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길

<지나온 길>Nikon D-50 +Nikon 55-200, F22, ISO Auto

 

  어제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야자를 마치고 차를 몰아 집으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는데, 문득 '허전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 제게 있어 운전이라는 것은 그저 무의미하게 스쳐가는 일상에서 깨닫지 못하고 지나갔던 감각들을 예리하게 다듬어 알게해주는 그런 계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제는 문득, 내 삶의 어느 한 구석에는 존재하는 이유 모를 '상실감'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지금 내 미니홈피의 음악을 BGM으로 깔고 글을 쓰는데, 마침 나오는 노래가 Lou Reed의 'Perfect Day'네요! 산다는 것은 언제나 역설.)

 

  제가 처음 이런 '허전함'을 느낀 것은 대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요.

  분명히 그 때보단 어느 정도는 넓어지고 깊어졌겠지만,

  지금 이렇게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스무 살 때의 그것과 별다를 것 없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 때는 뭐라 이름 붙이지도 못할 막연한 느낌들이었다면, 이제는 가슴이 멍뚤린 것같고, 밥을 먹어도 먹어도 계속 허기진 것만 같은 이 느낌이 들어서,

 

  '아~ 또 그건가 보다.'

 

  하고, 미리 알게 되었다는 차이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느낌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독'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너무 즐기면서 살고 있는 것 같고, 또 그런 공복감이랄까, 허전함이랄까가 존재한다고 해도 사는 데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만 같아서,

  나는 언젠가부터 그런 허전함이랄까, 쓸쓸함이랄까를 그냥 내 것으로 받아드리면서 살아왔지 싶은데요.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처럼 싱글로 지낼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별반 차이는 없었다는 것.

  누군가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할 당시의 누군가들에게 말 못할 미안한 마음을 가지기도 했었지요.

 

  여튼, 이런 감정은 분명히 원하는 것을 갖지 못했을 때의 안타까움을 동반한, 어쩔수 없는 받아들임 정도로 정의하면 딱 맞을 것 같은데,

  한 해를 돌아보는 이 시점에 딱 어울리는 느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해 동안,

  지나버린 시간,

  돌아서 멀어져 간 사람들,

  잡을 수 있었지만 잡지 않고 놓아버렸던 많은 것들이

 

  이 시간 쯤이 되어서는 모두다 그립게 마련인지라,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하나 하나 떠올려보고, 또 상실의 목록에다 기록해나가는 식으로 남은 몇 일을 살아야지 싶습니다.

 

  물론, 아직 지나가버리지 못하고 끈을 잇고 있는 많은 것들도 있으니, 내가 보듬을 수 있을 만큼은 보듬어야 겠지요...

 

  돌이켜보니,

  올 한 해는, 내가 원했던 대로 커다란 바람없이 평온하게 흘러간 것 같습니다.

 

  적당히, 고독하고,

  적당히, 적적하고,

  적당히, 바쁘면서...

 

  아마도, 연말과 연시를 맞이하면서 많은 약속들과 처리해야할 업무들로 또 정신이 없긴 하겠지만,

  그 정도야  방학을 갖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쯤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합니다.

 

  외적으론 정말 다사다난했던 2009년,

  내적으론 적당히 분주했던 2009년.

 

  90년대를 살 때엔, 2010년이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1999년에 노스트라다무스 예언대로 과연 지구가 멸망할까 걱정했었는데,

  어느새 2000년 하고도 10년이네요.

 

  왠지 누군가 뒤에서 등을 떠밀어 여기까지 데려다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떠밀려오면서 무심코 지나버린 많은 것들이 있는 건 아닌지.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오는 12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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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롱 2009/12/16 18: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늦게 업뎃하시공~~~ 미어영!!!
    결론은 허전하다..ㅋㅋㅋ 오늘 성질나도록 추워요.
    잉잉잉. 허전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 조금더 부지런히 글 쓰센~**
    전 내일 서울 갑니다. 휘리릭~~~~~~~

    • 차이와결여 2009/12/17 00:32  address  modify / delete

      오래간만에 올렸는데, 바로 댓글이 달려서 무지 기분좋네..ㅎㅎ

      추울텐데, 먼 길을.. 그래도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 될 거니까 춥지도 않을테지..ㅋㅋ

      조심히 왔다가 좋은 맘 가득 안고 내려가시길 ^^

  2. 카르페 디엠 2009/12/20 16: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1999년은 뭐고, 노스트라다무스는 뭔가요..
    요즘 대세는 2012년인데.

    • 차이와결여 2009/12/21 09:37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ㅎ
      그러게요...

      완전 구식인간이 된 것 같네요.. ^^

      잘지내고 계시죠? 연말 마무리 잘하세요~~ 그곳은 더워서 연말 분위기도 안나겠다. ㅎ

  3. 실버제로 2009/12/21 09: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요즘 안좋은가봐요...ㅋ
    연말의 특징일까요? 상실감...

    • 카르페 디엠 2009/12/21 10:47  address  modify / delete

      아직 두 분은 인생에서 '기대감'이란게 있으신가 봅니다.
      그러니 상실감이란 것도 느끼는거겠죠^^.
      저는 아~~무 생각이 없답니다ㅎㅎㅎ
      저처럼 되시면 아니됩니다..
      그런데 말이예요, 이게 아무래도 날씨나 지역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단 말이예요.
      왜 여기 사람들이 낙천적인지 이해가 간다니까요.

    • 차이와결여 2009/12/23 07:51  address  modify / delete

      사실 별 것도 없는데 말이죠..

      그냥, 하루가 가면 일년이 가는 거고, 또 새해가 오는 것일뿐...

      저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아야겠어요..ㅎㅎ