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런 휴식과 같은 여행이었어요. 욘석은 여행 전 부랴부랴 구입한 mp3플레이어, 좋은 동반자.

 

  2박 3일 간의 '경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급작스런 결정과 준비로 어설픈 점이 없진 않았지만,

 

  때문에, 묵고 싶었던 숙소는 구하지도 못하고, 계획적인 코스 선택도 하지 못해서

  하염없이 찾아 헤매거나, 무작정 걷기 일쑤였지만, 외려 그래서 너무 좋았습니다.

 

  언젠가의 기억에서도

  나에게 여행이란 것은 '무작정 떠남'이었던 것 같아요.

 

  치밀하게 계획하고, 머리 속으로 답사까지 끝내고 떠나는 여행은 안정감은 있지만,

  잘 짜여진 계획 덕분에 그것에 따르느라 마음이 조급해지기 십상이잖아요?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도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무엇부터 할지 머리 속으로 계산하는 나를 만나고서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그 모두를 포기해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차를 세우고 먼저 메모지에 이번 여행의 원칙을 적었지요.

 

  "여유부리기, 시간에 쫓기지 말기, '안되면 말고'의 정신"

 

  물론, 중간 중간에도 마땅히 식사를 할 곳을 못 찾는다거나, 저녁 때가 되어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닌다거나 하면서 마음이 다급해지는 적도 있었지만, 애써 무시하면서 딴에는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습니다.

 

어느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는데, 이렇게 수막새와 기와로 장식을 해놨더라구요. 계단에도 역사적 기품이..

 

 

  여행을 오기 전,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경주'라는 도시는,

  그저

  '박물관이 되게 크고, 왕릉이 되게 많고,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도시' 였는데요, 아마도 잘못된 '수학여행'의 탓이겠지만,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적잖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경주'는 가는 곳마다 유적지여서 나중에는 하찮은 돌맹이 하나 마저도 뭔가 천 년 전부터 거기에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곳이었는데요. 그래서, 내 생각이 딱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말고도,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원이어서 좋은 사람과 함께 걷기에 둘도 없는 곳이라는 것도 알았고,

  요샌, 유적지마다 조명을 비추어놔서, 밤에는 또다른 분위기를 내는 멋진 곳이라는 것도,

  그래서 유난히 다른 관광지에 비해 젊은 커플들이 많았다는 것,

  또, 자전거 타기가 생활화되어 있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민들은 자전거를 몰고 다닌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그런 모습이 모두 '경주'라는 도시에 대한 애향심, 자부심으로 느껴졌는데요..

  아마도 개발이 막혀있어서 그런 탓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덕분에 유적지에서 조금 벗어나 주택가로 들어가면 옛날 마을들의 정겨운 분위기들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기타등등 느낀 점이 많았는데요.

  정리해서,

  그냥 '신라의 도시, 역사의 도시, 석굴암과 불국사의 도시'라고 간단히 말해 버리기에는 뭣 한, 쉽게 말해서 좀 더 애정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여튼,

  찻 길을 걸을 땐, 음악을 들으며 걷고, 조그만 숲이나, 유적지에 들어가면 새소리를 들으며 걷고, 앞에서도 말했듯 정확한 코스를 선택하지 않고 그냥 마음 먹은대로 흘러가는 여정이었기에 갔던 길을 다시 가기도하고, 쉬운 길을 돌아가기도 해서 못해도 하루에 15~20Km정도는 걸어다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인데요.

 

  그렇게 걸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답니다.

 

  욕심이 많아 버릴 것이 많은 나,

  사랑이 부족해서 미움이 많은 나,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나,

  기타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이렇게 인생이라는 길이 주어져 있고, 또 그렇게 투벅투벅 걸어 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 도덕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고생이 많았던 내 운동화, 다리가 잠시 쉬는 동안 요녀석에게도 휴식을...

 

  아~

  생각이 많아지므로 글도 빨리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ㅎㅎ

 

  갈 때는 쏜살같이 내려갔었는데,

  올라오는 길은 자꾸만 딴짓을 하게 되고, 고속도로 휴게소도 자꾸 가고 싶어 지고.. 왠지 빨리 돌아오기가 싫더라구요.

  그게, 바로 내일부터 닥쳐올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이렇게 나의 즐거운 2박 3일이 마무리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와 그제 제가 다닌 길들이며, 들었던 노래들이며, 인사를 나누었던 사람들이 이젠 모두 기억의 한 곳에 추억으로 저장된다는 생각에 '쬐끔' 소중하게 생각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사랑''여행'은 같은 의미를 가지는 말일지도 모르겠구나.

  시작하기 전엔 설레고, 열심히 뒤도 안돌아보고 열중하다가, 끝나고 나면 소중해지는 그 것.

 

  '사랑'은 어쩌면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후후.

 

  어쨌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뭐, 어차피 띵가띵가 놀지도 못한 방학이라, 그게 그거 아닌가하는 생각은 드는데요.

  그래도, 또 한 번 열심히 해봐야겠지요.

  머리도 식히고 왔으니,

  힘도 날 것 같습니다.

  후훗

 

요건 보너스에요.ㅎㅎ 창피해서 얼굴을 좀 지우려고 보정을 했는데, 가리니까 나은 것 같은 생각이...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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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르페 디엠 2009/08/19 17: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다녀오셨네요!
    글을 읽어보니 달콤한 휴식을 보내고 오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서정적인 2차원의 사진을 음미하다가..
    갑자기 왠 3차원 아니 4차원의 사진이 나와 깜짝 놀랬네요..애고 놀래라..
    이거 진짜 보너스 맞아요??????
    그리고, 헤어 스타일 진짜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엣지 있습니다!
    미장원 가서 어떻게 말하면 저 머리로 만들어 줍니까?

    • 차이와결여 2009/08/20 00:00  address  modify / delete

      후후.. 4차원의 사진인가요?? 나름 그래도 간만에 얼굴이나마 보여드릴려고 올린 건데, 제생각만 했나봐요. ㅎㅎ

      그런데 '카르페 디엠'님은 해외에 계시면서도 저보다 더 유행어를 잘 아시네요. '엣지 있다'는 말을 저는 어제 알았거든요.. 대단하십니다.

      저 '엣지 있는' 헤어스타일은.. 그냥 펌 해달라고 하니까 해준건데요.. ㅡㅡ;;
      머리 해주는 선생님께 물어봤어요.

      "이건 뭐라고 하는 펌 이에요?"
      "아.. 딱히. 뭐라고는.. 그냥 하는 건데요.."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ㅋㅋ

  2. 실버제로 2009/08/20 22: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엣지있는 이라는 단어를 이제서야 알게된...;;;
    두분은 저보다 더 많이 아시는군요.ㅋ

    선생님은 파마해도 괜찮은가봐요?ㅋ 동생이 파마하는걸 좋아해서...

    여행 잘 다녀오셨군요!

  3. 청향 2009/09/23 16: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머리가....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네 머리는...
    정말 맘에 들어 ^^
    머리로는 정말 내 완벽한 이상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