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진

너무 썰렁해서 사진 몇 장으로 꾸며본 거실 벽.... 오른쪽 위, 완전한 나르시스트 임을 증명하는 증거 사진 첨부




  오래간만에 올리는 '단상'이네요. ^^

  모두들 잘들 지내시고 계시죠? 요새 이래저래 할 일들이 많기도 했고, 또, 좀 우울한 모드여서 수다가 좀 줄었었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무척 선선하더군요. 선선하다 못해 쌀쌀하게 느껴져 좀 무리 인 걸 알면서도 긴팔을 꺼내 입고 학교에 출근을 했답니다.

  어느덧 가을이 또 성큼 다가온 것 같은 분위기 인데 낮에는 더워서 땀이 나기도 한답니다. 환절기...

  이번 주말에는 대학원 동기녀석의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결혼식이 마침 일요일이어서 전날 지방에 있는 동기 녀석들이 먼저 올라와서 술마시고 놀다가 우리집에서 함께 자고 다음날 결혼식에 갔습니다.
  보통은 대학원생들끼리는 그렇게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는데, 어째 제 대학원 동기들은 너무 잘 뭉쳐서 놀러다닙니다.
  대학원 동기들이 모여서 공부는 안하고 술마시고 노는 것만 같아서, 어째 좀 이상하긴 하지만, 너무나 좋은 녀석들이고, 만나면 항상 유쾌하기 때문에 만남이 너무 즐겁습니다.
  그렇게 집들이 아닌 집들이를 하고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마시고 이런 저런 속 이야기를 하다가 새벽에 지쳐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서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하던 녀석들은 욕실과 거울 앞에 잔뜩 흔적을 남겨 놓았지요.
  결혼식에 다녀와 집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집에 들어와보니 금방까지도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사라진 방안이 썰렁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이사왔을 때 빼고는 내 집이 혼자 살기엔 너무 크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고, 가구가 없어서 심심한 거실이 썰렁하다고 느껴보진 못했는데, 갑자기 휑하게 느껴지더군요.
  잠시나마 집에 들어왔을 때, 누군가가 '왔어'라는 한 마디를 던져준다는 것이 얼마나 살가운 표현인지를 느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내가 벌써 느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좀 들었구요.. ㅎㅎ

  여튼, 녀석들이 공식적으로는 제 집을 방문한 첫 손님들인데요.
  기억이란 것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과 하루 동안의 기억인데도, 마음 속에 이렇게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간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했구요.
  아마도 녀석들과의 시간이 아주 즐거웠던 것이겠지요.

  그러면서 예전에 더이상 추억해서는 안된다고 여겼던 기억들 때문에 힘들었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별것도 아닌 것이고, 흘러가는 바람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내 힘으론 막을 수 없었던 물줄기와도 같은 것이었는데요.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고 노력한다면 이룰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 때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그 상황들 때문에 스스로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악을 쓰고 몸부림 쳤었지요.

  누구나 다들 겪는 일이겠지만, 마치 그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되는 것처럼 그렇게 온몸의 힘을 짜내 괴로워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와 생각해보니, 그건 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랑했던 내 모습을 사랑했던 이유더군요. 안타깝지만...

  그땐,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머리를 흔들면서 힘들어했었는데, 이제는 담담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일 수도 있겠고, 아님 이제 사랑이란 것을 해본지가 너무 오래되서 일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에 고민하는 한 녀석에게 이렇게 말을 했더랬어요.

  "결국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선택을 하면 그에 대한 댓가는 좋든 싫든 받아야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각오만 되어 있으면 되는 거 아니겠니.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지금 그 순간이 내가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 다음은 없는 거라면 어쩌겠니.."

  괜히 멋있는 척 말했지만, 진심을 담은 말이었고, 실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지, 그런 사람이 다가올지, 내가 그런 사람을 느낄 수 있을는지 잘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기대마저도 버린다면 삶이 무슨 희망이 있겠어요.
  그렇게 기대하고 바라보다가 또 실패하고 멀어진다고 해도 이젠 그 상황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는, 어쩌면 사랑했던 내모습이 아니라 나와 그사람이 사랑했던 그 사실, 그 상황이 주는 여운을 담담히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되었는데요...

  암튼, 가을이 가까워오긴 한건지 또 센치해져버린 모양입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보니까요.

   여튼, 즐거웠던 주말 때문에 커다란 방 안에서 혼자 여운에 시달리고 있는 '차이와 결여'는 이렇게 넋두리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중얼중얼

  다 써놓고 보니, 완전 결론이 없는 글이네요.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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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renow 2010/09/14 02: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진이 눈높이보다 높게 걸려있는 것 같네요. 본인 사진도 걸어놓으시고, 멋지신데요. ^^
    사람이 머물다 떠난 자리는 여운이 많이 남지요.
    저는 차이와결여님이 이렇게 '중얼중얼'거리시는 글들이 좋아요.
    친구가 도란도란 들려주는 얘기를 듣는 느낌이요. ^^
    가을엔 덜 외로울만한 일들이 있길 바랄께요. ^^

    • 차이와결여 2010/09/14 14:31  address  modify / delete

      아래 사진들을 걸어놓고 보니, 윗 사진이 좀 위쪽이긴 하더라구요.. 근데, 제 얼굴이 나와있는 사진이니 좀 보기 어려운게 낫겠구나 싶어서 그대로 갔어요..ㅎㅎㅎㅎ

      제 중얼중얼이 맘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계속 중얼댈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ㅋㅋ

      중얼중얼 중얼중얼...ㅎㅎㅎ

  2. 클라리사 2010/09/14 03: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허전해서 뭘로 채워볼까, 싶은 그런 집이 좋아보여요. 그렇게 살고싶었는데 돌아보면 집에 뭐가 그리 들어 차있는지 ㅎㅎ마음도 잉여보다는 결핍이 지나고보면 더 좋았는데 그때는 못느끼는 것 같고요. 그래도 가을엔 뭔가 좋은 일이 있으시길!

    • 차이와결여 2010/09/14 15:56  address  modify / delete

      저는 아직 욕심이 많은 가봐요..

      집도 이것 저것 채우고 싶고, 채우면 또 짐이 될까 두렵기도 하고, 마음도 아직은 허기진 느낌이 강합니다. 근데 또 잉여는 별로 내키지 않네요.. ㅎㅎㅎ

      아.. 욕심쟁이 '차이와 결여'ㅋㅋㅋㅋ

  3. clovis 2010/09/15 23: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걸어놓을 수 있는 사진이 있으신 '차이와 결여'님 참 멋있습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그러고보니 저는 '차이와 결여'님을 참 많이 부러워하는 것 같군요.. ㅎㅎ 제가 갖지 못한 면을 많이 갖고 계셔서 그런가봅니다..

    자기 전에 이렇게 '차이와 결여'님 글 읽으면서 생각하다가 자는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차이와 결여'님께서 '중얼'거리시는 그 주제들이 마음에 속삭임으로 다가온달까요...
    아마 오늘은 예전 추억들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이 들 것 같습니다 ^^;


    차가운 바람이 손가락 끝을 감싸오는 계절이 왔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 차이와결여 2010/09/16 09:45  address  modify / delete

      에... 저는 뭐 그리 부러워할 만한 면이 없는 사람이에요.. ㅎㅎ
      통속적이고, 저렴하고, 즉흥적이고요..ㅋㅋ

      'clovis'님이 제 좋은 면들만 봐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 'clovis'님의 어떤 면들을 저는 또 부러워 하겠지요.
      아무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지르고 보세요~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결론은 나게되어 있으니까요 ^^

      아.. 정말 환절기가 왔습니다.
      올해는 감기 안 걸리고 넘어가는게 목표입니다. ^^

      'clovis'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4. 우연 2010/09/16 22: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머머.....갤러리인줄알았더니.................거실이라니......

    나르시스트 ㅋㅋㅋ 왠일이세요~!

    근데 게스트북에 저 왜 차단된거예횻~!!!

    • 차이와결여 2010/09/16 23:16  address  modify / delete

      앗.. 죄송해요~~ 제가 설정을 잘못해놔서 그런거에요.. ㅠㅠ

      스팸을 잘못 막아놔서 그런겁니다...힝..

      휴지통을 보니 10번도 넘게 쓰셨더군요..

      죄송해요.. 풀어놨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