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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 2008년 8월 16일 18시 50분
Where : CGV(오리)
(★★★★☆)

  벌써 이 영화의 관람평을 쓰고자 한지 10번도 넘게 시도한 듯 하다.
  하지만 얼마 쯤, 쓰다보면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엉켜 지우고 지우고 또 지우고,
  아마도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나면 그냥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영화도 있고,
  볼 땐, 큰 생각을 하지 못하고 넘어갔다가 두고두고 남아서 여러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도 있는데,
물론 이 영화는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

  <누들>을 처음 알게 된 것이 어디였는지, 예고편도 보지 않았고 겨우 시놉시스 정도만 알고 덜컥 예매 한 이 영화는 그렇게 나에게 말못할 마력을 발휘하였다.

  영화는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이스라엘에서 일하던 한 중국인 여인이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아이를 자신이 일하는 집에 두고 강제출국 당해버리는 당황스런 상황으로부터 시작한다.

  희브리어라고는 겨우 "나는 중국 어린이입니다." 밖에 할 줄 모르는 중국인 아이와 남편을 둘이나 전쟁으로 잃고 이혼직전에 있는 언니와 함께 살아가는 "미리"와의 어색한 만남.

  아마도 이스라엘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불법체류자와 인종갈등, 외국인노동자의 문제 속에서 인종 간의 화해를 말하고자하는 영화라고 생각되는데, 안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더 많은 의미들을 담고 있다.

  가장 큰 축을 이끌어가는 것은 물론 "누들"이라 불리우는 중국아이와 그 아이들 도와주기 위한 "미리"와의 감정교환이지만, 그 큰 축의 곁으로는 몇 년간의 별거 생활을 정리하고 결국 이별에 합의하는 언니 부부의 이야기도 있고, 오랫동안 처제를 연모해왔던 "형부"의 이야기도 있고, 오래전 헤어진 언니의 진정한 사랑 "마티"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이 복잡한 갈등이 일어나게 된 원인에는 여러가지의 이유가 있기도 하겠지만, 모두가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일일텐데, 처음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이에는 진정한 의미의 대화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자신의 생각을 머리 속에만 품고 겉으로 표현되는 언어에는 그것을 담아 내지 못한다.
  그런 의사소통 불능의 관계가 "미리"가 "누들"을 이해하기 위해 중국어 사전을 유심히 들여보게 되는 것과,
"미리"가 버리지 못한 사진을 두고 일어나는 "누들"과 "미리"의 짧은 대화와 같은 "타자 이해하기"의 과정을 통해 서서히 마음을 여는 관계로 발전하여 서로의 본 모습을 알게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런 발전적인 관계를 방해하는 것으로 "누들"을 어머니에게 보내주기 위해 여러 가지의 방법을 알아보다 만나게 되는 이민국관계자는 소통 불능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그 사람에게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의 존재는 다만 사무에 불과할 뿐이고, 한 사람의 인격체가 아닌 다만 외계인처럼 생각될 뿐이다.
  하지만 "미리"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에게 "누들"은 작고 여리고 귀여운 아이였기 때문에 이들은 "누들"을 구하기위해 범법자가 될 각오를 무릅쓰고 "누들" 탈출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미리"는 형부의 마음을 알게되고, 언니는 형부와 진정한 대화를 나누게 되며, "마티"는 진정한 사랑을 얻게 된다.

  영화 안에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영화의 처음 "미리"와 "누들"의 엄마-중국인 가정부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짧은 영어로 서투른 의사소통의 과정을 보여주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나누게 되는 "미리"와 "누들", "누들의 엄마"의 대화는 별다른 자막이 붙지 않더라도 내용이 전달될 만큼 완전한 의사소통의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물론, 의사소통의 과정의 중요한 요소인 맥락적 추론을 통해서 도움을 받는 부분이 적진 않겠지만, 타자와의 완전한 이해를 이룬 두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감정전달이라는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

  여튼,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이 영화는 현재 이스라엘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통해 문제아닌 문제의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어쩌면 대외적으로 무척이나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민족이라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대변을 하고 있는 듯 느껴지는 영화지만,
  두 배우의 따스한 연기와 더불어 현대인들이 무의식중에 곤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의사소통의 단절이라는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하여 다른 영화 못지 않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좋은 영화로 완성되게 되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문제를 상정하고 뻔한 결론을 향해 진행되어 가는 것 같지만, 신파성 가득한 문제의 해결방식을 유쾌하고 납득가능한 방법으로 설득력있게 진행시키고 있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잔잔한 여운을 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커다란 감동은 그 파고의 높이 때문에 크게 다가왔다 금방 사라져가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은은하게 밀려오는 감동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서 가끔은 삶의 방향을 바꿔주기도 한다.
 상영하는 곳이 적어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보시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가 잔잔한 바람을 일으켜 확대개봉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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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8/08/19 12: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김정연 2008/08/23 20: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렇게 글 남기는 거 맞나~ㅋㅋ
    파마를...교감샘이 신경쓰신다면 어느 정도?
    동생이 무척 궁금하오~
    이 핑계로 조만간 또 봐야겠당~ㅋㅋ
    참~ 우린 9월 첫 주 목요일에 보겠군...ㅋㅋ
    기대기대...

    • 차이와결여 2008/08/23 22:42  address  modify / delete

      방문을 환영해~

      ㅋㅋㅋ
      파마 벌써 많이 풀려서 이젠 볼만해..ㅎㅎ

      맞아맞아, '열정' 찾아봤더니 신청완료더라??

      9월달은 목요일마다 즐거운 시간이 찾아오겠군.쿠쿠
      기대만땅 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