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부터
갑자기 찾아온 몸살님의 강림을 받고

난생 처음으로 영양제 라는 걸 맞고 겨우 살아난 '결이'입니다....
아.. 역시 나이는 무섭더군요..
전에는 몸살이 왔다 싶으면,
더운 물에 몸좀 뉘였다가 땀 흘리면서 자고 일어나면 말끔하더니,

이번에는 2박 3일이 지나서 겨우 조금 회복된 듯합니다.
아직도 제정신은 아니지요...

하여, 이번 주말에는 영화도, 책도 아무 것도 못하고 시체가 되어있었던 관계로 포스팅 하지 못하였습니다.
몇 분이나마 고된 품을 팔아 로그인 하셨던, 혹은 주소줄을 클릭하셨던 수고로움에 죄송한 마음 올립니다.. (__);;;;

그럼에도 오늘 또 '야자'를 하고 있습니다...흑흑...

대한민국 고등학교 선생님들, 정말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너무 구박하지 마세요...)

여튼,
오늘 이런 문자를 받았습니다.






오~~ 드뎌, 그동안 서지 않았던 이벤트 운발이 다시 나에게 도래하셨도다... 쾌재를 불렀지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뭔가 분명 사람이름으로 보이는 글자와, 전화번호가 중간에 보였거든요. 찬찬히 보니 그 전화번호는 문의전화번호가 아니고 분명히 
'010 XXXX 5782와 가을을 만끽하세요' 라고 되어있었습니다..

가만히 기억을 거슬려보니,

필름포럼에서 <자유로운 세계>를 보고 나오던 길에, 현장 이벤트로

'<The Left 1848~2000 (미완의 기획, 유럽 좌파의 역사)>, 제프일리 저, 유강은역, 뿌리와 이파리, 정가 50,000원'의 책을 준다기에 냉큼 연락처와 이름을 적어놓고 왔는데.....
THE LEFT(1848-2000)
카테고리 사회/정치/법
지은이 제프 일리 (뿌리와이파리, 2008년)
상세보기


아마도 실수로, 다른 곳에다가 넣어버린 듯 합니다...
그래서 내가 당첨된 이벤트는
"에릭로메르전과 함께 쏠로 대탈출!!"  쿠오오~~~~~~

가보라는 네이버 카페에 가보았더니 요렇게 아름답게 명단도 적어 주셨더라구요...



헐...
이런 난감한 상황이...
그러니까.. 상황인 즉슨
낯 모르는 분과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봐야 하는 것이고,
전화번호도 전송해주었으니, 혹시 불참하게 되면 알아서 연락하길 바란다는 것이고,
서먹해할 줄 알고 같은 영화를 봤던 사람들끼리 커플을 맺어 놓았으니, 본 영화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지라는 겁니다....
저... 이런 분위기 짱 싫어합니다...
이런거 싫어서 소개팅도 몇 번 안해봤구요. 낯선 사람들과는 이야기도 잘 못 나눕니다...
어색한 분위기 싫어서 수다쟁이가 되고선,
헤어지고 돌아올 땐 머리쥐어박으며 자책하는 타입입니다..

더군다나 저요.
내일 병원도 가야하고, 오늘 야자를 하는 터라 집에서 쉬어야하는 터라 참가는 못할 것 같은데,
그럼 그 분께 내가 연락을 해야 하는 건가요?
필름포럼이 연대, 이대 사이에 있는 고로,
영화를 보러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대생일터인데,
33살 먹은 아저씨가 나타난다면 과연 어떤 표정일까요?

그냥 제게는 <The Left>나 한 권 던져주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ㅎㅎㅎ

제가 눈 딱감고 5살만 어렸으면
아프지도 않고, 기운 짱짱할 때면 가보겠는데...
포기할랍니다..ㅎㅎ

설마,
내일 8시에 내가 가지 않아서 저와 파트너 되신 그분이 영화를 못보시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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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inforest 2008/10/14 06: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건 그렇고, 에릭 로메르가 자기 영화가지고 이런 쏠로탈출 이벤트 한다는 걸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더 궁금한데요?
    모르긴 몰라도 지금 블로그 주인장님 보다 더 난감해 할듯 ㅎㅎ

    • 차이와결여 2008/10/14 12:32  address  modify / delete

      ㅋㅋㅋㅋ

      정말... 그 생각을 못했네요..
      분명 저보다 더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을테죠..ㅎㅎㅎ
      'rainforest'님의 재치에 박수를 보냅니다 ^^
      짝짝짝!!!

  2. 카르페 디엠 2008/10/14 10: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ㅋrainforest님 표현 너무 재밌어요~~
    어쨌든 영화도 보고 운좋으면???
    요즘 여대생들 이런 영화 잘 안봅니다..
    그러니 저같으면 좀 피곤하더라도 한번 가볼텐데요^^
    그래야 황망한 이벤트의 결과도 글로 올라올 것이고 또 우리들은 글을 읽고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죠~~

    • 차이와결여 2008/10/14 12:35  address  modify / delete

      아.... 그런건가요???

      다녀와야 하는 건가?? (귀가 얇은 '결이'입니다..)

      생각해보니, 좋은 포스트 '거리'를 그냥 놓치고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소중한 '만남'이라는 것을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하는게 아닌가 하는 ^^;;
      여튼,
      고민 좀 해봐야하겠는데요..

      오늘 몸상태가 '메롱'만 아니면 정말 고민 안할텐데...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