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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스무비 시사회 당첨
When : 2008년 8월 1일 21시 00분
Where : 허리우드 클래식 (종로)
(★★★★)


  오우삼이 돌아왔다. 장국영, 적룡, 주윤발이 돌아왔다.

  초등학교 시절,
  나에겐 까까머리 친구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녀석은 벌써부터 여드름이 가득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 같이 다닐 때 어른들을 만나면 "아는 형"이냐고 물어볼 만큼 조숙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고등학교에 다니는 형이 있어서였는지 어쨌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미리 알고 있는 그런 녀석이었다.
  어쨌든, 나는 녀석을 좋아했고, 녀석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녀석이 언젠가, 이 영화만은 꼭 봐야한다며 2편을 동시 상영하는 극장에 몰래(사실 몰래도 아닌게 녀석은 의심의 여지없이 그냥 통과였다.)들어가 관람을 했던 영화.

  몇 년이 지나, 한참 홍콩느와르.. 라는 멋들어진 말들이 우리 나라 영화계를 풍미할 때 쯤, 그제서야 영화관 출입이 자유로워진 나는,  회색빛 화면 안에 펼쳐지는 남자들의 의리, 지고지순한 사랑, 난무하는 피와 총알탄피들이 가득한 <천장지구>와 같은 영화에 심취했었고, 후에야 알게 된 오우삼이란 이름, 그리고 그의 시작 <영웅본색>을 비디오로 접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 집은 비디오에 대한 지독한 검열(?)로,
  지금은 TV에서도 종종 방영되곤 하는 성룡 주연의 영화들도 폭력이 너무 많이 나온 다는 이유로 제지당했었고, 나보다 5살이나 어린 동생과 함께, 부모님이 없을 동안 숨죽여가며 빌려봤던 <영웅본색>은 그 스토리 상의 처절함과 함께 오랜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많이 언급되는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당시 이 영화가 가져왔던 열풍은 그야말로 대단해서, 바바리 코드와 긴 목도리, 담배와 성냥개비는 그야 말로 젊은 학생들 사이에 남자의 로망이 되었으며, 깨끗한 마스크의 장국영이 보여준 헤어스타일이 온 세상을 뒤덮는 결과를 가져왔었다.

  그런 추억이 서려있는 영화를
  극장에서,
  그것도 당시 더빙버전-홍콩영화는 광동어(홍콩) 버전과 북경어 버전이 있단다. 주로 광동어로 촬영하고, 더빙을 북경어로 하는...그래서  음성과 입모양이 잘 안맞는 어색함이 있었다.-이 아닌 광동어 버전 그대로 상영된다하니 나름 의미가 있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 배 나온 아저씨 역할을 하는 주윤발의 앳된 모습과 몇 년전 유명을 달리한 내 마음 속의 영원한 우상 장국영의 대뷔시절 모습도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또,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긴 하지만, 장국영의 경찰 학교 동료의 모습으로 무명이었던 유덕화가 지나가기도 하고, 대만의 경찰국장으로 연기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감독 오우삼.

  1시간 30분의 짧은 러닝 타임 동안 거의 불필요한 장면 없이 핵심만을 잡아가며 영화는 결말을 향해 가는 탓에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흥미진진 했으며, 인물들의 심리 표현이 뛰어나 약간 오버스러운 동작이나 말들에도 불구하고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영화.

  그래도 20년이라는 세월을 무시할 수 없어
  당시에는 최첨단 통신기기, 최고 갑부들이나 상용했던 "위성전화"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하고, 수술실을 별다른 제재없이 불쑥불쑥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스토리 상의 어설픔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세월의 아량으로 웃어 넘길 수 있는 영화.

  거기에 우리나라의 8~90년대 홍콩 느와르의 원조를 눈으로 직접감상한다는 의미까지 추가한다면 별 넷이 아깝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자부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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