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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자락이군요...

 

  어째,

  올해는 글을 올릴 때마다 정신없이 살고 있다는 말로 시작을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저말고도 모든 분들이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계실텐데, 좀 죄송한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저번 포스트 이후,

  저는 또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허긴, 말도 안되는 말을 붙여가면서 뭔가를 숨기는 듯 보이는 '천안함' 사태도 정신없고,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던, '떡검'들의 뻔뻔함도 한 몫을 했겠지만,

  저는 어제까지가 중간고사 시험지 출제 기간이어서 지난 주말부터 어제까지 밤을 새우다시피 지내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2일은 정말 2~3시간만 자고 생활을 했네요.

  20대 때까지는 한 일주일 정도 밤을 새우며 부엉이 생활을 해도 버틸만 했는데,

  체력이 고갈된 30대 중반의 고등학교 교사에게는 버거운 일인가 봅니다.

  (꽤나 나이 많이 먹은 것 처럼 엄살떠는 차이와 결여)

 

  여튼, 오늘은 너무나 졸려서 비몽사몽 앉아있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우리 교육은 거꾸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인지,

  다른건 몰라도,

  올해부터 정기고사에 주관식 점수를 20%이상 포함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정말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도움이 되고, 또 올바로 성장하는데 이바지하는 일이라면 교사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겠지만,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 생각해봐도 이러한 상황은 아이들을 선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군요.. 젠장.

  이런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제가 교사라는 사실이 후회가 됩니다.

 

  여튼,

  더 이야기하면 넋두리밖에 안될테니까 이 이야기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

 

  저는 그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책을 읽고, 영화를 보았답니다.

  책은 '윤대녕'<대설주의보>라는 따끈따끈한 신작 소설집이고,

  영화는 <작은연못>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서점을 방문하였다가 사게 된 <대설주의보>는 대학교 때, 즐겨 읽었던 '윤대녕'의 작품인데요.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또 끝이 없어서, 나중에 <대설주의보>의 리뷰를 올릴 때, 자세히 말씀드리기로 하고,

  그렇게 책은 사놓고 볼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오샘'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찾아와서 '윤대녕'의 새책을 보았느냐고, 지금 읽고 있는데 참으로 좋다고, 그런 책이 좋은 걸 보니 나이가 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읽어보았더니, 첫 번째 단편부터 마음을 후벼파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딱 지금,

  한껏 만개했던 꽃들이 꽃잎을 떨구이는 이 때에,

  영원히 순수할 것만 같던 목련 꽃들이 무심하게 벗어놓은 옷가지마냥 처량맞게 뚝뚝떨어진 지금에,

  아주 딱 어울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처 몇 편을 더 읽었는데, 그 느낌은 그대로 전해지더군요.

  남은 몇 편을 더 읽어야 하는데, 참으로 좋아서 아껴 읽고 있는 중입니다.

 

  <작은 연못>은 몇년 전, 잡지에 소개되었던 기사를 읽고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였는데 이제야 개봉이 되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관람 1순위였고, 시간을 맞추어 예매를 하려고 보았더니,

  서울로 나가거나, '야우리14'로 가야했습니다.

  다소 먼 걸음을 해야겠기야 중간고사 시험지를 제출하고 일을 마무리한 다음에 가야겠다 싶었는데,

  자꾸만 짜증나는 일들이 밀려와

  모든 것들이 귀찮아진 '화'요일. 혼자서 태업을 선언하고, 나몰라라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물론, 수업은 다 마치고요..

 

  <작은 연못>은 한국전쟁 중에 있었던 '노근리 양민학살'의 문제를 다룬 영화인데, 감독이 연극 연출가 출신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꽤나 정직한 영화였습니다.

  또,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든 상징과 은유가 풍성한 영화였습니다.

  비록, 영화적 테크닉을 통한 풍부한 감정의 폭발, 뭐 이런 요소는 부족했지만, 주제가 주제이고,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외려 정직하게 찍고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시간이 되는대로 리뷰를 작성하여 자세히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은,

  그토록 기다렸던 봄꽃과, 따뜻한 봄 날씨가

  한 이틀 정도 소리소문없이 찾아왔다 싶더니만,

  어제 오늘 또 비가 내려서 싸늘하게 느껴집니다.

 

  아직도 저는

  맨 위에 자켓, 그 아래, 라운드 티, 그 아래 남방셔츠, 그 아래 반팔티...까지 입고 다니는 형편이네요.

 

  이 비도 그치고 나면, 얼마 못봤던 벚꽃이며, 목련들은 모두 떨어지고 말겠죠?

 

  도대체, 꽃비가 흩날리던 벚꽃길을 언제 걸어봤던 건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녀와 였던가요? 아님 그 사람과 였던가요? 후후..

 

  제겐, 가장 아름답고도 아프게 남아있는 벚꽃길이 있는데요..

  전주부터 군산까지 이어지는 2차선 도로의 벚꽃길이었습니다.

  그땐, 대학교 시절이라 버스를 타고 내려갈 수밖에 없었고, 몇 차례의 환승을 거쳐 정신없이 군산으로 갔던 탓에 그대로 다시 찾아갈 순 없을 것 같고,

  또,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 날의 황망했던, 어디로 가는 지 모르고 날아다니던 제 날선 감정들로 인해 더더욱 그러하겠지만,

  그 날, 분분히 흩어져 떨어지던 작은 벚꽃 잎들을 보면서 내 삶에 작지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날, 저는 한 사람을 보냈고, 한 사람과는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암튼,

  벚꽃길은 못 걷더라도,

  이 봄이 끝나기 전에 여행은 꼭 가야겠습니다.

  저를 위해서요...

 

  빨리, 이 힘겨운 4월이 지나고,

  풋풋한 5월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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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ovis 2010/04/23 22: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원래 4월은 잔인한 달.. 이라더군요.

    시험볼때 선생님들이 그렇게 고생하시는지 몰랐습니다.
    시험볼때 좀더 성심성의껏 풀어야겠군요! 라지만... ㅎㅎ

    저는 주말에 벚꽃길을 걷고왔습니다.
    약간 쌀쌀했지만, 그래도 걷고있다는 사실과 또 함께 걷는 사람 덕분에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ㅎㅎ

    5월이 되면.. 4월보다 더 즐거울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일까요?
    아니면 4월이 잔인하게 느껴지는 두 사람이 만난것일까요 ㅎㅎㅎ
    저도 몇 일째 잠을 잘 못자서 이런 정신줄 놓은 소리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저는 '불면증' 이라는 병에 시달리고 있답니다. 많이 좋아졌다가 요 몇일새에 다시 심해졌네요.ㅎㅎㅎ 뭐그래도 다시 괜찮아지겠지요 뭐.. ㅎ

    '차이와 결여'님 !
    시험문제 내시느라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시고 건강 챙겨 가시면서 하세요!

    • 차이와결여 2010/04/25 11:36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4월은 많은 사람들에게 잔인한 달인가 봅니다. ^^

      불면증.. 저도 한 때, 불면증에 시달렸던 때가 있었는데요, 상황이 절대로 불면증에 걸리면 안되던 때였기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서 그랬는데요. 삶이 복잡하신가요?? ^^

      맘 편히 가지시고 얼른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봄날을 즐겨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