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이래저래 소란한 한 주였습니다.

  월요일은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었고, 금요일에 스승의 날이 있는 관계로 졸업한 아이들이 많이 찾아왔더랬죠. 그리고 그 날은 우리 애들 건강검진을 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뭐, 행사가 많은 주는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빨리 가니까요 ^^

  스승의 날에는 아침 일찍 아이들과 병원으로 건강검진을 다녀온 뒤에 일찌감치 학교를 마치고 뭐를 할까 고민하다가 영화를 보러 갔답니다.

  무슨 영화가 하고 있을지 기대를 가지고 극장을 찾았는데, 마침 '홍상수' 감독의 신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개봉을 했더군요. 이번에는 '김태우', '엄지원', '고현정'이 나오고, 또 내가 좋아하라하는 '하정우', '정유미', '공형진'도 나와서 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는 역시나,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처럼 인간관계를 미시적 관점에서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 섬세하게 묘사하는 치밀함에 피식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보았습니다.
  한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홍상수' 감독이 전보다 많이 친절해지고, 영화도 친절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간의 관계도 좀더 명확해지고, 마지막으로 갈 수록 정리가 되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언제나 감독의 영화를 볼 때면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영화는 현실의 어느 단면이고, 현실은 또다른 영화의 단면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그러기 때문에, 존재 자체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더구나 아주 재미있었던 것은, 중간에 소설가 '김연수'가 나온다는 거에요. 꽤나 유명한 영화감독인 역할로 나오는데, 순박하게 생긴 그 얼굴과 함께, 여자들이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쓰는 부분을 보면서, 의외로 잘 어울리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연수'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보너스 선물을 받은 샘이었지요.

  그렇게 기분좋게 영화 관람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는 다시 한 편을 봤어요. 
  왠지 아쉬운 마음에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가 그래서, 시간표를 확인해봤더니, <김씨 표류기> 상영 10분 전이더라구요. 그래서 또 봤습니다.

  아..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정재영', 그리고 나름 연기를 잘하던 '정려원'.
  영화의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 두 배우만, 그것도 따로따로 나오는데요.
  자칫 지루해질지 모르는 영화가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아주 흥겹게 지나갔습니다.

  <안녕, 유에프오>, <천하장사 마돈나> 등의 시나리오와 감독을 했던 '이해준' 감독은 언제나와 같이 심각하지 않고 따뜻한 영화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서울 한복판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는 설정도 참신하고, 그런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3년의 '히키코모리' 생활을 벗어나게 된다는 설정도 나름 수긍이 가는, 머리 아프지않고 재미있는 영화.

  덕분에 '스승의 날'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지요.

  그리고, 주말엔 비가 오는 가운데 대학원 수업을 다녀왔습니다.
  머리 아프게 준비했던 '러시아 형식주의'에 대한 발표수업이 있었는데요.

  논리적이고, 책임감있는 연구 태도는 좋았으나, 핵심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ㅎㅎㅎ

  아.. 첫 과제부터 꽝이군요. 이번주는 '윤동주'를 발표해야 하는데요. 걱정입니다.

  그리고, 저녁땐, 교수님들을 모시고 스승의 날 회식을 가졌는데요. 한참 어린 후배로부터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선생님, 결혼을 못하신 거에요. 하실 생각이 없는거예요?' 

  우...
  매번 똑같은 스타일의 똑같은 패턴입니다. ㅋㅋ
  이제 슬슬 익숙해져가네요. 저런 질문들도,

  좀전에 커피를 사 마시러 잠깐 나갔다 오면서 생각해봤는데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가 연애감각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땐, 몰랐으니까 용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 많이 알아서 용감하지도 못하다는 거지요.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겨도 나부터 돌아보게 되니까 생각이 많아 질 수밖에 없는 거지요. 후후.

  어쩔수 있나요, 이렇게 시간은 흘러가는 거겠지요.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주는 바쁠듯 합니다.
  저번주처럼 깨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써서 수요일쯤에는 어느 정도 완성을 해놔야 검토를 해볼테니까요..

  이놈의 '윤동주'.. 하도 생각을 하다 보니, '윤'씨가 모두 싫어질 지경입니다.. ㅋㅋ

  좋은 한 주 맞이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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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르페 디엠 2009/05/18 10: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윤'씨 아닌데....

  2. rainforest 2009/05/18 11: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ㅎㅎ 카르페 디엠님
    별 거 아닌것 처럼 하신 말씀이신거 같은데...전 왜 이리 웃기죠?
    혼자서 1분동안 깔깔 거리면서 웃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