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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6/15 2010.06.15 - 생존보고 by 차이와결여 (10)
  3. 2010/05/31 2010.05.31 - 혼란 by 차이와결여 (10)
  4. 2010/05/25 내 깡패같은 애인 - 그냥 외면하기엔 아까운 알토란 같은 영화 by 차이와결여 (7)
  5. 2010/05/21 운명이다 -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 by 차이와결여 (4)
  6. 2010/05/19 2010.05.19 - 이사를 마쳤어요. by 차이와결여 (6)
  7. 2010/05/07 2010.05.07 - 차이와 결여의 결혼관 by 차이와결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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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9 - 삶의 무게


  날이 더운 탓도 있겠지만,
  요새는 자주 오른손에 찬 시계를 끌러 놓는다.
  집에가면 당연히 끌러서 적당한 곳 위에 올려놓고, 학교에서도 수시로 끌러서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심지어는 커피를 마실 때나, 밥집, 술집에 가서도 자리에 앉아마자 하는 것이 시계를 풀러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 일이다.

  나름 아끼는 액세서리이기도 하고, 의미있게 구입했던 시계라 잊어버릴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끝내 끌러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손목에 칭칭 감기는 듯한 느낌이 거북해서 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손목에서 시계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하고 손목 위에 시계가 없는 것을 확인 할 때마다 허전한 마음에 마음이 헛헛하여 진다.
  그래서 오늘은 당분간 시계를 차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계와의 잠시 동안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랄까?

  나의 이 모순적인 행동을 생각하다 보니, 왠지 시계와 팔의 관계만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분이 시계라는 사물을 통해 드러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내가 가진 성향에는 무엇이든 쉽게 버리질 못하는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특히 애정을 가지고 내 것이라 여겼던 것들과는 쉽게 이별하지 못하는 면이 나에게는 존재했다. 그러면서도, 그 대상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라 여겨질 때면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거리를 멀리 하고는 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나라는 사람은 참으로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여튼, 요새 올 해 들어 여러 가지의 일들로 인하여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살다보니, 매사를 귀찮아하고 있었고, 하루하루의 삶을 그때그때 해야할 일들만 겨우 처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늘어가고, 삶에 대한 책임감도 더해만 가서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할 일들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더이상 이기적으로 살 수만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나의 삶은 내가 맘 먹은대로 움직여질 줄 알았던 나의 생각이 점점 사라져가고 삶의 무게가 조금씩 느껴지는 것은 아닐는지...

  그런 나의 마음이 시계의 무게조차 버거워하고 갑갑해했던 것은 아닐는지 하는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삶의 무게가 언제 든지 끌러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계만큼의 무게라면 얼마나 좋으랴만은 아무래도 그보다는 무겁겠지..
  내 삶과도 어느 정도 시간을 가져보자고 이별해볼 수 있겠다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일이겠지...

  아마도
  생활의 패턴이 무너져버린 탓이리라.. 하루 빨리 생활의 패턴을 찾아야겠다.

  다행히도 오늘은 주말..
  즐거움으로 가득한 주말이기를..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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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6/19 11:26 2010/06/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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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5 - 생존보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마지막 포스팅이 5월 31일 이었으니, 무려 보름만...
  생각나는 대로 두서 없이 정리해보자면,

1.

  이번 학기 대학원 수업이 종강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과제가 마지막에 주어졌던 관계로 허걱 대면서 마무리하고 제출했던 기억.
  아무리 생각해도 본래 내가 하고자 했던 공부는 이게 아니었는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 스스로도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 건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확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의 모습...
  다음 학기에는 논문을 쓰고 어떻게든 졸업이란 것을 하게되겠지만, 진정한 공부는 그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닌지...
  아직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대학원을 다니면서 얻은 최고의 소득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아닐까..
  결론은.. 여전히 오리무중...


2.

   어머님께서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병으로 수술을 하셨다.
  집이 이사('차이와 결여'네 부모님은 화원을 하십니다. 이사가 매우 오래걸림)를 가게 되어서 가족 모두가 정신이 없었는데, 덜컥 어머니까지 몸져 누우시게 된 것이었다.
  그 얼마 전에는 아버님께서도 과로로 힘들어하셨고, 같이 일하는 동생 녀석도 나날이 야위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기껏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야자 없는 날 저녁 때 찾아뵙고 영양보충이랍시고 고기나 구워드리는 것이 전부인 내가 참 한심했었다.
  그러다 어머니까지 입원을 하시니, 다들 홀아비 신세가 되었다.
  나야 원래부터 그랬다치고, 제수씨는 친정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일찌감치 친정으로 가있던 상황이라, 집에는 아버지와 동생만이 남아서 어머니 병수발에 이사 준비에, 말이 아니었다.
  나도 틈나는대로 어머니께 가보았지만,
  큰 아들로서 결혼도 못하고 아버지와 동생에게 설은 밥을 먹어야만 하는 내 자신이 무척이나 하찮게 느껴졌다.
  다행히 어머님은 거의 완쾌하셔서 통원치료도 가능해지셨고, 내일이면 퇴원.
  시간이 갈수록 나보다 작아져만 가는 부모님의 모습에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낀다.
  알면 잘해야 하는데...어쩌지 못하는 내가 더 한심.

  어쩔수 없이 반 아이들과 약속했던 '상담'은 2학기 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3.
 
  오늘 아이들이 나에게 "선생님 참 개구장이 같아요"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양 팔을 어깨 위로 올리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녀석이 "제 오빠보다 더 개구장이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네 오빠가 몇 살인데?"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고3이요."

  그 이야기를 듣고, '과연 그런가?  나쁘지 않은데'라고 생각을 하다가
  얼마 전에, 후배녀석들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이 생각났다.
  그러다 보니, 도대체 나라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신경쓰였다.
  정확히, 신.경.쓰.였.다
  나는 평소에 남들의 시선은 최대한 신경쓰지 않고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이고(물론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 때문이었다.

  처음 상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애들끼리 돌렸던 롤링페이퍼에 '잘난 척 한다'는 이야기가 과반이 넘게 나왔던 것이었다. 어렸지만 그 당시에 받았던 충격은 너무나 커서 그 롤링페이퍼들을 2년 넘게 다락방에 숨겨 놓고 몰래 꺼내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는 남들 앞에서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잘 커왔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오고 연애를 시작하고 나니, 또다른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바람둥이'
  음..
  물론, 나는 평범한 남자이고, 남자이다 보니, 여자를 좋아하고, 당연히 남자보단 여자를 좋아하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런데, 나에게 '바람'의 기질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이 여자, 저 여자들에게 모두 잘해줘서'라는 이유를 말했다.
  허걱...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이 비난의 이유이라니...그건 내 삶의 방식 전체를 뒤흔드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냥 한 사람만 있으면 되지, 이 사람 저 사람을 필요로 하는 성향도 아니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고 싶었으므로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들이 보기에는 나의 '친철''배려'가 여자친구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잠시 고민하고 그냥 있는대로 살면서, 남들이 뭐라하는지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도 내 20대는 항상 곁에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녀들하고만 지내면 되므로 가끔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와도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싱글이 되고나니 이젠 또 문제가 달라졌다.

  이성이건 동성이건 그냥 사람으로 대하고 싶은데, 그리고 그런 나이도 됐는데, 솥뚜껑보고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것 같아서,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고 지내는 것 같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렵지 않게 친해질 수 있는데, 그들로부터 '결혼하셨어요?'(아, 슬푸다. '여자친구 있으세요?'라는 말보다 '결혼하셨어요?'라는 말을 듣는 빈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현실..)라는 말을 듣고 난 후부터는 스스로 모든 행동을 생각해보게 된다.

  '혹시,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이거 오해받을 행동 아냐?'


  몇 년간의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서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흔적은 남아서 가끔씩 불쑥불쑥 생각날 때마다 드는 깊은 자괴감...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비록 큰 아픔은 아닐지라도 나도 이래저래 상처를 많이 받고 살아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울해졌다.


4.

  이제 또 기말고사 시험기간이다.
  시험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데,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서, 포스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시 출제의 바다로 빠져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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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6/15 22:14 2010/06/1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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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1 - 혼란

사진사진

<호의 2007.04.16 Nikon D-50, Nikkor 18-55mm, f4.8, ISO Auto>



  "인간적 호감과 이성적 호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본래 어제 글을 쓰려고 했으나, 학부모 공개수업으로 인해 정신이 없어서 까먹지 않으려고 핵심문장만 적어두었던 것입니다.

  문장이 가볍지 않았는지 두 분이 덧글을 달아주셨네요. 그냥 이대로 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몇 마디를 덧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D

  요 며칠사이 꿈을 꿉니다.
  그야말로 쓰잘데기 없는 개꿈이어서 설명 드릴 것도 없지만, 딱 잘라 설명드리면 저는 꿈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합니다. 말랑말랑하고 포근한 그 느낌이 참으로 좋은데, 매번 꿈마다 대상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 대상이 내가 현재 바라고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인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모두 깔끔하게 정리된 첫사랑, 혹은 그 다음 사람, 혹은 그 전 사람 뭐 이런 식인 거죠.
  어디에 사는 줄도 모르고, 뭐하고 사는 줄도 모르고,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는 사람들인데 왜 나오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지극히 현실적인 저의 무의식이 아무나 잡고 그런 감정을 나누지는 못하겠고, 그나마 아는 얼굴이 그 정도이니 무책임하게 제 꿈 속에 등장시키는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저와 사랑을 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어떤 손짓, 혹은 몸짓, 느낌을 가지고 '아, 이건 누구이구나..'하고 짐작을 할 뿐인 거죠..또 한 사람만도 아닙니다. 어제는 그사람 오늘은 다른 사람.. 뭐 이따구죠.

  그렇게 꿈을 꾸다 아침에 깨어나면 허무합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하고, '겉으론 잊은 척 하지만 속으론 못 있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괜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튼 자괴감 가득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고마는 거죠..

  이럴 땐, 참으로 '프로이트'가 원망스러워요. 아니, '프로이트'를 저에게 알려준 사람이 원망스러운 걸까요. 이유야 어떻든 이런 상황에서는 제 무의식에 감춰져있던 욕망이 표출되는 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저는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게 되는 거죠.

  '내가 지금 사람이 그리운 건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아쉬운 것은 없는 거에요. 한 마디로 미칠 노릇.. 그렇다면 도대체 이 꿈들의 정체는 무엇인가...하면서 한 명, 한 명 지난 날의 사랑들을 떠올려보게 되는데, 결과야 어쨌든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들과 인연으로 끝까지 맺어지지 못했던 것은 20대라는 철없음에 기대어 '인간적 호감''이성적 호감'을 제대로 분별해내지 못했던 저에게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물론, '인간적 호감''이성적 호감'이라는 것이 무 자르듯 딱 잘라낼 수 있는 것도 아닐테고, 또,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 사랑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아마도 두 가지의 '호감' 중 어느 쪽으로 치우쳐 있는가, 상대방은 어떤 식으로 느끼고 있는가로 인해 접근방식의 차이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두 사람 모두 두 가지 호감을 함께 가지고 만나는 것이겠지만, 저는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때론, '이성적 호감''인간적 호감'을 혼동하기도 했었고, 상대방은 '인간적 호감'이었는데, 저는 '이성적 호감'만 가득 가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에 능수능란했다면, 그런 사실을 재빨리 알아채고 적당히 절충해가며 타협점을 찾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저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생각으로는 잘 될 것 같긴 하지만, 모르겠네요.

  여튼, 요새들어서는 더더욱 두 가지의 호감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간적 호감'이 분명한 것 같기는 한데, 세상에 오로지 '인간적 호감'만을 가지고 이성을 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고, '인간적 호감''이성적 호감'으로 발전하지 말란 법도 없는데, 굳이 한 번 정해진 감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분명히 '이성적 호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바라보면 그냥 평범한 호감 일 수도 있더라구요.

  하여간 어려운 일입니다.  
  한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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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5/31 15:20 2010/05/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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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깡패같은 애인

<내 깡패같은 애인> 메인 포스터



* 2010년 05월 21일 17시 20분
* 프리머스 시네마(오산)
  (★★★☆)

  오래간만에 꿀맛같은 연휴를 맞이하여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뭐라도 봐야하겠기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아직 <하녀>를 못봤기 때문에 정 볼 영화가 없으면 <하녀>라도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더랬죠. 그런데, 영화관에 가서 보니, <내 깡패같은 애인>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기자시사회가 열렸다는 기사를 읽었었는데, 저는 '정유미'를 한동안 눈여겨 보았었으므로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왠지 <하녀>는 땡기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표를 예매하고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은 언뜻보기엔 그저그런 내용의 진부한 조폭&로멘스영화라는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목도 무슨 삼류 조폭영화같은 느낌이 들고, 이제는 흥행파워라고 할 수도 없는 '박중훈', 그리고 떠오르는 신예, 그러나 뭔가 기묘한 느낌을 주는 '정유미'가 주연을 하고 있다는 것을 봐도 그렇지요. 개인적으로는 포스터도 정말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예매할 때에는 이런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 그동안 괜찮다는 영화들만 봐왔으니까. 한 번쯤은 가볍게 머리를 식힐 필요도...'

  그래서, ''정유미'만 이쁘게 나오면 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영화를 봤지요. 그런데 의외로 소박하게 시작한 영화가 결말까지도 예쁘게 처리되어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섰을 때에는 뭔가 뿌듯한, 그리고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어서 매우 기분좋은 영화였습니다.

내 깡패같은 애인

만나자 마자 티격대는 둘의 만남 <내 깡패같은 애인> 스틸 컷



  대강의 스토리는 이러합니다.
  지방에서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도 마친 '한세진(정유미)'은 서울에 직장을 잡게 되었고, 그저 적당한 사람에게 시집을 가서 곁에 머물러주길 바라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상경하게 됩니다. 요즘처럼 취직이 어려운 때에 서울에, 그것도 번듯한 직장에 애인까지 생겼던 '세진'은 나름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나 기쁨도 잠시 회사는 부도가 나고 애인에게도 채여서 달동네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민망한 마음에 시골의 가족에게는 회사의 부도 사실을 알릴 수 없었고, 여기 저기에 입사원서를 넣으며 다른 직장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일이 뜻대로만 풀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우울한 상황에 옆집에 사는 사람까지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데요. 그가 다름 아닌 삼류 조폭 '동철(박중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 겉은 무섭게 생겼어도 맘은 착한 것 같아 자꾸만 정이 가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렇게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어디선가 봤던 스토리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약속>과 같은 스토리 혹은 <걸어서 하늘까지> 와 같은 이야기가 그것이 아닐까 하는데, <내 깡패같은 애인>은 그렇게 구구절절한 스토리의 사랑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주인공이 잘나가는 '의사'도 아니고, 지고지순한 순정을 바치는 인물도 아니거니와 직장을 구하지 못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백조'이고, 남자 주인공 또한 17대 1로 싸워도 이길 만큼 멋진 조폭도 아니지요. 까닥하다간 동생들에게 '까'일지도 모르는 후줄근한 인물입니다.
내 깡패같은 애인

무슨 깡패가 만날 맞고만 다녀요? <내 깡패같은 애인> 스틸 컷



  그런 두 삶의 공통점이라면 삶이 고단하다는 것이겠지요. 그러다보니 상대방의 고단함까지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는 것이고, 자신의 삶을 보듬는 것처럼 서로의 아픔을 보듬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적 설정도 있습니다. '동철'과 같이 착한 깡패는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영화이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여튼, 조직으로부터 소모될 대로 소모되어버린 퇴물 '동철'과 아직 자신이 가진 것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학벌주의 앞에 무너져가는 '세진'의 모습은 이기주의와 경쟁주의가 만연한 우리들의 사는 모습 그대로 입니다.

  이렇게 민감하고도 코믹한 설정에 어울리지 않는 시대적 의식을 감독은 적당히 버물여 가면서 영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통속적이게도 절대로 어울릴 수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나라 영화나 소설들도 '해피엔딩'을 그리는 것이 어설프지 않고 그럴듯해서 나름 기대를 하게된 것도 있었는데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화의 결말은 직접 영화관에 가셔서 확인하세요.

내 깡패같은 애인

요샌, 면접 볼 때, 춤도 추나요~~ <내 깡패같은 애인> 스틸 컷



  여튼, 뻔한 짐작이긴 하지만,
  '동철'이 또 한번 조직을 위태롭게 하던 '박반장'을 제거하기 위해 '재영'과 가면서, 뻔히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될 '재영'을 뿌리치고 혼자 가는 모습과 '세진'이 면접을 보러 간 곳에서 놀림만 받고 돌아서면서 흘리는 눈물 같은 것들은 극적이지만 사실적인 부분을 담고 있어서 가슴에 찡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이면서도 좋은 느낌으로 영화관을 나올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여러 사이트 들의 평점도 좋고, 입소문도 타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하녀>, <시>, <하하하>등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영화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가볍게 머리도 식히고 기분전환도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딱 어울릴만한, 별 4개까지는 아니어도 3개만 주기도 아까운 영화입니다.

내 깡패같은 애인

이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일까요 새드 앤딩일까요??? <내 깡패같은 애인>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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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5/25 13:03 2010/05/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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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운명이다 겉표지>



* 운명이다
* 돌베개, 노무현재단 엮음, 유시민 정리
 
  아직도 그날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는 한참이나 시끄러운 세상의 중심에 있었고, 누가 보더라도 이미 지칠대로 지쳐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한 때는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때는 옆집에 사는 사람처럼 평범해서 아무런 힘도 갖지 못했지요. 그래도 세상에 도는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처럼 누군가가 뒤에서 받쳐주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와 똑같은 전철을 받았던 사람들도 한 번씩은 거쳐가는 길이었기에 조금은 시니컬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는 숱하게 많은 어려운 상황들을 당당하게 정면돌파하면서 헤쳐나왔던 사람이기에 그 때 그가 겪고 있었던 어려움 정도는 별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던 그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던졌습니다.
  믿을 수 없었던 일이었고, 인정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수많은 추측들과 음모론이 세상을 어지럽게 했고, 저 또한 아닐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상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젠가 썼던 것처럼 저는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도 않았고, 어떤 부분은 분명하게 비판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그가 불쌍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죽일만큼 미워서도 아니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온 나라가 슬픔 속에 얼마 간을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복수를 해야한다고도 말했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도 말했고, 영원히 사랑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죽음이 하나의 지표가 되어 그의 죽음 전 세상과 죽음 후 세상은 뭔가 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고, 어느 덧 시간은 흘러 1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 뒤늦게 그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인터뷰를 읽고, 그가 쓸려다가 못썼다는 책을 찾아 읽고, 그에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래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왜 내가 그를 잊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자서전이 발간되었습니다. 일단 사두었습니다. 하지만 그 책 역시 별다를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서가에 꽂혀 있던 그 책을 그제 꺼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덧 그의 1주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 전과 달리 세상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벌써 잊혀지는 건지, 시끄러운 상황 때문에 묻혀진 건지, 선거 때문에 의도적으로 외면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 갈 수는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주기 추모식이 '봉하마을'에서 열린다고도 했고, '서울 시청'에서도 열린다고도 했습니다. 국민장 때도 가지 않았던 터라 내려가봐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건이 허락하질 않아서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대신 자서전을 읽기로 했습니다.

  노무현재단에서 자료를 모으고 '유시민'이 쓴 그의 자서전은 여느 자서전처럼 '일대기' 형식입니다. 당연히 그의 유년시절의 가난과 입지전적 성장과정, 그리고 민주투사로서의 모습, 대통령 당선, 대통령으로서의 국정과정 등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부를 믿지는 않았습니다. 자서전이라는 것이, 특히 우리 나라의 풍토상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부정적인 면을 감추려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사실이라 믿을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내용들은 알고 있었던 내용이고 어떤 것들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었습니다. 편자 '유시민'은 내용을 간결하고 분명하게 정리하고 있어서 이해하기도 쉬웠습니다. 문투도 이제까지 그가 발표했던 글이나 말투를 옮겨 놓은 듯 세심하게 배려한 부분들도 보였습니다.

  자서전의 내용을 다 읽고 뒷부분에 편자 '유시민'이 덧붙여 놓은 '에필로그'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부분은 이런 내용입니다.

  그가 이승의 마지막 잠을 혼자서 청했던 시각, 나는 제주도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혼자서 마지막 글을 수정해 컴퓨터에 다시 저장하고 봉화산 돌계단을 걸어 올라갔던 그 시각, 나는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텔레비전 속보를 보고 누군가 전화를 하기 전까지, 나는 그가 떠났다는 사실조자 몰랐다.

(p.345)


  엎드려 읽느라 가슴을 받치고 있던 베개 위로 눈물이 투툭툭 떨어져 흘러내리다 이내 글자가 안보일 정도로 흘렀습니다.
  그날의 기억들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그날 받았던 충격과 격앙된 감정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그제서야 알게되었습니다.
  저는 그를 마음 속 깊이 믿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자신은 변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그의 말과 원칙은 어길 수 없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그가 이라크에 파병을 할 때도, 한미 FTA를 체결하려할 때도, 그러면 안된다고 비판은 했지만, 어쩔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 과정에서 자신 스스로를 배반하거나 남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으리라고 믿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상황은 변했지만, 자신이 처음 다짐했던 '원칙과 소신', '사람다움에 대한 희망' 만은 버리지 못했던, 그래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모습은 바로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설사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다해도 절대 버릴 수없는 것 하나.
  그 하나를 지키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가는 것은 특별나지 않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한 때는 잘나가는 변호사였고, 잘나가는 민주투사였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그가 우리와 똑같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부당한 권력 앞에 무너진 것은 단순히 한 정치가의 자살이라고 보기에는 상징하는 바가 컸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살아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아직은 들을 말이 더 많고, 배울 것이 더 많았는데, 좀더 있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살다보니,
  늦기 전에 했어야 할 일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생각입니다.
  늦기 전에 만났어야 할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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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5/21 23:12 2010/05/21 23:12

2010.05.19 - 이사를 마쳤어요.

사진사진

스승의 날 받은 선물과 편지들



  드디어 블로그 이사를 마쳤습니다.
  어디로 옮길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냥 설치형으로 넘어왔네요.
  덕분에, 도메인비 말고도 해마다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호스팅 비용이 생겼지만, 그래도 맘은 편합니다.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네요.

  '내가 과연 블로그를 언제까지 운영할까...'
  '괜히 하다가 말거면서 돈만 날리는 것 아닐까...'

  생각해보니, 제가 무슨 블로그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블로그에만 매달려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파워블로거도 아닌데,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 생각은 해보았습니다만, 심심풀이 삼아 가볍게 시작했던 블로깅이 이제는 제 생활의 나름 의미있는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더군요.

  사실, 어디다가도 할데없는 혼잣말을 무책임하게 쏟아놓고는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터라, 제게는 고마움이 더 큰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이사를 했어요 ^^
  이사하는 김에, '시즌3'..의 개념으로 스킨을 변경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그간 몇 차례 바꿨던 스킨 중에서 이 스킨이 가장 맘에 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살리고 싶었답니다.

  때문에 고생 좀 했지요. '텍스트 큐브 닷컴'에서 쓰는 것과 조금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예전 회사 다닐 때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코딩도 좀 했습니다.(차이와결여는 전직 웹프로그래머 출신이라능..)

  여튼, 중간에 도메인 연결이 안되서 'clovis'님을 좀 당황케 하기도 한 것 같지만요. 이제는 열심히 포스팅하고 블로그를 가꿔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가 멈춰 있던 며칠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영화도 세 편이나 봤구요. 책도 몇 권 읽었는데,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고 또 기억에도 잊혀져가니 넘어가려구요. 그래도, <친정엄마> '김혜숙', '박진희' 두 배우의 연기가 좋았고, <시>는 보고났더니 '이창동'감독이 점점 거장의 세계로 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답니다. 좀 오버하자면 '타르코프스키' 비슷하게, 인간들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대중성보다는 작가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는데요. 제대로 정리하지를 못해서 말씀드리긴 어렵겠네요..
  반면에, <하하하>'홍상수'는 점점더 친절해지고 유쾌해져가는 것 같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에 이렇게 킬킬대면서 본 영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재밌던데, 기회되시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스승의 날'도 있었습니다.
  저는 '스승의 날'에는 그냥 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물론, 학생들이 선생님에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하는 것은 좋지만, 왠지, 엎드려 절받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학부모나 학생들 입장에서도 하기도 뭣하고 안하기도 민망한, 받기도 뭣하고 안받기도 미안한.. 그런 기분이 들어서 입니다.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제가 다니는 학교는  '스승의 날' 조회를 하고 민망한 노래를 부르고 하더군요.

  다행히도 토요일이었으니까 망정이지, 오전 내내 축하받고 졸업생들이 찾아오고 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위에 사진이 요번  '스승의 날'에 제가 받은 편지와 선물입니다.
  대부분의 작년 담임반 아이들과 지금 우리반 아이들이 준 것인데요. 걔 중에는 졸업생들 것도 몇 통있습니다. 손편지가 사라져가는 요즘이라는데, 저렇게나 많이 받은 저는 행복할 밖에요.
  더군다나 깜짝 이벤트로 아침 5시 30분부터 와서 교실을 꾸미고 풍선 붙이고, 케이크를 준비했던 우리반 녀석들에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담임을 배려한 서프라이즈 깜짝 선물 '죽부인'
  이런 식으로 이런 의미의 선물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인데, 나름 재미있는 선물을 해주려고 준비한 녀석들의 고민이 보여서 정말 맘에 드는 선물이었어요.

  이과반이어서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어휘력이 딸린다고 문학시간마다 구박했던 것이 미안해지더군요. 이렇게 상큼한 녀석들인데...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재기발랄함을 죽이는 직업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안가르치는 것이 제일 잘가르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튼, 덕분에 교무실을 발칵 뒤집어놓은 올해 최고의 선물은 만장일치로 제가 받은 '죽부인'이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또 다음주로 다가온 체육대회와 축제 때문에 들떠있는 녀석들입니다. 귀여운 녀석들.. 공부는 언제 하나....

  암튼,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 할텐데요.. 걱정입니다. 한없이 모자라기만 해서요...

  오늘은 블로그에 첫 글을 올리기 위해, 학교를 파하자마자 집으로 직행했어요.
  그동안 바빠서 청소도 제대로 못했고, 집에서 밥도 해먹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부리나케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답니다.

  어느덧 혼자 산지도 석 달이 다되어가는데요.
  어렴풋하게, 혼자서 산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가는 요즘입니다..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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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5/19 21:26 2010/05/19 21:26

사진사진

결혼은 축제??

 

  내일은 대학원에 가야하고,

  또, 논문 계획서와 지도교수 배정원서를 작성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딴짓을 하고 있는 차이와 결여입니다.

 

  어제까지는 중간고사 기간이었습니다.

  이제까지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 같은 정기고사 기간에는 보통 시험기간 전, 시험을 출제하는 기간이 무척 바쁘고, 실제 시험기간은 수업도 없고, 애들도 없고, 학교도 일찍 끝나는 이른바 '축제'의 기간이었습니다.

때문에, 보통은 밀린 책을 보거나, 못 본 영화를 몰아보거나, 정 할 것이 없으면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재충전할 시간을 가지고는 했죠.

  그런데, 이번 시험부터는 주관식 출제때문에 시험기간에도 채점하느라 힘들고, 시험이 끝나고 난 뒤에는 아이들에게 정답을 확인시키고 맞네, 틀리네 하면서 싸우느라 기진맥진할 지경입니다.

  이번은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겠고, 앞으론 차츰 나아지겠지요...

 

  여튼, 시험시간에 감독을 할 때에는 참으로 무료할 따름입니다.

  간혹가다 부정행위를 시도하는 아이가 있기는 하지만, 예전과 달리 방법도 다양하지 못하고, 또 스스로 대범(?)하지 못해서, 미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시험감독을 하는 이유가 부정행위를 적발하고자 함이 아니라, 혹시 모를 사태를 예방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이므로 애초에 시도 조차 하지 못하게 좀 윽박을 질러놓으면 아주 원활한 시험이 진행되지요. 게다가, 수능에 반영되지 않은 몇몇 과목의 감독을 할 경우에는 10분도 안되어 다 풀어버린, 혹은 찍어버린 학생들이 한꺼번에 취침을 하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완전 뻘쭘하게 중앙에 서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시간이면 창밖을 바라보며 말 그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때로는 상상할 거리, 생각할 거리를 미리 준비하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요.

 

  이번 시험의 경우에는 요즘 저의 삶의 '화두'라고도 할 수 있는 '결혼'이라는 문제를 생각하면서 몇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았던 기억은 정확하진 않겠지만, 5~6살 정도의 일인 것 같습니다. 그 때가 정말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부모님이 해주신 이야기를 듣고 마치 내 기억인냥 저장을 한 건지는 몰라도 암튼, 그 때 항상 같이 놀던 이발소집 딸내미와의 기억이 저의 첫 경험이었지요.

  저는 아직 아이를 키워보지않아서 요즘은 어떤지 잘모르겠지만, 제가 어렸을 때에는 꼬마 어린아이들에게 이렇게 묻는 짖꿎은 어른들이 계셨습니다.

 

  "철수야, 너 누구랑 결혼할거야?"

 

  그럼 대답하는 거죠.

 

  "순이!"

 

  저도 꼭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발소집 딸내미(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와 함께 놀고 있으면 우리 부모님이고 이발소집 아저씨고, 이발을 하러온 아저씨고 간에 자주 물어봤었던 것 같습니다.

 

  "차이와결여야 너 누구랑 결혼할거니?"

  "응, OO이(이발소집 딸내미 이름)!!"

 

  제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그 때, 저를 바라보던 어른들의 표정입니다. 제게 질문을 던진 그분들은 항상 커다랗게 눈을 뜨고 뭔가를 기대하고 바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저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대답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결혼'이라는 말의 의미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냥 그렇게 대답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거짓말 같다고요? 아니요. 진짜루요.

  여튼, 그 때 받았던 압박이 결혼에 대한 최초의 압박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그런 질문은 삼가세요. '너, 누구랑 결혼할거야?'라든가 '아빠가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이런 질문들이요...)

  그때가 지나고 7살 때부터는 '남녀 7세 부동석'의 삶을 살았는지, 이성에 대한 별다른 기억이 남아있질 않습니다. 당연히 '결혼'에 대한 관념도 없었겠지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를 좋아하였던 반장에 대한 기억이 조금, 초등학교 6학년 때 정말 거짓말처럼 좋아하게 되었던 아이에 대한 기억이 전부인데, <소나기>에서나 볼 수 있는 풋풋한 감정이었지 '사랑'이나 '결혼'과 연관짓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서 고3 때 만났던 첫사랑.

  첫사랑과는 같은 대학에 진학하기도 하였고,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단계에 걸쳐있었던 만남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불처럼(?) 타올랐던 것 같습니다. 그때야말로 법적으로 누구의 도움도 필요치 않는 실질적인 '결혼'이 가능해진 나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면서 '결혼'이란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꼭 남자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의 사회 구조상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을 생각하게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이야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꼭 남자의 벌이에 의지하여서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여성들이 많지 않으시겠지만, 성장과정을 통하여 끊임없이 주입되는 말들

 

  "남자는 처자식를 먹여살려야 하니까, 가정을 이끌어나가야 하니까."

  "남자는 자고로 능력이 있어야..."

  와 같은 말들을 끊임없이 들어오는 남자들에게 당연히 '연애''책임'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을 연결짓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물론, 터무니없는 이야기지요. 20살 대학생이 무슨 힘으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겠습니까. 그런데도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결혼'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것은 아니었구요. 다만, '당연히 이 사람과 '결혼'을 하겠지...' 정도로요.. 저한테 국한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는 누구를 만나든지 간에 항상 그 사람과의 결혼을 생각하게 되더군요.(도데체 결혼하고 싶었던 사람이 몇 명인거야..지조없게스리..) 그래서, 더 잘나지고 싶었고, 더 능력있고 싶었지요. '결혼'을 하고,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서...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소유'라는 말이 그 때의 느낌에 딱 맞을 듯 싶습니다.

 

  여튼, 그렇게 '결혼'에 대한 내적인 압박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지금 받는 압박에 비하면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거죠.

 

  그 다음은, 몇 해 전이었습니다.

  몇 년전까지 제가 살던 집에는 친할머님이 함께 살고 계셨습니다. 무척 혈기왕성하셨고, 강단도 있으셔서 젊으셨을 때에는 어머님께 시집살이도 많이 시키셨드랬는데, 돌아가시기 한 해 전, 한 번 쓰러지신 후에는 많이 쇠약해지셨죠. 그렇지만 거동을 하실 정도는 되셔서 여기 저기를 다니시곤 했는데, 하루는 제게 뜬금없이 그러시는 거였습니다.

 

  "XX야, 너 장가 안가냐?"

  "아~~ 할머니 제 나이게 몇인데 벌써 징그럽게~"

  "니 나이가 28이지, 옛날 같으면 손주 볼 나이다."

  "아~ 몰라몰라 난 장가 안 갈거야~"

  "뭬야? 장가를 안가? 니가 어디가 부족해서?"

  "아, 그냥 안가요. 절대 안갈거야."

 

  사실, 저 때에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하고 있지 않아서 그랬기도 했지만, 갑자기 과도한 애정을 가지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불편하기도 해서 괜히 어깃장을 놓았던 것입니다. 그러고서는 얼마 되지 않아 정정하신 할머님께서 다시 쓰러지시고 그러고 한 달이 채 되지않아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그 때서야 문득, 할머님의 그 말씀이 유언처럼 생각되었고, 당신의 죽음을 예감하셨는지, 아니면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드신 건지 문득 그런 말을 하셨던 할머님의 마음을 아무렇지않게 외면했던 것이 죄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돌아가신 것을 뒤늦게 어찌할 수 없었지요.

 

  그리고 지금입니다.

  지금은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가해지던 압박의 강도도 줄어서 모두들 거의 포기하고 있다시피한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는데, 드문드문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물어보는 사람들, 또는 '선생님은 결혼 안하시느냐'고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글쎄.'라고 얼버무릴 때, 마치 '철없는 삼촌'을 바라보듯 보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조금씩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요.

 

  '내가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건가?'

  '내가 어디가 부족한 건가?'

  '생각이 이상한가?'

 

  물론, 몸에 하나도 좋을 것 없는 저런 생각들에 빠져있어봤자 도움이 될 것은 없으므로 그냥 조금 하다가 '될 대로 되라지~' 라면서 접어버리고 마는데요.

  어디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나름 건전한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저로서는 당연하게도 저의 '결혼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 '결혼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지요. 어디 한 번 들어보시고 이상한지 여러분들이 평가해주세요.

 

  저는 그렇습니다.

  사람들에게 '결혼'해서 좋은가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하는 게 좋다'. '해봐야 별 것 없다.' 라고들 이야기합니다. 또는 '총각일 때가 좋은 거야. 자유롭겠다,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겠다.' 라는 식으로 말하고는 하죠.(특히 오샘) 제 주위에는 대부분 다 그런 말들을 합니다.

  물어보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여성이건 남성이건 간에)은 결혼생활에 그다지 부족함이 없으면서도 싱글의 삶을 그리워하는 멘트들을 불쑥불쑥 꺼내곤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들은 왜 결혼을 한 건지, 왜 다시 싱글이 될 수는 없는 건지 더더욱 궁금해지지만, 나올 대답들은 뻔하므로 더이상 묻지 못하고 말지요.

  과연 그 말이 사실인 걸까요?

  저는 안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결혼'을 할 때에는 누구나 그 사람을 열렬히 사랑하거나, 혹은 남은 인생을 함게 해도 좋겠다거나, 믿을 수 있다거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결혼'을 하는 것이겠죠. 흔한 얘기로 그 사람을 만난 순간 후광이 비치는 것을 봤다거나.. 하는 이유를 가지고 '결혼'을 하는 것일 겁니다.(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가 될텐데, 좀 냉정하게 말해서, 그런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이겠지요. 종종 이야기되는 사랑의 지속시간, 사랑과 관련된 호르몬의 분비기간 등등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분명한 사실일 겁니다. 그렇다면, 저말고 다른 사람들은 무엇때문에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것일까요.

  어른들은 종종 이야기합니다.

 

  '사는게 별거냐, 그냥 정붙여 가면서 사는 거지.'

 

  우리 나라의 정서상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에둘러서 말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하시는 말씀들이겠지만, '정'이라는 표현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겠지요. 아마도 그 '정'이라는 것은 '삶의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살아가면서 '삶의 방식'을 맞춰가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아닐까요?

  제가 '선'이나 '소개팅'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운명과 같은 만남을 믿기 때문입니다. 내 뜻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연결되는 인연과 같은 끈을 믿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는 것은 혼자서는 될 수 없듯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누구와도 어느 정도의 연을 맺고 있기 마련입니다. 어렸을 때에는 그런 작은 연을 발견하기만 하면 그것이 마치 운명인 냥, 믿고 빠져들었던 것이고, 지금은 한 번 쯤 더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된 것이 차이겠지요. 그러다보니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보고 오히려 혼란스럽게 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러면서도 저는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저와 맞는지 맞춰보곤 합니다.

  분명, 누구든 저와 완전히 똑같은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테고, 얼마나 맞고 얼마나 다른지, 그 다른 부분을 내가 인정할 수 있을런지, 나의 다른 부분을 그 사람이 존중해줄 수 있을건지를 끊임없이 따져보고 저울질해보는 것이지요.

  물론 피상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따져보려면 그 사람과 최소한 가까워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 누구와도 그렇게 하고 있질 못하니까요. 아직은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이유로, 아직은 나조차 나를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도망다니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삶의 방식'이 맞아야 한다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만날 때까지 다만 기다리고, 준비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언젠간 만나게 되겠죠.

 

  이런 생각을 쭉하고 있으려니, 갈수록 '결혼'이란 상황이 더 멀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언젠가 이런 제 생각이 무너지고, 아니 생각들을 양보하고 누군가와 '결혼'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결혼할 나이가 지났다고,', '아이를 낳으려면 지금도 늦은 거라고.'라는 식의 논리에는 굴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냉정하기는 하지만, 제 '결혼'은 100% 저와 저의 상대자의 결정이고 판단이니까요. 다른 주변의 조건들을 고려하는 것이 나쁜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기다리''맞춰보다'가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고, 이젠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나이가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무리해서 맺었던 인연의 뒷끝은 모두 좋지 않았기 때문에 차라리 내 인생은 거기까지였다고 인정하는 것이 맘 편할 듯 하네요.

  사랑의 결론이 '결혼'이라면 성공한 적은 없는 것이겠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받을 만큼 받았고, 줄 만큼 주었다는 생각이니까요. 제가 다시 줄 곳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겠지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주위의 압력들은 사실 듣기 불편한 말 정도로만 느껴질 뿐입니다. 가까운 사람들의 결혼식이나, 결혼생활을 봐도 부러울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신혼여행' 정도, 아담하게 꾸며놓은 보금자리 정도가 부러울 뿐, 그들의 행복이 제 행복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니까 다른 사람들을 봐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네요. 그래서 제 '결혼'은 소원하기만 합니다.

 

  왠지 쭉.. 써놓고 나니,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연애는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결혼은 점점 더 이상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만, 훗.. 과연 이런 제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저도 점점 더 궁금해져만 갑니다. :D

 

 

덧붙임1 : 어째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니, 1박 2일에 걸쳐 쓰게 되었네요. 여기까지 다 읽어주신 분들 고생하셨어요. 대박감사!!

 

덧붙임2 : 아마도, 이 글이 '텍스트 큐브'에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대한 빨리 정리해서 이사를 가도록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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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5/07 21:25 2010/05/0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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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또 이사를 가야하나...

이런 미친

새롭게 진화한 블로그..사라지시는 군요...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티스토리'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아직도 싸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아틱한 미니미들과 함께 소꿉놀이와 같은 장난을 벌이다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미니홈피의 답답한 창때문에 옮기게 되었죠.

 

  뭐 그 전부터, 블로그를 해볼까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몇 군데의 블로그를 살펴보니, 이것이, 컴퓨터 언어를 사용하여 웹페이지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더군요.

  이를 테면, 스킨 제작 같은 경우에 말이죠.

 

  제가 뭐 이제껏 살아오면서 굉장히 거창한 경험들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교사가 되기 전 1년여간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었던 이유로,

  그리고 그 길은 더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뛰쳐나왔다는 이유 때문에, 코딩은 절대로 하기싫었기에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여튼,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고, 한동안 잘 사용하다가 '다음'의 폐쇄적 정책 때문에 열받아서 같은 테터툴즈를 기반으로 한 '텍스트 큐브'로 옮기게 되었더랬습니다.

 

  일단, 가입형 블로그의 확장성을 봤을 때, 가장 유용하다 볼 수 있는 테터툴즈 기반이고, 더군다나 세계적 기업인 '구글'과의 만남이기에 주저없이 선택했었던 것 같습니다.

  '구글'을 믿는 구석도 있었죠.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위의 카피처럼 '진화된 블로그'로의 가능성은 충분한데, 몇 달이 지나도록 업뎃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QnA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뜨문뜨문 업뎃이라고 되는 것이 구닥다리 스킨 몇 개... 이정도?

 

  뭔가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구글인데...'라는 생각에 믿고 기다리기로 했죠.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읽기 쉽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블로그를 지향하는 지라 블로그의 다양한 기능들을 활용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불편함도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공지가 올라오네요.

  '텍스트 큐브 닷컴'을 기존의 '구글'의 블로그 서비스인 '블로거'와 통합한다는 공지가요....

 

  그럼 뭔가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구글''TNC'의 훌륭한 소스와 인재들을 흡수통합하기 위한 방법으로 합병했다는 것밖에는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텍스트 큐브'를 사용하던 많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농락당한 것이고요.

 

  '구글'의 어이없는 처사에 말그대로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더더군다나 어이없는 것은,

  '텍스트 큐브 닷컴'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사용자들이 최대한 '블로거'로 손쉽게 넘어올 수 있도록 신경쓰겠으나, 전체적 구성상 몇몇 가지의 기능들은 사용이 불가하다고 밝힌 것이 그렇고,

  그런 사용자들을 위해서 다른 툴로의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냥 우리는 통합하기로 했으니,

  올려면 오고, 말려면 떠나라는 것이네요..

 

  참.. 어이가 없는 '구글'...

  잠시나마 괜찮은 기업이겠거니.. 하고 믿었던 제가 원망스럽습니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가 먹고 튄, 상하이 자동차...

  'TNC'를 먹고 튀는 '구글'

 

  어디 조직적인 반발 운동이라도 일어나지 않는지요.

  있다면 찾아가서 적극 활동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나저나, 아무리 해도 제 블로그를 구제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번엔 어디로 이사를 가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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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5/04 09:41 2010/05/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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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주일을

<공항에서 일주일을> 책표지

 

* 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역, 청미래

 

  '알랭 드 보통'의 최신작.. 이긴 최신작인 <공항에서 일주일을>입니다.

  왜 '최신작'이라고 말하기를 망설였나 하면, 이 책은 그야말로 '드 보통'의 저작들 중 '쉬어가는 페이지' 정도로 여겨지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그 부피가 아주 적습니다. 겨우 2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고, 활자도 크고, '드 보통' 의 책 답게 사진자료도 풍부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그 정도야 '드 보통'의 팬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기획이 '드 보통' 스스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세계 최대의 공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히드로' 공항의 CEO를 비롯한 몇몇 관리자들이 막 완성된 그들의 아름다운 공항을 위해 노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다분히 중세 성주들의 자신과 자신의 성을 위한 시인들을 곁에 두었듯, '상주작가'의 형태로 일주일간의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공항과 관련된 글을 써줄 것을 부탁하게 되는데, 이에 '드 보통'이 응하며 시작되었다는 것으로 보아도 약간은 특이한 형태의 출판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허나, 이미'드 보통'은 여러 가지의 매체의 제작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공항측에서 제시한 '무엇이든지 써도 좋다'라는 조건을 생각해본다면, 나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그만의 생각을 담아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이미, '드 보통'<여행의 기술>을 통하여, 그리고 <동물원에 가기>의 몇 몇 글을 통하여 '여행'에 관련된 많은 생각들을 이야기하였는 바, '드 보통'에게 '여행''공항'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라는 것을 또한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지요.

 

  여튼, 일주일동안 '드 보통'은 공항에서 거주하면서 마치 '여행'을 가기위해 짐을 꾸리고 공항에 도착하고 여행을 떠나기 위해 사람들과 작별하고, 또 비행기 안에서 많은 일들을 만나고, 다시 돌아와 지인들의 환영 속에 여행을 마무리하는 일련의 과정별로 공항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생각은 철학과 역사의 깊은 곳까지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흔히 스쳐가기 쉬운 생각들의 이유와 변화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데, 지식이 짧은 저로써는 모든 것을 다 표현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도 공항에서 일하는 많은 이름없는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애정도 놓치지 않는데, 이를테면, 검색대를 지나가면서 느끼는 승객들의 심리와 그들을 검색하는 검색관들의 고충, 또는 우리(아.. 차이와 결여는 아직 기내식을 먹어본 적이 없군요.. 킁;)가 무심코 평가하는 기내식을 만들기 위해 세계의 모든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 30년 동안 공항에서 구두를 닦은 이의 마음 등등의 공항의 풍경을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공항'이라는 것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우리가 공항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어떤 것들인지를 말하고 있지요. 

  저는 '히드로' 공항에는 가본적도 없지만, '드 보통'의 글을 읽고 그처럼 '히드로'공항의 구석구석을 보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질문하고, 공항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사연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어졌습니다. 또한, '히드로'공항이 마치 인천 어디에쯤 있을 것만 같은, 아니 '인천'에서 비행기만 타면 한 두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곳인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드 보통'의 의도야 어떻든지 간에, 이 일을 계획한 'CEO'의 의도가 사람들에게 보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히드로'공항의 모습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그 기획은 150% 성공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한정된 기간에 한정된 공간을 소재로 쓰여진 글이라서 그런지 다른 책들보다는 이야기 자체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서 '공항'에 친숙한 분들(차이와 결여는 아직도 공항은 신기한 곳.. 가끔은 공항과 비행기를 구경하러 인천까지 다녀오기도 했다는...) 또는 영국으로의 여행을 앞두고 있는 분들, 영국으로의 여행길에 지루함을 달래줄 이야기가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일반적인 가이드책이나, 안내 팜플렛보다 좀더 유익한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당연히, '드 보통'의 애독자라면 쉬어가는 페이지 삼아 읽어볼만도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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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5/04 00:08 2010/05/04 00:08

2010.04.30 - 봄밤

사진사진

오늘은 하늘이 맑았어요.

밤이로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 김억, <봄은 간다> 中 -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드러하노라.

- 이조년

 

 

  누가 국어 선생님 아니랄까봐, 시로 포스트를 시작하느냐는 이야기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좀 선생티를 내볼까합니다.

 

  오늘은 국어과 회식이 있었던 날입니다.  제가 총무를 맞고 있기 때문에, 작은 모임이라도 이것저것 해야할 일들이 많았지요. 국어과 선생님들이 총 13분인데, 제가 딱 중간 정도 됩니다. 그러다보니,  한참이나 차이나는 선배님들을 모시고 모임을 치뤄야 하기 때문에, 눈치아닌 눈치를 보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과 선생님들은 모두 점잖으시고, 이해심이 많으신 편이어서 대개 시작부터 끝까지 화기애애한 가운데 마무리되고는 하죠.

  회식을 하게 되면, 당연히 음주와 가무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잔을 걸치고 노래방에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 아니라 노래방을 꼭 가야할 코스정도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노래를 부르고 듣는 것은 좋아하기 때문에 간혹 가고는 합니다.

  오늘은 어른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70~80노래들을 부르게 되었는데, 사실 또 제가 애늙은이 처럼 그 시절 노래를 참 좋아라 합니다. 그래서 즐기다보니, 평소엔 어렵게 생각되던 선생님들과도 어깨동무를 하고 방방뛰기도 하면서 참 정겹게 놀다가 왔습니다. (우리학교 국어선생님들은 한 분 빼고 모두 남자분들.)

  그렇게 회식을 마치고 뿔뿔이 흩어져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음주 운전은 아니에요~) 왠지 정겨워진 마음에, '봄밤'이 참으로 좋았답니다. 그래서, 평소에 좋아하는 '이조년'의 시조가 떠올랐고,(시조를 좋아한다니 역시 애늙은이 같죠?ㅎ) 또, '김억'의 저 싯구절이 생각이 났답니다.

 

  그런데, 제가 정작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싯구들과 함께 생각났던 '정겨움'에 대한 기억입니다.

  제가 살면서,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들 중에 손에 꼽을 만큼 좋았던 말 중에 하나이지요.

 

  대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제 모교가 있는 '공주'는 원래 사범대학으로 유명했던 곳이고, 근처에는 '교대'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지리적 위치상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던 곳이라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십여년 전에는 시골스러운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꼭 그렇기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야학'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사범대학 학생들과 교대학생들이 연합으로 교사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과에도 '야학교사'를 하는 선배들이 있었는데, 저는 마음만 있을 뿐, 선뜻 나서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절친했던 녀석이 방학 동안 교사가 모자라니 나와서 좀 도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사범대에 다니고 있으면서도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이 제 능력으로는 무척이나 모자라는 것이고,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면서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남들 다하는 '과외' 아르바이트도 안했었습니다. 그러나 거듭 부탁을 하는 친구녀석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방학 동안만 한다는 확인을 받고 1학년 겨울방학 동안 초등반 '국어''산수'를 가르치게 되었답니다.

  저는 그때까지 '야학'이 학교에 다닐 형편이 안되는 아이들이 와서 배우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당시엔 의무교육이 이만큼 제대로 실시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는 것인 줄 알았죠.

 그런데, 그런 제 생각은 '야학'을 하나도 모르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고등반이나 중등반 정도에 가면 그런 아이들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맡게된 초등반에는 대부분이 아저씨 아주머니들이었습니다. 삶이 어려웠을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쳐버린 아저씨, 아주머니 20여분이 초등학교 졸업장을 얻기 위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시고 계셨습니다.

  그 반에서 제가 제일 먼저 한 수업은 깍두기 공책에 '0'부터 '9'까지를 쓰는 법을 알려드리는 것과, 역시 깍두기 공책에 '가'부터 '하'까지를 써드리고 한 바닥을 채우도록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언뜻 이해가 안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진짜 그랬습니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그 분들은 정말 열심히, 그리고 너무나 신기해하면서 배우고 계셨습니다.

  '야학'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제 아버지같고, 어머니같은 분들이 좁은 책상에 옹기종기 앉으셔서 정말 반짝이는 눈을 하시고 저를 선생님이라 부르면서 정말 깍듯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 앞에서 몸둘바를 몰라하기도 하고, 민망해하기도 했지만, 정말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라도 더 정성스레 알려드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곳에 모이신 분들은, 자영업을 하시는 도중 잠시 가게를 맡기고 오신 분, 남편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려서 밥을 하고 애들을 먹이시고 오신 분, 손자의 손을 잡고 찾아오신 할머님 이런 분들이셨습니다.

  사실,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것이 더 많았던 짧지만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저는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오게되었을 때, 그것도 인연이라고 짧은 송별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다른 선생님들께 약속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군대를 마치고 오면 다시 꼭 오겠다고'.

  그런 제 말을 들으면서 교대를 다니고 있던 저와 같은 학년의 한 선생님이 저의 손을 꼭잡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학은 들어올 땐, 맘대로 되지만, 나갈 때는 맘대로 안되는 거 아시죠? 꼭 다음에 다시 오셔야해요. 선생님은 좋은 분이시니까 기다리고 있을게요."

 

  평소 같으면 괜히 하는 말이라거나, 괜한 압박으로 들렸을 말이지만, 그 선생님의 따스한 눈빛을 보니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혼자 생각일지 몰라도 그처럼 따스하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신뢰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 말 한마디에 제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한한 정다움과 함께 내가 원하든 원하지않든 속하게 된 울타리라는 것이 무척 편안함으로 마음 한 곳에 벅차올랐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학생으로 복귀를 한 뒤에도 간혹, '야학'을 찾기도 했었고, 군대를 제대할 때 쯤에는 진지하게 '야학'교사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었지만, 제 게으름 때문에 아쉽게도 그 약속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정도면 어디가서 '야학' 교사를 했었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것이어서 자랑할 것도 못되지만, 그날 느꼈던 그 따스한 정 때문에, 쉽게 잊지는 못하는 기억입니다.

 

  오늘은 차를 타고 돌아오다가 문득 그 때, 그 선생님의 말이 생각이 났더랬습니다.

  그래서 왠지, 밤길이 꽃핀 밤처럼 환하게 밝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왠지, 제가 꽤 잘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이야 어떻든, 이런 생각이 때로는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주는게 아닐런지요.

 

  따스함, 정겨움, 이런 것들이요.

  그래서 저는 오늘 혼자 행복했답니다.

  그리고 오늘 저 행복했다고 자랑도 하고 싶었습니다.  

  여튼, 오늘은 쉽게 잠들기 어려운 밤이 되겠네요.

 

  좋은 밤 보내고 계시죠? 후후.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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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5/01 02:37 2010/05/0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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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9 - 思考充滿

여유롭고 싶어요



  삶이 바쁘다보니,
  자꾸만 바쁜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원치않은 일들을 해야 함에 억울함을 느끼고,
  불만이 많아지고, 소화는 잘 되지 않는 그런 날들의 연속입니다.

  바쁜데,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은 왠지 앞 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은데요.

  사실은 왜 바쁜 건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벗어날 수 없는 일이다보니, 애써 다른 이유를 찾아보려고 애쓰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분명 어찌할 수 없다는 것에도 기인하겠지만, 나름 제가 참을 줄도 알고, 억울해도 해야할 일은 한다는 점에서 어른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동의하시나요?

  여튼,
  제가 싱글로 지내다보니,
  뭔가 갑갑하거나, 이유없이 문득 쓸쓸하거나, 외로울 땐,
  그 이유가 '연애'를 하고 싶어서인건지 생각해볼 때가 많습니다.

  아직까지는 그런 낌새를 느끼기 어려워서 아쉽긴 하지만,
  언젠가 그런 낌새가 보이면 '확~' 낚아채야 하니까요..
  누군가 그런 낌새를 깨닫게 해준다면 놓치면 안되니까요..ㅋ

  요새도, 자꾸 기분이 가라앉고(아마도 날씨 탓이겠지만) 뭔가 욕구불만으로 가득차서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고민을 하다보니, 그 '연애'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더군요...
  생각해본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어제는 밤 늦게까지 집에서 일을 하고(교사가 수업준비를 하는게 아니라.. 일을 한다니까요..) 그냥 자기 아쉬워서 TV를 켜고 볼만한 것이 없는지 기웃대다가 한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 잘만든 영화도 아니었고, 내용도 중구난방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그닥 훌륭하진 못했지만,(그래서 흥행도 못했겠지만)
  운명의 끌림으로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시작하는 한 연인의 모습만은 예쁘게 잘 그렸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야.. 좋겠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던 때, 옆에 있는 사람밖에 안보이던 그 때!'

  부러운 마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이제 저런 사랑은 할 수 없는거구나!'

  이미, 머리로는 다 알 고 있었던 사실입니다만, 그제서야 새삼스럽게 가슴으로 알게된 것 같습니다.

  그간의 사랑들이 모두 그러했듯,
  한 번 지나간 뒤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감정들이 어느덧
  횟수가 쌓이고,
  시간이 쌓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켜켜히 덮혀 더이상은 20대의 그 풋풋한 감정들로 사랑할 수는 없다는 사실.

  네, 바보 같은 '차이와 결여'
  머리로는  성숙한 '30대'의 사랑을 하고 싶어하면서, 맘 속으로는 은근히 '풋풋하' '어설픈' '20'대의 사랑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런 사랑은 어려운 일이겠지요.
  사랑은 유치한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유치해지는 것이라고들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제 맘 한 편으로는 그런 유치함과 함께 성숙함을 바라고 있으니까요...

  쉽게 말해서 완벽한 사랑을 꿈꾸고 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때론 친구처럼,
  때론 연인처럼,
  때론 동료처럼,
  때론 동반자처럼...

  이 무슨 해괴망측한 욕심인지....

  여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상
  아무래도 우리반 아이들의 소원은 올해도 들어주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아이들의 소원이 뭘까요~)

  한동안 우울모드로 다녔더니
  사람들이 자꾸 어디 아프냐고 물어봅니다.
  작년 반 아이들은 살이 빠졌다고도 이야기 합니다.

  사실 살이 빠지긴 빠졌더군요..작년엔 꽉끼던 바지들이 이젠 딱 좋은 사이즈가 된 것을 보니요.
  이젠 나이가 들어서 날카로운 턱선이나, 날렵한 맵시 같은 것은 되돌릴 수 없겠지만, 그래도 배만 볼록한 것보담 낫겠죠.ㅎㅎ

  여튼,
  어제는 베란다 창문을 열고 담배를 태우다가 문득 들었던 저 생각때문에, 잠이 안오도록 이것저것 생각해보았는데요. 혼자 살다보니 아무런 방해도 받지않고 생각한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이 바쁜 시간과, 불규칙한 날씨가 빨리 바뀌었음 좋겠어요.
  그래서 사고충만(?)한 나의 나날들에도 좀 휴식이 찾아왔음 좋겠습니다.

  그냥 맘 편히 책읽고, 영화보고 하는 날들이요.
  저는 그 와중에도 발악을 해보려고 읽지도 못할 책들을 몇 권 사두었어요.

  유시민, <운명이다>도 샀고,
  데이비스 실즈 라는 사람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라는 책도 샀고,
  영화를 보기위해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라는 만화책도 3권이나 샀습니다.
  어제까진, 김용철변호사<삼성을 생각한다>를 다 읽었습니다.

  영화는 전도연이 주연한 <하녀>를 꼭 보고싶고,
  이창동 감독의 신작 <시>도 꼭 보고 싶습니다.

  4월은 어려웠으나, 5월은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는 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사고충만이 아닌 감성충만한 날들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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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4/29 21:55 2010/04/2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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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대설주의보> 책표지

 

* 대설주의보

* 윤대녕, 문학동네

 

  '윤대녕'의 신작 소설집 <대설주의보>를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사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났더니,

  쉽게 술술 읽히는게,

  가슴 한 켠에 아련함을 남기는 게,

  그 옛날 어떤 때로 나를 옮겨놓고야만 마는 게

  참 좋은 이야기들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원하는 대로 읽다가 보면 너무 빨리 읽어버릴 것 같아서,

  아껴가면서 보았답니다.

 

  내가 처음 '윤대녕'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건, 21살 때 였나 봅니다.

  정확히는 20살인지, 21살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한창 푸르르던 그 때,

  푸르름이 넘쳐 가슴 한 켠에 이유모를 '상실감'을 자라게하고,

  괜히 그런 덧없는 감상에 빠져서

  약간은 냉소적으로

  또 약간은 불안스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을 그 즈음이었습니다.

 

  젊다는 건 그런 건가 봅니다.

  그 땐, 마치 스펀지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었으니까요.

  하나에 빠지면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말아서,

  즐거움의 크기도, 우울함의 크기도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 보다 몇 배는 컸었습니다.

  여튼,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고자 들른 터미널에서 우연히 집어 든 신문에 난 광고에는 <은어낚시 통신>이라는 '윤대녕'의 책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빠져있기도 했기 때문의 그의 에세이 <캥거루 통신>을 당연히 기억하게 되었고, '이건 또 무슨 어줍잖은 패러디냐' 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남아 돌던 나는 결국 <은어 낚시 통신>을 사게 되었고, 그 때부터 '윤대녕'의 이야기들에 담겨져있는 '상실감', '상처' 그리고 '끝없는 만남과 인연' 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예,

  그의 소설에는 항상 어딘가 결핍, 결락되어있는 인물들이 나오고, 그들은 항상 타인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운명'이라기엔 좀 작고, '만남'이라기고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인연'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관계가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어딘가 삐뚤어져보이고,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이 좋아보였고 나중에는 '인연'이라는 이야기 자체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해피엔딩이라고 보기 어려운 그의 소설들은 당시 세상을 냉소하던 내생각과 어울려 매우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추억의 아주 먼 곳>,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남쪽 계단을 보라> 등을 읽다가 어느 순간 더이상 그의 소설을 읽지 않았습니다.

 

  내 기억으론 그 때가 군대에서 제대한 때 즈음 일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건  아마도 내가 더이상 세상을 냉소 할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전까지 세상은 '냉소'의 대상이었지만,

  그 때부터의 세상은 '두려움' 혹은 '치열함'으로 상징되는 '괴물'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이미 주변부를 돌아보기에 바쁜 나는 그이의 이야기들이 현실이 아닌 판타지로 생각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혹은, 뜬구름을 잡으려고 애쓰는 것과 같은 허망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오늘

  식상해 보이던 그의 이야기가

  갑자기 다가왔습니다.

 

  시간은 흘렀습니다.

  흐른 시간 동안 나는 변했습니다.

  내가 변한 동안 '윤대녕'도 달라졌습니다.

 

  마치 한 편의 이야기와 같은 몇 편의 소설들 속에는 이제 작은 희망을 발견할 정도의 결말도 등장합니다.

  해피엔딩이라고 규정하기엔 뭣하지만, 희망의 작은 싹을 보여주면서 독자 스스로의 결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들도 있습니다.

 

  그의 그러한 소설에는 바늘 끝으로 가슴 한 가운데를 콕콕 찌르는 듯한 짜릿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대개의 주인공들이 점점 나와 나이대가 비슷해져가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판타지가 아닌 나의 이야기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이제는 그런 '윤대녕'의 이야기가 다시 읽고싶어졌습니다.

 

  어서, 빨리,

  가로수의 꽃잎 들이 채 떨어지기 전에,

  그의 소설 한 권을 더 사서 읽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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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4/29 20:10 2010/04/29 20:10

경계도시2 - 우리 안의 경계

메인포스터

<경계도시2> 메인포스터

 

* 2010년 4월 25일 13시 30분

* 영화공간 주안(인천)

  (★★★★)

 

  이미 3월달에 개봉을 했었고, 그 때부터 필견 리스트에 올라있던 <경계도시2>를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정말 보고싶었고, 보아야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까먹었다는 핑계로 이때까지 미뤄왔는데, 이런 저를 위해서 아직도 상영하고 있는 영화관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주안'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지경입니다.

 

  암튼,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는 전작 <경계도시>와 같이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전작이'송두율' 의 입국시도와 초청단체의 취소로 인한 좌절, 그 안에서 민주화 운동권에게 던져진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국가보안법', '레드컴플렉스'에 대해 다룬이야기였던 것에 반해서, 이번 다큐는 이미 잊혀진, 2003년의 시점으로 우리를 데리고 갑니다.

  그 해 가을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장식하고, 연일 뉴스를 오르락내리락하던 그 이름 '송두율' .

  2003년엔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간첩'이라 여겨졌던 '송두율' .

  지금은 그 이름 조차도 가물거릴 정도로 잊혀진 그 이름 '송두율' .

  그 해, 우리를 휩쓸고 간 광풍은 도대체 무엇이었으며, 그를 아직도 '간첩'이라고 믿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어째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전작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감독 '홍형숙'은 말합니다.

 

  '처음엔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그에 따른 심경, 그리고 그가 37년 만에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을 생각이었다..... 허나 이내 나의 관심은 '대한민국' 그 자체로 옮겨가고 있었다.'

 

  감독의 이러한 시선은 고스란히 유지되어서 처음엔 다소 희망적인 시선으로 처리되던 카메라는 점점 우리 사회의 광기어린 시선을 닮아 갑니다.

 

경계도시2 스틸컷

<경계도시2> 스틸컷 - 광기가 아닌 무엇...

 

  한 사람의 귀국과 그를 둘러싼 '레드컴플렉스'의 광기와 이를 지키고 보호해야할, 어쩌면 그러한 광풍 앞에서 진정한 인간존엄의, 민주주의의, 자유주의의 가치를 지켜내었어야 할 이른바 운동권의 비굴한 모습을 보면서 저는 한 편으로 대학교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대학교에 입학한 1995년은 문민정부의 탄생과 더불어 학생운동의 힘은 빛을 바래가고 있었고, 학생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운동이란 '등록금 투쟁'정도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그 마저도 다음 해에 있었던 '연세대사태'를 계기로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남아 있는 학생운동의 잔향으로 "4.19 걷기대회", "5.18 광주 순례" 등의 행사가 치뤄지고 있었고, "한총련 출범식"과 같은 전국적 행사도 역시 해마다 많은 학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남달리 의식이 있는 학생도 아니었지만, 과 특성상 대부분의 경우 과행사의 일부로 시작되어 학교내의 행사로 이어졌던 관계로 거의 대부분의 행사에 참석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대학생이라는 엘리트 집단에 속한 이상 사회에 대한, 부정한 것에 대한 적극적 발언은 사명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그런 모임에도 대부분 자발적으로 참여한 편이기도 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접한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우리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했던 많은 열사들과 그들의 후배로서 "한총련"이라는 이름에 속하게 된 것도 자랑스러웠고, 매년 열리는 출범식에 다녀온 선배들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전해들으며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아마도 뜨겁던 연애때문이었다고 생각되는데, 그 해에도 선배들을 따라서 출범식에 가지 못하고 다만 선배들이 모여서하는 이야기나 들을까하고 여기저기를 기웃대던 중, 이상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 해, 한총련 의장이 NL 계열인데, 출범식 도중 PD 계열들의 반대로 행사 자체가 취소될 뻔 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는 식의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때, NL이 뭔지, PD가 뭔지도 몰랐었기 때문에, 선배들에게 자세히 물어본 즉, 학생 운동권에도 의식에 따라 여러 가지의 계파가 존재하는데, 쉽게 말해

 

  NL은 민족주의, 반제국주의 노선이 강하여, 통일운동을 지향하고

  PD는 민중민주주의, 즉 노동운동의 성향이 더 강한 그룹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학생운동은 그 두 계파가 큰 세력을 이루고 있는데, 때로는 학생운동권 내에서도 계파 서로간의 입장 차이때문에 때로는 운동의 성격이 갈리기도 하고, 비협조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는 것이었죠.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볼 때에는 모두 옳은 일을 하자고 협력한 사람들이고 더군다나 대학생들인데, 그들이 서로의 계파 간의 이해와 실리 때문에 비협조하고, 행사를 방해하고 하는 것은 이미 기성사회에서, 또는 정치에서 신물나게 봐왔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계도시2 스틸컷

<경계도시2> 스틸컷 - 지쳐버린 철학자 '송두율'

 

  모르겠습니다.

  제가 너무 얄팍한 지식으로 섣불리 규정하고 정의내리는지는 몰라도, 저는 그 시점을 계기로 학생운동에 대한 회의가 조금씩 생겼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들의 업적이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은 학생다워야 한다는게 제 생각이었고, 대의를 논하기에 앞서 작은 것부터 올바르게잡고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나,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제 생각이 그리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해이건 진실이건 간에, 여전히 진보계는, NL이냐 PD이냐를 따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지금은 다른 이해관계로 편을 가르고 있는 것 같긴 하니까요...

 

  여튼, 그들 운동권들의 공격적 성향과 조직본위, 혹은 그들이 믿고 있는 신념에 대한 맹목적 충성 등은 한 편으로 저를 질리게했고, 지금도 그러한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딴소리가  길었습니다만,

  <경계도시2>에서도 마찬가지의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레드컴플렉스'에 대한 공포.

  소위, 운동권이라는, 진보를 주장한다는 사람들이 '경계인'으로 살고자 하는 한 사람의 신념 조차 지켜주지, 아니 무시하면서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국 내부 '전체 운동권'의 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

  맹목적 신념.

  자기 방어적 자세들.

 

  결국, 그 무기력한 한 '경계인'에게서 '전향'을 이끌어내고야 마는 무지막지한 폭력 앞에서,

  저는 우리 사회의 냉전주의적 흑백논리가 무섭기 보다는, '송두율' 이라는 미끼 하나에 언론, 보수, 진보 라는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뜯고 뜯기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좀 과장하여 말한다면,

  '과연, 우리 나라에 진정한 '보수'란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 진정한 '진보'는 있는가?'

  '모두가 허울뿐인 자기 중심적 집단들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 음지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시민사회, 운동가들이 모두 훌륭하게 일해주시고 또한 그들은 지원하는 많은 일반 시민들이 계시기에 그나마 이정도로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경계도시2 스틸컷

<경계도시2> 스틸컷 - 개인의 신념을 지키는 것과 조직의 안위 위하는 것, 어느 것이 진보일까요?

 

  이야기가 저 답지 않게 좀 진지해졌습니다만,

  다큐를 보면서, 저 또한 그 때, '송두율' 을 간첩으로 인정하고 시작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많은 것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깨달음은 더디고, 깨달은 뒤에는 이미 지나간 일이 되버린 뒤라는 평범한 진리도 함께요...

 

  다큐를 통해 말해지던 감독 '홍형숙'의 나레이션 속에 잊히지 않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송두율' 에게 무언가라도 '충고'를 하려고 했다.'

 

  그 당시 우리가 그를 바라봤던

  그를 동정했던 그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는 몹쓸 버릇이라는 것도요...

 

  생각은 많습니다만, 두서가 없어서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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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4/26 20:10 2010/04/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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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끝자락이군요...

 

  어째,

  올해는 글을 올릴 때마다 정신없이 살고 있다는 말로 시작을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저말고도 모든 분들이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계실텐데, 좀 죄송한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저번 포스트 이후,

  저는 또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허긴, 말도 안되는 말을 붙여가면서 뭔가를 숨기는 듯 보이는 '천안함' 사태도 정신없고,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던, '떡검'들의 뻔뻔함도 한 몫을 했겠지만,

  저는 어제까지가 중간고사 시험지 출제 기간이어서 지난 주말부터 어제까지 밤을 새우다시피 지내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2일은 정말 2~3시간만 자고 생활을 했네요.

  20대 때까지는 한 일주일 정도 밤을 새우며 부엉이 생활을 해도 버틸만 했는데,

  체력이 고갈된 30대 중반의 고등학교 교사에게는 버거운 일인가 봅니다.

  (꽤나 나이 많이 먹은 것 처럼 엄살떠는 차이와 결여)

 

  여튼, 오늘은 너무나 졸려서 비몽사몽 앉아있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우리 교육은 거꾸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인지,

  다른건 몰라도,

  올해부터 정기고사에 주관식 점수를 20%이상 포함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정말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도움이 되고, 또 올바로 성장하는데 이바지하는 일이라면 교사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겠지만,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 생각해봐도 이러한 상황은 아이들을 선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군요.. 젠장.

  이런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제가 교사라는 사실이 후회가 됩니다.

 

  여튼,

  더 이야기하면 넋두리밖에 안될테니까 이 이야기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

 

  저는 그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책을 읽고, 영화를 보았답니다.

  책은 '윤대녕'<대설주의보>라는 따끈따끈한 신작 소설집이고,

  영화는 <작은연못>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서점을 방문하였다가 사게 된 <대설주의보>는 대학교 때, 즐겨 읽었던 '윤대녕'의 작품인데요.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또 끝이 없어서, 나중에 <대설주의보>의 리뷰를 올릴 때, 자세히 말씀드리기로 하고,

  그렇게 책은 사놓고 볼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오샘'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찾아와서 '윤대녕'의 새책을 보았느냐고, 지금 읽고 있는데 참으로 좋다고, 그런 책이 좋은 걸 보니 나이가 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읽어보았더니, 첫 번째 단편부터 마음을 후벼파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딱 지금,

  한껏 만개했던 꽃들이 꽃잎을 떨구이는 이 때에,

  영원히 순수할 것만 같던 목련 꽃들이 무심하게 벗어놓은 옷가지마냥 처량맞게 뚝뚝떨어진 지금에,

  아주 딱 어울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처 몇 편을 더 읽었는데, 그 느낌은 그대로 전해지더군요.

  남은 몇 편을 더 읽어야 하는데, 참으로 좋아서 아껴 읽고 있는 중입니다.

 

  <작은 연못>은 몇년 전, 잡지에 소개되었던 기사를 읽고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였는데 이제야 개봉이 되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관람 1순위였고, 시간을 맞추어 예매를 하려고 보았더니,

  서울로 나가거나, '야우리14'로 가야했습니다.

  다소 먼 걸음을 해야겠기야 중간고사 시험지를 제출하고 일을 마무리한 다음에 가야겠다 싶었는데,

  자꾸만 짜증나는 일들이 밀려와

  모든 것들이 귀찮아진 '화'요일. 혼자서 태업을 선언하고, 나몰라라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물론, 수업은 다 마치고요..

 

  <작은 연못>은 한국전쟁 중에 있었던 '노근리 양민학살'의 문제를 다룬 영화인데, 감독이 연극 연출가 출신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꽤나 정직한 영화였습니다.

  또,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든 상징과 은유가 풍성한 영화였습니다.

  비록, 영화적 테크닉을 통한 풍부한 감정의 폭발, 뭐 이런 요소는 부족했지만, 주제가 주제이고,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외려 정직하게 찍고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시간이 되는대로 리뷰를 작성하여 자세히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은,

  그토록 기다렸던 봄꽃과, 따뜻한 봄 날씨가

  한 이틀 정도 소리소문없이 찾아왔다 싶더니만,

  어제 오늘 또 비가 내려서 싸늘하게 느껴집니다.

 

  아직도 저는

  맨 위에 자켓, 그 아래, 라운드 티, 그 아래 남방셔츠, 그 아래 반팔티...까지 입고 다니는 형편이네요.

 

  이 비도 그치고 나면, 얼마 못봤던 벚꽃이며, 목련들은 모두 떨어지고 말겠죠?

 

  도대체, 꽃비가 흩날리던 벚꽃길을 언제 걸어봤던 건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녀와 였던가요? 아님 그 사람과 였던가요? 후후..

 

  제겐, 가장 아름답고도 아프게 남아있는 벚꽃길이 있는데요..

  전주부터 군산까지 이어지는 2차선 도로의 벚꽃길이었습니다.

  그땐, 대학교 시절이라 버스를 타고 내려갈 수밖에 없었고, 몇 차례의 환승을 거쳐 정신없이 군산으로 갔던 탓에 그대로 다시 찾아갈 순 없을 것 같고,

  또,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 날의 황망했던, 어디로 가는 지 모르고 날아다니던 제 날선 감정들로 인해 더더욱 그러하겠지만,

  그 날, 분분히 흩어져 떨어지던 작은 벚꽃 잎들을 보면서 내 삶에 작지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날, 저는 한 사람을 보냈고, 한 사람과는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암튼,

  벚꽃길은 못 걷더라도,

  이 봄이 끝나기 전에 여행은 꼭 가야겠습니다.

  저를 위해서요...

 

  빨리, 이 힘겨운 4월이 지나고,

  풋풋한 5월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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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4/23 13:56 2010/04/23 13:56

2010.04.14 - 블랙데이

사진사진

무슨 책이었을까요...

 

  오늘이 '블랙데이' 였더군요.

  저는 며칠 전,

  급식소에서 나온 식단표에 아이들이 분홍색 별표를 해 놓은 날짜가 있길래

  뭐가 나오길래 또 이리 난리인가 한참을 들여다 봐놓고도,

  오늘 나오는 식단이 자장면이었다는 것을 보고서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점심 나절에 옆자리에 계신 선생님이 알려주어서 뒤늦게 '아차' 싶었네요...

 

  뭐, 꼭 먹어야 하는데, 놓칠 뻔 하여서 '아차'스러운게 아니라,

 

  '아~ 이젠 이런 날들도 잊고 사는 구나,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아차' 싶었습니다.

 

  피할 순 없는 것이겠죠.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그리고 삶에 때묻어 간다는 것은요..

 

  아마도,

  요즘 너무 바빠서였기 때문이라고,

  어제는 대학원 졸업시험을 보느라 정신 없었고,

  오늘은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라고,

  학교가 끝나면 아침거리를 준비하러 마트에 갈 생각 때문이었다고 자위해보지만,

  한번 든 아쉬움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여튼,

  요새는 정말 눈코 뜰 새 업이 바쁜데요.

  그러다보니, 제 생활은 '학교 - 집 - 학교 - 집 - 마트 - 학교 - 대학원 - 집' 의 반복입니다.

  생활 뿐만이 아니라

  생각마저도

  '수업 - 과제 - 시험 - 농땡이 - 업무 - 업무 - 업무' 의 연속이지요.

 

  그러다보니, 매일 만나는 얼굴들이 똑같았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중에도, 차를 몰고 다니니까, 다른 사람들 틈에 껴 있을 일이 없었더군요.

  기껏해봐야 다른 얼굴들이 있는 곳이라고는 마트에 가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 곳은 목적을 가지고 가는 곳이라, 내가 살 물건들만 휙휙 보고 지나쳐올 뿐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아를 타자화' 할 시간이 부족했다 봅니다.

  혹은 '나를 객관화' 할 시간이 부족했는지도 모르지요.

 

  때로는 나를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에 자신을 던져놓고 가만히 낯선 시간 속에 있다보면 오히려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인데 말이지요.

 

  오늘, 마트에 들르기 전에

  잠시 주간지를 사기 위해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갈 일이 있었습니다.

  날도 쌀쌀했는데, 왠지 오늘은 좀 걷고 싶더군요.

  그래서 차에 있는 MP3 플레이어를 꺼내어 들고 음악을 들으면서 한동안 거리를 걸었습니다.

  마침 퇴근 길이라 종종거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는데요.

  그렇게 낯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서,

  또는 신호등에 걸려 횡단보도에 나란히 서있으면서

 

  '오늘 누구와 만나기 위해 전화를 받고 있을까?

  무슨 일로 이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집에 가는 것인가 백화점에 가는 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누구를 기다리는지 초조한 얼굴로 유리창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고 담배를 비우면서 차를 마시고 있었고,

  작년에 졸업시켰던 아이들 둘은 모르는 새에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지,

  '롤'을 시켜먹으며 가까이 얼굴을 대하고 무언가 속삭이고 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제서야 한동안 제가 살았던 모습이 특별히 유별나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괜스레, '오샘'을 붙들고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은거냐고' 투정부렸던 일들이 부끄럽게 생각되더군요.

 

  갑자기 겨울로 되돌아 간 듯한 날씨에 울적해졌던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도 같았습니다.

 

  확실히,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는 시간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객관화 한다는 것은 꼭 자신의 내면을 응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래저래, 생각의 굴곡이 깊었던 오늘입니다.

  내일부턴 다시 힘을 내서 살아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아침거리를 다듬어 놓고 ㅎ

  빨래도 해놓아야겠네요.

 

  주말까지는 날이 차답니다..

  독감도 유행이던데,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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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4/14 22:47 2010/04/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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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3 - 쓸데 없이 긴 글

 

풍경

<내소사 풍경 2006.05.13 Nikon D-50 18-55mm ISO Auto>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딱히 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필요함을 모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아마 성향상

  제가 모태신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아마 지금은 사이비 신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에는 열심히 교회에 나가곤 했습니다.

  아주 가까이에 사는 친구녀석이 목사님의 아들이기도 했고, 그 목사님이 계시는 교회가 우리집에서 옆, 옆, 옆 집이기도 했으니까요. 문득 기억나는 것이 그때 우리집 앞 집 아주머니는 무당이셨네요.ㅎ

 

  여튼,

  여름 성경학교 같은 경우에는 새벽 예배부터 저녁 예배까지 한 번도 빠지지않고 참석하기도 했고, 전도사님이 저를 부르러 집으로 오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때론, 수련회 같은 행사에도 참석했던 기억도 있네요.

  하지만, 왠지 꾸준히 다닐 순 없었습니다.

 

  게다가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제가 사는 곳은 평준화지역이어서 고등학교를 선택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결과이긴 했지만, 미션스쿨을 다니면서 많은 교회의 '문학의 밤' 에도 갔었지요.

  물론, 친구들의 권유를 피하지 못해서 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드럼, 기타, 키보드를 가지고 생음악으로 연주하던 CCM을 들으려고 했던 이유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 당시엔, 참으로 많은 복음성가들을 외우고 부르고 했었는데, 지금은 다 까먹었군요.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놈은 집안이 불교를 믿고 있었는데, 우연히 저와 비슷한 이유로 교회를 다니다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독교로 개종하기도 했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뿔뿔히 흩어지고 우연히 얼마 전에 녀석의 소식이 궁금해져서 수소문 해봤더니 글쎄, 몇 몇 학교를 순회하면서 한국대학생선교회 CCC에서 캠퍼스 간사로 활동하고 있더군요.

 

  뭐 이렇듯, 저는 삶 가까이에 종교, 그 중에도 기독교가 아주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뭐 허기는, 요샌 학교보다도 많은 것이 교회이긴 하니까 꼭 저에게만 해당 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런데,

  저는 만일 나중에 종교를 갖게 된다면, 아마도 불교를 믿지 않을까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라도 불교를 믿고 싶은 마음,

  아니 정확하게는 승려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답니다.

 

  종종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만,

  아마도 부모님이 안계셨다면 애진작에 승려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

 

  왠지, 저는 전생이라는 것이 있을 것만 같고, 또 전생에 지은 업을 이번 생을 통하여서 갚아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이나마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완전하지 못하고 완벽하지 못하고, 모든 면에서 나약하기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직은 너무나도 모르는 것이 많고, 그 모르는 것 중에는 내 밖의 것들 보다는 내 안의 것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언젠가, '푸른 눈의 승려'로 유명하신 '현각 스님'의 글을 읽다보니, '진정한 진리가 무엇이고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승려가 되었다'는 구절이 나왔고, 그 당시에 내가 느끼고 있었던 궁금함과 너무도 같다는 생각에 깜짝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제가 뒤늦게 종교를 가지게 된다면, 할 수 있다면 스님이 되지 않을까... 하고 섣불리 추측을 해보는 것이지요..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나이를 먹고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런데, 이런 생각으로 쉽사리 속세의 인연을 끊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요?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승려가 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후후

 

  갑자기 뜬금없이 종교이야기를 하게된 이유는,

  요번 학기에 듣는 대학원 수업이 <구운몽>이기 때문입니다.

  '육관대사'의 제자 였던 '성진'이 속세에 뜻을 품었다가 '양소유'가 되어서 세상의 부귀영화를 모두 이룬뒤 인상무상을 깨닫고 다시 불교에 귀의하는 순간 모든 것이 '육관대사'의 가르침이었음을 깨닫는 '성진'의 이야기.

  잘 아시죠?

  <구운몽>을 배우려다 보니 교수님께서 불가피하게 불교의 교리를 살짝 맛보기로 강의해주시는데 너무나 재미있고, 그 이치가 오묘합니다.

  평소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들었던 '空'이라는 말 '緣起'라는 말에 그렇게 많은 뜻이 숨어있는 줄 몰랐습니다.

 

  모든 것은 因子와 因子와의 만남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희, 노, 애, 락'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희, 노, 애, 락'을 없애려면 모든 만남을 비워야 한다는 것.

  하지만 세상 만물은 모두 만남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

 

  제가 오래전부터 알고 싶었던 삶의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그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되었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일까요?

 

  하지만, 너무도 정연한 논리였습니다.

  갑자기 불교를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 솟구쳤습니다.

 

  혹시,

  괜스레 혼자의 시간이 외로워지는 이유도,

  왠지 불안해서 무언가 하지 않으면 두려운 이유도,

  사랑도, 연애도, 결혼도, 공부도, 돈도, 명예도

  모든 것이 만남이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요.

 

  네네, 압니다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생각은 '수박 겉만 핥고 수박 맛은 떫은 맛이다' 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요.

 

  헤헤, 그래도 잠시나마 공상해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네요.

 

  오래전에 읽고서 이해하지 못했던, 그래서 책장 안에 모셔두었던 '고은' 선생님의 <화엄경>이나 차근히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만남을 멀리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요런 생각이 속세에 적을 두고 있는 저에게는 어울리는 깨달음이겠죠..

 

  '모든 것이 만남에서 비롯되나니..만남을 기대하지도 말며, 바라지도 말며, 애써 외면하지도 말라'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덧 12시가 넘었네요.

  긴글..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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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4/14 00:13 2010/04/14 00:13

Eagles - Desperado(Live)

 

  초등학교 때,

  지금은 아련한 기억이 되어버린 "가요 톱텐"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끔,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원조였다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곤 합니다만, 어쨌건 그 곳에 하얀색 정장을 입고, 하얀색 중절모를 쓰고 나와서 "희야"를 외치던 "부활"의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었드랬죠.

 

  그 노래가 너무나 좋아서 가사를 외우고 싶었는데,

  그땐, 음반을 구입할 돈도 없었고,

  내 소유의 라디오도 녹음기도 없었던 때라..

  노래를 외우고 싶어도 어찌할 수가 없었던 안타까움이 떠오르네요.

 

  아..

  어렸을 적,

  음반구입과

  "마이마이"(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의 상표명)

  LP판에 얽힌 이야기를 하자면 또 끝이 없지만,

 

  여튼,

  그렇게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 중에서도 락밴드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진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음반을 사서 모으고, 외국 밴드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접했던 많은 음악들 중 아직까지 남아있는 몇 장 안되는 LP판 중에 하나가 "Eagles"의 앨범입니다.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들어졌지만,

  당시엔 꼭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조그마한 소읍이면 하나 쯤은 꼭 있었던 음반가게,

  먼지가 쌓여가던 진열장들과 수없이 꽂혀있던 테이프들과 LP판들이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우연히 생긴 돈을 가지고 동네에 있던 음반점에 가서 어렵사리 고르고 골라서 구입한 음반을 소중히 들고 집으로 돌아와 비닐을 벗기고 판의 상태를 확인하고 턴테이블에 올린 다음 가만히 바늘을 올려 놓을 때,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노래의 첫음이 울려 퍼지던 때의 희열은 지금도 그 무엇과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느낌으로 남아 있는데요.

 

  그땐 몰랐지만, 제가 구입했던 "Eagles"의 음반은 정식 발매된 것은 아니고 일명 "빽판"이라고 불리웠던 것으로 히트곡 위주로 모아놓았던 음반이었습니다.

 

  당시엔 당연히 적은 투자를 통해 최대의 효과를 노리고 음반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한 두 곡밖에 모르는 정식 음반보다는 모음집이 더 좋았던 것이겠죠..

 

  암튼, 그 음반에 들어있던 노래 중,

  가장 유명한 <Hotel California>, 보다도 평소 즐겨듣던 <Sad Cafe> 보다도 이 노래가 더 와 닿았습니다. 가사의 내용은 한참 뒤에서야 찾아보게 되었지만,

  애절한 보이스와 함께, 다분히 보헤미안적인 가사의 내용,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들이 흙먼지에 날려가듯 흘러가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여지껏 즐겨듣고 있는 노래입니다.

 

  왠지, 저하고도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나요??

 

  그 중에, Live 버전입니다.

  언젠가 한 번쯤은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서 불러보고 싶은 곡이네요.

  오늘은 이 노래를 무한 반복으로 듣고 있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였는데, 햇빛이 살짝 비추네요.  : D

 

가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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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4/12 14:36 2010/04/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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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 봄이 왔나?

꽃잔디

<봉명역 꽃잔디>

 

  3월이 넘어서도 폭설이 내리고, 아침 저녁으론 서늘하다 못해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봄이 오긴 오는 가봅니다.

 

  저는 이번주 월, 화, 수에 걸쳐 수학여행을 다녀왔답니다. (요새는 '테마여행'이라고 하긴 합니다만.)

  교사가 되기 전까지는 수학여행 하면 기억나는 것이 모두 즐거움이었는데, 교사가 되고 난 후부터는 수학여행하면 '고생'이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수학여행에 남다른 기대를 가지고 무엇하나라도 즐거운 일들을 만들고자 애를 쓰는 통에, 다음날 '설악산' 등반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밤에 잠을 자려하지 않고,

  교사들은 그런 아이들을 달래고 윽박지르면서 재워야 하니까, 더불어 밤을 새우게 되는 것이 고되고,

  밥을 먹지 않으면 빡빡한 일정에 지칠까싶어 어떻게든 식사를 먹이려하지만,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각종 군것질을 한 아이들은 먹기 싫다며, 원래 아침은 먹지 않느다며, 밥 맛이 없다며 먹지 않으려고 기를 씁니다..

  모르겠네요.

  저는 학창시절에 나름 말 잘듣는 범생이였고, 순응적인 학생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기분 좋은 것, 제게 유리한 것만 기억하길 좋아하는 제가 미처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한 편으론, 제가 학교 다닐 때와는 달리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아이들이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여튼,

  담임교사로서, 학년교사로서, 아이들이 최대한 즐거운 분위기에서 수학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때론 소리도 지르고, 때로는 기분도 맞춰주면서 나름 즐거운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수학여행의 클라이막스는 반별 장기자랑 이었는데요.

  우리반 남자 아이들이 걸그룹 "2NE1"<Fire>의 노래에 맞추어 코믹여장 댄스를 한다기에, 그러라고 했더니만, 저에게 "산다라 박"으로 깜짝 등장을 하라고 시키더군요.

  부랴부랴 뮤직비디오를 챙겨보고, 동작을 연습하고 (가기 전날, 혼자 사는데도 누가 볼새라 방문, 창문 닫아 놓고 달밤에 체조를 했다능...)

  대기실에서 예쁘게(?) 화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당연히 레깅스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가슴엔 과도하게 부풀려진 풍선을 넣었지요.

 

  여장은.. 대학교 1학년 때, "미스 국어 선발대회" 때 처음 해보았던 것이니까. 무려 15년 만에 도전한 것이었습니다만, 창피한 것은 재쳐두고 아이들과 동작이 맞지 않을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나름 무사히 장기자랑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아이들과 무엇을 해냈다는 느낌 때문이었는지, 창피함보다는 기쁜 마음이 더 크더군요.

  그렇게 올해의 수학여행은 별탈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수학여행의 두 번째날, 설악산 비룡폭포를 등반하는 코스가 있었는데, 아직 눈이 녹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매우 위험했었고, 강원도 구석구석을 다니는 동안에도 길가에 핀 꽃 한송이 볼 수 없었기에, 올해 겨울은 왜이리 긴건가, 봄은 언제 오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상하게 학교 선생님들께서 나이를 많이 물어보시네요.

  그리고 만나는 사람이 있냐고도 물어보시고,

  생각있으면 만나보겠냐는, 누구 소개시켜준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네요..

  하나, 둘, ... 도합 네 분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마침, 날도 땃땃한 것이 놀러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 하고 있었는데, 어찌들 아시고..ㅎㅎㅎ

 

  어제는, 후배녀석 하나도 봄날을 우울해하는 이야기를 하던데,

  모르긴 몰라도 어느새 우리 곁에 봄날이 성큼 다가와 있는 것 같습니다.

 

  곧,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찾아오겠죠?

  5월에 석가탄신일과 놀토가 껴있는 황금 연휴가 있던데,

  대학원만 안가게 되면 어디든 놀러가고 싶은데 말이죠..ㅎㅎㅎ

 

  동해를 갈까, 지리산 산수유를 보러갈까, 제주도 올레길을 걸을까, 녹차밭을 갈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차이와 결여'입니다. ^^

 

  덧붙임:

  오늘은 4월 9일.

  어느 덧, 싱글이 된지가 2년을 넘게 되는군요.

  늙은 탓인지,

  2년인지, 3년인지 가물가물 합니다.ㅋㅋ

 

  아.. 아름다운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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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4/09 14:21 2010/04/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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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8 - 나를 위한 요리

스파게티를 만들었지요

2010.03.28 차이와결여의 저녁식사, 저는 항상 이처럼 렌지와 겸상을 한답니다.ㅎ

 

  오늘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저번주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서 청소도 못하고, 빨래도 밀려있었습니다.

 

  어제가 놀토였는데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부터 대학원에 갈 일이 있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지요.

  9시에 눈이 떠지긴 했는데, 꼼지락대느라 10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해먹고 청소를 비롯한 집안일들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도 남은 일들을 정리해보니,

 

  1. 머리 펌하기

  2. 주방용 가위

  3. 정장 셔츠 구입

 

등이 남아 있더군요.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서니 4시쯤 되었습니다.

  평소에 너무 길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지저분하다고 느끼기도 했던 머리를 어떻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자주가는 헤어샵으로 갔지요.

  그런데, 일요일이라서 그런건지 예약이 꽉차 오늘은 힘들 것 같다더군요.

  너무 길어서 어떻게 처리를 하긴 해야겠는데, 정리만 하자니 금방 또 펌을 할 것 같고, 그렇다고 다른 곳에 가서 펌을 하자니 믿을 수가 없고..

  결국 고민 끝에, 쇼핑이나 하기로 했답니다.

  가지고 있는 셔츠 중 하나가 낡기도 했고, 평소 하나 정도는 더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두 장을 사려고 했는데, 웬걸요.. 딱히 맘에 드는 것이 없더군요.

  결국, 어렵사리 고른 끝에 하나라도 산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트에 들러서 주방용 가위를 하나 구입해야 했습니다.

  간 김에 몇 가지 생필품을 보면서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간 집에서 밥을 먹는 시간이 워낙 불규칙하다보니 밥솥으로 밥을 하기엔 좀 무리가 있어서, 한 두번 해보다가 '햇반'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엔 '햇반'을 이용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것도 한 두번 먹으니 질리더군요.

  그래서 무언가 맛있는 것이 없을까 돌아다니다 보니, 문득 영화 <시월애>의 한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외로울 땐, 요리를 해보세요.'

 

  우울해하는 여자주인공 은주(전지현)를 위해서 남자주인공 성현(이정재)이 보낸 편지에 나오는 말입니다.

 

  전, 그닥 우울한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니,

  여자 친구와 여행을 가서 종종 스파게티를 만들어주기는 했었지만, 혼자서 해 먹어본 적은 한 번 밖에 없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왠지 저녁땐 꼭 스파게티를 먹어야 겠다는 쓸데없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렇게 여러 가지 재료를 사들고 부리나케 집으로 들어와 어설프게 요리를 하고, 먹고 또 설겆이를 하고 지금은 커피를 한 잔 타들고 컴퓨터 앞입니다.

  배가 빵빵한 것이 대단한 일을 한 것 마냥 성취감이 느껴지네요. : D

  괜한 오기라고 말하긴 했지만, 분명 나 자신을 위하여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기울인다는 것은 좋은 일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본래,

  사랑하는 누군가(애인이든, 친구이든, 제자이든, 가족이든)를 위해서 뭔가를 준비하는 것을 좋아하고, 뭔가를 받고 좋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성향이 강해서 나 자신이 뭔가를 받는 것에 매우 서툽니다.

  저는 무언가를 받았을 때, 분명 기쁘고 감사한데도 나에게 그것을 주기 위해 그 사람이 들였을 노력을 생각하면 미안해지곤 하는 거죠.

  저만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여튼 그래서, 평소 제 것에는 관심이 덜한 편이었지요.

  제가 욕심을 부리는 것은, '좋은 음악 듣기(지금 듣고 있는 올드 팝처럼!)''좋은 책', '좋은 영화 보기' 그리고 가끔 '혼자서 즐기는 나만의 시간' 정도 일 겁니다.

 

  왠지 스스로 자랑하는 글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진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이렇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점점 나에게 주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에는 몰랐던 당연히 나를 위해 해야했던 많은 일들을 안하고 살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렇게 말하니 대단히 거창한 것 같지만,

  학교에서는 반 애들 감기 들까봐 매일 같이 청소하고, 온풍기 닦고, 물걸레질 하면서(물론 아이들과 함께) 정작 전에는 내 방 청소는 거의 안했으니까요.. 생각해보니 청소도 나를 위한 것이더군요.

 

  비로소,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내 안에서 원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새삼스레 느껴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제까지는 그냥 못 들은 척, 그냥 그런 소망들이야 당연한 것 처럼 여기고 살아왔네요.

  혹시, 이것이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일까요? 후후..

 

  아까 낮에 라디오를 듣다보니,

  대학교 때 도서관에서 한 눈에 반해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대시했다가 거절당하고,

  군대갔다 휴가 나와서 다시 도전했지만 거절당하고,

  번듯한 직장인이 되어 다시 말해봤지만 거절당한 한 남자가

  4월 3일 결혼하는 그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빈다며 언젠가 그녀의 연습장을 훔쳐 보았을 때 적혀있었던 노래를 신청한다는 사연을 들었는데요.

  DJ도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을 가진 보기드문 남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저 또한, 도서관을 다닐 때 좋아하던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사귈 생각도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보이면 하루가 괜히 즐겁곤 했습니다. 공부도 잘됐구요..

 

  그런 추억을 떠올리다보니, 왠지 사연을 보낸 그 남자가 부러워졌습니다.

  물론, 그 남자는 가슴아프고 힘들겠지만 제게는 없는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가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솔직하다는 것은

  제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 것과 똑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말이 잘 되는 것 같진 않지만,

  왠지 누군가를 사랑하고 픈 생각과 저를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느낌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놓치지 말아야겠어요. 그게 저를 위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부질없는 생각들로 3월의 마지막 일요일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주말에 만났던 대학원 후배가 졸업이 다가온다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오빠, 이제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너무 아쉬워."

 

  라고 하더군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라는 노래 구절을 실감하며 살고 있는 '차이와 결여'입니다.

 

  이젠, 바쁜 일도 끝났으니, 내일 부턴 학교에 읽을 책들을 챙겨가야겠습니다.

  뭐, 좀 있음 또 수학여행을 가야하지만요..

 

  잘지내시고, 4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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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3/28 21:24 2010/03/28 21:24

2010.03.22 - 지금 내게 필요한 것

<낙생고등학교>

<2010.03.22 - 눈이 또 쌓였어요>

 

  오늘도 이곳은 눈이 펑펑내리고 있습니다.

  3월하고도 20일도 넘었는데요, 음력으로도 2월 7일인데 눈이 내려 쌓이고 있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눈에 옷이 젖을 것 같아 밖으로 나가진 못하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담배를 피우려니, 거세게 내리는 눈발에 평소엔 잘 보이던 아파트 숲도 보이지 않더군요..

  뭔가 답답한 마음에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대학원 수업도 휴강이 되었고, 마침 동기들끼리 개강모임을 하자고 약속을 해놨던 터라 일찍부터 후배들과 도란도란 모임을 가졌답니다.

 

  다들 저보다는 한참(그래봤자 5~6살)아래인 친구들이지만, 참으로 정겨운 녀석들입니다.

 

  여튼,

  6명의 모임 멤버들 중에 저만 35이고, 남자녀석은 31살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 그 외엔 전부 20대 중 후반의 여자후배들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연애사가 안주거리 삼아 오르내리곤 합니다.

  그날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왠지, 그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고 있다보니, 뭔가 익숙한 고민들, 익숙한 불만들, 비슷한 감정들이더군요.

  술기운에 기대서, 조금은 거만하게 연장자(?)로서의 충고아닌 충고를 하고, 또 이야기를 듣고 했는데, 갑자기 후배하나가 묻더군요.

 

  "근데, 오빠? 오빠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기는 한거야? 전혀 없어보이는데?"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되더군요.

  사실, 없는 것도, 그렇다고 딱히 있는 것도 아닌데,

  이것이 이분법적으로 딱 잘라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고는 지금까지 계속 그 생각 중입니다.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왠지 저는 저런 고민이 들면, '꼭 해야 하는 건가?' 라는 반항적인 생각이 먼저 들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누가 물어보면 딱부러지게 대답하지도 못한다는 것은 뭔가 주체적이지 못한 것 같은 자괴감도 들고는 해서요...그래서 애써 외면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적당히 둘러대거나요...

 

  그런데, 확실한 것은,

  재작년, 작년의 마음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왠지, 연초부터 설레이는 마음이 든 것도 그렇고,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그런 것 같고,

  뭔가 가슴벅찬 느낌을 가져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그 증거가 아닐까 해요.

 

  준비가 된 걸까요? 후후...

 

  그런데, 한 편으론 이런 마음으로 시작되었던 과거의 관계들은 모두 어떤 면에서는 원치 않는 결과들을 가져왔었고, 그것이 두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요...

 

  왜, 또 다시 이런 고민들을 해야 하는 건지 안타깝긴 하지만,

  얼마 전에 불현듯 확인하게 된,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날짜가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인것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벌써 2년이 되는 것이군요.

  쳇바퀴돌듯 지나가는 학교에서 생활을 해서 그런건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시간은 참으로 빨리도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다시, 시각의 중심을 내 안으로 돌려놔야겠습니다.

  다시, 나를 들여다보아야 하는 시점이 찾아 온 것이네요.

 

  머리도 좀 하고, 여행 계획도 좀 짜고, 영화도 좀 봐야겠습니다.

  공부도하고 책도 좀 읽어야지요.

 

  설령 그것이 회피, 도피 일지라도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은 불타는 열정이 아니라, 진지한 사색일테니까요.

  확실히 봄을 타려는 것 같죠?

 

  학교에 친하게 지내는 '오샘'은 벌써 시작됐더라구요.. 후후..

 

  오늘 하루 종일 듣고 있는 노래는 '정인''미워요' 입니다.

  '정인'의 목소리도, '이적'의 애잔한 감수성도 역시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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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이와결여

2010/03/22 15:11 2010/03/22 15:11

2010.03.17 - 새집틀기

서재

모니터에 많이 보던 블로그가...<정리된 서재의 모습>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여 무려 3개월이 걸린, '새집틀기'가 드디어 완료되었습니다.

  연초라 바쁜 것도 있었겠지만,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고 가볍게 생각을 했었고,

  그러다가 준비할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고민이 시작됐고,

  막판에는 얼렁뚱땅 시작해서 대충 끝마친 독립이었지만,

  이래저래 어설픔으로 저번 주 일요일에 도착한 책장 + 책상 세트를 마지막으로 이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에는 오직, 채 몇 권 되지않는 책들을 옮길 방법이 고민이었는데,

  어쨌거나, 외톨이로 시작하는 것이긴 해도, 이제 당분간은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준비를 시작하니,

  냉장고, 세탁기, 식탁 등과 같은 큰 돈드는 물품들로부터,

  샐러드용 포크, 세제, 쿠킹호일과 같은 자잘한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준비할 것이 하나 둘이 아니더군요.

 

  뭐, 워낙에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지라, 집에서 몇 끼 해먹지 않는 관계로 그나마 반찬걱정은 덜었습니다만,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는 지병(?)으로 아침은 꼭 먹어야하기 때문에,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먹고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튼,

  우여곡절이 많았던 나의 이사는

  택배와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를 남겼는데,

  다 이야기 할 순 없고,

  학기초 매일같이 하는 야자때문에, '식탁', '책장' 같은 설치를 요하는 상품들은 일요일밖에 전달받을 수 없었다능...

 

  그 결과, 주중엔 아이들에게 붙잡히고,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