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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저분한 '차이와 결여'의 자리...




  한동안 책과 영화를 등한시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틈틈히 꼭 봐야할 영화는 보기도 했었고, 항상 손에서 책을 놓고 있지는 않았지만, 작년 이맘 때, 혹은 재작년처럼 간절하게 영화를 찾아다니고 책을 사지는 않았었지요.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은 대학원 논문학기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 때문입니다. 어차피 지금은 손 놓아버리고 신경도 안쓰고 있지만, 여름방학 전까지는 생각하는 것부터 좀더 논리적으로, 사변적으로 체계적으로 하고 싶어서 다른 감성적인 측면들을 모두 차단하고 싶었죠..
  물론, 그렇게 한다고 얼마나 대단한 글이 써질까 싶고, 또한 능력도 안되지만, 그래도 마음 가짐이라고나 할까요.. 아마도 앞으론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제도권 교육의 틀 안에서 학문의 길을 걸을 일은 없을 것만 같으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일을 잘 마무리하자 싶었습니다. 결론은 엉망진창이지만 말이죠..
  뭐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진짜 최소한으로 보고 읽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나니, 영화욕, 서적욕을 주체할 수가 없네요.. 마구마구 사드리고 있고 시간만 나면 영화를 보러 다닐 궁리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ㅋㅋ

  정말 보고 싶으 영화는 <퍼머넌트 노바라>. 입소문이 장난이 아닌 영화라는 데요. 조만간 확인하러 갈 예정.
  읽고 싶은 책과 사야할 책은 정말 많아서 줄을 서 있는데요. 오늘도 <정성일 영화평론집>을 구입했답니다. 무려 4만원.
마구마구 지르다보니, 이번달 재정이 마이너스가 날 것이 분명해서 슬슬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을 사서 빵꾸나는 살림살이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할까요 말까요...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경제권을 의도적으로 빼앗기고, 한달에 20만원만 책 값으로 쓰게 해달라고 조를 생각인데, 이런 씀씀이라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빨리 리스트 중에서 옥석을 골라나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근데, 진짜 저의 소비가 는 이유는 요새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1학기 때처럼 딱히 바쁜 일은 없고, 업무적인 것도 늦어지지 않게 잘 진행되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 바로 가르치는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반 아이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애들이 잘 따라주지 않고, 능력도 안되고),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다 끝난마당에 와서 어디서 생긴 욕심 때문인지 욕심만 들어서 아이들이 하는 모양이 성에 차지 않고, 또, 수업하는 것에 재미를 잃어버렸습니다.
  뭔가가 어긋나 있기는 한데, 딱히 이유를 찾지 못하겠고, 찾기도 귀찮은 지경이지요..

  아침에 출근하면서, "오늘도 이쁜 내 새끼들을 보러가야지.." 정도는 아니더라도 힘들면 안되는데, 요새는 "어제는 어느 녀석이 사고를 쳤더라.... "라는 생각을 하면서 출근을 합니다...

  오늘은 학년 회의 시간에,
  요새 불거진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하여서 학생들에게 절대로 체벌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언급되면서 '그 밖의 다른 "통제"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개개의 선생님들께서 좀더 노력하셔서 학생들을 "장악"하실 수 있어야...'라는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을 들으면서 지금 내가 뭐하고 앉아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물론, 선생님들께서 하시는 이야기의 의도가 '통제''장악'이 가지는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다는 것을 압니다. '통제''장악'도 물리적, 정신적 압력을 이용하여 하는 것도 있겠고, 인간적 매력이나, 공감의 능력을 활용하여 '통제'하거나 '장악'할 수도 있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한다고 볼 수가 없는 미숙한 교사에 불과하고요...
  하지만 왠지, 그런 '학생인권조례'라는 것을 앞에 두고 '통제''장악'이라는 말이 오고 간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로 느껴졌습니다.

  저도 수업시간에 그렇게 이야기 하고는 합니다.

  '학생들만 인권이 필요한 건 아니지 않냐, 교사도 인권이 필요하다. 너희들의 인권을 지켜줄테니, 내 인권도 지켜달라...'

  사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 이른바 학교 구성의 3주체라는 이 세 구성원 간의 사이는 생각보다 훨씬 멉니다. 현재 돌아가는 모양새는 아무리 보아도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우리 나라의 교육현실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무력하게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아.. 이야기가 너무 깊어졌습니다.
  가볍게 가볍게 살아가고 싶은데..,... 어쩌면 제가 매사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내일이 '국립수목원'에 가는 날입니다. 개교기념일
  가서, 분위기 쇄신하고 와야겠어요...
  가서, 자연의 기를 받고 와야지....

  저는 오늘도 이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개교기념일 자율학습 참여 조사", "중식 신청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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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자미 2010/11/11 15: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고스란히 replay되는 말들..ㅋ
    힘내세요^^!!!아 물론 저도 힘낼거구요~ㅋㅋ

  2. 실버제로 2010/11/11 19: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쉬운건 없구나라는 뻔한 생각이 드는군요~ ㅋ

    힘내세요~

    애들이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선생님 마음 알아줄꺼에요~^^

  3. 비밀방문자 2010/11/12 19: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차이와결여 2010/11/12 21:46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저 책상은 그나마 정리하고 찍은 거죵..ㅋㅋ
      원래는 완전 너저분해서 빈 구석이 하나도 안보일지경이에요..

      국립수목원(광릉수목원) 다녀왔습니다.
      역시, 저는 나무가 너무나 좋아요. 나무 곁에만 있으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자꾸 말을 걸고 싶고,,
      오늘도 침엽수림이 있는 지역을 걸으면서 혼자 노래를 불렀다죠..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좀 늦게 가서 낙엽만 엄청 밟고 왔는데, 그래도 너무 좋았어요..

      드디어 '경주'엘 가시는 군요!!
      (제가 다니는 학교 선생님 한 분도 오늘 경주로 출발하셨는데..)
      분명 좋은 여행이 되실 거에요.
      가서 좋은 기운 팍팍!! 받고 오세요~~
      좋으시겠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