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진

아이가 찍은 정자동 카페 거리...




  지금이 가을인가요 겨울인가요..
  입동이 지났던가요 아직인가요..

  여튼, 올 여름의 이상기온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올 가을은 유난히 느리게 흘러가고 있어요.
  이젠, 가을을 타다 못해 지쳐버렸다고나 할까나,
  게다가 지난 주말은 가을을 보내기가 못내 아쉬웠는지 감기에 걸렸습니다.

  토요일은 대학원을 가야했었는데, 하필 또 그날이 전일제 CA를 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휑한 거리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죠.
  제가 맡은 반은 사진반.
  아이들은 아무 대책도 없이 '남산'에 가자고, 가서 또 뻔히 사진도 안 찍고 케이블카나 타고 놀거면서 '남산'을 가자고 하길래 꼬장을 좀 부렸더랬죠..

  "8시 30분까지 정자동 카페거리로 모일 것, 작품 사진 5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하교시키지 않을 테다."

  일년 내내 하자는대로 따라주던 선생님의 갑작스런 지시에 당황했는지, 아이들은 암말 안하고 모였어요..

  이른시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거리는 떨어진 낙엽들과 함께 꽤나 운치있더군요.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시켜놓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앉아 있으려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요..
  모임을 마무리하고 서둘러 차에 올라 대학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단풍놀이 가는 차들이 많아서인지 5분 정도 지각을 해버렸지 뭐에요..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아 박사선생님의 발표를 듣고 교수님의 보충 설명을 듣고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어요. 추운 강의실에서 떨어서 그랬는지 히터가 나오는 차 안이 어찌나 포근하게 느껴지던지요...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 애인이 있으면 지금쯤 전화를 걸어 감기걸렸다고, 감기 걸렸는데, 고속도로는 막히고 있다고, 심심하다고 뗑깡을 부릴 수가 있을 텐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픈 걸로는 잘 티를 내는 편이 아니었어요.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오랫동안 계셨던 것도 이유일 수 있겠고, 그런 일들로 주위 분들에게 '니가 잘해야, 장남이 잘해야' 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도 이유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어떤 일이든지 간에, 내 문제는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던 것 같아요..

  여튼,
  그런데, 겨우 감기 따위로 뗑깡을 부릴 생각을 하는 저를 보면서 '애정결핍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런 제 모습에 어이없어 하면서, 몸은 아프고 정신은 혼미한데 막히는 고속도로 위에서 '될대로 되라지'라는 심정이 되어버렸어요.
  그러면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흥얼거리면서 창밖을 바라보는데, 풍경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는 거에요. 올 가을은 예년과 달리 단풍이 은근히 들어가는게 한꺼번에 확 타올라서 싹 떨어져버리는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더라구요.
  그렇게 예쁜 단풍들을 보면서 그냥 그대로 어디든 달려가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고, 또 이번주에 수목원에 갈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막 좋아지면서 참 자유롭고 좋더라구요..(제가 좀 조울증이 있어요..ㅎ)

  그리고 오래간만에 '이대로가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족한 것 하나도 없고 지금이 딱 좋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허전함마저도 달콤하게 느껴지더군요.
  사실, 그다지 부족함도 느끼지 않는데, 괜한 나이탓에 빨리 결혼을 해야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원하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냥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원했던 건데, 생각이 너무 앞서 가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혼'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지요.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었던 것이고, 여태껏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조급해져버렸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연애도 못하겠고, 또 실패해선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모든 것들이 압박으로 다가왔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후...

  도대체 나를 이렇게 맘 급하게 만들어버린 것이 무엇일까요?
 
  그래서 얼른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랑말랑한 연애를..
  까짓거 또 목을 매고 매달리면 어떻겠어요. 그게 제 연애 스타일이었던 건데...
  나이가 좀 많으면 어때요. 나이가 많다고해서 연애 감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많은 나이엔 또 나이많은 연애가 있는 것이겠죠..
  청춘을 그냥 보내버리기엔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후후...

  평생 결혼은 안하고 연애만 하고 살테야.. 난 연애 지상주의자이니까..
  결혼이나 하라는 멋대가리 없는 사람 따위와는 상종도 하지 않을테야..

  나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니까..
  평생을 철없는 채로,
  나만큼이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사려깊고 현명하고 유쾌한 사람을 만나서,
  항상 연애하듯 살아가야지...

  이 설레는 기다림을 기대로 바꾸어야지..
 
 
 
먼지님이 추천해주신 노래..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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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0/11/08 13: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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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와결여 2010/11/08 13:44  address  modify / delete

      역시..ㅋㅋㅋ
      여기 모이신 분들은 너무나도 취향이..ㅎㅎ

      음반 첫 곡 맞아요.. 아주 분위기 제대로 살려주는 노래.. ^^

      어서 연애하세요.. 우리모두 연애~~ ㅎㅎ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올 겨울에 전부다 연애에 성공하셔서 블링블링한 겨울을 맞이하시길..ㅋㅋㅋㅋ

      내년엔 꼭 애인 손잡고 GMF 가야지..쿄쿄..

  2. clovis 2010/11/08 15: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저번주 토요일날, 근처 산에 부모님과 올랐다가 친구들을 만나러 갔답니다. 오랫만에 늦잠 좀 자려고 했더니.. ^^;; 부모님 두분 다녀오시라고 했더니 제가 꼭 같이 가야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때 알아차렸어야했는데..
    올라가는 내내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는 언제쯤이나 할 거냐고 어찌나 물으시던지.. ㅎㅎ


    노래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여기서 좋은건 전부다 알아가는 것 같아요.. 영화도 꽤나 괜찮게 봤거든요..
    보물창고 같달까요.. ㅎㅎ

    • 차이와결여 2010/11/08 15:15  address  modify / delete

      우와... 그래도 부모님께서 아주 살가우시고, 또 애정이 많으신데요??

      저는 이미 포기하신지(물론 제 생각일 뿐이겠지만...) 오래에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엔 연애보다 결혼을 하라고 하실거에요 아마..ㅎㅎㅎㅎㅎㅎ

      아. 빨리 연애라도 해야지..

      'clovis'님도, 얼른 연애하셔요~ 기회를 놓치지 말아요 우리!!

      노래 좋아해주시니까 너무 좋아요.. 영화도 잘 보셨다니 너무 기분 좋은데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

  3. 애독자j 2010/11/09 15:1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에헴에헴.
    이제 저 상종하지 않을겝니까?
    레알 진심 트루
    대애애애애애애앵봑.

  4. clovis 2010/11/10 20: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 어느새 겨울이 되어있네요..
    보내기 싫은 가을입니다 ..ㅠㅠ

    • 차이와결여 2010/11/11 09:14  address  modify / delete

      빨리 빨리 보내고 겨울을 맞아요..

      눈도 올꺼구, 크리스마스도 있어요..

      곁에 있는 사람의 체온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겨울을.. ㅋㅋㅋ

      겨울은 또 겨울대로 멋질 거에요 +.+

  5. 비밀방문자 2010/11/11 09:0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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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와결여 2010/11/11 09:16  address  modify / delete

      어제 늦게 오셨군요?? ^^

      12신가부터 서버 점검한다는 것 알고 있었어요..

      이런,, 힘겨운 발걸음 되돌리게 해드려서 죄송하네요..

      담엔 공지라도 올릴까요?? ㅠㅠ

    • 비밀방문자 2010/11/11 09:53  address  modify /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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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와결여 2010/11/11 10:09  address  modify / delete

      수다쟁이는.. 무슨요...

      제가 훨씬 수다쟁이 잖아요.. 주저리주저리...

      전 XX님의 수다(?) 좋아하니까요.. 자주 이야기해주세용.. ㅋㅋㅋ

  6. 비밀방문자 2010/11/11 10: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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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와결여 2010/11/11 16:34  address  modify / delete

      역시, 좋은 음악과 커피와 수다는 스트레스 해소의 좋은 친구군요...ㅋㅋ

      제가 감사드려야죠..
      항상 찾아주시고, 이야기해주시니까..

      항상 감사합니다..

      p.s 나도 아이폰을 예약해야 하는 걸까요???

    • 비밀방문자 2010/11/11 23:37  address  modify /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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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이와결여 2010/11/12 00:06  address  modify / delete

      "야감야감야감"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