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결여"라는 닉네임, 혹은 대화명, 혹은 필명은,

  예전 "세X클럽"이라는 채팅방을 이용하던 시절에 만들었던 닉네임입니다.

 

  그 때가 군대를 막 제대하고 복학한 3학년 때이니까. 99년, 벌써 10년이나 되었네요.

 

  사실,

  처음에는 맑은 날 부는 '바람'을 좋아해서 "windy"라고 지었었는데, 이게 왠지 물란하던 채팅방 문화와 결합되어 "바람둥이"라는 식의 이미지를 발산하여 더이상 쓰지 못하게 되었고,

 

  고등학교 때, 영어 단어를 외우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bach"에 제 이름의 약자를 결합한 "bachjd"라는 필명으로 잠깐 활동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bach"는 물론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흐 (영어식 바하) Johann Sebastian Bach' 의 그 "bach"이지요.

 

  지금 막, 다음 영어사전에서 검색을 해보니, "bach"의 뜻 첫 번째로 "독신 남성"이 나오는데, 그 당시만 해도 두꺼운 영한사전으로 찾던 시절이라 "bach"를 찾아보면 제일 먼저 요한 세바스찬 바흐, 가 나오고, 또 이러저러한 뜻이 나오고 한 7번째 쯤 가서 "독신 남성"이라는 뜻이 나왔습니다.

  그 뜻이 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평생 독신으로 살았기 때문에 유래되었다는 것을 알고, 당시 독신으로 살고자했던 저는 단번에 맘에 들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쭉 "bach"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뭐 여튼,

  "bachjd"이라고 해놓으니, 또 많은 분들이 묻더군요. "bach"가 그 바하냐, 혹시 메탈그룹 Skid row의 보컬리스트 "bach"를 좋아하느냐.. 기타 등등요...

 

  그래서 알기 쉬운 우리말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딱히 좋은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왜 "차이와결여"냐고 물어보면 나름,

 

  "타인과의 차이를 이해하고 나에게 결여된 부분을 생각해보자는 뜻" 이라고 거창하게 둘러대기도 하지만,

 

  실은, 제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의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책 중에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 양쪽으로 맘에 드는 단어를 하나씩 고른 거였습니다..

 

  그런데, 왠지 "차이"라는 말과 "결여"라는 말을 붙여 놓으니 있어보이더라구요.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

 

  여튼,

  왜 오늘 제가,

  그것도 갑자기 나타나서,

  뜬금없이 "차이와결여"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설을 풀고 있냐하면,

 

  며칠 전  블로거 "Hanbajokhan" 제 닉네임을 칭찬해 주셨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뭣보다 그제 있었던 일 때문입니다.

 

  그날도 10시까지 야자가 있었던 관계로 야자를 마치고 퇴근을 하려 막 교무실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교감선생님께서 부르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김재덕 선생님? 우리 학교에 차이와 결여 선생님이 누구여?"

  "아, 예. 전데요."

  "그려? 이거 차이와 결여 선생님 앞으로 와 있는 소포인데, 난 누군지 몰라서 뭔가 하고 열어봤어. 뭔 액자 같은데?"

  "아..네, 그게 제가 웹상에서 쓰는 대화명 같은 건데요. 저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발신인도 없네. 누구여?"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제게 이런 걸 보낼 사람이 없는데요... 하하하."

 

  저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제게 소포를 보낼만한 사람은 없고,

  더군다나 소포를 보낼만큼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차이와결여"라고 하지 않고 제 이름을 쓸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잠시 혼란에 빠졌습니다.

 

  내용물은 교감선생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초록과 빨강이 아주 예쁘게 어우러진 액자였고요. 그 위로 코끼리 문양이 앙증맞게 박혀 있더라구요.

 

  '도대체 누굴까?'

 

  혼자 고민을 하다가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

 

  "'차이와 결여'라는 말을 썼다는 건 웹 상에서 알고 지내는 분일테고, 그래서 내 이름 보다 대화명이 더 익숙한 것일테고, 코끼리?"

 

  그렇게 그 선물은 제 블로그를 아껴주시는,

  얼마 전까지 동남아에 계시다가 돌아오신 '카르페 디엠'님께서 보내신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정말이지.

  항상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고, 그런것 없이 그냥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선물까지 보내주시다니요...정말 감사했고, 솔직히 좀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신종플루다, 뭐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뭘하면서 사는지 알 수도 없고 해서 블로그도 등한시하고 있었는데, 선물을 받게 되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감사의 말씀들 드립니다.

 

  이 포스트는 그리하여 온전히 '카르페 디엠'님께 드리는 포스트입니다.

 

  '카르페 디엠'님 정말 감사드려요. 곧, 이쁜 사진 끼워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인증샷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저번에 약속했던 대로, 귀국선물 드릴게요.

  괜히 액자 받았다고 보답으로 그러는 거 아니구요.

 

  저번에 방출하기로 했던 <놀멍 쉬멍 걸으명 제주 걷기 여행> 준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받아주세요.

 

  아래에 주소를 비밀 댓글로 달아주시면 바로 보내드릴게요. 꼭 달아주세요 ^^

 

  그리고,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

  플루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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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르페 디엠 2009/10/30 23: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뭔지 몰라도 제가 보낸 거 아닌데요..

    • 차이와결여 2009/10/31 08:43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정말요??

      그럼 누구지.ㅡㅡ;; 혼자 Show를 한건가요...ㅡㅡa;; 이런 난감한 상황이....

      뭔가 저를 둘러싸고 스펙터클하고, 미라클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 같은 기분인데요??

      여튼, 귀국선물은 보낼래요. ㅋㅋㅋ 주소좀..

  2. 카르페 디엠 2009/10/31 13: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푸켓으로 선물 보내신다고요?ㅋㅋ
    DHL로 보내면 아마 배보다 배꼽이 더 클텐데요?
    한국엔 원래 한 달 정도 머물 예정이었거든요.
    다시 푸켓 온 지 일주일 지났습니다^^
    뭔가 스펙터클하고 쓰릴있는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인증샷은 보고싶네요.
    짐 톰슨 액자..참 예쁘거든요. 히히히 재밌다.

    • 차이와결여 2009/11/01 22:41  address  modify / delete

      에... 이게.. 모에요...

      재미없어요... '카르페 디엠'님...

      두 번이나 속이고... 푸켓으로 도망가셨다니요...

      이건 좀 심한 반칙이에요...

      아닌척 하시다가 '짐 톰슨'이라니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답니다..

      ㅎㅎㅎㅎ 고마워요. 정말 잘 쓸게요. ^^

  3. 실버제로 2009/11/12 01: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 근데 학교는 어떻게 알아내셨데요??
    푸켓... 부럽습니다...ㅠㅠ
    독일은 너무 추워요...

  4. 카르페 디엠 2009/11/12 12: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번에 학교 사진 한 번 올라왔었어요^^
    설마하니 남의 학교 사진 올렸을라구요.
    그리구요..결이님 특징이, 분당에서 어쩌고.. 어디다 주차를 하고.. 어디를 경유해서..
    주저리주저리 동선 묘사하는 데 엄청 공들이잖아요?ㅋㅋㅋ
    그래서 대략 어디 있는 학교인가보다 추측했더랬죠.
    실버제로님도 독일에서의 동선을 좀 알려주세요.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제가 학교 파악하는 것은 시간문제!^^
    푸켓..너무 더워요..살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요.

    • 차이와결여 2009/11/13 10:50  address  modify / delete

      아.. 그렇네요..

      제가 동선을 잘 말하는 군요..ㅋㅋㅋㅋ

      담엔 좀더 어려운 문제를 내볼까봐요...ㅋㅋ 흥미진진하게...

  5. 실버제로 2009/11/18 23: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독일엔 도시별로 학교가 하나씩밖에 없어서...
    (몇몇 큰도시를 제외하고요...)
    그건 너무 재미없을꺼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