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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해외 포스터




* 2010년 10월 31일 일요일 15시 40분
* CGV 죽전
(★★★★)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원제는 <Last chance Harvey>입니다.
  2008년에 만들어졌던 영화더군요. 이 영화로 남, 녀 주인공을 연기했던 두 배우 '더스틴 호프만(하비)''엠마톰슨(케이트)'은 골든글로브 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더군요.
  배우들의 면면만 본다면 진작에 수입되었어야 하는 영화인데 아마도 중년이 되어버린 명배우들이 흥행에는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판단되었던 모양입니다. 허나 이제라도 개봉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죠.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등지는지, 이제는 제가 나이가 들어서 어렸을 적 우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노쇠하여 진 것인지는 몰라도 점점 그들의 연기를 볼 시간들이 줄어가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요새는 영화든, 책이든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것도 계절의 탓인지, 아니면 시절의 탓인지, 단순히 귀찮아진 것인지 알 순 없지만,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운 대신 순간순간 느껴지는 찰나의 감동들은 전보다 더 깊게 남겨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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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피아니스트가 꿈이 었던 '하비' 지금은 광고음악 작곡가...



  영화는 뉴욕에서 광고음악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던 '하비'의 딸이 영국 남자를 만나 런던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아내와 이별하여 딸과 떨어져 사는 바람에 소원해져버린 '하비'이지만 딸에게만은 어쩔 수가 없는 아빠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뉴욕의 일들을 마무리하고 날아온 런던이지만, 도착에서 부터 짜증나는 일들의 연속, 황당한 일의 연속입니다. 고지식하고, 고집스럽고, 심통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하비'도 딸의 결혼식이라는 중요한 행사 앞에서 모든 걸 감당해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공항 앙케이트 조사원 '케이트' 그녀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취향도 전혀 맞지 않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사람들에게 '나와 똑같은 사람''나와 전혀 다른 사람' 중에 누구와 함께 사는 것이 더 나은가 물어보면 제각각입니다. 너무 똑같으면 지루할 것이고, 너무 다르면 항상 티격태격할 수 밖에 없다고들 하죠. 다 똑같으면 편안할 것이고, 완전히 다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야기.
  제 주변을 보면, 정말 똑같은 사람끼리 잘 만났구나 싶은 부부도 있고, 어쩜 저렇게 다른데도 서로 잘 지내는구나 싶은 부부도 있어서 저도 정답을 알 수는 없습니다.

  여튼, 영화 속에 나오는 이들은 겉으로 봤을 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플입니다. 남자는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시고, 여자는 와인을 마십니다. 남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바로 그자리에서 쏟아버리고 마는 사람이고, 여자는 엉뚱한 상상으로 한 시간이 멀다하고 전화하는 어머니가 귀찮으면서도 상처받을까봐 싫다고 말하지 못하죠.

  하지만 둘에게는 '결핍'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체념도 조금..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었던 '애정'이라는 감정을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아마도 그 '결핍' 때문에 서로를 알아보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두 배우는 그런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간단한 시선 처리 하나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하지요. 그 연기의 내공에 깜짝깜짝 놀라면서 연기를 봤습니다. 그리고 갈수록 잘 어울려 가는 두 사람의 모습도 매우 아름다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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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선은 여전하죠? 히드로 공항에서 파트타임 설문 조사원으로 근무하는 '케이트'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깊게 공감했던 장면은 그 장면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젊었을 때, 이후로 거의 처음 올나이트로 밤을 새운(딸의 결혼식 피로연) 둘은 분수가 있는 광장 앞에서 헤어집니다. 그 때, 남자는 12시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죠. 여자는 기쁘면서도 그런 남자의 말을 믿을 수 없어 합니다. 그러면서도 또 믿고 싶기도 하지요.. 만나자, 말자 한참을 실갱이 한 끝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음 12시가 되어서 광장에서 그를 기다리는 그녀.
  오는 길에는 같이 나눠 먹을 포도도 한 송이 사서 봉지에 담아 왔습니다. 분수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서 분수를 바라보며 그를 기다리는 그녀.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의심하진 않습니다. 또 기다립니다. 남자는 오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래도 믿기로 합니다. 그러나, 오지 않는 그...
  여자는 하늘을 바라보다, 아주 잠깐, 한 '0.2.초 정도' 고개를 숙이고 고민을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바로 그 고개를 숙이는 그 짧은 순간을 봤을 때, 저는 그녀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서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일어서는 것처럼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엠마톰슨'은 바로 그 모든 것을 잠깐 고개를 숙였다가 드는 것으로 모두 표현하였지요. 눈을 감고 이마를 짚어보지도 않았고, 한숨을 내쉬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잠깐 고개를 숙였다가 모든 것을 다 결정지었다는 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그 때의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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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웃는 모습이 닮아 보이는 건 저만 그런 건 가요.




  두 배우는 모두 너무 나이가 많이 들었습니다. 잘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친근한 얼굴의 소유자였던 '더스틴 호프만'은 얼굴에 주름이 너무 많고, 지적이면서 고상한 분위기의 '엠마 톰슨'은 살이 많이 졌고, 그에 따라 중년의 몸매를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제 상상 속에 남아 있던 이미지와 달라서 안타깝지만, 그것은 그것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만, 오래도록 연기해주었으면, 좀더 그들의 미소를 바라보게 오래오래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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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lovis 2010/11/06 00: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내일은, 회사에서 저를 거부한 ! 휴일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늦게까지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ㅎㅎ 이 영화 내일 보러갈려고 예매해놨습니다. 그래서 아직 읽지 않았지요.~
    영화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내일을 즐기러 갑니다~

    • 차이와결여 2010/11/07 21:46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
      영화 재밌게 보셨어요?
      학교 선생님 한 분도, 지난 금요일 데이트 때, 이 영화를 보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잔잔한 영화라고 평하시던데, 즐겁게 보셨기를 바랍니다.
      오래간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좋으셨겠어요~~

      네, 좀 쉬세요. 쉬셔도 됩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