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보다,
  노래도 좋고,
  노래가 흐르면서 남녀 두 주인공이 각자 마주보며 멀리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장면이 너무 좋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한 사람만이 포커스 안으로 들어오고, 그 사람은 또 반대편의 그 사람을 보고,
  서로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리는 무심함...

  하지만 아주 짧은 찰나 교차된 눈빛을 속일 수는 없는 일.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머금어진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다만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조금 눈에 띈 사람이라는 것일 뿐...
  진짜 관계가 시작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결정적 순간'.
  적당한 위기와 그에 어울리는 긴장감.
  혹은 낭패감.
 
  실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될지 모를 애절의 감정이
  짧은 순간 머리를 스쳐가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내 것이 아닌 의지.

  진짜 관계에는 바로 그런 '결정적 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hello, stranger.'

  첫 장면은 보고 또 보아도 언제나 기분을 좋게 하여주고, 부러움에 시샘하게 하는 장면.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한 번쯤은 꼭 넣어보고 싶은...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더 좋다..
  볼 때마다 뭔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놀라운 영화.

  첫 장면이 주는 감동도 감동이지만, 그 감동에 어긋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원작자의 재능에 그 이야기를 완벽히 풀어나가는 감독의 능력에 무한한 질투를 품는다.

  그 영화 'Cl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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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제로 2010/09/29 02: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가을이긴 가을인가봐요^^;;

    저번에 카르페디엠님이 남겨주신것처럼 그 소개해주신다는 분 만나보시는것도?

    아 저도 누가 사람좀 소개해줬으면 ㅋㅋ

    • 차이와결여 2010/09/29 11:03  address  modify / delete

      완연한 가을입니다~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ㅎ

      음.. 이상한 생각이지만, 왠지 올해가 가을에 흠뻑 빠져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주위 눈치 안보고 함 빠져볼라구요.. ㅋㅋㅋ

      다행히 부장님께서 다른 일로 바쁘신관계로 별다른 진척은 없네요...
      기왕 만나는 인연이라면 멋있는 방법으로 만나야지 않겠습니까?

      여전히 꿈만 꾸고 사는 '차이와 결여' 랍니다~~ ㅎ

      아~ 가을은 '몰입의 계절'이어라~

  2. clovis 2010/09/29 23: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 결정적 순간이 아쉬운 적이 참 많았더래죠..

    드디어 길거리에서 호떡을 팔더라구요.. 날도 차가워졌구요..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 이번주에 선 보러가요... 하아.....
    늘 그렇지만 설렘보단 두려움이 큽니다...

    • 차이와결여 2010/09/29 23:18  address  modify / delete

      그쵸??

      저는 남자라 그런지.. 아님 꼭 그런 것만은 아닌지 몰라도,
      그런 '결정적 순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요샌, 참 아쉬울 때가 많더라구요..

      그 순간만 있으면 되는데, 딱 2% 모자라는.. ㅋㅋ

      '호떡'이 나왔으니, 곧 '오뎅'도 나오겠네요.. 저는 길거리에서 사먹는 '오뎅'을 참좋아라 합니다..
      '오뎅'은 '오뎅'이라고 해야 맛이 나지, '어묵'이라고 하면 왠지...


      두려워마시구, 다녀오세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랄게요~~ 화이팅!!

  3. 클라리사 2010/11/23 06: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이 영화 여러번 봤어요. 한참 intimacy라는 화두에 빠져있을 때^^. 음악도 넘 좋죠?

    • 차이와결여 2010/11/23 23:50  address  modify / delete

      네! 음악도, 영화도 배우들도 참 좋아요..
      어쩜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 채워놨을까..
      그 배우들과 그 스토리를 가지고 어쩜 이렇게 맛깔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냈을까 질투가 나는 영화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