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분류 전체보기'

ATOM Icon

311 POSTS

  1. 2009/06/07 끝, 혹은 시작 by 차이와결여 (6)
  2. 2009/06/06 2009.06.06 - 안녕하세요. by 차이와결여 (4)
  3. 2009/05/24 2009.05.23 - 그 by 차이와결여 (6)
  4. 2009/05/18 2009.05.17 - 스승의 날, 연애감각 by 차이와결여 (4)
  5. 2009/05/10 2009.05.10 - 내용없음 by 차이와결여 (6)
  6. 2009/04/30 2009.04.29 - 내 마음 by 차이와결여 (11)
  7. 2009/04/27 2009.04.26 - 시험문제, 과제, 선 by 차이와결여 (8)
  8. 2009/04/20 2009.04.19 - 오지랖 by 차이와결여 (5)
  9. 2009/04/11 2009.04.11 - 4월입니다. by 차이와결여 (10)
  10. 2009/03/15 2009.03.15 - 봄바람 by 차이와결여 (2)
  11. 2009/03/01 2009.03.01 - 드디어 시작! by 차이와결여 (5)
  12. 2009/02/28 2009.02.28 - 보쌈을 먹다가 by 차이와결여 (7)
  13. 2009/02/28 <워낭소리>유감 - 왜 우리는 이토록 가벼울까? by 차이와결여
  14. 2009/02/27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아쉽지만 나름 괜찮은 로맨스 영화 by 차이와결여 (8)
  15. 2009/02/26 2009.02.26 - 개학, 전, 전, 전 전날 by 차이와결여 (7)
  16. 2009/02/26 블레임:인류멸망 2011 - 영화도 별 하나, 관객매너도 별 하나 by 차이와결여 (4)
  17. 2009/02/24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 이유없이 우울한 날에는 꼭보자 by 차이와결여 (10)
  18. 2009/02/23 2009.02.23 - 피터팬 증후군 by 차이와결여 (2)
  19. 2009/02/21 그간의 활동영역(2009년 1월 22일~2009년 2월 11일) by 차이와결여
  20. 2009/02/21 돌아서서 떠나라 - 원작이 왜 원작인지를 알려주는 연극 by 차이와결여 (4)
  21. 2009/02/20 오이시맨 - 청춘, 음악, 사랑, 알맹이는 빠져버린 영화 by 차이와결여 (4)
  22. 2009/02/08 키친 - 두 명을 동시에 사랑한다고? 너도? 너도? by 차이와결여 (6)
  23. 2009/02/08 2009.02.07 - 창피하네요,투! by 차이와결여 (8)
  24. 2009/02/06 낮술 - 발칙하게 까발려진 남자의 본심 by 차이와결여 (10)
  25. 2009/02/05 티스 - 조금은 살벌한 상상력의 세계 by 차이와결여 (2)
  26. 2009/02/05 율이네 집 - 사는 것에 감사하는 방법 by 차이와결여 (2)
  27. 2009/02/04 메리 스튜어트 - 용기와 정열의 여성, 메리 스튜어트 by 차이와결여 (2)
  28. 2009/02/04 24시티 - 영상매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by 차이와결여 (4)
  29. 2009/01/29 2009.01.29 - 웨딩촬영 by 차이와결여
  30. 2009/01/23 2009.01.23 - 설날, 춘절, 첨밀밀 by 차이와결여 (4)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8 : ... 11 : Next »

끝, 혹은 시작

차이와 결여

끝, 혹은 시작 Fuji Finepix S5pro, Nikon 18-55, ISO 100

 

2009. 06. 06  공주대학교.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6/07 22:02 2009/06/07 22:02
,
Response
No Trackback , 6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29

2009.06.06 - 안녕하세요.


<Mother> Poster

<마더> '칸' 포스터


언제 : 2009.05.30 22시 10분
어디 : 프리머스 시네마 (오산)

오랜만입니다.
그래서 왠지 오늘은 "안녕~~"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

저번주에 갑자스럽게 닥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 후, 이래저래 혼란스런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뭐, 여전히 대학원 과제의 압박은 감당할 길이 없구요 ^^

더군다나 학교 감사까지 겹쳐있어서 정신은 없었는데, 보시다 시피, 틈틈히 짬짬히 노력하여 "티스토리"에서 "텍스트큐브" 로 이사를 왔습니다.

메인 화면이 좀 썰렁해졌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아직 베타서비스 하고 있는 중이라서 그렇겠지만 좀 썰렁하고 아직 구현되지 않는 기능도 많은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음원은 기본적으로 차단한다는 원칙인지라, 그간 올렸던 몇몇 음악파일들도 재생이 되지 않네요.

그래도,
어차피 옮기고 싶었으나,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고민했었는데요. 같은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텍스트큐브 닷컴이 생겨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텍스트큐브 닷컴은 '구글'과 함께 서비스하는 관계로,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좀더 자유를 얻었다고나 할까요..

아님, 사이버 망명 이라고 할까요..

요즘 읽는 시사 주간지 '시사IN'에서, '포털사이트 없이 살아보기'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연재했었는데요.
그 전부터 느끼긴 했었지만,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들이 또다른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미, 여론형성의 중요한 창구로 이용되고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또다른 여론조작의 원천이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메인에 올라오는 기사들 중, 반 이상은 근거도 없는 각종 스포츠 신문의 찌라시 기사 이거나, 조중동 혹은 연합신문들의 편향적 기사도 많고 암튼, 이래저래 점점 포털사이트들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긴 했습니다.

여튼,
옮기고 나니, 조금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참!
지난 주에는 영화도 봤습니다.

오래간만에 심야 영화로 <마더>를 보았지요.
아..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정말이지 개인적으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또 다시 그의 대단함을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김혜자'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4년간 구애했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봉준호의 영화는 영화의 모든 것들이 적재적소에 정확히 위치하고 또 정확히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치, 연기자들 마저도 완벽하게 컨트롤 한 것이 아닌가... 대사 하나, 동작 하나하나도 다 지시해준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정도였어요.

거기다가,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한 인간의 끝,
다시 말해 '모성'을 통하여 인간이 어느 극한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표현한 봉준호의 능력에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역시나, <마더>에 대한 평가들은 극과 극인데요.

처음 감상의 시작을 어디에 두어서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상업영화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겠으나, 포스터나 광고카피를 통해 '모정'의 위대함을 확인하기 위해서, 한 아들의 억울함을 모든 난관을 딛고 해결해 나가는 어머니의 위대함을 확인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면 100% 실망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말그대로, 인간이 극한까지 치달을 수 있는 하나의 설정으로 '모성'이라는 것을 설정하고 그 '모성'의 극한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다가 '혜자''너는 엄마 없니?'라고 물어보는 부분에서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드리고 싶지만,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어서 못하는데요.

암튼,
그렇게 물어보는 의미의 속 뜻을 생각해 보신다면 제가 하는 말의 의미를, 이 영화의 핵심을 짚어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네개 반쯤 주고 싶네요.

아.. 빨리 방학을 하고,
책도 좀 읽고, 영화도 봐서
열심히 포스팅하고 싶습니다.

훗..
곧 종강이에요. 그날만 기다립니다..

여러분?
어찌 지내세요?? ^^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6/06 22:16 2009/06/06 22:16
, , , , , ,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28

2009.05.23 - 그




  지난 주에는 정말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번 포스트에서 말씀드렸듯이 중요한과제를 해야했기에, 모진 마음을 먹고 월요일날 학교에 등교를 하였지요.
수업하다 쉬는 시간이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과제만을 생각하려 했었답니다.
  그런데 아침 회의시간에 떨어진 뜬금없는 날벼락...
  6월 초에 "학교 평가"라는 것이 있다네요.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나와서 학교의 운영상황을 점검하는 것인데, 준비자료로 100여 페이지가 넘는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
  뭐.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담 주부터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거 말고, "행정 감사"라는 것을 또 받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시기도 비슷하고, 자료 제출은 목요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학교에 가기만 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료준비를 했답니다.
  "감사"라는 것은 3년 마다 한 번씩 받는 거라. 3년치 지난 문서를 모두 뒤적여야 하고, 정리해야 하고, 완전 정신 없었습니다.

  덕분에, 과제는 집에 돌아와서부터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꼬박 날밤을 세워야 했습니다. 다음날을 생각해서, 출근하기전 1시간 눈 좀 붙인 것이 전부였어요. 하지만, 몸이 긴장을 해서인지, 잠도 안오고 피곤하지도 않더라구요.

  그렇게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오늘 잘 발표까지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내심 뿌듯한 이 느낌.. ^^

  그런데, 오늘 아침 한참 과제를 마무리하고 있는데, 컴퓨터화면에 속보가 뜨는 거에요..

  "노 전대통령 사망설, 신변에 이상 있는듯."

  그래서,

  '아.. 몸 안좋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노태우가  죽었나보다.' 하고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노 전대통령은 '노무현' 전대통령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찰에 출두하여 12시간의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피곤하지만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어보이던 그 노전대통령이더군요.
  더군다나, 사인은 자살이라는 겁니다.

  '대통령의 자살'

  얼핏 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지난 날의 영화라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제가 이제 껏 살아오면서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대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데, 수업 도중 전화로 비보를 전해들으신 노교수님은 착찹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에 공부하기도 싫어진다시며, 눈시울까지 적시더군요. 이 놈의 나라가 어떻게 되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요.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어린 시절 신기하게만 생각했던, '5공 청문회'를 통해 스타가 된 인권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이었다는 것과,
  남들이 꺼려하는 부산에서 그것도 '민주당' 출신 후보로 선거에 나서 번번히 실패를 겪었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과,
  거의 아무런 정치적 연고도 없이 경선을 통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또 '노사모'라는 자발적 조직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 정도가 제가 알고 있는 인간 노무현의 전부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된 이후의 그의 행동에 대해서는 5 대 5 정도로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대통령도 인간이기에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가 한 일중 한미 FTA에 대해서는 무조건 잘못한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를 신자유주의와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사회로 이끈 사람이라는 점은 무조건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정치가 가지는 일반인과 사이의 높은 벽을 허물기위해 노력한 사람임은 분명하고, MB에 의해 많이 과거회귀 되긴 했지만,  대통령이라는 존재가 그 이전보다 많이 가깝게 느껴진 것은 사실입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많은 개선의 노력들과 소통의 노력들과 다양한 목소리들에 대한 수렴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점은 앞선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기에 분명 칭찬받아야 할 일입니다.

  또한,
  '박정희' 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공으로 인해, '박정희'의 치부는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업적만이 남았듯, 그 이후에 집권하는 집권자들은 그런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었으나, 그는 그다지 그런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전두환'의 '정의사회구현', '사회정화운동', '노태우'의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6,29선언', '김영삼'의 '금융실명제', '김대중'의 '햇볕정책', '남북 정상회담', '노벨평화상수상'...
  전직대통령들은 마치 역사교과서를 혹은 사회교과서에 이름 몇번 나오나 내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신의 치적 쌓기에 분주했지만, 그는 자신이 살던 고향마을에 '봉하마을' 하나 만들고 욕은 들을대로 들은 소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치적 결단은 있어서 위기의 순간마다 머리 굴리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바보스러움도 갖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통령도 '자연인'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고, 결국 패소판결이 난지 40여일 만에 고향마을로 돌아와 법률적 자연인이 되었던 그.

  그런 그가, 오늘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스스로 진정한 자연인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몸을 던지게 된 이유가, 검찰의 수사 때문이든, 주변사람에 대한 미안함이든, 죽음으로써 진실을 항변한 것이든지 간에,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것은 '노 교수님'의 말씀처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은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착찹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하늘은 맑기도 했습니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5/24 00:45 2009/05/24 00:45
, ,
Response
No Trackback , 6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27

2009.05.17 - 스승의 날, 연애감각




  지난 주는 이래저래 소란한 한 주였습니다.

  월요일은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었고, 금요일에 스승의 날이 있는 관계로 졸업한 아이들이 많이 찾아왔더랬죠. 그리고 그 날은 우리 애들 건강검진을 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뭐, 행사가 많은 주는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빨리 가니까요 ^^

  스승의 날에는 아침 일찍 아이들과 병원으로 건강검진을 다녀온 뒤에 일찌감치 학교를 마치고 뭐를 할까 고민하다가 영화를 보러 갔답니다.

  무슨 영화가 하고 있을지 기대를 가지고 극장을 찾았는데, 마침 '홍상수' 감독의 신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개봉을 했더군요. 이번에는 '김태우', '엄지원', '고현정'이 나오고, 또 내가 좋아하라하는 '하정우', '정유미', '공형진'도 나와서 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는 역시나,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처럼 인간관계를 미시적 관점에서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 섬세하게 묘사하는 치밀함에 피식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보았습니다.
  한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홍상수' 감독이 전보다 많이 친절해지고, 영화도 친절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간의 관계도 좀더 명확해지고, 마지막으로 갈 수록 정리가 되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언제나 감독의 영화를 볼 때면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영화는 현실의 어느 단면이고, 현실은 또다른 영화의 단면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그러기 때문에, 존재 자체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

  더구나 아주 재미있었던 것은, 중간에 소설가 '김연수'가 나온다는 거에요. 꽤나 유명한 영화감독인 역할로 나오는데, 순박하게 생긴 그 얼굴과 함께, 여자들이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쓰는 부분을 보면서, 의외로 잘 어울리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연수'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보너스 선물을 받은 샘이었지요.

  그렇게 기분좋게 영화 관람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는 다시 한 편을 봤어요. 
  왠지 아쉬운 마음에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가 그래서, 시간표를 확인해봤더니, <김씨 표류기> 상영 10분 전이더라구요. 그래서 또 봤습니다.

  아..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 '정재영', 그리고 나름 연기를 잘하던 '정려원'.
  영화의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 두 배우만, 그것도 따로따로 나오는데요.
  자칫 지루해질지 모르는 영화가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아주 흥겹게 지나갔습니다.

  <안녕, 유에프오>, <천하장사 마돈나> 등의 시나리오와 감독을 했던 '이해준' 감독은 언제나와 같이 심각하지 않고 따뜻한 영화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서울 한복판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는 설정도 참신하고, 그런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3년의 '히키코모리' 생활을 벗어나게 된다는 설정도 나름 수긍이 가는, 머리 아프지않고 재미있는 영화.

  덕분에 '스승의 날'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지요.

  그리고, 주말엔 비가 오는 가운데 대학원 수업을 다녀왔습니다.
  머리 아프게 준비했던 '러시아 형식주의'에 대한 발표수업이 있었는데요.

  논리적이고, 책임감있는 연구 태도는 좋았으나, 핵심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ㅎㅎㅎ

  아.. 첫 과제부터 꽝이군요. 이번주는 '윤동주'를 발표해야 하는데요. 걱정입니다.

  그리고, 저녁땐, 교수님들을 모시고 스승의 날 회식을 가졌는데요. 한참 어린 후배로부터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선생님, 결혼을 못하신 거에요. 하실 생각이 없는거예요?' 

  우...
  매번 똑같은 스타일의 똑같은 패턴입니다. ㅋㅋ
  이제 슬슬 익숙해져가네요. 저런 질문들도,

  좀전에 커피를 사 마시러 잠깐 나갔다 오면서 생각해봤는데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가 연애감각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땐, 몰랐으니까 용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 많이 알아서 용감하지도 못하다는 거지요.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겨도 나부터 돌아보게 되니까 생각이 많아 질 수밖에 없는 거지요. 후후.

  어쩔수 있나요, 이렇게 시간은 흘러가는 거겠지요.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주는 바쁠듯 합니다.
  저번주처럼 깨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써서 수요일쯤에는 어느 정도 완성을 해놔야 검토를 해볼테니까요..

  이놈의 '윤동주'.. 하도 생각을 하다 보니, '윤'씨가 모두 싫어질 지경입니다.. ㅋㅋ

  좋은 한 주 맞이 하세요. ^^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5/18 00:14 2009/05/18 00:14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26

2009.05.10 - 내용없음



  여지껏, 누가
  이상형이 누구냐고, 연예인 중에서 찾아보라고 하면,

  '송윤아'라고 대답했었는데요... 하하.. 아시다시피, '송윤아'도 결혼을 하네요.

  뭐, 항간에 떠도는 소문들, '설경구'의 이혼과 우연하게도 겹치는 두 사람의 영화 출연... 뭐 이래저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차피, 그 둘의 문제이니까, 각설하고, 암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두 배우가 만났으니,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올해는 5월에 윤달이 있어서요. 음력으로 생일을 하는 저는, 8월 달이나 되어야 생일이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뭐, 생일이라고 해서 별스러운 것도 없기때문에 하나도 아쉽거나 하진 않는데, 주위의 결혼하는 사람들은 윤달을 피해서 하느라 정신이 없나봅니다.

  물론, 저와 친한 사람들은 이미 결혼 적령기를 넘긴 상황이기 때문에 별로 없긴 한데, 날이 더워서 여름이 온 줄 알았더니, 역시나 5월은 5월인가 봅니다. 결혼소식이 들리는 걸 보니요 ^^

  그래서 그런지, 왠지 저도 싱숭생숭한 것이 맘이 들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 보기를 돌같이 했더랬는데요. 자꾸 눈이 가네요. 어쩔 수 없이 저도 남자인가 봅니다.

  근데, 좀 이상합니다.

  제가 눈이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정하게 팔장을 끼고 지나가는 사람들이거든요.
  가득이나 눈길을 보내는 것도 변태, 오타쿠 같은데, 왜 하필 커플들을 바라보냐고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들은 서로 어떤 점에 끌렸을까'
  '저 남자는 저 여자가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을 하겠지? 근데, 나는 별로네...'
  '저 둘은 행복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이건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해서, 혼자 어이없어 하고 그러는데요.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가 무얼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여러분도 한 번 맞춰보세요.

  1. 연애를 하고 싶은 거다.
  2. 이제 1년도 넘은 싱글 생활에서 오는 정처 없는, 어디서 오는 지도 알 수 없는 외로움이다.
  3. 빡빡하고 재미없는 생활에서 오는 허무함이다.




  작년에는 좀 심심하긴했지만, 나름 즐거웠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한 것이 아무래도 삶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만, 참 궁색합니다.

  이럴 땐, 어디 훌쩍 다녀와야 하는 건데, 경제 상황도 넉넉치 못하고, 시간도 그렇고, 참 딱하네요.

  그래도, 저번 주엔 나름 괜찮았습니다. 영화도 한 편 봤고, 오래전에 예매해두었던 뮤지컬도 한 편 봤네요.
  리뷰를 쓰려고 해봤는데, 아직 못 끝낸 과제가 남아있어서 글발이 잘나오지 않아 관두었습니다. 후후.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문제의 근원은 '대학원'이 아닐까 싶네요..

  어쩌나... 하하 딜레마에 빠진 '차이와 결여'입니다.

  어쨌든 또다른 한 주가 시작되니 다시 한 번 힘을 내봐야 겠습니다.
  다음에 포스팅을 할 때에는 좀더 스펙터클하고 재미있는 내용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여러분도 화이팅하세용.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5/10 23:26 2009/05/10 23:26
Response
No Trackback , 6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25

2009.04.29 - 내 마음


  무사히 '선'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
  여러 모로, 핑계를 만들었던 자리이긴 하지만,
  이왕 나가기로 했으면서 너무 무신경한 것 아닌가.. 하는 소심함으로  나름 챙겨 입고 출근을 했지요.
  그러고는 또 하루 일과가 너무 바빠서 다 잊고 있었는데, 날도 참 좋고요, 더군다나 오늘은 보충 수업이 없고 야자가 없는 관계로 5시에 칼퇴근을 할 수 있는 즐거운 날이었답니다.

  그래서 좋아라 하고 있었는데,
  반 녀석들이 자그마한 사고를 저질러버려서 막판에 꼬장을 부리고 말았네요.
  아... 세상이 내 마음대로 돌아가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으니까, 우리 아이들이 조금만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또 한참이나 들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니까, 그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서두요....

  여튼, 그렇게 열불내며 학교를 나와버린 덕에, 만사가 다 귀찮았더랬습니다.
  그래도 시간 맞춰서 약속장소로 나갔지요.

  자리에 나오신분은 정말 좋으신 분이었습니다.
  성격도 좋으시고, 말씀도 잘하시고, 잘 웃으시고, 예쁘시고, 딱히 어디 흠잡을 데가 없더군요.
  조금은 어색할까봐 걱정했었더랬는데,
  역시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자리 자체도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도 편안한 자리를 만들려고 많이 애쓰시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거의 처음 나가보다시피 한 탓으로 원래 '선'자리가 그런지 어떤지 잘 모르지만,
  고리타분하게 호구조사 같은 거는 하지도 않았고, 그냥 각자 자신의 직장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수긍하고 그에 맞는 이야기 하는 정도...
  그래도 할 이야기는 많아서 어찌어찌하다보니 저녁먹을 시간도 넘겨버리고 9시가 다 되어서야 저녁을 먹으러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지요.
  그렇게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데려다 드렸습니다.

  바로 걸려오는 친구녀석의 전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잠시 고민스러웠지만, 이내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 당장은 안 좋을지 몰라도, 나중을 위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답했습니다.

  그러고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시기가 안좋은 건가', '어디가 딱히 맘에 안드는 면이 있었나', '나는 사람의 어떤 면에 끌리는 건가', '내가 원하는 건 무얼까'... 등등등...

  그리곤, 앞으로는 이런 자리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구요.
  문제는 다른 곳이 아닌 내 안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무언지 모르겠는데,
  '눈이 높은 거야'라고 해도 별로 할 말이 없고, '니가 아직도 꿈 속에 사는 구나'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정도가 내가 듣고 싶은 말인데요...
  34이라는 나이가 때가 아니면, 도대체 언제가 때인가.. 너무 늦는 거 아닌가.. 나중에 후회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려고 해서,
  그냥 아무생각 안하는 쪽으로 결론 짓기로 했습니다.. ㅎㅎ

  참 이상합니다.
  남들은 잘만도 하는데, 저는 이유가 뭘까요? ^^

  정확히 말로도 표현 할 수 없는 내 마음....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상실의 시대>에 적절한 구절이 있어서 인용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분명, 저보다 몇 배는 괜찮은 분을 만나시겠죠.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했어요. 나에 대해 일년 내내 백 퍼센트 생각하고 사랑해 줄 사람을 내 힘으로 찾아내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초등학교 5학년이던가 6학년 때에 그렇게 결심했죠."
"대단하군!"
하고 나는 감탄해서 말했다.
"그래서 성과는 있었어?"
"어려운 일이지요."
하고 미도리는 말했다. 그리고 연기를 바라보면서 얼마 동안 생각하는 듯 했다.
"아마 너무나 오래 기다린 탓일지도 몰라요. 난 굉장히 완벽한 것을 원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거예요."
"완벽한 사랑을?"
"아니, 아무리 내가 욕심쟁이라곤 하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아요.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에요.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 것...."

사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내 마음." 이라는 생각입니다.
어딘가 있겠죠.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알게 해줄 사람이요..
밤이 늦었네요. 굿나잇.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4/30 00:23 2009/04/30 00:23
Response
No Trackback , 11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23

2009.04.26 - 시험문제, 과제, 선





  저번 한 주는, 중간고사를 대비하여 시험문제를 출제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교사가 되기 전에는 시험문제를 출제한다는 것이 별거 아닌 줄로 알았는데, 교사가 되어보니, 이게 장난이 아닙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1학년 국어과목만 해도, 수업을 하시는 분들이 4분이나 되기 때문에, 그 선생님들이 출제하신 문제들을 모아서 편집하고, 교정을 보고, 그에 따른 몇 가지 제출물들을 챙겨야 하는데, 그 중에 한 분이 돌아가면서 Form에 맞게 편집을 하곤 한답니다.

  이번에는 제가 편집을 맡기로 했지요.
  그런데, 보면 볼 때마다 계속, 오타가 보이고, 이상한 편집이 보이고, 빠진 글자들이 보이고, 이상한 발문이 보이고, 오답이 보여서...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9장짜리 시험지를 50번은 본 것 같습니다.

  내일이 제출일이기 때문에, 오늘까지는 완벽하게 해놓아야 해서 좀 전까지 보았는데요.. 아.. 이제 중간고사의 '중'자만 들어도 토가 나올 지경이라니까요..

  여튼, 일 주일 내내 찜찜했던 마음이 이제 조금 편해진 것 같습니다.
  내일 출근하면 출력해서 선생님들끼리 돌려보고, 마무리 하면 되겠지요.

  어제도, 대학원에 다녀왔는데요.
  저녁 8시에 끝나고서는 '김제'를 거쳐 '목포'까지 다녀왔습니다.
  대학 동기의 부모님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인데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 날에 세상을 뜨셔서, 게다가 놀토가 껴있었던 덕분에 장거리였지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아직 그리 많지 않은 연세신데, 사진으로 뵙게 되었다는 사실이 좀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고, 동기 녀석들의 수척해진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이러저러 해서 몸이 고단하긴 하지만, 조금씩 재미를 찾아가고 있는 대학원 생활입니다.
  이제 1학기 째인 초짜가 뭘 얼마나 알겠습니까마는, 과제도 좀 잘하고 싶고, 세미나시간에는 질문도 좀 하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공부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원래 제가 그런 자리에서는 아무말 않고 앉아있는 편인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인지, 아니면 갑자기 궁금한 걸 못참게 되었는지 마구마구 질문을 해대고 있지요.

  뭐 어떻든,
  이번 학기에 소논문을 하나 써야 하는데요. 강좌명이 '한국 현대시 연구'라.. 평소 젤 궁금하게 생각했던 '윤동주'를 테마로 잡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윤동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가 왜 '저항시인'으로 분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은데요. 이게.. 막상 하려고 하니 막막하군요.
  아직 우리 나라에는 '저항시' 또는 '저항문학'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내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 시작부터 헤매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독립운동을 했냐 안했냐로만 '저항문학'을 구분하자면 별 것 아니겠지만, 그보다는 '윤동주'시에 나타나는 반성과 성찰을 '저항의식'의 산물로 볼 수 있느냐, 아니면 그냥 서정적 자아의 내면적 독백일 뿐이냐를 구분해야 해서, 그에 대한 자료도 필요한데요. 누구 도움을 주실 분 없으신가요?? ㅎㅎㅎ
  여튼, 그런 생각이니까, 틈틈히 짬나는대로 도서관을 뒤지면서 '시학''서정적자아''서정문학'에 대한 정의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너무 재미없는 이야기만 한 것 같네요.

  아...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드디어, 제가 '선'... 이라는 것을 보게되었는데요.
  이 무슨 줏대없는 행동이냐...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지금은 아이들 둘이나 낳은 생활력 강한, 내가 좋아라하는 초등학교 동창녀석이 전화를 걸어서 대뜸 '소개팅'을 하지 않겠느냐고 물어봤었더랬어요.
  당연히, 안하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전화를 해서는, 저번에 그 분이 다녀갔는데, 옆에서 보던 사촌 언니도 정말 괜찮고, 참한 분이라고 극찬을 했다고하면서 또 하라는 거에요.
  그래서 의례적 멘트를 또 날렸지요.

  '좋은 분이신 것 같네, 그런데 왜 나에게? 나보다 더 좋은 분 많을 테니, 좋은 분 소개시켜줘라~~'

  그런데, 지난 금요일날 또 전화를 해서,
  이야기 다 해놨으니까, 제발 한 번만 만나보라고 하더라구요.
  정말 곤란하더라구요. 나 때문에 친구가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친구가 날리는 결정적 한 방.

  '야! 내가 너 튕긴다고 XX이한테 말했더니, 그럼 누구 사귀는 사람 있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야!'

  그 말에 욱해서,
  나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한다고 약속을 해버렸습니다. ㅎㅎㅎ
  단순한 '차이와 결여' 입니다..

  원래 약속은 오늘이었는데요.
  이래저래 해서, 수요일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아.. 생각만해도 부담스럽고, 생각만해도 나가기 싫어지고, 여튼, 풀지 못할 숙제를 받아놓고 하기 싫어서 딴 짓만하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지라, 뭐하는 사람인지, 나이가 몇 인지, 어떤 취향인지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았는데요.
  나가서 뭘 해야지요?? 크흐...

  생각할 수록 끝까지 거부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담부터는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말할까봐요.. 훗...

  지금 생각같아서는, 별다른 후기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만,
  궁금해하신다면, 후기를 올려드리도록 할게요. 물론, 상대방 분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하는 입장으루다가요..

  아... 이렇게라도 해서 나가야할 의미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분한테 괜히, 죄 짓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ㅠ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4/27 00:07 2009/04/27 00:07
Response
No Trackback , 8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22

2009.04.19 - 오지랖







  오늘은 노래를 한 곡 걸어 놓고 시작할까 합니다.
  언젠가도 소개해드렸던 Keith Jarrett이란 뮤지션의 음악인데요. 야심한 이밤에 제 마음을 뒤흔어놓고 있는 음악입니다.
  앨범의 제목이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입니다.
  70년대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키스자렛'은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만성적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특이한 병으로 고생을 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데요. 때문에, 대외활동은 전혀 할 수 없었고 거의 집 안에서 그의 아내와 함께 생활을 하게되었다 합니다. 당연히 헌신적인 아내의 도움을 받게되었구요.
  그런 아내에게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직도 자신이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아내의 헌신적인 노력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자신의 집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반이 바로 <The Melody at night, with you>입니다.
  그 중 <Be my love>이라는 트랙을 지금 듣고 계시는 거죠.

  왠지 이 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인데, 화창한 봄날에, 그것도 낮에 들으신다면 졸릴지도 모르겠네요 ^^

  암튼,
  음반 뒤에 담겨진 이야기도 아름답고, 노래도 잔잔하여서 오늘의 제 기분을 잘 달래주는 노래입니다.

  저는,
  그다지 오지랖이 넓은 편은 못되는데요.
  다분히, 개인주의적이고, 아시다시피 왕자병을 가장한 나르시즘도 있구요. 또, 개인주의적 성향까지... 사실 대인관계가 그리 원만할 수 없는 성격인데, 잔머리가 좋아서 욕먹지 않을 정도로 처신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교사'라는 직업에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편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 '교사'라는 이유로 주변의 많은 삶들과 고민들을 마주하게 되지요.
  대부분의 일들은 그저그런 일들이라 그냥 넘겨버리고 말지만, 때로는 남의 고민이 제 고민처럼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물론, 어차피 그 사람의 고민은 그 사람이 짊어지고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어차피 저의 의견이나 생각은 참고 대상이 될 뿐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 도움이 될 말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 고민들이 제 삶에 얹혀져 있는 경우도 가끔 있구요.

  아.. 이렇게 이야기 하니까, 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 같아 민망한데, 그냥 쉽게 말해 부득이 남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해줬다는 겁니다.

  요 근래에는 이러저러한 연애 상담을 많이 해줬네요.
  물론, 제가 그런 상담을 해주고 있을 입장이 아니긴 하나, 단순한 명제의 비교.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이러저러한 조언을 해주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오지랖이 열 두폭' 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리곤, 오늘 점심 때에는 부모님께 유언(有言)의 압력도 받았지요.

  "니가 지금은 그렇게 니가 옳은 것처럼 생각되지만, 몇 년만 지나봐라. 후회하게 될거다."

  무슨 예언 같은 아버님의 말씀.
  점심을 먹다가 어머님과 맞선 주선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라', '안 하겠다' 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시던 아버지의 주술과도 같은 한 마디였습니다.

  평소, 어른들의 말씀은 삶의 경험이 묻어있는 대부분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저에게는 정말 그렇게 될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말이 정말 현실이 될 것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아버지의 말 속에 묻어나는 서운함이었습니다.

  머리도 다 큰놈의 자식이니 하라고 해서 될 것도 아니고, 고집도 있는 놈이니 더더욱 안될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서운 한 마음....

  그렇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불효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긴 합니다만, 언제나 갈등의 최전선은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과  내 인생'의 사이 그 어딘가 쯤...

  무엇이 옳은 것일까요. 무엇이 현명한 것일까요. 어떻게 해야 후회를 적게 할까요. 제가 여전히 철이 덜 들은 걸까요?

  십 수년 전부터 해결하려 했지만, 여태까지 짊어지고 올 수밖에 없었던 이 문제의 답을 언제쯤 찾을 수 있게 될까요.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허무하게,
  생각만 많아지는 밤입니다.

  저는 비록, 물음표를 한 바가지 머리에 넣고 시작하지만,

  월요일입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4/20 00:11 2009/04/20 00:11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21

2009.04.11 - 4월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벌써 4월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어라, 벌써 34이네..'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방안에서 뒹굴대다 보니 새학기가 찾아오고, 또 그렇게 아이들과 지지고 볶다 보니 4월하고도 11일이네요.

  아시다시피, 올해는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을 한꺼번에 하다보니 시간이 두 배로 빨리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안돌아가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하는 날인지라, 좀 전까지 과제에 매달려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오늘 제출은 힘들 것 같아서 내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제출기한을 넘기는 건 아니니까, 걱정 없습니다. ㅎㅎ

  4월은 몇 가지 애련(哀戀) 때문에 가슴 한 켠이 아리는 달입니다.
  왜인지, 4월에는 이별이 많았더랬는데요.
  생각해보니, 첫 사랑도 4월에 이별하였고, 바로 전 사랑도 4월에 이별하였군요.
  그것은 다시 말해, 제가 싱글로 생활한 지가 벌써 1년을 훌쩍 넘겨버렸다는 겁니다. 후후...
  제 연애사 중에 이렇게 긴 공백기간은 없었는데 말이죠.
  여튼, 그래서 친한 학교 선생님에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나는 하루하루가 역사야"

  너스레를 떤 것이긴 하지만, 사실 좀 신기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언제까지 싱글로 지낼 것인가 하는 궁금증도 조금 생기는 그런 마음입니다.
  사실,
  딱 1년이 되는 날은 무슨 기념 파티라도 하려고 몇 주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꼭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냥 지난 삶을 반추해보는 뭐 그런 시간을 조용히 가지는 ... 뭐 그런거요.. 그런데, 막상 그 날이 되니 아침부터 일이 많아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가버리고, 야자까지 해야했던터라 그냥 밍숭맹숭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뭐, 딱히 아쉽진 않습니다만...

  방학 때까지라 생각했던 각종 '소개팅', '맞선' 주선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출몰하는 그 주선들에 혼비백산하여 뒷걸음질로 도망치기에 급급한 저입니다만... 언젠가는 그것도 삶의 일부로 받아 들이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이제 결혼해야지' 라는 말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것처럼 말이죠..

  삶의 불만을 꼽아보자면,
  갑자기 타이트해진 일상으로 인해서, 여가 활동을 전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학교 이외의 대인관계가 바닥을 치닫고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것 저것 잘하는 사람들도 많긴 하지만, 저는 무식하게 한 가지밖에 못하는 성격이라, 담임업무에, 국어수업에, 보충수업, 거기에 틈틈히 과제를 하는 정도도 감지덕지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도 한 편도 보지 못하고, 읽고 싶은 책은 한 권도 읽지 못하고 논문과 참고서적들만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머리 속은 오로지 '논리', '조리', '체계' 들로만 가득 채워져서 메말라 버린 감성에 이런 글조차 쓰기가 버겁더군요..^^
  그간, 블로그에 글을 쓰러 들어왔다가 도저히 글발이 안살아서 나가버린 것이 10번도 넘을 겁니다. ㅎ

  여튼,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가끔 들어와서 방명록에 남겨주시는 글을 읽으면서 가슴 한 켠에 따스함을 담아가고는 합니다. 용기도 얻고 힘도 얻구요.

  왠지, 자기 블로그에 들어와 방명록을 읽고 위안을 얻는다는게 무슨 변태 오타쿠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실버제로'님과 '카르페 디엠' 님께 이 자리를 빌어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
  그 외의 모든 방문자님들도 동등한 크기의 감사를 드립니다. 꼭 댓글이나, 트랙백을 걸어주지 않으셨더라도 몰래와서 보고 가시는 모든 분들 모두 감사요..

  이제 또 슬슬 옷을 챙겨입고, 강의를 들으러 가봐야겠습니다...
  (요새 소논문을 쓰기위해서 한참이나 윤동주를 들여다봐서인지.  '대학 노우트를 끼고 /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하는... 시 구절이 문득 떠오르는 군요!)

  4월입니다.
  제게는 비록 史월 이었고, 事월 이기도 하고, 死월 이었었고, 思월 일테지만,

  여러분들에게는 '사'랑의 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시고요.
  다음에 인사드릴때까지.. 평안 하시길..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4/11 10:03 2009/04/11 10:03
Response
No Trackback , 10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20

2009.03.15 - 봄바람


  별 다를 것 없는 학교 생활이지만,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길들지 못했는지, 하루 종일 무언가에 쫓기듯 살고 있다.

  아침에는 출근 시간에 쫓기고, 수업시간에는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시간표와 여러가지 잡무와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느라 긴장하고, 저녁 때는 보충수업, 자율학습, 그리고 퇴근 시간에는 빨리 가서 자야한다는 압박감...
  주말에는 밀려오는 과제들에, 구해지지 않는 대학원 교재와 씨름을 하고, 또 한 주의 시작...

  아마도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퇴근길에는 적적한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왠지 적적하고, 왠지 혼자 남는 것 같고, 왠지 외롭기도 한 것 같은 기분...
  그러다가 몇 몇 이별의 순간들이 떠오르고는 한다..

  학기가 시작되며 여러가지 새로운 만남들이 가득한 이 시점에, 이별의 순간들이 떠오른 다는 것은 왠지 역설적이긴 한데,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암튼, 그렇다...

  가만히 음악을 듣고 오다가 불현듯 기억나는 어떤 순간.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 기억이 정확하지도 않을테고, 또 감정의 과장 같은 것들로 인해 많이 왜곡되었을테지만, 어쩐지 그 때의 기분만은 생생하게 살아나서 가슴 언저리를 조금 아리게 하는 그런 때도 있는 것 같다.

  흔히들 남자는 첫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하던데,
  내 첫사랑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희미하고,
  난, 첫사랑은 없고 오직 참사랑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아무래도 가장 최근의 이별이 생각나는 빈도면에서 가장 많다. 물론, 그 전 이별도 많이 생각나고 안좋은 이별도 괜찮았던 이별도 많이 생각나는데,

  안타깝게도 가장 최근에 했던 이별은 방법적인 측면에서 아주 올바르지 못해서 그 부분에 대한 죄책감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뭐,,, 방법이 옳지 못했을 뿐, 그 다음의 찌질한 순간들은 없었으므로 내용적으로는 괜찮은 이별이었다고 생각이 되지만, 하여간 아무리 많은 이별을 했다고 해도, 이별은 너무나 어렵다...
  요새는, 사랑도 무슨 공식처럼 법칙처럼 생각하는 경향들이 강해서, 서점에 가보면 연애의 기술을 고치하는 책들도 많이 있던데, 내 경험으로 비추어 보건대, 단 한 번도 비슷한 사랑은 없었고, 따라서 이별의 방식도 가지가지 였다.

  여튼,
  가장 최근의 이별은 정말 엉뚱하게도 장난처럼 끝나버렸고, 얼굴도 보지 못하고 전화로 이별을 해버렸는데, 사실 서로간의 감정의 골이 그다지 깊지 않았으므로 만나서 잘 끝냈어야 했다.
  이별을 확인하는 말 한마디를 하루 정도 늦춘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내가 한참이나 나이 많은 사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애들처럼 유치하게 끝냈다는 것에 좀 씁쓸한 생각을 감출 수는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실상은 내 마음 속에서도 이별은 그 전화통화를 하던 날이 아닌 몇 일 뒤의 어느 날이었다.
  왠지, 엉뚱하게 장난처럼 끝나버린 사랑 앞에서 조금 당황하고 있던 다음날, 불현듯 그사람과 약속했던 것들 중에서 해주지 못했던 선물이 생각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모 브랜드의 속옷...
  왜 하필 그 시점에 그 선물이 생각이 났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선물은 그녀가 아주 맘에 들어했었고, 나도 꼭 해주고 싶었는데, 몇 군데를 돌아다녀봐도 품절이 되었거나, 칫수가 맞지 않아 자꾸만 어긋나던 것이었다.

  이미 근처에 가볼만한 곳은 다 둘러봤고, 아예 서울 쪽의 큰 상점을 가거나, 본점을 찾아가지 않으면 구입할 수 없으리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수고까지 한다는 것은 또 그 당시의 상황에 맞지 않는 것 같아 포기하려고 했을 때, 우리 동네에 그 상점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갔더니.. 역시.. 떡 하니 기다리고 있는 속옷..

  그 순간에도 살까 말까 고민을 한참 하다가 결국 사게 되었고,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전해주고자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는 그녀.
  결국, 그녀의 집 현관 손잡이에 걸어주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는 그 때의 내 행동이 정당하거나, 옳다거나, 하는 생각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솔직히 그녀가 그 선물을 받고 어떤 참담한 기분이 되었을지 혹은  아무 생각이 없었을지, 아니면 고맙게 생각했을지
  지금 생각을 해봐도 알 수는 없다.
  어쩌면, 알량한 내 자존심이,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어줍잖은 생각으로 합리화 되어서 나타난 이기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내 행동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의 이름을 포스트 잇에 적으면서 떨리던 내 손과,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그 짧은 순간에 내 마음 속에 일어나던 작은 울림과,
  이제는 그나마 그녀에게 닿던 작은 실오라기 같은 관계 마저도 내 손으로 끊고 말았다는 그 생각들이
지금도 선연하게 기억이나고 가슴을 아리게 하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음에, 행복하길 바란다는 하지못했던 그 말을 머릿속으로 대신 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던 그 날의 기억도 아직 선명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닥 유쾌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싫은 것도 아녀서, 거의 매일 여러 가지들을 돌아가면서 생각하고는 하는데,

  내가 이런 생각,
  마치 원죄를 참회하는 것과 같은 이런 상태에 빠지는 것은, 일상에 찌들어서인건지,.. 그래서 무언가에 기대고 싶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봄날이 되어서 이상한 봄기운에 봄바람이 날려고 하는 것인지.. 실은 그게 궁금하다.
  뭘까.. 이런 내 상황...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3/15 22:16 2009/03/15 22:16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19

2009.03.01 - 드디어 시작!



  드디어 학기가 시작합니다.
  이미 늦은 나이에 교사가 된지도 어언 6년이 지났고, 담임을 하는 것도 4년 째라, 처음과 같은 설렘은 덜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새끼들과 한 해동안 지지고 볶고, 또 울고 울리고, 웃고 떠들고 하면서 1년을 보낼 생각을 하니 한 편으로는 걱정이, 또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는 복잡 미묘한 심정입니다.

  저는, 다른 것은 잘 모르겠고,
  입학식 날에 참 많은 신경을 씁니다.
  아마도, 제 기억 속에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담임선생님과의 첫 만남의 느낌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왠지, 내일 만큼은 아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옷도 최대한 깔끔하고 멋있게 보이는 옷으로 입고 싶고, 첫 인사도 인상에 깊게 남을 수 있는 한 마디를 해주고 싶어서 고민을 한답니다.
  좀 전에는 급히 나가서 새로 셔츠도 사가지고 왔어요. ^^;;

  아마도 사립 고등학교에 있다보니 얻는 혜택이겠지만,
  우리 학교에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남자 선생님들이고 (70명중 60명이 남자) 또, 전근이 거의 없는 관계로 연세도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제 나이가 방년 34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어린, 막내를 막 벗어난 신참 축에 속합니다. 게다가 아직 미혼인 관계로 나름의 주목을 받으면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지요.(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요.)
  그래서 더더욱, 우리반 아이들에게

'아~ 우리 담임이 젤 멋지네', '우리 담임 만난 것이 다행이네'

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합니다. 물론 쓰잘데기 없는 생각인 걸 알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잖아요. 기왕이면 요..

  여튼, 아이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제 만족으로 나름의 신경을 쓰는 것인데요.
  내일은 착하게 보이는 회색 정장을 위아래로 맞춰 입고 갈지, 좀 더 스타일리쉬한 감색 벨벳자켓에 검은색 정장 하의를 맞춰 입고 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결국 결정은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게 되겠지요.

  올해는 담임 업무 말고도 여러가지 학교 업무 중 나름 중요하다는 연구부에 배정을 받았으니, 아무래도 학기 초에는 할 일이 많아서 당분간은 잡무를 처리하러 늦게까지 남아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2주가 될지 한 달이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역시 피할 수 없으니 즐길 수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주말에는 대학원으로 지방행.. 휴, 영화나 보고 살 수 있을까요? 책이나 읽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한동안은 포스트 올라오는 것이 더듬더듬 더디기만 할지도 모르겠네요.
  얼마 되지도 않는 고정 방문자들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그래도,
  신학기를 맞이하여 어제 드디어 DSLR을 질렀답니다.
  Nikon D80으로 할까 D90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기왕에 지르는 거 크게 가자 싶어서 Fuji Finepix S5Pro라는 중급기종으로 질러버렸지요.
  아마도 내일 쯤 학교에 도착할 것 같은데, 막상 질러 놓고 보니 마음은 편합니다. 정말 사고 싶었던 기종이고, 여러 가지 사정상 재정상태가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제나 일은 저질러야 해결이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그간 제대로 구실을 못하던 '외눈박이 물고기' 카테고리도 활성화 시킬 수 있을테고, 또 취미활동이 하나 늘어날 테니까 삶을 좀더 즐길 수 있을테고, 우리 새끼들 수련회가면 사진을 찍어줄 수도 있을테고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침에 눈을 뜨면서 부터, 내일은 개학이니까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방학 동안 한참이나 늘어지게 생활을 해왔던 터라 잠은 쉽게 오지를 않습니다.
  그래도 잠을 청해봐야겠지요.

  다들 좋은 꿈을 꾸시길 바랍니다..
  안녕.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3/01 22:47 2009/03/01 22:47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18

2009.02.28 - 보쌈을 먹다가

항아리 두껑에 나옵니다. '항아리 보쌈'



  오늘은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보쌈을 먹으러 갔습니다.
  (왜 인지 저는 어머니를 먼저 말하고 아버지를 말하는 버릇이 있군요. 어머니, 아버지.. 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들 그러신가요?)
  요즘이야 외식하는 것이 별스럽지 않은 일이 되고 말았지만,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외식'이란 것은 참 대단한 가족행사였습니다.

  아무튼, 우리 집은 본래 작은 것들에 집착하지는 않는 내력이 있는 집안이어서 오늘도 딱히 메뉴를 정하고 나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어, 보쌈 먹을까?', '그러지 뭐.'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어머니와 저 때문에 다수결에서 밀리신 아버지가 그냥 차를 대게 되었던 것이죠.

  여튼, 오늘 갔던 곳은 '항아리 보쌈'이라고 하는 좀 덜 유명한 보쌈 체인점이었습니다. 왜 항아리 보쌈인가 궁금했는데, 알고 봤더니, 보시는 사진 처럼 정말 항아리 뚜껑에 보쌈을 담아 주는 곳이더군요.ㅎㅎ

  항아리 안에다 재워서 보관하는 것도 아니구, 그냥 항아리에 내어주는 것을 가지고 특별하다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주변에 따라나오는 옹기들과 항아리.. 좀 무겁긴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식기류라 나름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것은 아니었는데요.
  그렇게 맛있게 보쌈을 먹다가 문득 대학교 때 즐겨먹던 보쌈이 생각났습니다. 사실 저는 군대에 다녀오기 전까지는 입이 짧은 편이어서 고기류는 딱히 즐겨 먹는 타입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껏 고기류는 살코기만 발라먹는 아주 유아적인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왠일인지 군대에 입대했더니 집에서 큼지막하게 구워주시던 고기가 무척이나 먹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휴가를 나와서 집에서 구워주시는 고기를 살코기고 비계고 가릴 것 없이 마구 집어 먹었드랬는데, 그게 정말 맛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 것이나 잘 먹게 되었드랬죠.

  하지만, 밥그릇까지도 다 씹어먹을 만큼 식성이 극성 맞던 대학교 시절에는 1인분에 몇 천원씩 하는 고기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모임에서 고기집을 가도 최대한 싸고 양 많은 곳을 찾아가는 시절이었죠. 그래서 먹는 고기는 언제나 질이 낮은 냉동육이 주류였던 것 같습니다. 허나, 그것도 없어서 못먹었었지요.

  사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그 시절에는 밥 보다는 술이, 질보다는 양이 중시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침은 숙취로 인하여 거르고, 점심은 학교 식당에서 저녁은 술과 함께 라면으로 때우거나, 안주로 때우거나, 가끔 밥을 차려 먹는다고 해도 그저그런 인스턴트 식품들로 때우기가 일수였지요. 그러다가 감기라도 걸려 몸이라도 아플라치면 왠지 고기라도 먹어주어야 힘이 날 것 같은 기분에 고기집을 찾고는 했었습니다.

  그런 때 찾아가던 집이 바로 학교 근처에 있던 보쌈전문점이었습니다.
  그 집은 정확히 말해서 '보쌈백반'이라고 해야 어울릴, 반찬과 된장찌게 그리고 보쌈고기가 몇 점 나오는 '보쌈정식'이라는 메뉴가 1인분에 5,000원이었습니다.
  지금도 보쌈집에 혼자 들어가서 보쌈을 시켜먹는 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대부분 보쌈이 1인분, 2인분의 개념 보다는 대, 중, 소로 나뉘어 놓고 소짜리가 2인분 정도 되게 팔고 있으니까요. 허나 그집은 '보쌈정식' 이라는 1인분 메뉴를 만들어 팔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집에 자주 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집을 처음 발견한 건 제가 아니었습니다.
  그 때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가 힘내라면서 데리고 가주었던 곳이지요.
  여자친구는 4학년, 임용고시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던 때였고,
  저는 복학생 3학년, 사회에 적응하느라 어리버리 하던 때였습니다.
  기숙사에 살던 그녀가 자취를 하는 저에게 제대로 된 밥이라도 먹으라면서 데리고 가주었던 곳이었습니다. 어떻게 맛이 없을 수 있겠어요.
  그 때 그시절의 보쌈이 갑자기 문득 떠올랐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 여자 친구와는 먹을 것에 대한 기억이 많군요.
  제가 전날 친구들과 술을 먹고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을 때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점심시간에 맞추어 찾아와서 점심이나 먹자며 데리고 가던 해장국집도 참 맛있었습니다.
  그녀의 생일날 우연히 '꽃게탕'이 먹고 싶다던 이야기가 떠올라 '해물탕'집을 찾아 헤메던 기억도 있구요.
  당시엔 도깨비방망이 라고 불리웠던, 길거리에서 팔던 '고구마핫도그'를 먹다가 싸웠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비쩍 말랐는데도 식탐이 많던 친구여서 만날 만나면 뭐 먹을까 고민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우스겟소리로 '우리는 엥겔지수가 너무 높은 커플이야' 라면서 웃고는 했었습니다.

  아무튼, 이제 다음주부터 그런 추억들이 있는 학교로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가야 하는데요.
  사실, 10년도 넘은 일이라 많이 변해버렸겠지만, 추억은 남아 있는 거니까요.
  기회가 된다면 그 시절 그 맛을 한 번쯤 다시 경험해봤으면 좋겠네요. 후후...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2/28 22:16 2009/02/28 22:16
Response
No Trackback , 7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17


이미지 출처 - 다음

<워낭소리> 티저 포스터


  난 지금 매우 불편하다.
  이 불편한 마음은 내가 <워낭소리>를 보고온 1월 15일에는 없었던 감정이다.
  개봉 몇 일전, 영화에 대한 소식을 처음 접했고, 단순히 몇 개의 정보와 거칠은 두 손이 곱게 모아져 있는 포스터를 보고나서 필견하여야할 영화로 점찍은 뒤, 개봉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가서 직접관람을 했을 땐, 사실 그저 기쁘기만 했다.
  HD 카메라로 촬영됐다는 유려한 화면도 좋았고, 그 유려한 화면에 담겨진, 우리 나라의 평범한 산하의 모습도 좋았고, 그 곳에서 묵묵히 옛날의 방식대로 살아가시는 두 분 어르신들의 모습도 모두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굵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희생적인 자세로 생의 마지막까지 묵묵히 자신의 일에 열중하던 '소' 역시도..

  영화를 보고 나서, 조금은 과장을 하더라도 감동적인 리뷰를 작성하자고 마음 먹었다.
  물론, 내 글발로는 아무리 노력해봐야 그만그만한 글들을 써제낄 뿐이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알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는데 작은 힘이라도 된다면.. 하는 작지만 커다란 바람을 담아서 리뷰를 써야 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컴 앞에 앉으니, 머리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그저 영화에서 배운대로 솔직하고 꾸밈없게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렇게 썼다.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매스컴을 비롯한, 각종 매체들에서 <워낭소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기사화 되었고, 조금씩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이미지 출처 - 마이데일리

삼일절을 맞아 '워낭소리'가 200만 돌파의 기록을 작성할 것이라는 기사


  '이충렬' 감독은 인터뷰를 할 때면 언제나,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만들었다.', '예전의 삶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담아낼려고 노력했다.' 등의 인터뷰를 남겼는데, 그렇다면 우리들은 그런 감독의 진심에 갑작스레 공감이라도 하게 된 것일까? 발전의 속도가 나날이 빨라져만 가는 고도화 사회에서 느리게 흘러간다는 것의 미학에 갑자기 경도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영화의 흥행에는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뭐 나쁘지않았다.

  '내가 바라던 바가 아니던가? 나역시도 주변 사람들에게 보라면서 추천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워낭소리>의 흥행은 이전의 독립영화들의 흥행방식과 전혀 다른 양상을 띄기 시작했다.

  영화의 배급에 대형 배급사들이 붙었고, 그 배급사에 딸려있는 멀티플렉스들에선 하나 둘씩 상영관을 늘려가기 시작했으며,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매체들에선 연일 <워낭소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 때까지의 독립영화들의 흥행방식은 좀더 조용한 방식이었다. 아무리 흥행에 성공을 한다고 해봐야 기껏 10만 정도의 수준이었고, 개봉관은 여전히 턱없이 적었으며, 대개는 '공동체 상영' 등과 같은 말 그대로 발로 뛰는 방식의 방식이 었지,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그런 방법은 아니었다.
그때 부터 이 영화 <워낭소리>는 더이상 '독립영화'가 아니었다

  언제나, 밝은 곳에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하는 법.
  역시나 <워낭소리>에 대한 안좋은 뉴스들이 나오시 시작했다. '이충렬' 감독은 새해를 맞이 인사를 드리러 찾아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꾸중을 듣고 외면을 받았으며, 결국엔 홈페이지를 통하여 호소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그 이야기를 가져다가 뉴스를 만들어냈다. 허나, 그런 소식은 <워낭소리>를 더욱 이슈화할 뿐이었다. 이제 영화는 '독립영화'에서, '상업영화'로의 변신을 넘어서 '국민영화'로까지 발전하기에 이른다. 영화를 보지 않으면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니요. 그 영화도 안 봤다하면 마치 시대의 이슈에 무관심한 사람으로 취급당할 형편이다. 어느덧 관객은 100만을 넘어섰고, 많은 영화들을 제치고 1일 관객수 1위라는 기염을 토한다.
  영화의 주 촬영지 였던 경상북도에서는 영화 촬영지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하지만, 나는 이 시점에서 <맨발의 기봉이>의 주인공 '엄기봉'씨와 영화 <집으로>의 주인공 '김을분' 할머니가 떠오른다. '엄기봉'씨는 여러가지 주위의 협박과 간섭으로 인해 고향을 떠났다가 얼마 전에 겨우 고향으로 돌아왔다. '김을분' 할머니는 결국 평생 동안 사시던 고향을 등졌다.

이미지출처 - 스타 뉴스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은 '이충렬' 감독


  왜 이런 일들이 발생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산과 들, 그리고 사람들은 어디 다른 나라, 다른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차를 타고 한 시간만 도시를 빠져나가면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그 산과 들, 그 어르신들이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아닌가? 왜 우리는 굳이 그 분들의 삶을 흔들면서까지 마치 <겨울연가>에서 나왔던 '춘천'의 명동을 해매기위해 비행기를 타고 오는 '일본인 관광객'들 처럼 그 곳을 방문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 분들은 배우들도 아니었다. 연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냥 평범하게 살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살았고, 감독은 그 장면을 촬영하여 매끄럽도록 편집을 했을 뿐이다. 우리는 그런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던 것이고, 그렇다면, 그 영화의 진실에 조금이라도 가까워 진다면, 우리가 돌아봐야 할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이 아니라, 경북 봉화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고, 내가 살아온 길이어야 함이 옳다.

  좀더 나아가서 생각해본다면,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우리 나라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야 옳다고 본다. <워낭소리>를 보고 감동을 받은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꼭 유명한 배우가 나오지 않아도, 거대한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이때까지는 보지 않았던 작은 영화들에 응원을 보내주고, 독립영화들을 후원해주는 모임을 만들고, 또다시 제2의 <워낭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의 기대가 충족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데 써야 함이 옳다.
  하지만, 오늘의 이 상황은 다만 <워낭소리>라는 한 작품을 특수하게 만들 뿐, 제2의 <워낭소리>는커녕  더이상의 독립영화들이 제작될 환경까지도 파괴하고 말 것만 같은 불길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오늘도, 여기 저기에는 <워낭소리>에 대한 기사들이 새롭게 올라오고 있다.
  '이충렬' 감독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받으며, '맘이 편치 만은 않다' 라고 말했고, '고영재' PD는 '그 분들의 삶에 작은 피해라도 생긴다면 당장이라도 영화를 내리고 싶다'라고 까지 말한다.
  나 역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리뷰를 작성했던 사람으로서 불편한 마음이 한 가득이다.

  왜, 우리는 이토록 가벼울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2/28 16:00 2009/02/28 16:00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16


이미지 출처 - 다음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2009년 02월 23일 월요일 18시 30분
* 롯데시네마 (성남신흥)
(★★★)

  '데이빗 핀처' 감독, '브레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본지가 쫌 되었습니다만, 이제서야 리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유를 대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은 본래 '씨네큐브'에서 보려고 우연히 들른 길에 다음날 표로 발권까지 해두었는데 그만, 시간을 착각하여 보지 못한 탓에 관람 자체가 늦어버렸기 때문인데요.
  저는 영화관람에도 약간의 운명론(?)과 같은 징크스를 있어서, 정말 보고 싶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한 두번 기회를 잡다가 놓쳐버리면 결국은 몇 년이 지나서야 보게 되는 경험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못 보려나 보다' 하고 관심을 끊어버린 탓에 보기는 했지만 좀 밍기적거리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좀스런 이유를 대자면, 기대했던 것만큼 감동을 받지 못한 탓에, 그 이유를 생각하느라 얼마 간 머리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서 입니다.
  분명히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는 곳곳에서 신뢰할 만한 좋은 평점들을 확인했고, 나름 리뷰들도 괜찮았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다고 듣고 갔습니다만, 어쩐지 제 마음에는 썩 내키지 않는 영화가 되고 말았는데요.
  이유인 즉슨, 미리 읽어두었던 소설의 내용과 많이 달랐고, 소설에 나름 만족했던 저에게는 그런 부분이 이질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에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멀티플렉스 답지 않는 영화관 관리로, 무려 160분이라는 시간 동안 오돌오돌 떨면서 영화를 봐버린 탓도 분명히 있습니다.
  어찌 된일인지, 300석 정도의 규모의 영화관에 반 정도는 아니었어도 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관람을 했지만, 난방시설이 작동되지를 않더군요. 그날은 나름 몇 일간의 반짝 추위도 가셔서 저녁이었지만 선선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영화관 안은 마치 냉동창고처럼 냉기가 돌았습니다. 

  여튼,
  짧은 단편소설을 2시간 40분이라는 대하스토리로 바꾸어서 알차게 이야기를 펼쳐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줄거리를 시작합니다. 물론 저는 그의 스릴러 <세븐>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줄거리 다음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벤자민을 발견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퀴니' <벤자민의 시간~> 스틸 컷.

  이야기는 소설과 달리 액자형으로 전개 됩니다.
  허리케인이 다가 오고 있는 뉴올리언즈의 한 병원에 한 할머님이 누워있습니다. 옆에는 그의 딸인 듯한 중년의 여인이 할머니의 임종을 기다리며 비통해하고 있지요. 병원은 다가오는 허리케인 때문에 대피를 가야할지, 말지로 정신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중, 잠에서 깨어난 할머니는 딸에게 어느 기차역에 걸려 있는 거꾸로 가는 벽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가방 안에 있는 두꺼운 다이어를 꺼내 읽어달라고 합니다. 참 이상한 부탁이었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던 딸은 마지못하여 그 다이어를 읽게 되는데, 다이어리의 내용은 사실로 믿기엔 조금 황당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읽을 수록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점점 내용에 빠져들게 되지요. 그 다이어리에 적혀있는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게되는 겁니다.

  세계 1차 대전이 승리로 마무리되어 가던 어느 날, '버튼' 공장을 운영하는 '토마스 버튼'은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뛰어갑니다. 그러나 왠지 병원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돌고 있었죠. 그리고 아내는 아이를 사랑해주길 바란다는 말만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아니 이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하고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다가간 '버튼'씨는 그대로 그 아이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는 마치 아이가 되어버린 노인 처럼 쭈글쭈글한 피부에 듬성듬성한 머리 등 차마 볼 수 없는 흉측한 몰골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아이를 낳다가 아내가 죽어다는 생각을 하니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소문이 날까 두려웠기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그렇게 강가에 아이를 버릴까 하다가 경찰에 쫓겨 실패하게 된 '버튼'씨는 주머니에 있던 돈 몇 푼과 함께 아이를 어느 집 문 앞에 놓고 사라지게 됩니다.
  그 곳은 나이들어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이 모여 살다가 생을 마감하게 되는 양로원과 같은 곳이었는데, 그곳을 관리하던 '퀴니'의 손에 간난아이는 발견되게 되고, 아이를 갖지 못하는 흑인 여자였던 '퀴니'는 가여운 그 아이를 안고 들어와 의사에게 진찰을 맡기게 됩니다.
  의사로부터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마음씨 착한 '퀴니'는 그 아이가 죽을 때까지만이라도 돌봐주기로 결심하고 그때부터 '벤자민'이라는 이름을 붙인 채 아이를 맡아 기르게 됩니다.
  금방이라도 죽을 줄 알았던 아이는 조금씩 자라서 휠체어에도 앉게 되고, 나중에는 목발을 짚고 일어서기도 하면서 나름 조금씩 성장해갑니다. 그러는 동안 주위의 여러 노인들과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조금씩 세상을 만나가게 되지요. 더불어 그 변화를 잘 느낄 수 없을 만큼 그의 신체는 점점 젊어지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서로에게 처음 호감을 가지는 '벤자민'과 '데이지' <벤자민의 시간~> 스틸 컷.

  영화가 길다 보니, 이 정도의 이야기가 겨우 발단 부분 정도 되는 이야기 입니다. 
  아직 영화도 안 보셨고, 소설도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충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분들이 많으실 테니까 앞으로 '벤자민'의 생애에 어떠한 일들이 펼쳐질지 흥미진진하게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위에도 언급했듯이 영화는 기본적인 몇 가지의 모티브 만을 소설에서 빌린 채, 많이 다른 스토리라인과 결말을 가지고 있으므로 소설을 보셨다고 하더라도 영화를 보시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줄거리에 언급된 부분만 보더라도, 소설에서는 '버튼'씨의 아내가 죽지도 않고, 바로 '버튼'씨 부부의 손에서 '벤자민'이 키워지게 된다는 차이가 있고요. 또 소설에서는 단순히 아기가 노인의 모습을 가진 것이 아니고, 실제로 노인이 태어납니다. 그리고 점점 어린 아이가 되어가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지요. (차이와 결여의 소설 포스트 보러가기)

  이 부분에서 조금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데요. 어떻게 커다란 노인이 태어날 수가 있느냐 영화가 더 사실적이지 않느냐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겠습니다만, 이야기의 본래의 의도가 생을 거꾸로 살아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간다는 것이므로 소설의 내용이 더 맞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왜냐면 영화에서는 태어날 때, 노인성 질환을 많이 가진 갓난아이로 태어나서 점점 성장하다가 다시 아이로 변해가기 때문에,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는 것과는 엄밀히 말해서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날 수록 젊어진다는 것 똑같으니까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내가 늙어도 사랑해 줄꺼야?' '내가 여드름 대장이 되도 사랑해 줄래?' 깜찍한 명대사

  하지만 정작 중요한 차이점은 주제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소설의 주제를 굳이 뽑아 보자면,
  남들과는 다르게, 거꾸로인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생애가 생각처럼 행복하지 않음을 보여주면서, 우리들의 평범한 삶이 가지는 가치와 그 삶 속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들을 어슴푸레 깨닫게 해주는, 쉽게 말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사색하게 해주는 그런 것이라고 볼 수가 있겠는데요.
  영화에서는 소설처럼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고는 있기는 하나 후반부로 갈수록 그 보다는 '벤자민'의 영원한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시켜서 종국에는 그럴싸한 로맨스로 마무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안 이야기와 밖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합쳐지며 살짝 반전 아닌 반전을 노리고 있기도 하지요.

  아마도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저도 이 부분에서 많은 감동을 받거나 주인공 '벤자민''데이지'의 사랑에 가슴을 졸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소설을 읽은 저는 다른 부분을 기대했으니까 그냥 저렇게 달라졌구나 하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별로 였다는 것이 영화 자체가 별로였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보신다면 이 영화는 아주 훌륭한 소재를 통해서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해낸 나름 괜찮은 영화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아름다운 발레리나로 성장한 데이지

이미지 출처 - 다음

꽃남의 전형을 보여주는 자상한 남편 벤자민


  물론 저도 영화와 소설은 다른 매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제목은 같더라도 꼭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 영화에서 대해 후한 평점을 내려주지 못하는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소설의 주제와, 로맨스를 모두 잡으려다 보니 불필요하게 길어져버린 러닝타임 때문입니다.

  어차피 로맨스를 이정도로 강조할 것이었다면 전반부 '벤자민'이 어렸을 적의 이야기가 그렇게 길 필요도 없고,
  약간은 코믹스럽게 등장하는 '번개 맞은 할아버지' 혹은 '피그미 족' 친구 와 같은 사람들도 그렇게 비중있게 등장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더욱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위해서라면 살려야 했을 '벤자민'의 양어머니 '퀴니'의 대사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 라는 말(이 말은 영화 전편에 여러번 변주되어서 등장을 합니다.)이 주는 울림이나,

  많은 양로원 노인들이 남겨준 경험의 유산과 같은 깨달음들은 후반부 '벤자민''데이지'의 로맨스 속에 묻혀 버려 그 의미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나타나는 친아버지 존재도 좀 무의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 아버지 덕분에 유산도 얻고 요트도 얻게 되어서 나름 신나는 로맨스를 펼칠 수 없었지만, 그건 너무 손쉬운 해결책이 아닐런지요.
  그렇게 전반부의 불필요한 내용들을 덜어내고 요약적으로 제시하였더라도 영화 자체의 큰 맥락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후반부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끌어들여 올 수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인데요. 마치 감독이나 각색자가 된 것 같아서 쑥스럽습니다만, 왠지 영화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기우뚱 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생각해 본 것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감동을 받았던 것은,
  갈수록 젊어져 가는 탓에 '데이지'와 자신의 딸의 곁을 지키지 못하고 세계를 여행하며 살아가는 '벤자민'이 딸아이를 위해서 보낸 편지를 읽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가치 있는 것을 하는 데 있어서 늦었다는 건 없단다. 근데 내 경우엔 네가 원하는 누군가가 되기엔 내가 너무 어리구나.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시간 제약은 없단다. 넌 변할 수 있고 혹은 같은 곳에 머물 수도 있지. 규칙은 없는 거니깐. 최고로 잘 할 수도 있고 최고로 못 할 수도 있지. 난 네가 최고로 잘 하길 빈단다. 그리고 너를 자극시키는 뭔가를 발견해 내기를 바란단다. 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 한 것들을 느껴보길 바란단다.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기를 바란단다. 니가 자랑스러워하는 인생을 살기를 바란단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기를 바란단다. "

  언뜻 보기에 '오드리 헵번'이 아들에게 보냈다는 편지 비스무리하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저 편지가 참으로 좋았습니다. 특히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강인함' 이라는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노인 분장을 해도 훈남의 포스는 살아있는 '브래드 피트' <벤자민의 시간~> 스틸 컷.

  여튼,
  개인적으로는 좀더 내용이 인생, 혹은 운명과 가까이 다가가 있어서 은은한 울림을 주는 영화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나름 가볍지 않은 로맨스 영화, 거기에다 삶의 의미도 조금(전반부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두 주연배우의 연기는 '최고'까진 아니어도 훌륭합니다. 늙었다가 점점 젊어져 가는 '벤자민'역의 '브레드 피트'는 놀랍게 발전한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분장의 도움으로 깜쪽같이 연기를 할 수 있었고, 나름 내적으로 고민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잘 표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한참 어려져 10대가 된 듯한 청바지를 입은 긴 앞머리의 '브레드 피트'는 남자인 제가 봐도 너무 잘생겼더군요. 마치 제가 그를 처음 보고 반했던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 완전 무명이던 풋풋한 청년 '브레드 피트'를 다시 만난 것 같아서 매우 기뻤습니다.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은 역시나 기품있고 고혹적인 멋진 연기로 생을 사랑하다가 큰 좌절을 겪은 뒤에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데이지'의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본 그녀의 최근작은 <아임 낫 데어>인데요. 도대체 같은 인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죠.
  아.. 그리고 이 영화에는 '다코다 패닝'의 여동생 '엘 패닝'도 출연합니다. '데이지'의 아역으로요. 나름 매력있는 연기이긴 하나 언니만큼은 아니라는 또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혹자들은 이 영화를 통해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진정한 대가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극찬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미 그는 '거장'까지는 아녀도 나름 명망있는 감독이었다는 생각이고요. 이 작품이 그런 그의 하나의 커리어가 될 수는 있어도 '가'로 칭해질 만큼의 영향을 끼치진 못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2/27 00:04 2009/02/27 00:04

2009.02.26 - 개학, 전, 전, 전 전날


  딴 학교는 모르겠으나,
  우리학교는 개학 하루 전날 선생님들이 모두 출근하여 한 두 시간을 떼우고 돌아와야만 하는 '전직원 출근 데이'라는게 있다...
  뭐 그 의도야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사실 이거 시간 낭비다.
  하지만 어쩌랴, 개학 하루 전날 출근하여서 방학이 모두 끝났음을,
  또 다시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하는 날들이 적어도 7월 말까지는 펼쳐져있음을,
  수많은 야자와 보충수업과 다람쥐 쳇바퀴돌듯 흘러갈 수많은 시간들이 눈 앞에 당도하였음을 확인하고 돌아와야만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처코롬 이렇게 이쁜 달력이 만들어져서 2월이 1일을 일요일로 시작하여 28일을 토요일로 깔끔히 마무리해버린 덕에, 방학이자 휴일인 3월1일 삼일절을 일요일에게 빼앗겨버린 것도 서러운데, 28일은 또 놀토라, '전직원 출근 데이'가 27일로 당겨져 버렸다.
  내 참.. 그럼 그 비참한 기분을 3일이나 먼저 느껴야 한다는 말이야?
  참으로 억울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일이 안왔으면 싶고, 잠을 안자면 내일이 안 올까 싶고, 막을 수 없어 내일이 오더라도 그 다음날은 28일, 그다음 날은 다시 2월 1일, 2월 2일... 이렇게 흘러갔으면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한 달만,
  딱 한달만, 2월 1일, 2월 2일.. 이렇게 되면 안될까요? 신님?

  여튼,
  남들과 달리 이제야 비로소 신년 모드로 들어가게 되는 나.


  요샌, 누구를 만날 때마다 인사처럼 물어오는 말이 이거다.

  '제가 좋은 사람 아는데 소개해드릴까요?'

  아.. 과장이 아니다. 진짜다.
  열에 못해도 아홉은 이야기 도중에 꼭 저말을 한다.
  나름 관심있음을, 신경쓰고 있음을 표현하려 하는 말일텐데, 듣기 싫다고 무턱대고 짜증을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해보라는 식으로 가볍게 말하는데, 사양하기도 참으로 민망하다. 아니, 그럼 혹시 내가 없는 티를 내고 다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또 그건 결코 아니다.
  없다고 죽는 소리도 하지 않았고, 아쉬운 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친한 사이일 경우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참으로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든다.

  '괜히 튕긴다는 소리 듣지 말고 해주는 족족 다 만나버려?', '아주 소개팅계를 휩쓸어버릴까?', ' 주말마다 두 탕씩은 뛰어도 3달은 걸리겠는데?'

  그리고는 혼자 베시시 웃고는 한다.

  소개팅이 들어오는 경로도 참으로 다양하다.
  뭐, 아는 후배, 친구, 가까운 직장 동료.. 이런 사람들이야 지나가는 말로 하는 것이니까 특별할 것도 없고,
  예를 들면, 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병영 체험'을 갔던 선생님께서 파견나오신 '여군 장교'님을 낚아와서(표현이 과격했다면 죄송요..) 소개해준다고 한참을 실랑이 한다거나,
  졸업하고 알바를 하고 있는 학생이 있는 파리바케트에 커피를 마시러 갔더니, 그 곳 커피 담당 기사님이 아는 누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연락을 취해 온다 거나,
  아님, 2학년 때 우리 반이었던 졸업생의 어머님께서 아는 누구를 소개해주시겠다고 하시거나,
  아님 학생이 이모나 고모를 소개해주겠다고 전화를 걸어오거나,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참으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제안들이 들어오는 터라, 사실 짐작하고 대비할 수도 없어 당황하느라 제대로 사양의 의사를 밝힌 건지 알 수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개학을 하고 나면 어차피 안 듣게 될 소리들이지만,
  그래도 뭐랄까...나쁘지 않았다고나 할까??
  왠지. 혼자 있는게 불쌍해 보여서 누군가 붙여줄라고... 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ㅎㅎ

  여튼,
  이런 상황을 겪다 보니,
  갑자기 연애가 아닌 결혼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결혼을 하면 이런 당황스런 이야기를 더이상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추측이 더해진 결과이겠지만,
그냥 다~~ 모른 척하고 결혼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
  '연애하고 결혼할려다가 매번 어긋나버리는 거니까, 미리 묶어 놓고 이쁘게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뭐..'
  라는 여지껏 안해봤던 생각이 갑자기 완벽하게 느껴지는 이 조화~ ㅎㅎ

  공상에 빠져 말도 안되는 이유를 끌어대며 내식으로 좋게 생각해버린 탓이지만, 뭐 어때, 만날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는 거잖아..
  그런 의미에서 잠시나마 생각하고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준 많은 뚜쟁이들에 감사효.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연애가 더 좋아, 연애 지상주의자야..

  솔직히 말하면,
  어제 막 잠들려는 순간 누군가와의 첫 키스 때가 생각나서 가슴이 설렜어.
  그걸 어떻게 다른 것과 비교해..


  따뜻한 봄날, 반짝반짝하는 봄날이 곧 오면 다시 연애를 시작해야지.
  룰루랄라~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2/26 17:10 2009/02/26 17:10
Response
No Trackback , 7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15

이미지 출처 - 다음

<블레임> 공식 포스터



* 2009년 02월 24일 20시 10분
* 서울극장(종로)
* 위드블로그 시사회 리뷰 캠페인 당첨 관람
(★☆)


  오래간만에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방학도 끝나가고 있고, 슬슬 게으름을 떠는 생활도 접어야 하고, 바쁜 학기 초가 될테니까 문화생활도 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 외출과 같은 심정으로 룰루랄라 시사회에 참석했죠.
  더욱이 오늘 볼 영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감성적인 연기를 펼쳐주었던 두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이케와키 치즈루'가 주연으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또 나름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 '이케와키 치즈루'가 출연했지만 그닥이었던 영화 <오이시맨>을 보고 난 뒤라 이번에는 만회해주기를 바랐던 것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시사회가 예정되어 있던 '서울극장'에 도착해보니, 예정시간이 30분 정도 남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출입문 밖까지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걸 어쩌나.. 하고 맨 앞으로 가서 봤더니 모 인터넷 서점에서 신청한 사람들이 더군요.. 그럼 그렇지.. 위드 블로그는 겨우 25명이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한가롭게 시사회권을 받은 저는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다가 5분 전에 자리에 들어갔는데요. 아마도 그 모 서점의 확인 절차가 오래 걸렸는지 30분도 훨씬 지난 뒤에야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뭐 이래저래 원활하지 못한 면이 있었지만, 일단 기대감을 높여주려는 주최측의 배려(?)로 생각하고 영화 관람을 시작하였습니다.

(스포일러를 의도적으로 넣었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말미에..)

이미지 출처 - 다음

'츠요시'와 '에이코'는 도통 알 수 없는 동료이자 옛 연인 <블레임> 스틸 컷.

  영화는 필리핀 시골마을에서 조류독감(AI)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WHO의 메디컬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던 '에이코(단 레이)'는 많은 국제기구 인력들과 함께 조류독감의 근원지를 원천봉쇄하고 더이상의 전염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으로부터 그 마을의 한 사람이 지인의 결혼식에 선물하기 위해서 닭 몇 마리를 시내로 반출했다는 보고를 받고 급히 그 사람의 이동을 막기 위해서 달려가게 되지요.
  그쯔음 도쿄 근교의 사립병원의 초짜 의사인 '츠요시(츠마부키 사토시)'는 그날도 밀려드는 업무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 환자의 진료를 마치고 존경해마지않는 '안도(사토 고이치)' 선생님의 일손을 거들고 있었지요. 그러던 도중 급하게 '안도' 선생님을 찾는 방송에 '안도'선생님의 당직 업무를 인계 받아 진료를 하게 되는데요. 한 부부의 단순한 감기 증상이었습니다. 평소처럼 간단하게 진료를 마친 뒤에 안정을 취할 것을 지시하고 진료를 마치게 되는데요. 다음 날부터 이상 발열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설사와 고열, 폐렴증세를 동반하는 그 환자들은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유사 조류독감의 증세를 보이고 바로 어제 '츠요시'가 진료했던 환자도 같은 증상을 보이면서 입원을 하게 됩니다. 손쓸사이 없이 악화되어가던 그 환자들은 피를 토하고 눈에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죽어가는데 당국에서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섣부르게 발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근처 닭사육 농장에서 기르던 닭들이 집단 폐사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고 환자들의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만 가서 사람들은 차차 그 전염병을 조류독감으로 확신하게 되고 이어서 WHO의 메디컬 담당관인 '에이코''츠요시'의 병원으로 파견되게 됩니다.
  그런데 '츠요시''에이코'는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였습니다.
  '츠요시'가 대학생이었을 시절 '에이코'는 그 과의 조교였던 것이지요. 그리고 사랑했던 사이이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둘은 힘을 합하여서 정확한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유명한 학자인 '미노루(후지 타츠야)'도 닭 농장으로 파견되고, 병원에서는 밀려드는 환자들을 한 명이라도 살려내기 위해 애를쓰지만 손을 쓸길이 없는 이 전염병으로 인하여 결국은 병원 격리와 도시 전체의 봉쇄령이 내려지고, 당국에서는 전염병의 발병에 대해 세계에 밝힐 수밖에 없게 되자, 세계 각국은 일본과 모든 교류의 단절 조치를 취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진행되지만, 도무지 이 병원균의 원인은 알아낼 길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신체적인 접촉 없이 공기를 통하여 전염이 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전염되는 것도 아닌 이 알 수 없는 병원균의 정체는 '츠요시'가 처음에 단순히 감기로 진료했다가 사망한 남자의 아내인 '마미(이케와키 치즈루)'에 의해서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유엔에 정식국가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동남아시아의 작은 섬나라의 의사였던 '마미'의 아버지가 첫 발병자였던 것으로 밝혀지게 되고 서둘러 그 나라로 떠난 '츠요시'와 '미노루'박사는 드디어 그 병원균의 실체를 밝혀줄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이미지 출처 - 다음

너무나도 쉽게 얻어지는 병원균에 대한 힌트 '미노루' 박사와 '츠요시' <블레임> 스틸 컷.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마도 제가 쓴 리뷰의 줄거리 중 가장 긴 줄거리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어졌습니다.
  이렇게 줄거리를 길게 늘여쓴 이유는,
  그래야만 줄거리가 뒤죽바죽 얽혀있는 이 영화의 특성상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 정도의 줄거리만 보신다면, 기존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재난영화 혹은 재앙영화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는 이야기의 스토리이지요.
  인류가 극한 상황에 처해가다가 영웅적인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많은 사람들의 협력과 도움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혼란과 재앙을 극복해간다는 감동적 스토리가 바로 그것이죠.
  그렇다면 영화는 우리가 희망하는 바대로, 선과 악의 명확한 대립 속에 권선징악으로 영화를 이끌어가서 어렵사리 위기를 극복하고 그들은 드디어 행복하게 되었다라고 끝나야 하는 것이 정석일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착한 인물들이 죽거나 위기를 겪을 땐 손을 쥐고 안타까워 할 것이고, 이기적인 인간들이 벌을 받는 것 같이 느껴질 땐 카타르시스를 느끼겠지요. 다분히 교훈적이지만, 그 단순한 교훈성에 이 영화의 미학이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그리고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던 '조류독감'이라는 변형바이러스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첫 인상은 더욱 강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 또한 처음 얼마 간은, 소재의 선택이 괜찮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영화에 몰입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좋은 소재를 가지고 그저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재주를 발휘합니다.

  일단,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영화는 선과 악의 구도가 확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구분이 불확실해서, 어느 것이 선이고 악인지 사람들은 왜 죽을 수밖에 없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죽음도 어떤한 의미도 갖질 못합니다. 그냥 죽을 뿐입니다.
  절대악으로 '전염병'을 설정할 수도 있겠는데요. 이 절대악은 끝까지 이길 수가 없습니다. 결국, 영화를 본 관객들은 어떤 교훈도, 어떤 메시지도, 어떤 작은 희망도 얻지 못하고 영화관을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마미'역의 '치즈루', 배역의 비중처럼 이미지도 별다른게 없네요.

이미지 출처 - 다음

제일 이쁜 인물 '미타'

  또한 영화의 인물들도 큰 틀의 스토리에서 보자면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다만 병렬적으로 늘어만 놓았습니다.
  지루하지만 몇 인물들을 언급하자면,
  일단 중요한 키워드를 쥐고 있는 '마미'가 있습니다. '마미'는 '이케와키 치즈루'가 연기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조연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분량이 적고, 처음 남편을 잃고 좌절하다가 급작스럽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사과하고 또 남편을 잃은 슬픔에 망연자실 하다가 불현듯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을 신고하게 되는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더군다나 생긴것 만큼 깜찍한 역할이 잘어울릴 그녀에게 삶의 지표를 잃고 방황하는 여인의 역할을 얹어놓으니 맞지않는 옷을 껴입은 듯 어색하기만 해서 이야기를 겉돌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조류독감의 발원지로 의심을 받는 농장의 농장주와 그의 착한 딸, 그리고 딸의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심성이 아주 고운 사람들로 나오는데요. 너무나 고운나머지, 아버지는 병원균을 발생시켰다는 주변의 질책에 자살을 하게 되고, 그녀의 딸은 그런 아버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소녀는 이미 놀이동산에 놀러가기로 했던 남자친구의 가족들이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었기 때문에 바람을 맞고 돌아온 뒤였지요. 그렇게 좌절하자마자 당국에서는 병원균이 조류독감과는 다른 종류라고 발표하여서 여자아이에게 마지막 한 방을 날립니다. 아이는 소리 칩니다. '살인자들!' 그리고는 전염병에 감염됩니다. 혼자서 놀이동산을 다시 찾은 소녀가 막 쓰러지자 갑자기 남자친구가 나타나지요. 그리고 병원으로 옮기게 됩니다.
  또 병원에서 근무하는 등장인물 중 가장 일본인 같고, 가장 예쁜 것 같은 간호사 '미타(쿠니나카 료코)'가 있습니다. '미타'는 남편도 있고, 어린 딸도 있지만 환자들을 위하여 격리되는 병원에 남게 되는데, 열심히 일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딸아이와 문자를 주고 받는 장면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착한 남편과 '딸'은 '미타'가 보고 싶지만 사람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미타'를 응원하고자 힘내라는 격려문자를 보내지요. 문자를 받은 '미타'도 기운을 내며 사랑스런 문자를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딸아이는 '미타'에게 마법의 문자를 보내지만 답이 없습니다. '미타'가 전염된 것이지요. 언제가 바로 오던 문자가 오지 않자 초조해진 남편과 '딸'은 병원으로 찾아갑니다만, 당연히 면회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한참을 애원을 하니, 경비가 전화를 걸어주더군요. 하지만 남편에게 그녀가 막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츠요시'가 그녀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되지 않았죠. 그녀의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있었습니다. '츠요시'는 '미타'가 보내지 못한 답장을 보냅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아내의 죽음을 알지만 아이에겐 말하지 못하는 남편, 나름 가장 찡한 장면 <블레임> 스틸 컷.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츠요시'와 '에이코'의 사랑이 있습니다.
  이들은 영화 내내 묘한 관계에 위치하는데요.
  그들이 왜 이별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고, 다만 그냥 우리가 흔히 말하듯 성격차이.. 쯤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면서 같이 부딪히는 동안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면서 그 둘은 서로 격려합니다.
  '그래, 그게 에이코였지.'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때로는 '에이코'를 '츠요시'가 도와주기도 하고, 그 반대로 힘을 얻기도 하면서 열심히 사람들을 진료합니다. 그러다가 주변으로 퍼진 전염병을 막고자 '에이코'가 옮겨가게 되는데, 밖에서 이별을 하던 그들이 갑자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이 혼란이 모두 끝나면 '에이코' 너에게 갈게'.
 
뭐 이런식으로 말하면서요..
  그러다가 '에이코'는 전염이 되고 말죠. 그럼에도 열심히 사람들은 돌보던 '에이코'가 쓰러지고, 정신없이 진료를 하고 있는 '츠요시'에게 노트북 화상 채팅으로 '에이코'에게 연락이 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도라면서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지요. 자신이 실험대상이 되어서 마지막 시도를 한다고, 그러니 그 쪽에서도 잘되면 한 번 해보라는 식으로... '츠요시'는 바로 그 방법을 시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성공을 한 '츠요시'는 '에이코'에게 갑니다. 그러나 '에이코'는 결국 실패하여 죽게 됩니다.
  그 장면을 본 '츠요시'는 또 바로 뒤돌아 뛰어나옵니다. 그리고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울지요.

  그리고는 자막이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그 뒤 얼마 동안 얼마만큼의 사람이 전염됐고, 그 중 얼마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그리고 영화는 끝입니다.

  이렇게 영화는 뜬금없는 내용들을 뒤섞어놓기만 했지 관객들에게 정확한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인디펜던스 데이><딥 임팩트>와 같은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서 이런 부류의 영화를 봐왔기 때문에, 한 인물들의 이야기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이 다른 인물들의 그것과 같이 모아지면서 영화 전체의 클라이막스로 치달아가야 하는 것임을 잘알고 기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란듯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제각기 시작하고 제각기 클라이막스에 갔다가 제멋대로 끝나버리는 어이없는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아마, 그것에 보조를 맞추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전체 결말도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나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결말이 있긴 있습니다. 아마도 일본은 멸망할 것이다... 정도요..

이미지 출처 - 다음

이제 이런 장면은 너무 많이 봐서 식상한.. 하지만 결말을 제대로 표현한 장면 <블레임> 스틸 컷.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첫째, 일본이 아무래도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능력은 많이 모자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리 나라도 아직 블록버스터라고 부를 만한 영화는 없지만, 단순히 헐리우드 만큼의 돈을 퍼붓는다고 해서 블록버스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 영화는 나름 헐리우드 방식의 이야기 구조와 스토리를 모방하여 흉내를 내고자 했지만, 그 핵심에 흐르는 중요한 무언가를 놓쳐버린 결과 겉모양만 스펙터클한 영화가 되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왜 이런가 하고 생각을 해봤는데요. 일반적으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는 해피앤딩으로 끝나야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만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나가는데, 이 영화가 엉뚱하게 일본은 멸망할 것이다.. 이렇게 끝내고 마는 것은 일본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일본침몰>에서 봤듯이 일본인들의 내부에는 '언젠가는 가라앉고 말것이다' 라는 근원적 불안감이 내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결말을 취하면 무언중에 그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여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고 반향을 일으키게 되어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생각입니다. 아무리 그렇더라고 하더라도, 외국에 판권이 수출된 영화라면 그런영화 답게, 결말을 여러가지로 취하는 방식으로 했었음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일본이 망한다고 하면 나름 어필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내재의식에는 그 또한 당연한 것이고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돈내고 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셋째, 나름 헐리우드의 스타시스템을 흉내내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가수가 영화찍고, 드라마 출연하고, 또 같은 성향의 흥행배우들을 끌어다가 비슷한 영화를 찍고 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번 경우에는 나름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과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다양하게 섭외하여 그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고 싶은 감독의 욕심이 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는데요. 그러기엔 연출력과 스토리가 너무 부실했습니다. 위급하다고 소리만 지르는 것이 연기는 아니니까요. 짧은 사랑장면이 한 장면 나온다고 해서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사랑할 순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여간, 여러모로 이 영화는 아쉬운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재앙영화인 줄 알고 보다, 갑자기 오염된 새우양식장과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동남아시아의 섬이 나올땐, 인간의 환경파괴를 문제 삼는 줄 알았기도 했고요. 착하기만 하던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려 죽어가는 것을 보고선, 인간은 겸손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넣은 건 줄 알았더니, 해결도 않고 망했다고 끝나버려서 어디서 포인트를 얻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부분도 있어요.
  바이러스 권위자 '미노루' 박사는 '암' 환자 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말하지요.
  '인간이랑 바이러스가 함께 공존할 순 없는 건가?'
  어쩌란 말인지요...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의 원성이 말도 아녔습니다.
  중간 중간 배우들의 오버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어이없는 헛웃음과 잔기침들... 그건 일본 배우들의 연기 특성상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해도, 도무지 감정이입 되지않는, 어디서 가슴아파하고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는 감정처리들이 나올 때에는 저도 고개를 숙이고 답답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관객 원성 장면의 하나, '에이코'에게 달려가던 중 차의 연료가 떨어지자 뛰어서 가는 슈퍼 '츠요시'.군.

  그리고 또, 여러 시사회를 다녀봤었는데요.
  위와 같은 영화 탓도 있었겠지만, 이번 시사회의 경우에는 관객들의 태도 또한 영화를 제대로 관람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옆 자리의 커플들은 영화시작 전에는 조용히 있더니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어디서 꺼냈는지, 종이 봉지에 들어있는 오다리를 씹으면서 연신 바스락대고, 그도 모자라 서로 묻고 대답하고, 앞자리의 아주머니는 핸드폰이 계속 울려대고, 건너 편의 관객들은 전화받으러 나다니고, 뒷자리에서도 웅성웅성.

  제가 앉은 자리만 유난히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공짜표라고는 해도,
  아무리 재미가 없는 영화라고 해도, 끝까지 보려고 마음 먹은 많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마치 자신의 안방에 온 것 마냥 무례하고 배려없는 태도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은 안 좋아진 마음에 엔딩 크래딧도 보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게 되었는데요.

  영화가 아니다 싶을 때에는 어차피 공짜 영화이니 조용히 일어나 나가주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원제는 '감염열도' 이더군요. 차라리 그냥 저 제목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고, 영어 원제도 전염병을 뜻하는 'Pandemic'이던데요. 도대체 '블레임'이라는 말은 누가 뽑았는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붙여버린 제목이 되고 말았습니다.
  'Blame''죄', '주'를 뜻하기도 하지만, '비난', '나무라다' 이라는 뜻도 있으니까요.. 제대로 '비난' 받게되었네요.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2/26 01:46 2009/02/26 01:46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개봉당시 전단지



* 2009년 02월 22일
* Home
* 내 생애 최고의 영화 중 한 편!

  이 영화를 언제 처음 봤던 것인지는 역시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마도 대학교 때 였으리라고 짐작됩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대학교에 입학하던 1995년은,
  그 1~2년 전부터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던 노래방과 그 노래방의 여파로 또 생겨나던 비디오방이 처음 모습을 보이던 그런 시절이었지요.

  지금이야, PC방도 있고, DVD방도 있고, 찜질방도 있고 참으로 다양한 '방' 들이 존재하지만 당시만 해도 '노래방', '비디오방'은 정말이지 놀거리 없던 10대, 20들에게 오아시스와도 같던 곳이었습니다.

  아~~ 이야기가 또 다른 곳으로 새는 것 같긴 하지만, 그 시절을 떠올려보니, 처음으로 셀프서비스의 커피 전문점들이 등장하기도 했었고, 지금은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들이나 갈 것 같은 콜라텍의 전신인 '락카페' 같은 문화들도 있었습니다. 하나 하나 이야기 하자면 또 끝이 없을 것이므로, 셀프서비스 커피 전문점과 '락카페'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여튼,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학교 앞에 몇 군데의 비디오방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었는데, 지금이야 멀티 스크린에 프로젝션으로 쏴서 정말 작은 영화관 처럼 만들어 놓았지만..(사실 안가본지 꽤 오래 되어서 지금은 어떤지 잘 모름.) 초창기엔 평면TV도 아닌 이십 몇인치 쯤 되는 브라운관에 헤드폰을 쓰고 겨우 칸막이만 되어 있는 공간에서 사우나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의자에 앉아 말그대로 비디오를 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비디오방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여서 좀 지난 뒤에 생긴 비디오 방은 푹신한 쇼파에 큰 멀티비전의 시설을 갖춘 고급 비디오방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것도 시설이라고 값이 조금 비쌌지요.
  그렇게, 노래방처럼 우후죽순식으로 퍼지던 비디오방들도 한정된 수요에 경쟁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파격할인 행진을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혼자오면 3천원 둘이 오면 5천원, 테이프 두 개짜리는 7천원 이러던 것들이, 무조건 기본 2천원에 한 명 추가에 천원씩, 이렇게 바뀌게 되어서 그야말로 거저먹기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과다출혈 경쟁으로 인한 문화적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면서 공강시간이나 심심할 때면 아무렇지 않게 혼자 비디오방을 찾아가 2천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의 최대의 호사는
  주머니에 있는 오천원짜리 한장을 들고 비디오방 아래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카프리' 두 병을 사고, 안주로 '포카칩'을 산 다음 남은돈 이천원으로 비디오방에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6.25사변 때의 일이야.. 싶은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그땐 정말 그랬다니까요...진짜 그 때가 그립습니다.

  여튼, 그렇게 본 영화들이 한 해에 100편도 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도 연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과 본 영화들을 빼곡히 기록해 놓은 다이어리가 있었거든요.. 대충 세어봤더니 거의 100편에 육박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게 1학년 때...

  아마도 어린 시절 어머니 아버지 무릎을 베고 봤던 '주말의 명화', '명화 극장'과 더불어 그 비디오방 들이 제 얼마 안되는 영화적 소양의 풍부한 자양분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고,
  당시엔 그렇게 영화를 보다 보니, 각종 잡지 특집란에 실려 있는 '숨겨진 명작 100선', '여름에 꼭 봐야할 비디오 50' 이런 것들의 리스트를 지워가며 찾아보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말이죠..

  여튼,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도 그때 봤던 영화 중에 한 편입니다.
  우연히 골라보게 되었지만, 감명해마지 않았던, 보고 나서 한동안 영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공책마다 내 이름 대신 'Fried Green Tomatoes At the Whistle Stop Cafe' 라고 써놓고 다녔을 정도이니까요.

'잇지'의 자상하던 오빠 '버디 드레스굿'


  영화는 쉽게 말해 안이야기와 밖이야기가 있는 액자식구성입니다.
  밖이야기는 현재를 배경으로, 갈수록 늘어가는 체중과 권태로운 부부생활로 자신감을 상실하고 하루하루에 지쳐가는 맘씨 착한 아줌마 '에블린(케시베이츠)'이 숙모님을 만나러 간 요양원에서 '니니(제시카 텐디)'할머니를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니니' 할머니는 숙모님께 외면받고 혼자 슬퍼하고 있는 '에블린'에게 다가와서 다짜고짜 자신의 젊었을 적의 이야기 '휘슬스탑 카페'가 있던 작은 마을과 그 마을에 살던 '잇지(메리 스튜어트 메스터슨)''루스(메리 루이스 파커)'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게 되지요. 그 이야기는 대충 이렇습니다.

  '니니'가 살던 마을에는 '드레스굿' 집안이 있었는데 그 집안의 막내 꼬마인 '잇지'는 말괄량이 꼬마 숙녀였습니다. 그런 '잇지'를 다룰 수 있는 것은 그의 오빠 '버디(크리스 오도넬)'였지요. '잇지'는 오빠를 무척이나 따랐습니다. 잘생기고, 유쾌하고, 자상하던 오빠 '버디'는 이러저런 이야기를 해주며 '잇지'를 보살펴 줬고, 당연히 '잇지'도 그런 오빠를 잘 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사고로 오빠가 열차에 치어 죽게 되고, 그 광경을 지켜 본 '잇지'와 오빠가 사랑하던 여자 '루스'는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결국 '루스'는 잠시 마을을 떠나게되고, '잇지'는 방황 속의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보다 못한 '잇지'의 부모님들이 '루스'에게 '잇지'를 방황 속에서 건져내어 줄 것을 부탁하게 되고 '루스'는 마을로 돌아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잇지'와 '루스'는 다시 마음을 열게 되었지만, '루스'는 이미 결혼할 사람이 정해져있었고, 다시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게 되지요. 딱히 맘에 들진 않았지만, '루스'의 행복을 바랐던 '잇지'는 그녀의 결혼을 멀리서 축복해 주고 다시 자기만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심부름으로 '루스'를 찾아간 '잇지'는 '루스'의 삶이 그렇게 행복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남편이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잇지'는 '루스'를 그 곳에서 데려나오게 되고, 기차길 옆에서 '휘슬 스탑'이라는 카페를 열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됩니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스틸 컷

자상하고 아름다운 여인 '루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스틸 컷

꿀벌의 연인, 토완다 '잇지'


  끝은 아닌데요. 다 이야기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이런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고, '잇지'와 '루스'의 이야기에 빠지게 된 '에블린'이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자주 '니니' 할머니를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띄엄띄엄 전해집니다.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잇지'와 '루스'의 이야기는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면서 살아가는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 이지요. 언제나 씩씩하고 용감한 '잇지'와 연약한듯 강한 외유내강형의 '루스'가 서로 의지하고 서로 닮아가면서 당차게 살아가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 말고 아직 말씀드리지 않은 후반부에 또다른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힌트를 드리자면 '루스'의 남편이 큰 거 한 방을 터트리는데요. 그 이야기에는 또 말못할 휴머니즘을 깔고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50년 전의 이야기를 마치 어제의 일처럼 이야기하면서 삶의 마지막까지 행복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 같은 '니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에블린'도 서서히 변해갑니다.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그런 자신감을 기르기 위해서 그 전까지는 하지 못했던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하고요. 이제까지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삶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옮겨오게 합니다.

  아마 영화를 보시게 된다면 '잇지'와 '루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서히 변해가는 '에블린'처럼 영화를 보는 여러분의 마음도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 느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야기 안에서 펼쳐지는 '잇지'와 '루스'의 우정과 이야기 밖의 '니니'와 '에블린'의 우정 모두가 아름답게 느껴지실 겁니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스틸 컷

이젠 폐허가 된 휘슬스탑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스틸 컷

번성하던 때의 휘슬스탑


  이 영화를 정의하는 말들은 많이 있습니다.
  '여성 영화'라고 하기도 하고, 개봉했던 1991년이 우리나라에선 한창 페미니즘이 유행하던 시기라, '페미니즘 영화'라고 하기도 하지요. 뭐 딴에는 저도 이 영화를 본 후에 <델마와 루이스> 같은 여성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을 챙겨보기도 했으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분명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더욱 공감하고, 통쾌해하고, 이해할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정에, 사랑에, 휴머니즘에 남자와 여자가 어디있겠습니까. 보고 좋으면 그만인 것이지요.

  저는 갑갑하거나 일이 잘 되지 않을 때면, 이 영화가 생각나고는 했습니다.
  일단은,
  사람들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면 다른 걱정은 하지 않더라도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었던 영화 속의 시절이 부럽기도 하고요. 그 두 인물들의 꾸밈없는 삶이 보기 좋기도 하고요. 또 '에블린'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토완다!'을 외치면서 통쾌하게 차를 몰던 그 장면이 보고 싶기도 해서요.(무슨 장면인지 궁금하시죠?)
그렇게 제 마음 속에서는 100점 만점에 200점을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에블린'역의 '케시베이츠'는 정말 자신 그대로를 연기한 것과 같이 완벽하고, '니니'역의 '제시카 텐디'여사야, <드라이빙 미스데이지>를 능가하는 정말 멋진 연기를 보여주십니다.
  '잇지'역의 '메리 스튜어트 메스터슨'과 '루스'역의 '메리 루이스 파커'도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개성 강한 두 역할을 아주 멋지게 연기해 주어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살아있는 네 명의 인물들을 연기가 아닌 실제로 보는 듯 했는데요. 아마, 그것은 제가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이미 원작 소설이 퓰리처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었던 것이라니, 스토리는 검증된 것이고요. 어떤 평을 읽어보니, '잇지'와 '루스'가 '루스'의 아이를 키우면서 한 집에서 살아가는 설정을 통해 동성애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는 하는데, 원작이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영화에서는 그냥 단순한 여성들 사이의 우정이라는 생각입니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스틸 컷

크리스마스 기념 염색을 한 '니니'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스틸 컷

자신감을 너무 많이 회복한 '에블린'



  여튼,
  누구라도,
  좀 답답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거나, 내가 왜 이렇게 사는 지 모르겠다거나, 아니면 그냥 볼 영화가 없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혹은 어떤 경우에 보더라도 절대 실망할 영화는 아니니까요.
  아직 안 보신 분은 가까운 대여점을 찾으셔서 꼭 보시길 바랍니다.

  모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DVD도 특가 세일을 하던데요. 2,900원인가...
  직접 구입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긴 글을 주절거렸는데요.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참으로 감사합니다.


  덧붙임 : 보신분들에게 질문 하나!
              제가 생각하기에는 '니니' 할머니가 '잇지' 인 것 같은데요. 맞나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스틸 컷

'루스'와 '잇지'의 행복하던 한 때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스틸 컷

이게 실제의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잇지의 개발품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2/24 02:38 2009/02/24 02:38

2009.02.23 - 피터팬 증후군


얼마 전, 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접하게 되었던 병적 심리 증상인데 간단히 말해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심리증상이라고 볼 수가 있다.
주로 남자들에게 일어나는 증상으로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며, 언제나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길 원한다는...
대표적 증상으로는 책임감 결여, 이상에의 추구, 이성의 사랑에 대한 거부, 모성에 대한 집착.. 등이 있는데, 주로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 밑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고, 여성의 경우 '신데렐라 증후군'으로 표현되기도 한다는....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막연한 불확실함 때문에 사회로 진입하는데에 어려움을 겪고 현실안주적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다보니, 얼추 내 이야기와도 비슷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깜짝 놀랐다.

아.. 그런 것인가... 나는 '피터팬'이고자 하는 것인가...

이상이란 것은 꿈꾸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테고, 끝까지 바라면 무엇이고 이룰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살면서 때로는 많은 유혹들과 능력의 한계에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끝까지 정중동의 마음으로 밀고 나가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쩌면 그것은 새로운 것, 혹은 나이를 먹는 다는 것, 혹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어린 시절의 그 무엇들, 익숙한 그 무엇들에 안주하려는 성향인 것인가..
갑자기 두려워졌다.

조금 더 생각을 발전시켜보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이지만,
'빨리 결혼해야지. 결혼하고 얼른 아이를 낳아야지.. 나중에 애 키울거 생각해봐. 도대체 나이가 몇이야?'
따위의 걱정을 던져오면,
'아기는 가질 생각이 없어요. 이런 세상에 어떻게 애를 낳아 길러요. 불쌍해서 못낳아요.'
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
물론, 이 생각은 후에 아내가 될 사람의 의사는 배제한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내 아이를 제대로 길러낼 자신이 없다. 태어나자마자 고급 분유에, 몇 백만원하는 유모차를 태워줄 능력도 안되고, 좀더 자라서 아직 말도 서툰 아이에게 '애플, 버네너' 이러면서 영어를 가르치는 꼴은 도저히 참을 수 없고, 마구 뛰어놀아야할 나이에 미술학원, 음악학원, 태권도학원에 잠자는 거 줄여가면서 공부하라고 다그칠 생각도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게 뭔지 알지도 못한 채, 아니 알아볼 시간도 빼앗긴 채 학원으로 과외로 토플이다 토익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맹목적으로 해야만 하니까, 남들 다 하니까 어쩔수 없는 그런 학창시절을 하지말라고도 말 못하겠고, 하라고도 말 못할 것이다.

이렇게 무능력하기만한 아빠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여튼, 그래서 내 아이를 제대로 길러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한 아이도 갖지 않을 것이고, 그것 때문에 결혼을 할 수 없다면 결혼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생각이 혹시 '피터팬 증후군'?
할 수 없어서 안하는게 아니라, 이유를 만들어가며 하기가 두려워서 안하는 거?

에이..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왠지 읽지 않고 지나갔던 많은 심리학 책들이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것은 왜인지...
그렇다고 이미 서른도 한참 지나버린 나이에 <서른 살이 심리학에 묻다>와 같은 책을 떠들러 보면서, 머리를 쥐어박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제와서 <대폭락시대에도 살아 남는 주식투자> 이런 책을 보고 부자 아빠가되기를 꿈꾸거나, 급히 '듀X'와 같은 업체에 내 정보를 헌납하고 돈을 뿌려가며 그야말로 짝짓기에 열중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 아닐런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렇게 깊이 생각을 한다는 것이 또 '피터팬 증후군'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한 것은,
내가 만약에 '피터팬'이라면,
생각이 너무 많은 '피터팬'이어서 남들이 뭐라하기전에 대처 방법을 생각해놓고 나름 잘살아가는 '피터팬'일 거라는 거...
그리고,
지금 근무를 하러 학교에 나와있는 나에게는 시간이 너무도 남아서 이런 주절주절을 늘어놓을 수 있다는 거다..

아.. 지루한 근무.. 5시는 언제 오지??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2/23 14:54 2009/02/23 14:54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www.cha2.co.kr/rss/response/211



2009년 2월 11일, 영화 <쌍화점>, CGV 죽전 (★★★)
쌍화점
감독 유하 (2008 / 한국)
출연 조인성, 주진모, 송지효, 심지호
상세보기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쌍화점'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혹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마는 왠지 딱히 땡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관람을 미뤄오던 영화 <쌍화점>, '유하'감독은 <사랑은 미친짓이다> 때부터 관심을 가졌고,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도 괜찮게 보아서 과연 고려시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조인성'도 그저그런 배우로만 생각했었는데, <비열한 거리>에서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는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주진모'<해피앤드>때부터 눈여겨 보아왔던 터라 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던 영화.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왔더니, '영화는 영화일뿐이야.'라는 혼잣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리게 되었다.
  고려시대는 아직 성리학이 들어오기 전이라 역사상 가장 개방적이었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입장이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들이 남겨놓은 노래들만 봐도 꾸밈보다는 솔직함을 앞세우는 모습을 통해 그 사회가 얼마나 자유로운 사회였던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본래 '쌍화점'은 만두가게에 만두 사러 갔더니, 만두파는 남자가 만두는 팔지 않고 내 손목을 잡고 유혹하는 바람에 관계를 가지고 말았다는, 남들이 들으면 욕할지도 모르지만 또 만두를 사러가고 싶다는 내용. 그런 내용이 절을 달리 하며 변주되어 나중에는 우물에 물을 길러 갔더니 우물에 살던 용(임금을 상징)이 나와 손목을 잡는 내용까지 나온다.
그런 자유분방한 성문화와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던 화랑과 낭도들 간의 동성애적인 관계를 끌어들여서 나름의 이야기를 전개한 것 같으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당시에 이런 일이 있었음직한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을 무대만 고려시대로 바꿔 놓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미 여러 곳을 통해서 비판 받았던 것이지만,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근거가 너무 빈약하고, 단순히 치정에 뒤섞인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에만 촛점을 맞춘터라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설득력을 잃어가게 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요새 쓰는 말로 꽃처럼 아름다운 남자 둘이 나체로 몸을 섞는 장면은 나름 충격적이기는 하나, 너무 아름답게 보여주려한 나머지 남성의 육체라기 보다는 덜 성숙한 소년들의 몸으로 보이고, 오히려 혼신의 열연을 펼친 것 같은 '송지효'의 베드신 들이 '주진모''조인성'의 정사 때문에 단순한 베드신으로 묻혀버리는 것 같은 안타까움도 조금.
  뭣보다 아쉬웠던 것은 책들이 모여져 있는 병서고에서의 정사씬인데, 그것은 지금도 도서관 서가 너머로 운명의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도서관 환타지의 변용이 아닐런지. 의복과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체위와 과도하게 난무하는 정사신들에 나중에는 기가 질려버리게 되었다. 그래도 세 배우들의 연기력에 별 하나씩, 특히나 '주진모'의 감정연기는 근래에 보기 드문 열연이었음.



2009년 2월 9일, <2009 구스타프 클림트 한국전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예술의전당
주소 서울 서초구 서초동 700 (남부순환로 2406)
설명 한국 현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예술의전당이 세계속에 우리를 당당하게...
상세보기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전, 뭐 이번 전시는 21세기 마지막 전시 이니, 동양 최대 규모라느니, 여러가지 수식어가 붙어 있긴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시피한 <키스>라든지, <유디트1>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은 전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또 '클림트'라는 이름을 달고 전시회가 열릴지는 알 수가 없다. 여튼, '클림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비엔나의 '벨베데레' 미술관이 참여하여 그의 드로잉 작품이 한 쪽 전시실을 모두 차지할 만큼 많이 전시되었던 것도 이색적이었고, 그의 드로잉 작품들이 대부분 여성의 신체를 그린 누드작품이고 또 사실적이어서 그 전시실 만큼은 아이들은 부모님과 동반관람하기를 권유하는 붉은 방이었던 것도 특이했다.
  나는 사실 그 작품들을 보고,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던 그와 그의 영원한 동반자와 같은 사람이었던 그의 친구 '에밀리 플뢰게'의 관계를 생각하며, 일찌기 가족들을 여의고 어느 곳 하나에 의지할 곳 없으면서도 끊임없이 인간을 동경했을 것만 같은 '클림트'의 모습이 떠올라 측은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역시나 전시회를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전시회에 가서 만나게 되는 유명한 작품들은 기대했던 것 만큼 큰 감동을 주지는 못하고, 그저 이렇게 생긴 것이구나.. 정도의 느낌만 받게 되는데, 팜므파탈을 주제로 했다는 <유디트1>역시 마찬가지였고, 외려 조금은 생소했었던 <베토벤 프리즈>라는 거대한 벽화작품을 인상깊게 감상하였다. 그의 작품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워낙에 거대하여서 한참이나 들여다 보아야 했지만, 사실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을 나타낸다는 마지막 벽화의 여인들의 나직히 감긴 눈과, 어떤 여인의 머리에 꽂혀있던 아리따운 꽃핀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쏙 빠져들었다.

  잘봤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드디어 미술전시회도 16,000원이라는 관람요금을 기록했으니, 앞으로 열린 전시회들은 또 얼마나 많은 돈을 받으려고들지 심히 걱정스럽다는 후일담.

참고 : 전시회 일정은 5월까지 잡혀 있어서 기회가 많겠지만, 주말에 가면 오디오 가이드가 대여되지 않는 다는 사실, 푸르덴셜 생명 가입자라면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서 30% 할인을 받으실 수 있다는 짧막한 정보도 함께.

베토벤 프리즈 부분도

베토벤 프리즈 부분도





2009년 2월 7일, <화가들의 천국 퐁피두센터 특별전>, 서울시립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주소 서울 중구 서소문동 37 (미술관길 30)
설명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상세보기
  '화가들의 천국'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
  퐁피두 센터의 특성상, 1920년대 이후의 현대작가를 중심으로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풍경화, 정물화, 인물화, 종교화가 중시되던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작품들이 내가 생각하는 그림에 더 잘 맞고, 인상파와 추상미술 쪽으로 넘어오게 되면 작품의 해석에 더 많은 정보들이 필요하게 됨으로 감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서 그런지 아는 작가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 이번 관람은 다소 어려웠음. 그래도 몇몇 작가들의 작품에는 눈길이 머물렀는데, '피에르 보나르'<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아득한 꽃 내음이 가득한 봄날로 인도하는 듯 하여 작품의 깊이가 느껴졌으며, 전시실 한 쪽 방을 가득채우고 있는 설치 미술 '지우제페 피노네'<그늘을 들이마시다>는 철망안 가득 월계수잎을 가득 담아 전시실을 온통 감싸고 있는 작품으로 작품에게도 생명이 있다면 그 작품의 연속성 안에서 나의 존재를 느끼는 것만 같은 작품과 내가 하나가 되어 온몸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독특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부재인 '화가들의 천국' 이라는 말은 중의성을 담은 말인 것 같은데, 표면적으로는 '화가들이 표현한 천국' 이라는 뜻인 것 같으나, 은연중에 프랑스가 '화가들의 천국' 이라는 문화적 자부심이 배어있는 말로 들려서 약간의 부러움과 아니꼬움을 자아내게 했다는 감상후기.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컬쳐플러그

꽃이 핀 아몬드 나무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컬쳐플러그

그늘을 들이마시다




2009년 2월 2일, 영화 <도쿄 마블 초콜릿>,  CGV 오리 (★★☆)
도쿄 마블 초콜릿
감독 시오타니 나오요시 (2007 / 일본)
출연 사쿠라이 타카히로, 미즈키 나나, 이와타 미츠오, 나카무라 유이치
상세보기
  본래 관람을 하기 전에는 최대한 정보를 검색하지 않고 찾아가서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전달받고 돌아오기를 원하는 편이나, 때로는 너무도 알지 못하고 간 탓에 후회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이 에니메이션이 그런 사례. 슬쩍 본 예고편을 통해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 <공각기동대>의 제작사인 프로덕션 I,G의 창립 20주년 기념작 이라는 것만 알고 갔는데, 왠걸.
  딱 보아하니, OVA로 제작되었던 시리즈 에니메이션 두 편을 짜집기 하여 붙여 놓은 것이었다.
  너무나 소심한 성격탓에 제대로된 고백 한 번 해보지 못한 남자와 매번 머피의 법칙처럼 일이 꼬여서 남자와 헤어지게된 여자가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제대로 이별하기 위해 만나는 1박 2일 동안의 이야기를 전편에서는 남자의 시각으로 후편에서는 여자의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 에니메이션은, 무엇하나 참신한 것 없이 그저 주위에 널려 있는 흔한 소재를 흔한 방법으로 그려낸 것에 불과하여 사랑에 대한 환상을 그저 담담히 그려내고 있을 뿐, 어떠한 감동도 달게 주지 못했다.



2009년 1월 27일, 뮤지컬 <렌트>, 한전아트센터 (★★☆)
한전아트센터
주소 서울 서초구 서초2동 1355
설명 친근함으로 다가서는 복합문화공간
상세보기
  특가 세일을 하지 않았다면, '쥬얼리'의 전 멤버 '조민아'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보지 않았을 듯한...뮤지컬.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할 당시에는 파격적인 록음악을 이용한 뮤지컬 넘버들과 동성애자, 마약복용자, 홈리스, 알콜중독자들이 모여서 가난하지만 자신들의 자유로운 삶과 사랑을 이루어 나간다는 메시지가 강렬했겠지만, 더이상 우리 문화에서도 낯설지 않은 이와 같은 소재를 통해 무언가 폭발하는 에너지를 주고자 했다면, 배우들 개개인의 포스가 좀더 강력하게 뿜어져나와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특히, 극을 주로 이끌어가는 '로저(유승현)', '마크(배지훈)', '미미(조민아)'를 맡은 세 배우의 능력이 역할에 비해 많이 부족한 듯.
  차라리 자유분방한 행위예술가 역의 '모린(최혜진)'과 HIV 양성반응자이자 천재 프로그래머 '콜린(최재림)', 그의 동성 애인 '엔젤(이지송)'이 훨씬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주었음.
  대사가 거의 없고 노래를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특성상 가사의 전달력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마저도 제대로 소통되지 않아서 내용전개에도 한계가 있었음.
  그래서인지, 요새 파격 세일을 하는 것 같음.



2009년 1월 24일, 영화 <체인질링>, CGV 오리 (★★★☆)
체인질링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8 / 미국)
출연 안젤리나 졸리, 존 말코비치, 제프리 도너반, 마이클 켈리
상세보기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작, <황야의 무법자>를 통해 만난 지뿌린 얼굴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몇 해 지나 TV를 통해 <더티하리> 시리즈로 만난 그는 나이를 들어감에도 변함없이 말수가 적고 찌뿌린 인상의 그 모습이었다. 도대체 이 배우는 언제까지 찌뿌리고 있을 것인가 의아하던 찰나,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작품을 통해서 이미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한껏 뽐내고 있었고 그의 커리어는 점점 명감독의 입지를 다져왔다. 어느 덧 진솔하고 진지한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담아내는데에는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진지함을 담아내는 감독.
  영화는 90년대 '쥴리아 로버츠'가 부당한 권력과 맞서 싸우는 <에린브로코비치>와 비교되곤 하나 1920년대라는 시대상황 속에서 여성이 사회에 저항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음을 담아내고 있다.
  '쥴리아 로버츠'만큼 당차게 행동할 수 없는 '안젤리나 졸리' 이지만, 그녀의 행동의 제약으로 인하여 역설적으로 시대를 고발하고 있는 작품.
  그녀의 연기 보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진중한 연출력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2009년 1월 22일, 영화 <로큰롤 인생>, 허리우드 클래식 시네마, (★★★★★)
로큰롤 인생
감독 스티븐 워커 (2007 / 영국)
출연 밥 실먼, 아일린 홀, 밥 샐비니, 프레드 니들
상세보기
  언제나 그렇듯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시는 어른들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음악과 함께 나이를 들어가시면서 때로는 멤버들의 부고 소식을 들으면서도 자신들의 노래를 계속해나가시는 순수하다 못해 꾸밈없는 어른들의 모습에 두번이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특히나 잊을 수 없는 교도소 공연장면과 마지막 콘서트 장면에서 불리워졌던 'Coldplay'<Fix you>는 감동의 도가니 그 자체. 말이 필요없는 강추 다큐멘터리.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2/21 09:20 2009/02/21 09:20

이미지 출처 - 공식홈페이지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월페이퍼



* 2009년 02월 20일 20시 00분
*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영화 <약속>, '김정은', '이서진' 주연의 드라마 <연인>으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이만희' 님의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를 보고 왔습니다.
  보기 전부터 워낙에 평이 좋은 작품이라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유오성'의 선굵은 연기를 연극을 통해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고, '송선미'는 너무나 좋아라 하던 배우였는데, 아무래도 연기력으로 검증받지는 못한 듯한 세간의 분위기 속에서 약간은 걱정을 하면서 보러가게 되었습니다.
  '공상두' 역의 '유오성'은 단독캐스팅이고, '채희주' 역은 '송선미''진경'이라는 분이 더블 캐스팅으로 되어 있더군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아무래도 연극인지라, 연극을 주로 하신 '진경'님의 출연을 보러갈까 하다가, '송선미'씨를 직접보고 싶다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 결국 '송선미'캐스팅으로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일단,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은 대학로 극장 중에서도 시설이 꽤 깔끔한 곳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건물 전층에 걸쳐 네모, 세모, 동그라미 극장으로 나뉘어져 3개관을 갖추고 있고, 몇몇 작은 편의시설도 갖추어져있습니다. 무대 설치와 조명도 깨끗하고 좌석도 나름 고급스럽더군요. 하지만 딱딱한 의자 바닥은 소극장의 특성상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역시나 200석 규모의 작은 소극장이었는데요. 이번에는 미리 일찍부터 예매를 한터라 앞에서 네번째 줄, 정가운데 좌석으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객석과 무대는 정말 바로 한치 앞이더군요. 그래서 배우들의 표정하나하나, 눈물이 흐르는 모습 하나하나도 다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 스토리는 익히 알고계시는 바와 같습니다.

  젊은 인턴 의사였던 '채희주'는 자신의 첫 환자로 한 조직의 오야붕을 치료하게 됩니다.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그 사내의 이름은 '공상두'. 그렇게 우연처럼 만난 두 사람은, 젊은 의사와 조폭 두목이라는 어색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어버리게 됩니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것을 목숨보다도 소중히 생각하는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불행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을 직감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한 여자의 이야기인 거죠.
  결국, 무식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꼭 실천하고야마는 도저히 건달일 수 없는 순정파 사나이 '공상두'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되고, 2년 여간의 도피 생활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채희주'를 찾아와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다가 경찰에 자수하러 가게 됩니다. 그리고 또 3년 후, 사형언도를 받고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는 '공상두'와 수녀가 되어서 그를 면회하러 오게된 '채희주'. 어쩌면 그들의 만남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릅니다...

  대충 이러한 스토리 인데요.
  연극에서는 이와 같은 스토리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단 교도소 면회 장면이 먼저 보여진 다음에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식이지요.
  때문에,
  극이 시작하고 나서부터 그들의 과연 어떤 관계였을까 궁금해지면서 바로 몰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스토리는 대강 다 아는 거지만, 연극과 영화와 드라마는 조금씩 다를테니까요.
  그렇게 몰입을 하다가 교도소 장면인 1막이 끝날 때쯤이 되니, 여기 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만큼 두 배우의 연기는 뛰어났고, 사실 저는 어떻게 된 연극이 시작할 때부터 울리고 시작하는가, 어떻게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가 걱정이 조금 됐었습니다.

  이윽고, 3년 전 오랜 칩거생활 뒤 '채희주' 앞에 나타난 '공상두'와 그의 갑작스런 출현에 당황하고, 불안한 예감을 들면서도 애써 감추고 행복의 나날들을, 그리고 한 사랑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채희주'의 2막.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멋있는 두 배우의 모습에 연극이 끝나고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기대가 되었던 장면은 3막의 약식 결혼장면.
  영화에서도 최고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성당 결혼' 씬이 바로 그 장면인데요. 연극에서는 '성당'은 아니고 그냥 둘이 서서 주례사를 대신해서 서로를 이야기 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두 배우가 얼마나 몰입을 하던지,
  관객석으로 가까이 다가와 환한 조명아래에서 대사를 하는데 두 배우의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하염없는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솔직히 영화의 장면이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사로만 본다면 연극이 훨씬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배우들의 실제연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원작이 왜 원작인지를 말해주는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극이 모두 끝나고, 두 배우가 서로의 소개를 마친 뒤에 커튼 콜 형식을 짤막하게 보여주었던 탱고도 좋았습니다.

  '유오성'이야 워낙에 연극을 열심히 하던 배우여서 신뢰가 되었고요. '송선미'도 성량이 조금 부족한 듯 하기는 했으나 그 부분을 충분히 커버할 만큼의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가 둘 뿐이라 더이상 설명할 것도 없네요.
  아, 무대장치와 음악의 조화도 멋있더군요. 군데 군데 신경쓴 티가 역력히 났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상당히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시던데요. 항상 재미있는 연극, 뮤지컬만 봐서 그런지 몰라도, 제가 본 연극 중에서는 가장 슬프고 가슴찡한 연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간 나시면 보러가세요. 3월 8일까지 한답니다. 강추.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차이와결여

2009/02/21 00:41 2009/02/21 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