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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속삭임> 티저 포스터



When : 2008년 10월 18일 17시 25분
Where : CGV(오리)
(★☆)


  영화에 대한 정보는 역시 전혀 알지 못하고 영화를 봤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저와 같은 관객을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몇 몇 "이미지"에 함몰되어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착각을 잘하는, 정말이지 우리가 가진 '시각'불완전한 감각이라는 것은 이미 살면서 많이 겪어 왔지만, 때로는 새롭게 깨닫고 허무함에 빠지기도 합니다.

  여튼,
  이 영화의 모든 것은 '제목''포스터'가 다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름'이라는 강렬함과, '속삭임' 이라는 정적이미지의 부조화, 뭔가 낯선 느낌, 있어보이기,
  흔히 '낯설게 하기'라고 말하는 표현기법 중에 한 가지입니다.

  뒤에 자세하게 이야기 하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참으로 오래간만에 허탈했습니다.
  뭔가 보기는 봤는데, 몇 몇 인상들은 남는데,
  무엇을 보고 나온건지 이야기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그런 영화.

  나름 대로 간추린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평생을 함께 해온 아내와 사별한 '노교수(최종원)' 은 아들이 유학 가 있는 미국으로 떠나는 길에, 자신의 연구실 제자 였던 '영조(이영은)'를 집으로 부릅니다. 고지식하기로 소문이 나있는 노교수의 부름이라 평소에도 교수님 앞에서만 유난히 실수를 많이 했던 '영조'는 노교수의 집으로 향하는데, 부름의 이유는 다름 아닌, '서가 정리'.
  은퇴를 앞두고 책들을 분류해서 좋은 곳에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말하면서 노교수는 떠나고, '영조'는 울며 겨자 먹기로 거실 한 가득 쌓여있는 책들을 정리하는데,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집에 드나드는 흔적을 발견하게 되죠. 그는 노교수가 애지중지 하던 '난'을 관리하기 위해 집에 들르게 되는 근처 화원의 청년 '윤수(하석진)'.
  노교수의 아내가 처음 '난'을 키우게 되면서부터 인연이 있던 화원이었지만, 당시 화원을 관리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윤수' 혼자서 화원을 운영해왔습니다.
  아무튼, 사소한 실랑이와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얽혀 있던 오해를 풀게 되고, 노교수가 떠나 버린 집에서 '책'과 '난'을 돌보게 되는데....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마치 '영조'와 '윤수'의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만,
  하지만, 영화는 이 보다 더 많은 문제들을 건들면서 그나마 있던 스토리를 어그러뜨리고 맙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만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만화 중에서도, '순정만화'.
  '순정만화' 중에서도, 그림은 참으로 괜찮은데, 알맹이가 비어서 내용은 중구난방이고,
  뭔가 있어 보이려고 여백은 많이 두는데, 의미는 담겨 있지 않은 컷들이 난무 하는
  딱 그 정도의 영화였습니다.

  이야기를 하자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습니다만,
  '영조'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거의 '고아'로 자라왔습니다.
  '영조'의 어머니가 노교수의 애제자였지요.
  이런 부분을 알고 '영조'에게 접근하는 노교수 아내. 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특한 아이 '영조'.
  할머니와 어렵게 살아왔고,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워 보이는 청년이지만, 한 편으로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따뜻한 마음의 바른청년 '윤수'
  그런 '윤수'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편지,
  '영조'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후원자.
  노교수가 기르는 고양이 '덩치'와 '영조'의 알러지.
  '영조'의 꿈 시인, '윤수'의 꿈 성공.
  처음엔 중요한 듯 등장하다가 중간에 사라져 버리는 '윤수'의 영화감독 지망생 '친구' 에 이르기까지.

  온갖 화소들이 혼합이 되어서 이도 저도 아닌 이야기를 만들어버려,
  서사의 핵심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만,
  화면만 예쁩니다.


  이 영화의 감독님은 '김은주'라는 분으로 '전주대학교 영상예술학부' 교수님이라는데요. 개인적으로 '순정만화'를 좋아하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그나마,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예쁜 영상의 미학', 내지는 '순정만화의 여백 가득한 화면들'을 잘 살렸다는 평가가 인정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이외에는 도저히 점수를 매길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다 보고 와서 검색을 해보니,
  5억원이라는 예산을 전라북도, KBS 등에서 지원받아 독립영화를 제작하게 되었고, 나름 상업성을 인정받아 CJ에서 배급을 맡게 된 것 같은데,
  어느 면에서 그런 부분들을 인정받은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검색을 하다가 또 한가지 발견한 것은 이 영화의 내용이,
  '정년을 앞둔 노교수 부부와 젊은 세대 간의 신뢰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 라는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랬군요.
  그러나, 저는 솔직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 그나마 연기력을 보여준 노교수 역의 '최종원'님과 어설프기만 했던 젊은 배우 및 단역배우들의 연기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거라면 또 모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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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0/01/09 14: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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