문화원에서 구매하는것도 아니고, 좀 인지도가 있거나 한 영화는 이미 대여됐거나 예약되어있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빌리시려면 아마 회원가입 유료로 하셔야 할 듯하고, 아마 거기서 보실 수는 있으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